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6화 (6/328)

EP.6 Imitation Elimination

[에고스틱의 추종자들이 방금 인천 한복판에서 폭탄테러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건물에 폭탄을 설치한 그들은 현재 더 많은 폭발을 일으킬 예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농성 중인 그들은 별다른 원하는 조건 없이, 그저 죽음만을 원한다는 입장입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최소 3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서은이가 보여 준 뉴스를 본 나의 얼굴은 딱딱히 굳었다.

저 새끼들이 누군데 자칭 추종자라며 나를 팔아먹는가?

심지어 뭐? 사상자 발생? 사람을 죽였어?

내 안의 무언가가 비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인지도 높이고 이미지 메이킹 한다고 그지랄을 한 게 어제인데.

이걸 바로 이튿날 무너트려.

너희, 선 넘은 거다. 알어?

너희가 뭔데 내 이름을 들먹이며 테러를 일으켜.

그리고 저렇게,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나랑 전혀 어올리지 않는 천박한 방법으로?

"....."

그리고 사람이 죽었다.

내가 이 빌런의 길을 걸으며 결심한 것이, 결코 민간인 사상자는 내지 않겠다는 거다.

그런데 사람이 3명이나 죽었다.

내 추종자라는 것들이 일으킨것이니, 사실상 내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세 명분의 목숨은.

나는 딱딱히 굳은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는 서은이에게 말했다.

"서은아, 한 번만 더 도와주라. 저것들 좀 정리하고 난 뒤에 뭘 해야겠다."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 뒀어요."

서은이가 서랍을 뒤지더니 건넨 휴대폰.

난 그것을 든 채로, 승강기를 향해 걸었다.

"하, 하하."

헛웃음이 절로 나오네.

진짜로.

이틀 연속 일이라니, 너무하는구만.

***

한국 초상 능력자 협회.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안 부르는 그곳, 히어로 협회.

지금 히어로 협회의 분위기는, 딱딱히 굳어 있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낮은 목소리로 묻는 협회장의 말에, 앞에 앉아 있던 요원이 신속히 말했다.

"범인들은 현장에서 여전히 농성 중입니다. 현재 인질들 약 300명 정도가 건물 안에 고립된 걸로 보입니다."

"추가 사상자는?"

"아직은 더 없는 걸로 보입니다."

"그래, 알았다. 지금 히어로들은 오고 있나?"

"현재 C, B급으로 이루어진 히어로팀이 대기 중입니다. 하지만 저들이 폭탄을 기폭한다는 협박을 하고 있어 접근이 어렵습니다."

"젠장, 저 새끼들. 에고스틱 그 새끼가 데려온 건가?"

"현재 유착관계에 대해선 조사 중입니다만... 아직까진 불명입니다."

"그래, 알았다. 아 그래. 스타더스 그녀는 지금 어디 있나."

"현재 근처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유사시 아마 습격을 감행할 겁니다."

그 말 그대로.

신하루, 스타더스인 그녀는 현재 근처 건물 옥상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젠장, 어찌해야...'

히어로 협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또 다른 초상 능력을 사용하는 빌런은, 일반 시민으로 이루어진 경찰들로 잡기 어렵기에.

같은 초상 능력, 그러니까 초능력을 쓰는 이들이 잡든다는 명목하에 이루어졌다.

현세대의 테러는 거의 다 초능력을 갖춘 빌런들이 일으킨다.

자기 힘을 과시하기 위해, 또는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빌런으로 각성한 이들이 일으키는 테러가 대부분.

그러니까, 이렇게 초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 일으키는 테러는 현세대에 거의 처음 일어난 일이다.

그 이유는 바로...

'에고스틱, 그 새끼.'

신하루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놈이 초능력을 별로 사용하지 않고, 폭탄만으로 히어로를 압박하는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준 게 분명하다.

'아니지. 그놈이 일으킨 사건 이튿날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그 자식이 사주한 거겠지.'

그래, 오히려 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아니면 이런 대규모 테러를 하루 만에 조직한 것이라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

계획 범죄일 것이 자명.

'어제 그놈을 죽여 버렸어야 하는데... 잠깐만, 저건?'

그녀가 무언가를 발견함과 동시에, 인이어에서 상부의 연락이 들려왔다.

[스타더스, 그곳에 에고스틱 그놈이 등장했다. 다시 한번 말한다. 에고스틱 본인이 현장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범인은 유튜브로 자기 모습을 송출하고 있다. 당장 확인 바란다.]

본부에서 온 급박한 연락을 듣지 않아도, 신하루는 현재 그가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범인들이 인질을 잡은 건물, 그 앞에 에고스틱이 등장한 게 보이니.

"유튜브...?"

본부에서 온 연락 중에 유튜브로 방송 중이라는 내용이 있었지.

그녀는 서둘러 휴대폰을 킨 뒤 앱으로 들어갔다.

메인화면에 바로 보이는 현재 급상승 1위 영상.

[에고스틱 LIVE]

그녀는 그 동영상을 눌렀다.

***

싸늘한 긴장감이 감도는 건물.

어느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 거리.

그곳에서, 검은 형체의 무언가가 등장했다.

전신을 가리는 검은 로브.

옷과 똑 닮은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얼굴을 감추는 반쪽짜리 마스크까지.

그래, 바로 나. 에고스틱이다.

[이거 뭐냐?]

