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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705화 (705/741)

705화

오늘 공연의 경호를 맡은 업체는 이쪽 업계의 프로들이었다.

한데 묶어 경호 업체라고 하지만 사실 이쪽도 전문 분야에 따라 제법 세분화되어 있으니 그들은 특히 연예 공연 쪽 전문인 것이다.

연예 공연 쪽이라 하면 이를테면 줄을 서서 입장하고 또 퇴장하는 과정에서 있는 온갖 안전 문제나 몰래 숨어들려는 자들을 거른다거나.

또 이를테면 보안팀에서는 이쪽으로 걸려 오는 '장난 전화'를 응대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있다.

-공연장 내에 폭탄을 설치해 뒀거든?

"폭탄 말씀이십니까?"

-그래. 폭탄이야. 터지면 적지 않은 사상자가 나올 거야.

"……."

재빨리 모드를 스피커로 바꾼 직원이 상급자와 눈을 맞추었다.

장난일 확률이 높지만, 실제로 대부분 이런 류의 전화는 악질적인 장난이었지만 매뉴얼에 따라 스피커 모드로 바꾼 것이다.

상급자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통화가 계속되었다.

본래의 목소리를 알 수 없도록 심하게 변조한 목소리가 말했다.

-믿기 힘들다면 지금 내가 말해주는 위치를 확인해 봐.

그가 한군데를 말했고 요원 한 명이 즉시 그 위치로 이동, 확인하였다.

그리고.

"폭탄 확인했습니다."

"……."

지금 걸려온 전화가 장난 전화가 아닌, 테러범의 협박 전화가 되면서 상황실이 긴장으로 얼어붙었다.

-그걸 건드리지 않은 건 현명했어. 액체거든. 알잖아? 액체 폭탄은 잘못 건드리면 바로 폭발하는 거.

"…무얼 원합니까?"

윗선에 연락을 넣은 상급자가 나서서 대화를 시도했다.

테러범이 가벼운 태도로 원하는 바를 말했다.

-지금 당장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걸 관객들에게 알리도록 해. 그러지 않으면, 아주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거야.

"……."

테러범의 목적이 일단 공연을 망치는 거라는 걸 지금의 요구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정도라면, 들어줄 수 있는 선이었다.

막대한 금액을 요구한다거나 연예인 누구를 어디로 보내라거나 하는 등의 지시에 비하면 이건 오히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폭발물이 설치됐다고 안내한 뒤 아티스트와 관객들을 안내에 따라 바깥으로 내보내는 건 차라리 쉬운 일이다.

문제는.

'겨우 그걸로 끝일까.'

요구가 여기서 그칠까라는 걱정과 함께 말은 그렇게 해 놓고서 다른 짓을 할 가능성이었다.

생각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그는 우선 알겠다고 대답하려 했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기 전 다른 이가 대답을 해 버렸다.

"아니. 오늘 좋지 않은 일은 일어나지 못해."

'!!!'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린 그는 거기서 한 번 더 놀라고 말았으니 대답한 이가 다름 아닌 천마(天魔).

김도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저에게 맡겨 주세요. 협의를 하고 온 길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혀를 대신하여 눈이 그렇게 대답했다.

곧 도진에 이어 경호 업체의 책임자와 이번 공연의 책임자 등 각 담당 분야의 최고 책임자들이 들어섰고 스피커 너머 변조된 목소리가 말했다.

-좋지 않은 일은 일어나지 못해? 뭘 믿고 그런 소릴 하는 거지? 내가 터뜨리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 행동이 가지는 의미의 무게를 안다면 터뜨리지 못하는 게 당연해."

"그걸 터뜨림으로써 다치게 될 사람들의 고통과 그 주변 사람들의 고통, 생각해 본 적 있어?"

-하. 뜬구름잡는 소릴 하는군.

"아니면. 너로 이내 망쳐질 공연으로 인한 결과는 어때?"

"오늘을 위해 피땀흘려 노력한 아티스트들, 가정을 지탱하는 생업으로 오늘의 공연장을 만든 사람들. 그리고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고 오늘을 즐기고 있던 사람들까지도."

