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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709화 (709/741)
  • 709화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 슈퍼스타 B. 우승자는!]

    슈퍼스타 B가 역대급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우서진과 클로에가 결승에서 맞붙어 우서진이 승리.

    우승자는 우서진, 준우승자는 클로에로 결정되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에서는 박빙이었는데 시청자 투표에서 승부가 갈렸다.

    -아.. 내 요즘 살아가는 낙이었는데. 끝나 버렸네.

    -너무 아쉬워서 자꾸 눈앞에서 아른거리는데 이걸 달래줄 게 없다..

    -이게 노래나 뭐 그런 거였으면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일반인 대장장이 경연이다 보니 더 뭘 어떻게 파고들거나 덕질할 게 너무 없음 ㅋㅋ

    네티즌들은 후유증과 함께 이 갈증을 달래줄 것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서진도 그렇고 클로에도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었으며 따로 외부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게 천마신교의 너튜브 채널에서 간간이 등장할 때 정도이니 끝이 아쉬워 무언가를 더 보고 싶어도 그럴 만한 게 너무 없었던 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슈퍼스타 B 시즌2 해야 하는 거 아님?

    -그러게. 미국에서 했으니까 이제 한국에서도 해야 한다고 생각함

    -ㄴ222222

    -ㄴ333333

    -사실 장인 정신하면 서양보단 한국이제.

    -조금만 가까웠으면 직접 가서 볼 수 있었을 건데 미국은 솔직히 너무 멀었음.

    -바른 엔터는 한국 기업이잖아. 한국에서도 해야 한다고 생각함. 소신발언~

    -이렇게나 대박쳤는데 당연히 시즌2 나오겠지 ㅋㅋ 곧 기사 뜰 거임.

    그리고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기사가 정말로 떴다.

    [바른 엔터, "슈퍼스타 B 시즌 2 제작하겠다"]

    -오 ㅋㅋㅋㅋㅋㅋㅋ

    [바른 엔터. "슈퍼스타 B 시즌 2는 한국에서 열릴 것"]

    -컄ㅋㅋㅋㅋㅋㅋ! 이거지!

    -뒤졌따 ㅋㅋㅋㅋㅋ 직관간다 ㅋㅋㅋㅋㅋㅋ

    기사에서 말한 대로 슈퍼스타 B 시즌 2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시즌 1이 미국에서 열린 만큼 서양 참가자 위주였으니 시즌 2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그림을 그렸고 한중일의 라이벌 관계가 잘 드러날 것이라 기대했다.

    바른 엔터는 시즌 1보다 더 성공할 시즌 2를 제작하기 위하여 다방면으로 움직였다.

    관계 부서와 접촉하여 협조를 구하는 건 물론이요 대장장이 협회와도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

    현지 촬영 등 여러가지 이유로 한국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중국, 일본, 터키 등 여러 나라에 사람을 파견했는데 바른 엔터의 대표인 도진이 직접 활발하게 움직였다.

    한국에서의 협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순조로웠고 다음으로 향한 중국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른 엔터 대표 김도진의 다음 행선지는.

    [바른 엔터 대표 김도진, 일본 독감으로 인해 일정에 차질 생기나?]

    일본이었다.

    * * * *

    중국에서의 일정을 마친 도진은 슈퍼스타 B 시즌 2 제작진과 함께 공항에서 바로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큐슈 공항에 내려 환승, 요코하마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는데 예정에 없던 변수로 인해 공항에서 잠시 발이 묶이게 됐다.

    상황을 확인하러 갔던 스태프가 돌아와 말했다.

    "독감 때문에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독감이요?"

    "예. 특히 이곳 큐슈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흐음."

    갑자기 시행된 '방역 조치'가 원인이었다.

    근래 지방에서부터 일본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큐슈가 특히나 유행이 심하다고 했다.

    슬슬 쌀쌀해지는 시기였고 독감이 유행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무림인 중에서도 독감에 걸리는 이가 많이 나오자 과거 무형독이 벌였던 바이러스 테러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것이었다.

    분석이 끝날 때까지는 철저하게 방역 조치를 하기로 결론이 났고 그로 인해 도진 일행의 일정에도 딜레이가 발생했다.

    외국에서 들어온 만큼 따로 검사를 받지는 않았지만 탑승해야 할 차량은 물론이요 비행기까지도 철저한 방역 작업을 하느라 출발이 늦어졌다.

