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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716화 (716/741)

716화

[큐슈 황태자의 충격적인 몰락.]

일본을 넘어 세계를 뒤집어 놓은 사건을 언론에서는 그렇게 보도했다.

카자카미 우에토.

카자카미 가문의 적통이자 일본 정계의 정점에 오를 남자.

무림과 재계를 발 아래 두고 정계마저 지배할 미래가 보장되어 있던, 적어도 일본에서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주인공'이었던 남자였다.

후쿠오카 사관학교의 학생회장이자 큐슈 제일의 후기지수였고 일본의 넘버원을 쟁취했다.

세계를 기준으로 하여도 몇 개나 되는 기록을 갈아치웠으니 또 일본의 자랑이었고 그 행실에도 흠잡을 데가 없어 일본인이 동경하는 무림인 1위에 랭크되기도 했었다.

비록 몇 년 뒤.

[세계 무림을 뒤흔들고 있는 신예, 금화 재벌의 한유성.]

…이런 내용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약간 빛이 바래긴 하였으나 그래도 일본의 넘버원은 카자카미 우에토였다.

그 선망과 지지를 바탕으로 하여 정계 진출의 선봉에 섰고 무난하게, 무형독의 은밀한 지원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이 창당할 정당의 젊은 대표가 될 예정이었는데.

[초거대 스캔들에 흔들리는 큐슈의 황태자.]

-..믿을 수가 없어. 우에토상이..

-우에토상이 저런 일을 할 리가 없잖아. 저건 조작이라고!

-현실부정을 하려들지 마. 세이전주가 내놓은 증거야. 조작일 리가 없지.

-현실부정을 하고 있는 건 너야. 카자카미에 잘못된 원한을 가지고 있는 놈이 내놓은 걸 진실이라고 믿는 거야?

-코이츠www 아직도 카자카미를 믿는www

-카자카미는 이미 끝났어. 아니, 일본이 이미 끝났지www

분명히 확정되어 있었던 미래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에 일본 독감의 유행을 과거 있었던 무형독의 바이러스 테러를 언급하며 모임과 통행을 통제, 다수가 모이지 못하게 했던 게 독이 되어 오히려 인터넷이 더욱 불타오르는 추가적인 불행까지 덮쳤다.

-우에토 그 녀석, 한유성이 무형독인 걸 언급하며 지지율 끌어올리지 않았던가? 자 쓰레기죠?

-무형독 기수로 따져도 그 녀석 후배잖아? 코이츠, 기수로도 밀리는www

-기수www

-..잠깐. 우에토가 무형독이었어?

-아니야?

-아니, 무형독이란 이야긴 없었잖아?

-아닌데. 내가 분명히 봤는데. 그런짓하는 녀석과 가문이 무형독이 아닌 게 더 이상하지 않나?

-..그런가?

-그런 거 같기도?

쾅!

"…이대로는 위험해."

보고 있던 노트북을 부숴 버리며 카자카미 노보루가 중얼거렸다.

이건, 정말로 위험했다.

['죽음의 코스프레'. 그 희생양으로 선택된 채무자들.]

카자카미 우에토가 자신의 욕망을 발산하기 위해 '사용'했던 여자들은 주로 금융업을 담당한 자들에 의해 공급되었다.

그러니까 고리대금업이다.

큰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 자들과 연관된 반반한 여자들을 빚 대신 잡아와 써먹었다는 거다.

아예 눈독을 들인 여자를 파멸시켜 잡아먹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암산서가의 후계자를 향한 더러운 욕망.]

심지어 그렇게 희생된 여자들을 그냥도 아니고 서소담과 닮게 꾸며 잔혹하게 살해하는 영상이 풀렸으니 뭘 어떻게 덮을 수가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자카미가 무형독이란 소리까지 퍼지는 중이다.

댐에 난 구멍을 카자카미 가문은 메꿀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웬만한 구멍은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고 그것이 커지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댐 자체가 무너지는 걸 어떻게 할 만큼의 능력은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지금.

댐이 무너지려 하고 있다.

"그래. 위험하군."

레너 집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카자카미 노보루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야."

카자카미 우에토가 구치소에 수감된 지금에 이르러서마저도,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카자카미 가문, 영상의 진위 여부에 대해 의뢰.]

우선 영상이 조작된 게 아닌지 진위 여부를 가린다는 이유로 국가와 전문 기관에 의뢰하는 것으로 시간을 벌었다.

위기를 넘긴다면 영상은 가짜가 될 것이고 무너진다면 진짜가 될 것이다.

[(단독!)후지 사무소, 소속 연예인들을 은밀히 정계에 제공했다!]

그리고 쿄야마 쪽과 연관돼 있는, 덮어두고 있던 공격용 카드를 몇 개 뒤집는다.

