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4화 (14/328)

EP.14 호감악당이 되었다

나는 스타더스를 참 좋아했다.

스타더스. 만화 [스타더스트!] 주인공.

스타더스를 좋아한 이유는 뭐가 있을까?

일단 뭐 당연히. 이뻤다.

현실로 봤을 때보다는 아니지만, 만화에서도 매우 이쁘게 그려졌었다.

어쨌든 예쁜 여자에게 본능적으로 호감이 가는 건 남자라는 슬픈 생물의 운명이 아니겠는가.

또, 히어로 활동할 때와 평소와의 갭이 좋았다.

평소에는 그냥 평범한, 조금은 무뚝뚝한 여자애일 뿐이지만, 히어로로 활동할 때는 특유의 어색한 말투로 '네 이놈! 뭐 하는 짓이냐!'하는게 보다보면 재밌다.

일상과 비일상을 분리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기 평소 말투를 숨기기 위해서 그러는 건지 뭐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내 생각에는 그냥 그러면 멋져 보인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 같기는 한데...

뭐,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그녀 특유의 정의감이었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빌런이 일으킨 사건에 휘말려 사망한 이후, 계속 그때부터 빌런들에 대한 복수심과 증오심을 길러왔다.

그렇게 히어로가 되기를 꿈꾸던 그녀.

그러나 아무 초능력도, 능력도 없던 그녀이기에.

그녀는, 별에게 빌 뿐이었다.

제발 능력을 각성하게 해 달라고.

그래서, 저 빌런들을 자신이 직접 복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별이 그녀의 요청에 응답해준걸까?

그녀에게는 기적과도 같이 초능력이 생겼다.

초능력을 각성하며, 특이하게도 그녀의 머리도 별빛과도 같은 금발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스로 지은 이름. 별의 먼지. 스타더스트.

협회가 히어로명 5글자는 너무 길다며 스타더스로 줄여버린, 이름이다.

어쨌든 그렇게 복수심으로 시작된 히어로 생활이었지만, 여러 사건을 통해 그녀는 깨닫게 된다.

히어로란, 빌런을 단순히 족치는 게 아닌, 시민들을 지키는 존재라는걸.

그렇게 그녀는, 진정한 영웅. 히어로가 된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런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었다.

사실 더 인상적인 스토리텔링과 정의관을 가진 히어로들도 많았지만, 그녀가 한국인이었기에 내 최애캐가 된 게 아닐까 싶다. 공감이 갔거든. 그녀의 이야기에.

....내가 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냐.

그 최애캐가 갑자기 내 눈앞에 등장했거든.

"에고스틱!"

"스타더스?"

에그머니나.

이게 무슨 일이래.

사람들이 붐비는 이곳.

텔레포터의 제거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나는, 이제 그만 집에 가려고 했다.

분명 조용히 보내버리려고 한 건데 어째 어그로를 너무 많이 끌어서 좀 곤란했거든.

근데 갑자기 짜잔! 스타더스가 등장했다.

아니 대체 내가 여기 얼마나 오래 있었다고 벌써 튀어나오지?

나는 사람이 많은 탓에 불쌍하게도 착륙도 못한 채 떠 있는 그녀를 지켜봤다.

땀을 비 오듯 흘리는 게, 굉장히 급하게 날아온 듯한 모양새다. 아마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듣자마자 날아온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특유의 빨강 라텍스 옷은 챙겨입고 왔네?

"에고스틱, 네놈!"

"예, 예. 듣고 있습니다."

[형, 뭐 해요! 빨리 와요!]

아니 서은아, 잠깐만 기다려보렴.

내 최애캐가 나를 보려 여기까지 진짜 말 그대로 '날아서' 왔는데, 한번 뭐라고 하는지 들어봐야지.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데, 내가 갑자기 뿅-! 하고 사라져 버리면 얼마나 무안하고 민망하겠어. 사람들이 우리 신하루 비웃으면 어떡해!

"네놈, 지금. 지금 뭘한거냐."

스타더스가 내 발치에 쓰러진 채 있는 텔레포터를 보더니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미 시민들은 갑자기 우리 둘이 싸울 기세자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다. 아니 여러분, 그러다가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고 있으십니까? 얼레? 이제는 아예 휴대폰 꺼내서 영상까지 찍고 있네? 아 저거는 아까부터 찍고 있던 건가? 아 그게 더 심각한 거 아닌가...

이 위험이라고는 모르는 안전불감증 시민들 앞에서, 나는 스타더스와 조금 더 어울려주기로 했다.

"뭘 하다니요. 사회의 기생충같은 빌런들을 제거했을 뿐이죠. 히어로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했을 뿐입니다. 마치 당신 같은 분들이 해야 할 일을요. 뭐,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사 인사 받을려고 한 일이 아니니. 하핫!"

"네놈..."

스타더스의 이마에 힘줄이 돋는 게 여기서도 보일 지경이었다. 얼굴이 새빨개진게 진심으로 빡친 모습. 어어, 왜 이래? 내가 무슨 뭐 심한 말을 했나?

몸이 부들부들 떠는 게 금방이라도 컨셉을 집어던질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야, 야 진정해! 조금 깐족거렸다고 이렇게 나오기냐?

그녀가 분노에 일갈을 하기 전, 내가 재빠르게 먼저 입을 열었다.

"물론! 물론 제가 공권력을 빌리지 않고 사적제제를 한 것은 맞습니다! 한 것은 맞는데, 정상참작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텔레포터, 이 잔혹한 놈은 능력의 강력함과 도주의 위험성때문에 A급으로 지정된놈 아닙니까? A급이면 애초에 현장에서 히어로에 재량에 따라 즉결심판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내 말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도 입을 열었다.