    마찬가지로 방역을 이유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도 못한 채 공항에서 두 시간을 넘게 기다려서야 환승을 할 수 있었고 해가 저물어 갈 즈음에야 목적지인 요코하마에 내릴 수 있었다.

    "휑하네요."

    "예. 생각보다 더 심각한 모양입니다."

    요코하마라고 하면 손꼽히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휑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저녁이라고 하나 이른 시간.

    오히려 퇴근 시간까지 겹쳐 활발해야 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드물었다.

    이 정도나 되는 상황이면 한국에도 벌써 뉴스로 나왔을 법한데 도진이 연관된 오늘에서야 뉴스가 났다.

    도진은 일정을 바꾸어 바른 엔터 일본 지사가 준비한 차량을 타고 도쿄에 있는 일본 지사 사옥으로 향했다.

    일정대로라면 다른 가야 할 곳이 있었는데 방역 조치로 인해 시간은 물론이요 만남 자체가 어렵게 되어 약속이 캔슬되었다.

    "어서 오세요, 대표님."

    "네, 은지 씨. 잘 지냈어요?"

    "음, 좀 심심하게 지냈어요."

    짐을 푼 도진은 편한 차림으로 사옥에 머물고 있던 이은지와 인사를 나누었다.

    도진과 마찬가지로 편한 원피스 차림의 그녀는 일본 지사 그 자체라고까지 불리는 슈퍼스타다.

    본래 한창 콘서트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어야 할 그녀는 그러나 역시, 그 방역 조치로 인해 콘서트가 캔슬되어 이렇게 타의로 인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요즘 좀 뒤숭숭하죠?"

    "네. 온통 그 이야기만 하고 있어요. 지금도, 이렇게."

    이은지가 휴게실에 마련된 커다란 TV를 켰다.

    띠리링,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켜진 TV 화면에서는 전혀 맑지 않은 내용이 흘러나왔다.

    -그들은 구태의연한 모습을 지금에 이르러서도 전혀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명문의 이름을 말하는 그들이 그에 어울리는 결과를 일본에 가져다 주었습니까? 아니, 전혀 가져다 주지 못했습니다.

    -중국을 보십시오. 무공의 기원이 중국이 아니었다는 게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세계 무림에서 중국은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은 어떻습니까. 굳이 천마의 존재를 논하지 않더라도, 천마 이전에도 한국 또한 세계에서 경쟁했습니다. 천마가 있는 지금은 중국마저 밀어낼 기세이죠. 하지만! 일본은 지금 무얼 하고 있습니까.

    -일본의 정신을 논하며 스스로의 수양을 추구한다는 논리로 세계에 나서기는커녕 안으로만 파고들지 않았습니까.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지금 세계 무림에서 우리 일본의 이름은 어떻게 여겨지고 있습니까.

    정장 무복 차림의 머리가 벗겨져 더욱 나이가 들어 보이는 중년인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기존의 정치인들을 진영 가릴 것 없이 신랄하게 비판하였는데 그러면서 내세우는 것이 지금 일본을 뒤흔들고 있는 그것.

    -정무일치. 이 시대에 정치와 무림은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무를 닦지 않은, 무를 닦지 못한 이의 몸은 결코 바를 수 없고 바르지 않은 몸에 바르고 강한 정신이 깃들지 못하는 것은 필연. 후퇴하고 만 일본의 부흥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과감한 선택을 내려야만 합니다.

    정무일치(政武一致)였다.

    "분명히 이웃나라인데, 정말로 낯설어요."

    일본에서 오래 활동한 이은지는 그러나 여전히 일본이 낯설다고 말했다.

    정부와 법보다 지역 유지인 거대 문파가 우선하는 현재의 일본에 이은지는 외국인으로서 완벽히 적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요즘.

    조금은 익숙해졌다 싶었던 일본의 그런 모습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대문파들의 선전은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더 강한 일본. 세계의 중심에 서는 일본을 위해 구태가 만연한 썩어빠진 정치계를 뒤엎고 쇄신하자.

    세습 정치를 버리고 진실로 능력 있는 이를 밀어주자.

    귀를 솔깃하게 하는 주장에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었고 이제 거대 문파는 돈과 무력에 이어 권력마저 틀어쥐기 일보직전.