[빌런 라이브방송 ㅅㅂㄷㄷㄷㄷ]

[에고스틱 이 새끼 지금 테러 라이브로 찍고 있는 듯ㄷ]

[이시대 최고의 빌런 에고스틱 등장ㅋㅋㅋㅋ]

[아 오늘 할 거 없었는데 존나 재밌네ㅋㅋㅋ]

[채팅창에 미친놈들 많네 지금 범죄 현장이다 미친 새끼들아]

[응 나만 아니면 돼~~~~]

[중☆고♧차#바%겐♡세@일×지₩금□이☆마♧지#막%즉♡시@판×매₩상□담☆문♧의>>>0703461555<<<]

[김선우님을 석방해라 김선우님을 석방해라 김선우님을 석방해라 김선우님을 석방해라 김선우님을 석방해라 김선우님을 석방해라김선우님을 석방해라 김선우님을 석방해라 ]

[시발 채팅창 곱창났네]

[이거 유튜브가 안내리냐?]

[이 새끼 어제 전파납치한 거 생각하면 유튜브 측에서 못내리고 있는 걸 수도]

....그리고 내가 걸어가고 있는 광경은,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고 있었다.

나를 찍고 있는 폰은 염동력으로 고정해 놓은 상태.

나락가는 걸로 보이는 인지도를 되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지만...

슬쩍 채팅창을 봐보니 후회되기 시작했다.

어쨌든, 계속 걸었다.

그렇게 어느새 건물 앞으로 왔다.

별다른 제지없이 들어가 보니, 눈에 들어오는 어두운 실내.

그리고 안에서 앉아 있는 수많은,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서 있는 사람들은, 마치 나처럼 검은색 옷들을 입고 가면을 쓰고 있었다.

나처럼 얼굴 반쪽을 가리는 가면이 아닌, 얼굴 전부를 가리는 가면.

넓은 건물의 로비로, 입구를 통해 들어온 나.

총을 든 체 서 있던 그들은 나를 보자 처음에는 흠칫 놀랐지만.

이윽고 검은 로브와 반쪽짜리 가면을 통해 나임을 알아보자, 몇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더니 울려 퍼지는 테러리스트의 목소리.

나를 보더니 웃음기 넘치는 목소리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영웅, 에고스틱님께서 직접 강림하셨다!"

하...시발 저 새끼들 왜 그래.

어째서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

처음 말한 그놈을 시작으로 주위의 추종자들도 똑같이 합창하기 시작했다.

"에고스틱! 에고스틱!"

"그가 왔어! 진짜 왔어!"

"끼에에에에엑!"

나를 보고는 괴성을 지르기 시작하는 폭도들.

그놈들 사이에서, 인질들은 웅크린 체 떨고 있을 뿐이었다.

비록, 내가 빌런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해도.

나 또한 빙의 전까지는 일반적인 대한민국 시민이었다.

그런 내 마음속에, 무언가 불타오르는 게 느껴졌다.

야 이 무식한 놈들아.

이건 그냥 폭동이잖아.

나의 엘레강트한 위압감과, 참신한 수법, 심리적 압박이라고는 없는.

원시적인 공포와 협박질만 쓰는 천박한 테러.

이런 걸, 나를 추종한다며 내 이름을 팔며 이런 일을 일으켜?

건물 안으로 들어온 뒤, 나는 아직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찬찬히, 그놈들의 면면을 살폈다.

검은 로브에 마스크를 쓴 이것들 전원이 들고 있는 건 총.

그리고 어딘가, 이들 중 한 명이 기폭장치를 들고 있을 거다.

[3시 방향에 서 있는 놈이 기폭장치를 들고 있어요.]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목소리.

역시 천재 해커, 한서은.

나에게 필요한걸 바로 알려쥤다.

...어떻게 알아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놈들이 서 있는 곳 사이사이로 가득 찬 사람들.

대략 300명쯤이라고 했나.

"....."

자, 이것들을 이제 어쩐담.

음... 그래.

일단, 좀 웃어보자.

"하하, 하하하."

나는 고개를 밑으로 숙인 체, 큭큭 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다시 웃는다.

"크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광기 어린 박장대소.

조용한 건물 안에는, 내 웃음만이 울려 퍼졌다.

무언가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자칭 추종자 새끼들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실컷 웃은 나는, 다시금 웃음을 뚝 멈추고 말했다.

"제 추종자들이 있다기에,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왔는데. 참, 참..."

내가 말을 길게 늘어트리자 긴장하기 시작한 실내.

"참, 참 잘하고 계셨군요! 훌륭합니다!"

내 말을 듣자 급격히 안심하는 게 보이는 추종자 새끼들. 그래, 안심해라.

그중, 대장격으로 보이는 놈이 입을 열었다.

"하, 하하! 감사합니다! 저희는 에고스틱님의 열렬한-"

"아주 훌륭하게."

내가 싸늘히 말을 끊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외투 안에 손을 넣었다.

"아주 훌륭하게, 지랄들을, 하고-."

말을 하며, 염동력으로 보스로 보이는 놈과 기폭장치를 들고 있는 놈을 못 움직이게 붙잡았다.

"-계시는군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외투안에서 총을 꺼내 그놈 둘에게 쐈다.

탕, 탕. 즐거운 소리.

염동력으로 몸을 고정해 둔 덕분에, 그놈 둘은 참 무력하게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앞에서 총이 쏴지며 사람이 쓰러지자 비명을 지르는 인질들.

명백히 당황한 표정을 가면 뒤로 숨긴 것 같은 자칭 추종자들 사이에서, 나는 다시 총을 갈무리했다.

자, '정신교육'의 시간이다.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