시간을 끌고, 온갖 사건을 동시다발적으로 터뜨림으로써 지켜보는 이들이 피로감을 가지게 만든다.

그런 식으로 시간을 끌고 또 끌어 대중이 결국엔 진실이 무엇이든 관심없게 된 때에 유야무야 덮는 거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과 힘이 카자카미 가문엔 있었다.

허나, 그걸 천마신교가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카자카미 노보루가 살기 띤 눈으로 말했다.

"…나가요시 쥰. 그놈을 죽여야 한다."

"나가요시? 아, 장영준?"

"그래. 그놈을 죽여야, 우리가 살 수 있다."

사건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언급되지 않는 놈이 있었다.

부자연스럽게, 의도적으로 감춘 존재.

나가요시 쥰이자 장영준이다.

이번 폭로 영상을 제공한 증인이자 '유일하게 살아 있는' 증인이기도 했다.

사건이 터지고 어디서 증거와 영상들이 유출되었는지 카자카미 노보루의 주도 하에 철저하게 조사하였고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대장장이 조합, 그리고 대장장이 조합과 선이 있는 건축 조합이 도왔고 실행한 것이 장영준이었다.

처음 화질이 떨어지고 위에서 비추는 듯한 영상이 당시의 작품이다.

이후 흩뿌려지고 치워지는 게 늦은 인공 치아를 활용하기로 하고 제공한 건 세이전이었고.

결국 중심에 장영준이 있었고 이놈은 직접적으로 치명적인 증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증인이었다.

이 유일한 증인이 증언을 하기 전에.

"이놈만 죽이면, 이번 일을 덮을 수 있다."

물론 수많은 피해를 입었고 더 입어야 할 것이다.

우에토는 '무죄'가 나오더라도 5년 이상은 출마할 수 없겠지.

하지만 괜찮다.

길게 보면 된다.

최악의 경우라도 장영준만 죽여 놓으면 카자카미 노보루 자신이 나서는 것으로 대권을 잡는 데엔 문제가 없다.

레너 집스와 한유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카자카미 노보루가 말했다.

"네가 해 줘야 한다. 한유성."

"……뭐?"

"네가 해 줘야 한다고 했다."

"……."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침묵의 근원은 한유성이다.

"하. 이 씨발……."

카자카미 노보루를 보는 시선에 살기까지 띠고서, 한유성이 욕설을 씹어뱉었다.

"네 애새끼가 싸지른 똥을, 나한테, 치워 달라고?"

말 그대로 똥을 치워 달라는 말에 한유성이 열이 오른 것이었다.

안 그래도 저번 일로 인한 뒷줄의 희생 등 쌓인 게 많았는데.

여기에 한 가지 더, 자존심에 말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으니 천마를 마주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노보루가 생각한 것을 천마신교가, 나지윤이 생각하지 못할 리가 없다.

당연하게도 장영준은 아주 중요한 인물로 천마신교의 보호 아래 있을 것이다.

그렇게나 위험한 일을 카자카미 노보루는 한유성에게 떠넘긴 거다.

평소 같으면.

카자카미 노보루는 그 무례를 용인하고 설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그러면. 누가 할 거지?"

터뜨렸다.

"레너 집스가? 그럼 레너 공방을 버릴 텐가? 아니면. 내가 할까? 카자카미 가문이 아주 공중분해 되겠군."

"뭐야?"

"나오는 대로 내뱉지 말고 생각을 좀 하지. 언제까지 그따위로 감성에 잡아 먹혀 멍청한 짓거릴 할 텐가?"

"이 새끼가!"

꽈아아앙!!

경계를 넘어선 무인의 거친 내공이 폭음과 함께 일대를 부수었다.

그에 맞서 카자카미 노보루의 조용하면서도 끈적한 내공 또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이내 적을 삼키려 들었다.

드드드드…….

그렇게 금방이라도 부딪칠 것 같던 두 무인은 그러나.

"…조금 진정들 하지."

중재하는 레너 집스의 말에 거짓말처럼 기세를 거두었다.

화를 내긴 했으나 이대로 파국으로 치닫기엔 그들의 욕심이 붙든 이성이 너무나 단단했던 것이었다.

"…설명을 좀 하지."

다시 한 번 나온 레너 집스의 조용한 음성에 카자카미 노보루가 숨을 길게 내쉬고선 말했다.

"할 수 있다면 나나 레너가 했겠지만, 똑똑한 자네도 알다시피 그럴 수가 없어."

"……."

카자카미 노보루의 말을 한유성은 부정하지 못했다.

틀리지 않았으니까.

지금 '무형독'을 지탱하는 핵심은 카자카미 가문과 레너 공방이다.

그리고 특히나 카자카미 가문은 그들 계획의, 일본을 삼키기 위해 무조건 지켜야 했으니 레너 집스도 카자카미 노보루도 결코 정체를 들켜선 안 됐다.

