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정신교육
대한민국의 초상 능력자, 그러니까 초능력자의 비율은 굉장히 적다.
그중에서도 이중으로 능력을 갖춘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고.
내 능력, 염동력과 순간 이동.
따지자면 메이져급 능력 2개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니, 나도 초능력으로 따지자면 금수저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 금수저였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애석하게도, 내 능력은 순금수저 보다는 도금된 수저에 가까워 보인다.
그 이유는 하나. 능력들이 다 하자가 있어서.
순간 이동을 예시로 들자. 1km를 순간 이동하고 나면, 순간 이동 후 1km를 전속력으로 달리고 난 뒤에 느껴지는 피로가 한 번에 닥쳐온다.
어제 좀 장거리 해봤다가, 온종일 잔 것 만으로도, 하자가 좀 있다는 게 보인다.
원작에 등장하는 빌런중 하나인 텔레포터를 보면, 얘는 순간 이동 능력을 하나만 가진 대신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냥 신출귀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할 수 있다는 이야기.
같은 원리로, 내 염동력 능력도 하자가 좀 크다.
비유하자면, 인형 뽑기 기계에 달린 허약한 집게손 느낌?
격렬히 저항하는 사람을 고정해 두는 건 아예 못 하는 수준이고, 그나마 물건들을 허공에 띄울 수 있는 정도다. 마치 내가 지금 허공에 띄어논 스마트폰처럼.
물론 고정이 힘들다는 거지, 쳐 내는 거는 그것보다야 쉽다. 인형 뽑기보면 집게손이 잡지는 못해도 휙휙 이동은 잘하듯이.
유일한 장점은 유사 차징공격이 되는 거랄까? 오랫동안 힘을 모은 뒤에 한 번에 쓰면 그래도 나름 딜이 들어간다. 이걸 순간 이동이랑 연계시켜서 빌런들 뚝배기를 깨고 돌아다녔지.
물론 그런 장점이 있던 말던, 하자투성이 라는 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여기에 총 하나만 쥐여 주면, 저 정도밖에 안 되는 잡졸들을 처리할 능력 정도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이,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인질들의 비명이 가득한 건물 안.
명백히 당황한 듯한 놈의, 목소리에 나는 그저 이렇게 대꾸해줬다.
"지랄을 하고 계시니, 제가 좀 교육을 해드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와 동시에 입을 연 놈을 향해서도 총을 한 방 먹여줬다.
그놈과 내가 서 있는 거리는 꽤 길었지만, 총알은 흔들림 없이 나아가 놈의 미간을 맞췄다.
다행히 방탄마스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는 걸 보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에고스 불렛.
물론 총알의 이동 경로를 미리 염동력으로 고정해 놔서 가능했던 거지만, 뭐 이것도 내 '능력'이잖아?
휴, 정말 약한 염동력이 있어서 다행이라니까.
이게 없었으면 총을 써본 경험이라고는 군대밖에 없는 내가 이렇게 사람을 정확히 맞췄을리가 없다.
3명이 쓰러지고 나서야, 비로서 총을 나에게 겨누기 시작하는 나머지 놈들.
아니, 내 추종자라면서. 왜 나한테 총을 겨누는 거야? 웃긴 놈들이구만.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 아직 공중에 둥둥 떠다니면서 잘 스트리밍하는 내 스마트폰을 슬쩍 봐봤다.
[3명 그냥 죽이네ㅋㅋㅋㅋㅋㅋㅋ]
[속이 뻥~ 울컥울컥~]
[아니 근데 같은편 아니었음? 왜 그냥 죽이냐]
[이거 19금 달아야 할 거같은데 피봐]
[저기 우리 형있다는 데 씨발]
[에고스틱 이 새끼 착한 놈이냐?]
[원샷원킬ㄷㄷ]
[미친, 새끼들아~~~. 이게 게임으로, 보이냐. 실제, 상황인데, 하하 호호, 하냐,,, 요즘, 것들이란,]
[히어로들은 뭐하고 있냐]
[꺄아아아아아아악]
[저기 있으시분들은 어떻게ㅜ 걱정된다]
[다들 힘내세요!]
[김선우님을 석방해라 김선우님을 석방해라 김선우님을 석방해라 김선우님을 석방해라 김선우님을 석방해라 김선우님을 석방해라김선우님을 석방해라 김선우님을 석방해라 ]
[ㅅㅂ여기 매니저 없냐? 도배좀 쳐 내라]
[에고오빠 얼굴 반쪽만봐도 잘생긴 거 같에 ㅠㅠㅠ]
[여기 미친애들 많네ㅋㅋㅋㅋㅋ실제상황이다 이것들아]
[빌런 테러 실황보면서 매니저ㅇㅈㄹㅋㅋㅋ]
[여기 댓글 창 누가 캡쳐해서 올리면 국제망신 제대로일 듯;;]
....잠깐만 봤는데도 어지럽네.
다시 고개를 돌린 뒤,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했다.
소리를 지르던 인질들은 이제는 귀를 막고 오들오들 떨고 있다.
그래, 총소리가 무섭기는 하지.
인질들을 둘러보니 주로 20대, 30대 남성 여성이 섞여 있는 모습이다.
...여기가 무슨 건물인지도 잘 모르겠네. 회사일려나?
내가 추측을 하던 가운데, 총을 나에게 겨누고 있던 한 놈이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저런 싸가지 없는 새끼를 봤나.
"에고스틱이시여! 저희가 무얼 잘못했다고, 갑자기 이러시는 겁니까!"