"너 하나 때문에, 모두 망쳐지는 거야."

-……헛소리는 그쯤 하지. 그런 개소리로 시간을 끌어서 무얼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용없어. 폭탄에는 GPS도 있고 센서도 달려 있어서 허튼 수작을 부리려 들었다간 바로 폭발해 버릴 테니까. 닥치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고.

더 들어주지 않겠다는 듯 장난기가 가신 어조였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허나 도진은 굳이 물었다.

스피커 너머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왜냐고? 간단한 이야기야! 동양인 새끼들이 잘난 듯이 설치는 게 주제 넘은 짓이라는 걸 알려 주려는 거지!

"하. 멍청하기 짝이 없는 소리네."

도진은 대번에 그것을 비웃었다.

당연하게도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이었고.

-뻐킹! 주제 파악을 하란 말이야! 마지막으로 말하겠어! 시킨 대로 하지 않으면 당장 공연장을 폭파시켜 주지!

변조된 채 소리쳐 귀에 거슬리는 그 말에 도진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해 봐."

"……!!"

-……뭐?

"해 보라고."

-……미친 새끼가. 그래. 바라는 대로 해 주지.

조금은 머뭇거린 테러범은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빼는 모습을 오기로라도 보이기 싫었기에 폭파 명령을 내렸고.

"……."

"……."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 뭐?

-뭐야?

-이상은 없는데?

당황하여 중얼거리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하여 퍼져 나갔다.

그리고 도진이 문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혼잣말인듯 보였으나 사실은 착용하고 있던 인이어로 대화를 나눈 것이었다.

짧은 대화를 끝낸 도진이 테러범에게 말했다.

"공연은 곧 종료될 거야. 조기 종료지. 그리고 너는, 그렇게 조기 종료된 공연의 대가를 치를 거야."

-무슨 소리지? 어이! 대답을 하라고!

변조된 목소리가 버럭 소리쳤으나 도진의 대답은 없었다.

이미 몸을 돌려 상황실을 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도진이 향하는 곳은 한창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무대다.

공연이 중단되기 전 마지막으로 진행될 무대.

동생, 유진이가 리더로 있는 뉴에이지의 무대를 도진은 두 눈에 담았고.

"잘하네, 우리 유진이."

미소지으며 무대 위로 향했다.

* * * *

그날 밤. 미국과 한국을 뒤흔드는 뉴스가 퍼져 나갔다.

[에몬트홀에 폭탄을 설치한 미성년자 테러범 긴급 체포!]

-?

-뭐?

그 어떤 어그로도 없는 사실만을 나열한 제목이었으나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휘어잡기에는 차고도 넘칠 만큼 충격적이었다.

에몬트홀에 폭탄을 설치한 테러범이 체포됐다니.

마우스가 향할 수밖에 없었고 이어진 내용, 그리고 관련하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은 하나 하나가 소위 말하는 '레전드'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오밤중에 갑자기 소란스러워서 창문 여니까 특공대랑 무림인들이 몰려들어서 누군가를 끌고 가더라고. 겨우 한 명을 그렇게 몰려와서 끌고 가니까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아니, 그러니까 LA 부촌에 사는 잼민이가 무려 바른 엔터 콘서트 하는 곳에 폭탄을 몇 개나 설치하고 협박 전화를 했다는 거야? ㅋㅋㅋ 레전드네 ㅋㅋㅋ

바른 엔터의 아티스트들이 콘서트를 진행 중인 에몬트홀에 폭탄을 설치한 테러범이 붙잡혔는데 10대의 미성년자였다는 이야기.

-더 레전드는 그 잼민이 붙잡으러 출동한 문파가 정의검가고 소검후 유지은이 나섰다는 거임 ㅋㅋㅋ

-ㅁㅊ 소검후가 갔어?

-ㅇㅇ 그냥 바로 문짝 두 동강 내고 뒷목 붙잡고 끌고 나왔다던데?ㅋㅋㅋ

그 미성년자를 붙잡은 것이 이름높은 소검후 유지은이었다는 이야기.

