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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727화 (727/741)

727화

무림에서 넘어온 이들, 개중에서 이쪽 세계에 융화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이들의 문제는 해결이 참으로 어려웠다.

범죄자들은 그저 단죄하면 되니 고민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들. 부정할 수 없는 곧은 신념을 이유로 이 세계에 융화되길 거부하는 이들이 있었다.

한 마디로, 그들은 '무림'이 계속 되기를 원했고 또 진나라가 계속 되기를 원했다.

가소천과 그가 세운 교나라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마지막 황실의 핏줄로서 위서린도 함께하여 목숨을 걸고 마침내 지켜낸 것이 '진나라'인 것이다.

그렇게 지켜낸 나라가 이쪽 세계에 그저 녹아들어 '멸망'하는 걸 바라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수많은 목숨으로 지켜낸 진나라의 이름으로 그 역사와 정신이 계속 되기를 바랐으니 진나라의 여황으로서,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으로서 '주서린'은 더욱 부담과 책임감을 느껴 그 무게를 버거워했던 거다.

그들의 신념을 지켜주고 싶었다.

진나라의 이름이 계속되어 그 역사와 정신이 사라지지 않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 바람을 이루어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사실은 여전히.

그녀는 힘들어 하고 있었다.

한유아와 오성아는 물론이요 천마신교의 두뇌들도 고민이 있었다.

도진이 당당하게 소천마라 스스로를 천명한 그 순간부터 내걸었던 천마신교란 이름.

그 이름은 이제 무림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인 위세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그 무림이 속한 '사회'에서도 그러한가 하면.

사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이 세계가 그런 절대적인 집단의 탄생을 반기지 않으니까.

울타리 안에서 그들은 함께 지낼 수 있는 친구는 거부하지 않지만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 '힘'은 결코 자라게 두지 않으려는 것이다.

천마신교는 바로 그 위협의 경계에 도달해 있었다.

무림에서는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다.

사회에서도 비즈니스로서의 무림에서 독보적이니 이미 여기저기서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 시대에 천마신교의 이단이 없었다면.

그리고 또 무형독이 없었다면.

마지막으로 오성아와 한유아를 필두로 한 총괄부의 인재들과 나지윤이 이끄는 세이전이 없었다면.

천마신교는 이미 몇 갈래로 쪼개지거나 그 세력이 사그라들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의 천마신교는 총괄부와 세이전을 포함한 두뇌들에 의하여 스스로의 몸집을 조절하고 자제하면서, 먼저 손을 건네 사이를 돈독히 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그 스탠스가, 특히나 오성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더 큰 꿈을 꾸고 있었으니까.

더 마음껏, 천마신교라는 자신의 꿈을 키우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사실은 커다란 날개를 제한없이 펼치고 싶은 한유아 또한 같은 마음이었다.

소담도, 나지윤도, 상미도.

이미 너무나 복잡하고 또 두껍게 쌓이고 얽혀 바꾸기 힘든 지금의 세상을 보면서.

차라리 처음부터 새롭게 쌓아 나갈 수 있는 사회를 바랐던 마음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놀라울 정도로, 다들 같은 마음이더군."

"하하. 그러게요."

곁에서 걷는 명장 우벽진의 말에 도진이 웃으며 답했다.

재생되고 있는 무림의 땅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자.

어찌보면 파격적이고 또 이래도 될까 싶은, 그런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는 도진의 제안에 모두가 찬성했다.

오성아는 아예 머릿속에서 그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부터 계산하는 게 얼굴에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우 명장님은 어떠신가요?"

"말했잖은가. 나 또한 찬성이라고. 그것도 적극적으로 말이야."

우벽진은 명성공방 소속으로 또한 천마신교의 가르침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이었다.

천마신교를 믿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 우벽진 또한 '피해자'였으니까.

다시 후계자의 자리를 차지한 권민국이 무형독의 지원을 받았다는 게 드러나며 이번엔 정말로 기둥 뿌리가 뽑히게 된 태양권가가 가해자였다.

허나 우벽진은 그 태양권가를 성질대로, 맹호추로 다 때려 부수지 못했다.

그것이 지금의 '사회'라는 것이다.

성질은 나지만, 우벽진은 그런 사회를 현명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제한없는 사적 제재는 사회를 무너뜨리는 법이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사회를 위하여 개인의 자유는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니까. 그렇기에 더욱 인권을 버린 자에 대한 처벌은 엄격해야만 한다고 우벽진은 생각했다.

가해자를 용서하는 건 어디까지나 피해자여야 하고 피해자의 절대적인 권리여야 하며 그것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

그것이 통용되는 세상을 바랐다.

"자네가 무림에 세울 나라는 그런 세상이 되지 않겠나?"

그리 묻는 우벽진을 마주하여 도진은 씨익 웃었다.

"네. 저 또한, 그런 세상을 바라고 있으니까요."

지금의 천마신교가 안고 있는 문제들, 그리고 바라는 것들을 모두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룰 방법이 없어 그것이 지금껏 답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어떻게, 어디에 나라를 세울 것인가.

방법도 땅도 없어 차선책을 찾고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새로운 대륙을 보게 됐다.

세상에 알리고 공평하게,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건 어떨까?

'그럴 이유가 없지.'

그야말로 그럴 이유가 없다.

그저 아귀다툼과 예쁘게 포장한 욕심이 오고갈 뿐이다.

애초에 나눠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니까 그곳은 도진의, 도진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의, 천마신교의 이상을 실현하는 세계가 될 것이다.

"그래. 그래서, 긴히 할 얘기는 무엇인가?"

걷는 사이 어느새 두 사람은 천마신교 내에 있는 명성공방의 작업장에 들어섰다.

도진이 따로 할 이야기가 있다는 말에 함께 온 것이었다.

