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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692화 (692/741)

692화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르지만 어두운 아침.

그러나 사람들은 그 어두운 아침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었으니 아침 속보가 그만큼이나 대단했기 때문이다.

[서부 무림 대책위원회, 서부 무림 토벌 작전 진행중.]

-............................????

-?????

-아니 이게 왜 진행중임? 나도 모르게 한 달 정도 시간 스킵됨?

-스킵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진짜 스킵 된 거 아님? 이거 왜 진짜 진행중인데 ㅋㅋㅋㅋ

서부 무림 토벌.

어제만 해도 한 달 뒤에 시작할지 두 달 뒤에 시작할지 기약조차 없던 이야기였다.

예산 편성은 단어만 봐도 기대가 되질 않았고 참가 문파 서류 검토 같은 것도 빨리 되는 게 이상한 작업 아니었던가 말이다.

제아무리 천마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 해도 그럴 지경이었으니 사실상 기대를 접어가던 단계였는데 돌연, 그 작전이 '진행중'이라고 하니 눈부터 비비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오피셜로 진행중임이 발표되자 대번에 관심에 불이 붙었고 상황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서부 무림 봉쇄되고 있다는데?

-바할라부터 해서 공백지대였던 곳이 현지 문파 무인들로 봉쇄되고 있는 중임 ㅇㅇ

-? 뭔데. 그거 봉쇄만 한다고 소탕이 되나? 오히려 인질극 당하는 거 아님?

-이건 어디까지나 도주 방지용이고 제압팀은 벌써 들어갔다는데?

-남쪽 서부 무림 존나 넓지 않음? 그거 봉쇄팀하고 제압팀을 나눌 여유가 되나? 그것도 하룻밤 사이에?

-제압팀이 스무 명도 안 되는 소수라고 함. 극비 문서에 따르면 포위섬멸한다고 하는데?

-아니 지랄 ㅋㅋㅋㅋㅋㅋㅋ 거기 새끼들 최소 수백 명인데 스무 명으로 무슨 포위섬멸을 하는뎈ㅋㅋㅋㅋ 전설의 포위섬멸진이라도 쓴다냐 ㅋㅋㅋㅋ

-포위섬멸진 ㅇㅈㄹㅋㅋㅋ

-포위섬멸 맞다는데?

-뭔 재주로 스물이 수백을 포위섬멸한다는데?ㅋㅋㅋ

-천마랑 벽태웅이랑 서소담이랑 윤상미랑 오대용이랑 뭐 이렇게 들어갔다던데.

-뎃.

-?

-..되겠는데?

-되는데?

-외않됌?

-...왜 내가 틀림? 내가 맞아야 하는 거 아님?

-응 니가 틀렸네요. 축 상식 사망.

* * * *

"으아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

어슴푸레한 사막.

공포로 가득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비명이 울려 퍼지는 건 지극히 기괴한 공간이다.

전귀맹(錢鬼盟). 돈에 미친 귀신들의 집단으로 나름 은신과 기습을 장기로 한다.

그 장기를 살릴 수 있도록 지어진 복잡하고 기괴하며 또 그늘이 많은 본거지를 지금 전귀들이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발버둥치고 있었다.

자신들의 본거지를, 공포에 질려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하는 자들.

그러나 그들은 채 한 걸음도 가지 못해 바닥에 나자빠지고 있었다.

무엇이 무엇을 어떻게 한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마치 늪처럼. 보이지 않는 원한 서린 손이 발목을 붙잡은 것처럼.

그들은 손톱이 빠질 정도로, 소름 끼치게 필사적이었으나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바닥을 허우적거려야만 했다.

어떻게 보면 본거지 안에 포위당한 모양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빠져나갈 수 없는 포위망 안에 갇힌 무력한 형상.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포위'한 건 경악스럽게도 단 한 명.

스으.

마치 두 개의 다른 장면을 합성한 것처럼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도진이다.

도진이 나타남으로써 이 기괴한 공간이 그나마 '현실적'인 구도를 갖추었는데, 도진을 중심으로 하여 거미줄이 펼쳐진 듯 전귀들이 허우적거리는 그림이 완성되었던 것이다.

선이 이어져 있다.

그 선을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점은 그러나 또 다른 선을 결코 이을 수 없으니 도진이 홀로 전귀들을 모조리 포위한 형국이었다.