나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이놈. 괘씸하네.
솔직히, 얘네들이 내 이름을 판것만 아니었어도 이런 테러따위 나는 관심도 안줬을 거다. 이거는 히어로의 역할이니까. 물론, 대규모 사상자가 나오는 테러를 벌이는 빌런은 그전에 내가 다 제거할 생각이긴 하지만.
어쨌든, 자기 잘못도 모르는 무지한 자를 위해, 나는 친히 알려주기로 했다. 하, 진짜 빌런들 중에 내가 인성 원탑일 거야 아마.
"잘못? 잘못은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총을 손에서 한 바퀴 회전시켰다. 이러니 움찔하는 놈들이 웃겼다. 새끼들, 그래도 나름 추종자라고 나한테 쏘지는 않네. 그런데 이러자 여기를 힐끔힐끔 보던 인질들까지 움찔거리자 좀 미안해진다. 이런, 나 이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빌런이라고 할 수 있겠냐?
"물론 무식한 게 잘못이라고 하면,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따지자면 당신들은."
말을 함과 동시에 염동력으로 미리 외투에 놓았던 총 여러 자루를 부유시켰다.
갑자기 허공에 떠오른 총들을 보니 눈이 휘둥그레진 놈들의 모습.
아니, 내가 총을 손으로만 들고 쏠 거로 생각했나?
나 염동력자야 이것들아.
"모두, 대역죄인이네요. 즉시 처형입니다."
그와 동시에 염동력으로 허공에 띄워둔 총들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일제히 발포했다.
꺄아악거리는 인질들의 비명을 백그라운드로, 탕-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나의 추종자들.
정신교육만 시키려고 한 건데, 좀 과격한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뭐, 오늘 일을 교훈 삼아 다음 생부터는 조심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 하며, 나는 내 쪽으로 날아오던 총알 하나를 염동력으로 쳐 냈다.
비록 내 염동력이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날아오는 총알의 방향 정도는 바꿀 힘은 된다. 뭐, 이것도 다 미리 총알이 날아올 거라는 걸 알아서겠지만.
"아, 아아..."
다 쓰러지고 남은 한 명.
모든 동료들이 다 쓰러지고, 혼자 남은 나의 추종자.
한 명을 살려놓은 이유는 간단하다.
협회도 한 명은 잡아놔야지 그... 일이 어떻게 된 건지도 알고, 기자회견에서도 할 말이 있지 않겠어?
그리고 증언을 통해 나의 무고함을 알 수도 있을 거다.
8명이나 되는 놈들 중 얘를 남긴 이유는...
혼자 머리가 길길레. 여자인 거 같아서.
뭐, 왜. 여자가 좋은 게 죄인가? 나는 당당하다.
여자를 싫어하는 자와 동성애자만 나에게 돌을 던져라. 다 피해 주마.
그렇게 모두를 쏴 죽인 나는, 이후 웃으며 천천히 그녀에게 걸어갔다.
뚜벅. 뚜벅.
"으, 으흐흐. 사, 사, 살려..."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오들오들 떠는 그녀.
더 이상 나에게 총을 쏘지도 않는다. 쏴봤자 안 먹힐 걸 알아서 그런가?
이윽고, 이제는 거의 고장 난 거처럼 떨고 있는 그녀에게 완전히 다가섰다.
"흐, 흐으윽..."
이젠 거의 울기 일보 직전까지 간 듯한 그녀의 앞에 서서, 나는 그녀의 턱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를 떼어냈다.
마스크를 벗기자, 드러나는 그녀의 외모.
'예쁘네?'
뜬금없이 예쁜애가 등장하니까 살짝 당황스러웠다.
눈가가 촉촉이 젖은 채 나를 올려다보는 모습은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모습 그 자체.
순간적으로 스윗해져서 눈가의 눈물을 닦아줄 뻔한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말을 걸었다.
"잘못했어요, 안 했어요?"
상냥한 목소리로 묻는 내 말에, 벌벌 떨면서 답하는 그녀.
"자, 자, 잘못했어요.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오 흐흑, 흑."
아니, 왜 이래? 누가 잡아먹는데?
우는 데도 빛이 나는 외모에 평정심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지만,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아니야, 나는 일편단심 오직 스타더스뿐이라고. 다른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마음을 굳세게 먹은 나는, 그녀의 멘탈을 터트릴 질문을 던졌다.
"뭘 잘못했는데요?"
"네, 네에?"
"뭘 잘못했냐고요."
싱긋 웃으며 다시 질문하는 내 말에, 그녀는 결국 다리의 힘이 풀렸는지 쓰러지고 말았다.
"아, 아아. 제가, 저희가, 에, 에고스틱님의 허락도 없이, 그, 그 이런 일을 벌이고."
"또?"
"그, 그리고 또 아, 아아 흐, 흐으윽. 자,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오. 흑, 흐아아아앙."
갑자기 말하다 말고 대성통곡을 하는 그녀.
아니, 왜 이래. 내가 뭘 했다고.
나쁜 놈은 넌데, 꼭 내가 나쁜 놈 같잖아!
...아, 나는 나쁜 놈이 맞나?
그렇게 고요한 건물 안에는 그녀의 울음소리만 가득해졌다.
[ㅋㅋㅋ 와 개쓰레기네ㅋㅋㅋㅋㅋㅋ]
채팅창에 올라온 말을 보니 속이 쓰렸다.
개쓰레기라는 말을 들어도 이런 이유로 듣게 될줄은 몰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