"그래, 가능하지. 근데, 그래서 너가 히어로냐?"

그녀는 일단 당장 나한테 달려들어 한 대 때리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러는 즉시 내가 도주할 것과, 근처의 시민들이 말려들까 봐 차마 못 하는 모습이었다. 흠. 뭔가 내가 더 있어 봤자 딱히 도움이 될 거 같지는 않은데. 이제 슬슬 런각을 봐야겠다.

"뭐, 스타더스씨의 말은 잘 알겠습니다. 죽어마땅한 쓰레기라도 히어로가 직접 죽여야지, 저 같은 빌런이 죽이면 의미 없다는 소리군요. 역시 투철한 정의관을 가진 스타더스씨 다운 생각입니다."

일단 대충 스타더스를 옹호해줬다.

나의 스타더스 대인기 히어로 만들기 계획 첫 번째, 칭찬하기!

원래 철수가 "저 공부 잘해요."라고 말하면 뭔가 안 미덥지만, 철수의 경쟁자인 영희가 "저놈 딴 건 몰라도 공부 하나는 인정이다."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그제야 '아 철수가 공부는 정말로 잘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법이다. 경쟁자의 칭찬만큼 효과적인 게 없지!

근데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나보다.

"뭐야, 빌런은 히어로만 잡으라는 거야?"

"자기가 뭐라고... 재수 없어."

갑자기 주위에서 나오는 수근수근한 목소리들.

미안한데, 다들린다.

내가 진짜 이 세계 오고 나서 느끼는 건데.

여기 사람들, 좀 맛이 갔다.

안전불감증은 기본이요, 이제는 히어로와 빌런이 대치하는데 빌런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그... 진짜로 정신이 나간 건가?

"일 다 벌어지고 나서 달려와 놓고 자기는. 어이없어."

"솔직히 에고스틱이 뭘 잘못했냐?"

나는 그만 정신을 잃을뻔했다.

내가 듣고 있는 이 대화가 과연 현실의 대화가 맞나?

우리를 둘러싼 수군거림이 커질수록, 나와 스타더스의 표정은 점차 굳어갔다.

비난이 대상이 내가 아닌 스타더스가 되어, 아무 죄 없는 스타더스가 욕을 먹기 시작했다.

대체 왜지? 사람들이 피를 보더니 돌아버린 건가?

어쨌든 이건 내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욕먹고 스타더스가 칭찬받는 그림을 원했지, 이런 구도가 될 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 했다.

대체 왜 시민들이 빌런의 편을 들어 주냐는거다. 이게 뭐야?

스타더스도 뭔가 여론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표정이 굳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만회할 필요가 있다는 걸 느꼈다. 급히, 재빨리 나는 입을 열었다.

"저도! 저도 제가 뭐 잘했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런 거 아니냐고 말했을 뿐이죠! 저는 계속 이런 어...악행을 이어갈 테니! 스타더스씨가 저를 막아보도록 노력하길 바랍니다! 그럼 어... 전 이만!"

나는 말을 속사포처럼 내뱉은 뒤 망토를 앞으로 돌리며 순간 이동했다. 뭔가 이상해. 일단 도망가야겠어.

순간 이동하고 나니 핑핑 도는 시야. 울렁거리는 속. 나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체 결국 쓰러졌다. 사실 아까부터 텔레포터 잡는다고 무리했는데, 또 장거리를 이동하니 몸이 버텨주질 않았다.

"헉...헉..."

내가 쓰러져서 숨만 겨우겨우 쉬고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오빠!"

서은이였다. 달려온 서은이는 나를 붙잡고 일으키기 위해 낑낑대기 시작했다.

"아, 왜 이렇게 무거워! 오빠, 정신 좀 차려 봐요! 안 되겠다, 언니! 저 좀 도와주세요!"

"어! 지금 가고 있어!"

그리고 잠시 뒤 뛰어들어 온 수빈씨. 사실 수빈씨가 아닐까 추측만 했을 뿐이다. 나는 지금 쓰러져서 눈도 못 뜨겠거든. 와 이러다가 진짜 죽겠다.

"자 하나둘! 같이 들어요!"

이륵고 둘은 낑낑대며 나를 옮기기 시작했다. 사실 서은이는 별 도움이 안 되고 수빈씨가 나를 혼자 옮기는 기분이었지만, 말은 안 했다. 말을 못할 상황이기도 하고.

여자 둘이 내 몸을 질질 끌고 가니 좀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근데 지금 진짜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이겠어.

"하아, 앞으로는 제발 피로회복기 바로 앞으로 이동해요 오빠."

나를 결국 피로회복캡슐에 넣는데 성공한 서은이는, 쌕쌕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그래, 앞으로는 그래야겠어. 아까는 정신이 없었어서.

"...고...맙..다.."

"알았으면 빨리 쉬어요. 다 죽어 가네."

그렇게 툴툴거리며 챙겨 주고 떠난 서은이.

옆에 있던 수빈씨도 주먹을 잡게 말아쥐고 '빨리 나으세요!'라며 파이팅하는 자세를 잡으며 응원해 주고 나가셨다. 귀엽네.

그렇게 쓰러진 나.

푹 자고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내 머리는 걱정 때문에 쉽게 잠들지 않았다.

아까 스타더스한테 수군거리던- 그 소리들 때문에.

***

[호감도조사)개꼰대 스타더스보다 상남자 망고스틱좌가 더 좋으면 개추ㅋㅋㅋㅋㅋㅋㅋ]

일단나부터ㅋㅋㅋㅋㅋ

[추천] 1380   [비추천] 28

***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