그렇다고 아래에 모인 수하들을 쓰자니 그들 중엔 장영준 암살을 믿고 맡길 만한 실력자가 없다.

결국 경계를 넘어섰고 또 들켜도 더 떨어질 데가 없는 한유성만이 남는다.

까득-

그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 한유성이었으나 '똑똑한 한유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자네를 사지에 몰아넣으려는 건 아니야."

"……."

"우선 나가요시 쥰은 지금 한국의 비밀 안가에 숨어 있어."

"비밀 안가?"

"그래. 세이전이 준비한 안가지."

일본에서 빼돌려 한국의 평범한 별장으로 위장한 안가(安家)에 나가요시 쥰을 숨겨둔 것을 카자카미 가문이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알아냈다.

"중요한 건 그 안가에 천마신교의 수뇌는 없다는 거다."

다른 이유가 아니다.

천마신교의 핵심 인물들은 하나하나가 전 세계의 요주의 대상이니 괜히 안가를 지키겠다고 머무르다간 보안 자체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사시를 대비한 장치를 삼중사중으로 해 두었겠지만…… 너라면 문제없겠지."

"하. 타임 어택을 하란 소리군."

"바로 그거다."

그 얼마나 되는 장치를 해 두었든 경계를 넘어선 무인인 한유성이 마음먹고, 철저하게 준비하여 꿰뚫는다면 뚫리지 않을 수 없다.

그저 그 과정에서 무조건 들킨다는 게 문제일 뿐.

그러니까 한유성의 말대로 타임 어택이다.

"최단의 거리를 최고의 속도로 꿰뚫어 목표를 완수하고 빠진다. 그것을 위해 우리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야. 당장 아껴두었던 패 하나를 쓸 생각이지."

"아껴두었던 패?"

"그래."

그리고 이어지는 카자카미 노보루의 설명에.

"……후."

한유성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수락의 표시였다.

"준비가 다 되면 말해."

"고맙군."

그렇게 갈등은 아무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유성이 떠나고 카자카미 노보루와 레너 집스 둘만이 남은 자리에서.

"아깝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슬슬 쳐내야겠군."

"언제까지고 불안 요소를 남겨둘 수는 없지."

"그래. 한 번 선을 넘은 흔적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 법이니."

그들은 한유성의 제거를 논하고 있었다.

경계를 넘어선 무인을 잃는 건 뼈아픈 손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고 자신을 찌를 수 있다면 과감하게 쳐낼 줄 알아야 한다.

당장의 손해가 아쉬워 앙금이 남아 뒤를 찌를 수 있는 불안 요소를 남겨두는 건 어리석은 짓이니.

그리고 그들은, 그 손해를 메꿀 수 있는 비장의 수단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가소천의 보물 창고를 더 빨리 수습해야겠군."

* * * *

무진혁.

그는 대한민국 명문 무가 중 하나인 군홍무가의 둘째였다.

한때. 학창 시절에 일진 노릇을 하며 업보를 제법 쌓았으나 돈으로 충실하게 그 업보를 청산하고 그럭저럭 집안 일을 하며 잘 살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살고 있는 지금에 상당히 감사했는데, 가정 교육으로 배운 '처신 잘하는 법'에 따라 이렇게 업보를 미리미리 청산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천마를 안 좋은 일로 마주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숭무고 시절 S4라는 이름으로 어울렸던 친구들만 보아도 그렇다.

곽필섭은 아예 집안이 반토막이 났었다.

굴지의 재벌이었던 관현 그룹이, 그것도 학창 시절의 아직 소천마조차 아니었던 김도진에 의해.

그리고 천마라 불리는 지금은 무형독과 연계하였음이 들통나며 아예 공중분해됐다.

곽필섭? 그놈은 애저녁에 감빵에 들어갔고 아마 평생 바깥으로 못 나올 거다.

그에 비해 오대용은 어떤가.

천마의 친구라 불리며 세계 어딜 가든 VVVIP 대접을 받으며 스스로도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가 된 오성 그룹의 '대권'을 노리는 유력 주자다.

김도진과의 관계에 따라 이렇게나 극명하게 갈린 것이다.

무진혁은 처음엔 김도진과 대립 관계였다.

그러나 상황을 잘 읽고 태도를 바꾸어 처신을 잘함으로써 지금은 이렇게.

-오랜만이야.

"그래."

전화로나마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관계를 다질 수 있었다.

'뭔 일이지? 내가 잘못한 게 있나?'

우선은 먼저 그런 생각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짚어도 책잡힐 만한 게 없어 일단은 마음을 편히 가졌고.

-다른 게 아니라 태양권가 관련해서 부탁 좀 할 수 있을까 해서 전화했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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