"들떠 보이시네요?"

답 대신 돌아온 그 말에 우벽진은 씨익 웃었다.

"새로운, 내가 바라던 세상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그렇게 만들었지. 그래서 사실은 무어라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몸이 달아오르는 중이야."

"그렇다면 음……. 이건 잘 된 걸까요?"

그러면서 도진이 무언가를 꺼내들었고.

"……!"

우벽진의 두 눈이 커지며 입마저 벌어지고 말았다.

"그, 그건."

"역시 우 명장님.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어떻게 된 건가?"

도진은 완전히 자신의 손에 든 것에 시선이 빼앗겨 버린 우벽진에게 물건을 넘겨주면서 말했다.

"천마신검. 그 검의 부러진 검날을 그 세계의 백화님에게 받았어요."

천마신검(天魔神劍).

천마기에 오랜 세월 노출되어 그 특성이 변한 명검을 그 이상으로 오랜 세월 천마기에 노출시키며 두드리고 또 두드림으로써 비로소 그리 불리게 된 검이다.

지극한 정성과 노력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는, 오랜 세월 그 정성과 노력이 지속되어야만이 탄생하는 것이다.

때문에 우벽진은 최소 백 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만 천마신검이 탄생할 거라고 보았었는데.

스으으-

지극히 날카롭지만 그 이상으로 거대한 기운이 부러진 검날에서 느껴진다.

우벽진이 알던 것보다 더욱 흉포하고 사나운 기세가 이 검날 속에 마치 지층처럼 아득하게 쌓인 것 같다.

역대의 천마가 써 온, 그 세월 동안 시대의 명장이 끊임없이 두드려 온 철의 역사였다.

"이거라면."

"네."

"이거라면,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가요?"

"그래. 그러니 미리 사과를 해야겠어."

"무얼요?"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어. 엄청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하지만, 적어도 일주일. 그 정도는 공방에 틀어박힐 거 같아. 지금 같은 시기에 미안하지만 말야, 교주."

"네."

"나는 지금 내 가슴이 풀무질하는 불꽃을, 도저히 억누르지 못할 거 같아."

타악-!

도진은 백설을 풀어 던졌고 우벽진은 능숙하게 그것을 받아냈다.

도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히려 환영합니다, 명장님."

* * * *

그렇게, 천마신교가 무림의 대륙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자는 이야기를 계획으로 구체화하는 사이 한유성과 카자카미가 얽힌 사건이 전개되었다.

천마신교, 국제 무림맹에 국제 안전 보장 이사회의 관계자들까지 모인 가운데 한유성에 대한 강도 높은 심문이 진행되었다.

"나는 그저 이용당했을 뿐. 아는 게 없다."

한유성은 비협조적이었다.

그렇게 비협조적인 자에게 수십 명의 실력있는, 막대한 보수를 약속받은 변호인단이 붙었다.

심증으로는 카자카미와 레너 공방이 붙여준 건데 확증이 없는 변호인단이었다.

그 변호인단이 바득바득 변호하는 가운데 한유성은 입을 열지 않고 버텼다.

"아직 처지를 잘 모르나 본데. 아니면 희망을 가지고 있나? 착각하지 마. 당신이 협조를 하든 안하든, 좋은 꼴은 못 볼 거야. 단전 박살날 거고 평생 감시받으면서 노동이나 하겠지. 근데 그거 알아? 협조 안하면 이거보다 더 아주 개 좆같은 꼴을 보게 될 거라고, 당신. 계산이 안 서? 당신 천재라면서?"

그다지 효과가 없는 압박이었다.

어차피 잃을 게 없는 상대에게 그것은 압박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진짜는 카자카미의 한유성에 대한 태도였다.

[카자카미 가문은 한유성이 카자카미에 누명을 씌우고 몰락시키기 위하여 벌인 수작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거 봐. 이런 상황인데 당신 손절하려고 이러고 있잖아. 좆같지 않어? 어차피 좆된 거면 눈꼴시려운 놈들이라도 같이 데려가야 하지 않겠어?"

분석대로라면 한유성의 성격상 이런 걸 결코 두고 볼 리가 없다.

물귀신처럼 발목 붙잡고 같이 죽자고 할 것이 한유성이다.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특히나 한유성이 열받을 만한 내용들로 추려서 보여 주었는데.

"그래. 내가 저놈들이랑 한패라고 하기만 하면, 없는 증거라도 엮어서 잡아 올 텐가?"

"……."

한유성은 카자카미가 한패라고 말하지 않았다.

-무얼 약속했을까?

며칠 동안 진척이 없는 심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지윤은 고민하고 있었다.

허무하리만치 쉽게 일이 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다.

한유성이란 인간이 위기에서 카자카미가 발뺌을 하며 모른 척을 한다면 그냥 다 같이 죽자는 태도로 술술 정보를 부는 모습이 너무나 쉽게 상상이 되었으니까.

한데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완전히 정반대로 흘렀다.

카자카미가 아주 노골적으로, 필터를 거치지도 않고 한유성이 우리를 음해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선전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음에도.

한유성은 전혀 입을 열지 않은 것이다.

이대로 가면 독박을 쓰고 단전을 파괴당한 채 아주 가혹한 환경에서 평생 징역을 살다 죽을 상황인데.

그렇다면 무언가 모르는 게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무엇인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단전이 파괴당하고 평생 징역을 살게 될 미래를 회피할 수 있을까?

나지윤은 그렇게 될 미래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도저히 짜낼 수가 없었다.

도진은 그래서 고민하는 나지윤에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모를 땐 일단 두드려 봐야지."

그리고 시선을 곁에 앉은, 정장 무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소담에게로 향한다.

"준비 됐어?"

소담은 도진의 시선에 입술을 꼬옥 모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케이. 그럼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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