그리고.

"어때?"

"네, 맞아요."

그런 도진의 옆에 서는 것이 함께 온 최태호였다.

도진의 의뢰주.

의뢰주 최태호는 두 손으로 묵직한 자루를 들고 있었으니 다름 아닌 서부 무림의 범죄자들이 돈놀이에 썼던 서류들이었다.

불법의 증거. 그리고 도진이 지금 서부 무림에 개입하여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이다.

나라를 얽매고 있는 명분은 크고 복잡하다.

이 서부 무림이 공백 지대가 된 것도 그런 크고 복잡한 명분 때문이었고 소위 말하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도 한둘이 아니었으니 본래 이런 식으로, '아이의 의뢰를 받아 천마가 움직이는' 건 당연히 안 될 일이었다.

금랑회나 전귀맹 등의 거대 세력이 이렇게나 허무하게 무너진 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범죄 집단이란 것들이 그런 '법'을 믿고 있던 부분도 컸다.

절차란 건 지지부진한 것이니 지켜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 작용한 거다.

이번 토벌은 그 맹점을 찔렀다.

좀 나쁘게 말하자면…… 날치기다.

아니, 조금 안 맞는 단어다.

그와 관련한 부분을 수정하는 데 몰래 한 서부 무림 대책위원회의 회의에서 만장일치가 나왔으니까.

어디까지나 화상 회의로,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있었던 일이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어쨌든 그게 통과됐다는 거다. 늦지 않게.

그리고 서부 무림과 내통하고 있던 노르드와 벨라의 왕자들은 그 정보를 전하지 않았고 이렇게 완벽하게 기습에 무너지는 중이다.

최태호를 의뢰주로 하여 개입의 명분을 만들었다.

명분으로 하는 최태호의 의뢰는 서부 무림의 범죄자들이 민초들을 고리대금업으로 괴롭혔다는 것.

도진은 어디까지나 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움직였을 뿐이다.

…그것이 단신으로, 아니 의뢰주인 아이까지 데리고 거대 범죄 조직의 본거지에 쳐들어가 초토화를 시켰다는 게 조금 특별했을 뿐.

그리고 더 특별한 것은 그 특별한 의뢰의 수행이 지금 사막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다.

꽈앙!

꽈아앙!

비명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구겨진 채 허공을 날다 흙 속에 처박히는 자들이 속출하도록 만드는 건 벽태웅.

쩌저저적!

"허어어억!"

사막에 흐드러지는 얼음꽃을 피우는 윤상미.

꽈르르르릉!!

천벌과도 같은 번개를 몰아치는 건 서소담이다.

단신으로 무리를 몰아쳐 섬멸하는 이들이 있다.

뻐억!

"케헥!"

"그래. 내가 엑소시아의, 투마전의 성민혁이다!"

쿠오오오오!!

"으아아악!!"

"…저거 중2병 온 거 맞지?"

빠아아악!

"켁."

"원래 형님 나이 정도면 중2병이 심해질 만도 하죠."

"스물 넘어서?"

"남자는 원래 그래요."

여기에 마을을 지키기 위해 또 개인의 자격으로 활약하는 이들까지.

피해자를 만들지 않고 오로지, 철저하게 범죄자들만을 섬멸하는 토벌 작전이 늦은 밤부터 시작하여 날이 밝는 아침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여기에 만전을 기하고 제압한 범죄자들을 압송하기 위한 서부 무림의 봉쇄까지가.

"말도 안 돼. 내가, 이 내가……."

"……."

압송되어 철창 안에 처박힌 노르드와 벨라의 왕자들은 몰랐던 진짜 토벌 작전이었다.

겉으로는 지지부진하게 일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게 속이고 실제로는 단번에 대규모의 토벌대를 진격시켜 초토화시키는 것…… 으로 두 왕자는 알았지만 둘을 속이기 위한 가짜 계획이다.

진짜는 도진과 벽태웅 등 소수 정예가 범죄 집단을 토벌하고 또 소수는 서부 무림 내 마을을 지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진행 중으로 알고 있던 대규모 토벌대는 사실 서부 무림을 봉쇄하기 위한 봉쇄팀이었다.