-와, 유지은이 붙잡으러 갔다니 그놈도 재수가 없네.

-아니 진짜는 그게 아님 ㅋㅋㅋㅋㅋㅋ

-? 유지은이 진짜가 아니면 뭐가 진짜임?

-니들 모르냐. 거기 콘서트에 오늘 교주님 동생 나오는 거.

-ㅁㅊ?

-그 자리에 교주님이 계시는데 잼민이가 폭탄 설치했다고 전화했다는데?

-.........................ㅋ?

-그리고 그 전화 교주님이 받으셨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쳤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어어어어어어어어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자살을 그런 신박한 방법으로..

-왜 자살임. 교주님의 '불살주의' 모름?

여기에 협박범과 통화한 것이 천마였다는 이야기는 과연 뒤집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폭탄 발견한 교주님이 정의검가에 전화해서 협조 요청한 거라고 우리 사촌 누나 전 남친인 거기 직원이 말해 줌.

-사촌 누나 전 남친이랑 도대체 무슨 사이길래 그런 이야길 해 주냐

-SNS에 현장 후기 떴다!!

그리고 한창 떠들썩한 가운데 올라온 현장 후기까지.

[사실 좀 많이 망설였음. 한국도 아니고 미국까지 비행기 타고 가서 봐야 할까 이렇게까지 돈과 시간을 쓰는 게 맞는 걸까.. 그런데 가기로 한 게 내 인생 최고의 판단이었음. 보이냐? 교주님 사진.

뉴에이지 노래 끝나고 갑자기 무대 위로 교주님이 올라오시더라고. 우리 김 리다, 교주님 동생부터해서 뉴둥이들 뉴리둥절하는데 교주님이 마이크 잡으시더니 테러범이 폭탄을 설치했다는 거야. 모조리 다 이게 몬소리지하는데 교주님이 허공섭물을... 엌ㅋㅋ 그래 허공섭물 맞음 니들이 아는 그거 ㅇㅇ 그걸로 관객석 어디서 박스 하나를 둥실 띄워서 가져가시더라. 이것만 해도 비행기값은 벌고도 남는 거였음 ㅋㅋㅋ

안 터지게 다 조치는 했는데 이대로 공연을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중단한다고 했음. 대신 내일 추가로 공연할 거라고 했고 우리는 요원 안내 따라서 바깥으로 나가고 했는데 가는 길에 소검후까지 봤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 내일도 게스트로 교주님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이게 로또 아니면 뭐임? 컄ㅋㅋㅋㅋㅋ]

-아.. 개부럽다..

-아시발.. 왜 난 티켓 취소했지?

-ㄴ니가 취소했냐? 고!맙!다! 덕분에 우리 유지은 여신님 봤다 ㅋㅋㅋ

-아.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에몬트홀 사건은 새벽까지도 현실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화제의 중심에 있는 도진은 뒤처리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 사건을 인지하고 움직인 것이 도진이었고 끝까지 깊이 개입한 것도 도진이었기에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았다.

폭탄을 설치한 것은 사주를 받은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일을 지시한 주동자가 따로 있었기에 도진은 고민해야 했다.

당장 폭탄을 찾고 무력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금의 도진에게 폭탄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이요 기폭을 위해 필요한 부분만을 감지하고 베어내는 것까지도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실제로 도진이 그렇게 폭탄을 찾아내고 무력화하는 데에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기폭을 위해 필요한 부분만을 베어냈기에 원격으로 폭탄을 관리하던 테러범은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인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진은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폭탄을 무력화하고 그것을 설치한 아르바이트생을 잡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을 사주했던 테러범까지 잡기를 원했고 콘서트를 망치지 않기를 원했다.

때문에 고민을 하였고 마침 도진을 도와줄 수 있는 이를 떠올렸으니 도진에게 다가와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지극히 아름다운 명검(名劍)의 기세가 어린 미녀.

"후배!"

"네, 선배."

소검후(小劍后) 유지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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