    바로 무형독이 원하는 일본을 삼키는 그림이었다.

    '늦든 빠르든 이렇게 될 거긴 했지만.'

    사실 일본이 이렇게 될 것은 정해져 있었다.

    문제는 이 정해진 미래를 주도하고 원하는 대로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을 손에 넣는 것이 천마신교의 이단 세력이자 무형독이라는 것이다.

    큐슈를 장악한 카자카미 가문.

    한유성의 흔적을 짚어 나가 레너 공방에 이르렀고 레너 공방이 무형독이라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흔적은 이내 카자카미 가문에까지 이르렀으니 카자카미 가문이 큐슈 지방의 패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형독으로서의 숨겨진 힘이었다.

    '남아 있는 이단 세력의 중심은 레너 공방과 카자카미 가문.'

    점조직으로 흩어져 있는 광신도들을 묶고 있는 힘의 정체가 비로소 드러났다.

    그리고 그들의 계획까지도.

    나쁜 놈들이 지은 죄에 걸맞는 벌을 받는 세상.

    도진은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들의 계획을 깨부수고 벌을 내릴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 다음날.

    도진은 요코하마로 향했다.

    * * * *

    요코하마는 일본의 LA로 불리는 곳이었다.

    모두에게는 아니고 대장장이들이 주로 그렇게 불렀으니 요코하마가 일본 대장장이계의 총본산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명장 가문이 여럿 있었고 그들을 중심으로 한 대장장이들이 모여 살면서 대대로 가업을 잇는 대장장이 마을까지 생겼다.

    그리고 마을에 대장장이 총조합의 본부가 들어섰으니 도진의 목적지였다.

    일반인은 물론이요 무림인들 또한 마을을 찾는 이가 적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독감으로 인한 방역 조치 때문인지 왕래하는 이가 드물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까앙- 까앙-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서 들리는 망치 소리마저도 공허하게 느껴지는 마을을 도진은 두 명의 스태프와 함께 마스크를 쓰고 천천히 걸었다.

    "어서 오십시오."

    약속이 되어 있었기에 마중나온 총조합 직원의 안내에 따라 회의실로 이동했다.

    큼지막한 회의실에서 멀찍이 거리를 두고 배치된 책상에 앉아 슈퍼스타 B 시즌 2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멀찍이 거리를 띄우고, 그나마도 사람이 열 명을 넘지 못하게 제한한 자리였다.

    도진은 전생의 방역 조치가 떠오르는 자리에서 그들의 회의적인 반응을 마주했다.

    "글쎄. 우리가 참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장인이 방송에서 오락거리로 가벼이 비칠 걸 염려하는가.

    일순 그리 생각한 스태프였지만 곧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저들의 어두운 기색에서 읽을 수 있었다.

    다부진 체격임에도 왜소하게 느껴지는, 어떤 거대한 것 앞에 무너진 얼굴의 대장장이가 말했다.

    "우리가 참여하고 싶다고 해도, 마을이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뜻입니다."

    "여러분들이 마을의 대표가 아니십니까?"

    스태프의 물음에 대장장이들이 패배감에 찌든 얼굴로 웃었다.

    "맞습니다. 우리가 마을의 대표지요. 하지만 우리는 마을을 대표할 뿐, 마을의 행사를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 * * *

    첫 번째 미팅이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이 나 버렸다.

    스태프들은 대장장이 마을의 대표로 나온 대장장이들의 말을 앉은 자리에서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천천히 걷는 사이 곰곰이 생각하여 그 뜻을 유추할 수 있었다.

    "이 마을도, 거대 문파의 아래에 있다는 뜻이군요."

    "그 문파의 허락없이는 촬영 협조조차 할 수 없다는 것 같습니다."

    두 스태프의 말에 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장이들의 말은 분명히 그 뜻이다.

    그들이 마을을 구성하고 있지만 정작 마을은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도진의 발걸음이 그 마을의 바깥이 아닌 오히려 안쪽으로 향했다.

    스태프들은 사전에 들은 것이 있었기에 의문없이 뒤를 따랐고 이내 고풍스런 현판이 걸린 어떤 일본식 전통 주택 앞에 섰다.

    그 앞에서 도진은 기억 속에 있는, 그러나 기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된 이를 마주하게 됐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네. 오랜만입니다, 쿠사나기 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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