이렇게 일을 상상도 못할 만큼 빠른 타이밍에 실행할 수 있었던 건 두말할 것도 없이 오성아의 덕분으로, 밤마다 처리하던 그 어마어마한 양의 서류들이 이와 관련한 것들이었던 거다.

그 노력에 힘입어 토벌 작전은 성공했다.

소수 정예가 범죄자들의 본거지를 '포위 섬멸'하였고 따로 떨어져 있던 범죄자들에게서 그동안의 협행으로 지리를 익히고 인망을 쌓았던 이들이 마을을 지켰다.

그렇게 일이 진행되는 중에 대규모로 무인들을 움직여 서부 무림을 봉쇄하였으니 나름 자리를 잡고 이리저리 눈과 귀를 펼쳐 두었던 자들이 낌새를 느끼고 대처하는 것마저 불가능하였고 다 의도한 대로였다.

외부에서는 내부의 일로 동요하는 외부, 특히나 노르드와 벨라의 왕자부터 시작하여 서부 무림과 협력하였던 자들의 신병을 빠짐없이 확보하였으니 그야말로 일망타진.

몇 년에 걸쳐 쌓아온 것들이 결실을 맺음으로써, 하루아침에 서부 무림에 기생하던 범죄자들이 소탕되는 신화를 썼다.

* * * *

본래 일이란 게 그렇다.

일 자체보다 그 뒤처리에 더 많은 품이 들어가고 이야기가 나오는 법이었다.

[천마가 '천마'했다. 서부 무림 단 하루 만에 토벌.]

-아 ㅋㅋㅋ 이게 진짜 하루만에 되네?

-이게 시발 어케 하루만에 됨 진짜 ㅋㅋㅋㅋㅋ

-천마 의심한 배교자 읍제? ㅋㅋㅋㅋ

-아니 이건 솔직히 의심해도 무죄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ㅋㅋㅋ 이게 어케 되냐고 ㅋㅋㅋㅋ

밤 사이 서부 무림의 범죄자들이 토벌되어 버렸고 그들과 연결되어 있던 부패한 자들까지 줄줄이 엮여 수갑을 찼다.

심지어 그렇게 수갑을 찬 이들 중에 무려 두 곳이나 되는 나라의 왕족마저 포함돼 있었으니 그 뒤처리가 얼마나 될지 도진으로선 아득할 지경이었다.

당장 바할라를 포함한 남쪽의 여섯 개 나라에다 세계 무림맹, 그 외 연관된 국제 단체까지.

우르르 몰려든 그들은 당분간 꽤나 골치를 앓아야 할 것이다.

다만 그게 남 얘기만은 아니었으니 천마신교 내에도 당장 투마전의 수장인 슈미트라가 바할라의 왕이요 서부 무림 대책위원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오성아도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이게 다 밥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어요?"

씨익 웃으며 도진이 말했고 함께 걷는 오성아는 조금 뚱한 얼굴이었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니. 그러면 조금 생계형 같잖아."

"에이. 먹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데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먹어도 살 안 찌는 무림인이란 건 꽤 좋은 직업인 거 같아요."

"응, 뭐. 그건 동감."

둘은 오늘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하여 식당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두 사람만의 식사가 아니라 오랜만에 많은 이들이 함께 모여 하는 좋은 자리였으니.

"오랜만이야."

도착하여 웃으며 말하는 도진의 눈에는 오대용과 주정아, 벽태웅, 성민혁과 성지인 등 본래 이곳에 있던 이들만이 아닌 소담과 상미, 약리지까지도 담겨 있었다.

여기에 위서린과 장소유도 함께였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서부 무림 토벌 덕분에 이 자리가 만들어졌다.

웬만해선 모이기 힘든 이들이 서부 무림 토벌 작전을 위하여 쉬르네폴리아에 방문하였고 시간을 맞춰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진과 오성아가 마지막으로 도착하였기에 둘이 앉자 바로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고 대화가 오갔다.

그리고 도진은 그 대화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흘끗, 오대용과 주정아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다른 게 아니라 두 사람이 무언가 아주 커다란 걸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기색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불길하거나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란 걸 기색으로 읽을 수 있었기에 도진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꺼내길 기다렸고 과연.

"……뭐?"

그것은 천마의 두 눈마저 크게 뜨이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빅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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