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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669화 (669/741)

669화

[함부로 해선 안 될 '그 말'을 한 기자, 직접 댓글로 '하지말라 달라' 무슨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십헐 기자 댓글을 다른 기자가 기사로 만들어 버리넼ㅋㅋㅋㅋ

어제 하루 종일, 그리고 지금까지도 조회수와 댓글 1위를 동시에 차지하고 있는 기사의 댓글이 기사로 나왔다.

다른 게 아니라 어느 다급했던 기자가 기사를 올리는 아이디로 댓글을 달아 버린 게 원인이었다.

어느 네티즌이 장난으로, 그러나 행동은 진짜로 옮기려 했던 '오성아를 지지하는 언론사'라며 SNS로 퍼 가려던 행위를 일반 아이디가 아니라 기사를 업로드하는 기자의 아이디로 제지해 버린 것이다.

기자용의 아이디는 테두리도 다르고 본명으로 표시되니 명확하게 구분되는데 그 아이디로 궁서체로 진지하게(?) 댓글을 달아 버렸으니 대번에 온갖 커뮤니티로 퍼져 나가며 놀림거리가 돼 버렸다.

-(엄근진)하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거 진짜 보냈으면 어케 됐을까?

-전쟁남.

-어.. 생각할수록 진짜 전쟁날 거 같긴 하네 ㅎㄷㄷㄷㄷ

-함부로 정실을 언급하지 마라..

"허허."

여러 곳의 커뮤니티를 둘러보던 중년의 기자 한 명이 허허 웃었다.

그 곁에 있던 중년 기자의 부사수, 젊은 기자가 흘끔 눈치를 보았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니, 그냥 말야."

깔끔한 숙소 안. 버릇처럼 담배를 찾던 그는 손을 허공에서 쥐락펴락 하고선 내렸다.

이곳에서는 모든 구역이 금연이었으니까.

정확히는, 금연이 기본이고 따로 흡연 구역이 있다.

금연 구역이란 단어 자체가 없고 '흡연 구역'이 특정 장소를 지정하는 단어인 것이다.

그래서 아예 담배를 가져오지 않은 걸 뒤늦게 떠올리고 중년 기자는 손을 내린 것이었다.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해도 몰래 숙소 안에서 몇 대 피고 환기 정도 시키고 마는 경우가 많겠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그래선 안 됐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바로 이곳이, 바할라의 숙소였기에.

바할라는 자유가 존중받는 나라였으며 그 존중만큼 방종을 용서하지 않는 나라였다.

이곳에서 흡연을 함으로써 직원들에게 끼치게 될 피해, 냄새가 퍼지면서 주변에 끼치게 될 피해까지 모든 것을 좌시하지 않고 모두 죄를 묻는다.

그리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곳에 머물며 바할라의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베풀었던 친절을 생각하면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다.

"쩝."

그래서 중년 기자는 입맛을 다시고선 담배 대신 주전부리로 둔 견과류를 우적우적 씹었다.

부사수인 젊은 기자가 스윽 웃고선 말했다.

"고생하시네요."

"너는 담배 같은 거 하지 마라."

"하하. 예."

중년 남자의 후배이자 부사수는 기자인데도 담배를 손에 대지 않는 사람이었다.

부럽다면 부럽고 이 맛을 모르는 게 인생 손해 보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한 마음이다.

"그래서, 뭘 보고 계셨던 겁니까?"

"그냥 뭐 기삿거리지.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 보배. 천마님의."

"아."

천마(天魔).

오직 단 한 명만이 자칭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정점에 선 무인의 별호.

"진짜. 십 년 전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말이야."

오징어를 질겅이며 중얼거리는 사수의 말에 부사수는 예, 하고 답했다.

주전부리만 먹기 심심하니 술이 들어갔고 소위 말하는 '알쓰', 그러니까 술에 약한 알콜 쓰레기였던 사수는 바로 술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뭐 난동을 부리는 건 아니고 했던 이야기를 계속하는 타입으로 나름 인생 업적 중 하나를 술만 마시면 계속 해대는 것이다.

A급 부사수답게 젊은 남자는 추임새를 넣어 주며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말이야. 잔바리 때 문월동에서 뺑이를 쳤는데 바로 거기서 딱! 웬 중학생 하나가 쓰레기 쉐끼들을 다 줘패고선 경찰서로 데려왔단 말이지!"

기자들의 신입 시절을 속칭 잔바리라고 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극심했던 기자들 사이의 똥군기로 인해 중년 남자는 신입 시절, 문월동의 경찰서에서 열 시간 이상을 죽치고 지내며 기삿거리를 찾아야 했다.

서른이 훌쩍 넘는 늦은 나이에 어린 친구들과 하는 잔바리 생활은 제법 서러웠다.

바로 그 시절에.

그에게 평생 안줏거리로 써먹을 만한 만남이 있었던 거다.

"그때도 딱 범상치가 않았어요 인간이. 근데 그게! 그게 무려 우리 천마님의 공식적인 첫 데뷔였단 말이야! 그 첫 데뷔 때 인터뷰 자리에 내가 있었지! 캬아아!!"

그래, 이 이야기다.

이론은 그럭저럭이고 무공으로는 만년 꼴지였던 낙제생.

그 낙제생이 어느날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 무리와 폭력 서클을 혼자서 때려눕히고선 경찰서에 자수하게 만들었다.

동네와 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사건이었고 그 사건의 주인공은 이후 무려 숭무고 수석으로 입학하며 본격적인 행보를 보였으니 천마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언론에 언급된 사건으로 기자들 사이에서 크나큰 의미가 있었다.

그 사건에서 천마는 스스로 먼저 기자들에게 다가가 '인터뷰 해 드릴까요'라고 말했는데 그때의 기자들 사이에 젊은 남자의 사수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내가……!"

"라떼는 이런 시대는 상상도……!"

'끄응.'

몇 번이고 들어 귀에 못이 박힌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는 건 곤욕이다.

술 취한 그의 사수가 이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존경심이 깎여 나가지만 그걸 또 술에 깨면 리필을 해 주니…….

다음날.

"그러니까, 천마와 오성아가 함께 왔으니 분명히 서부 무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거란 말이야."

"어떻게 아세요?"

"어허. 자, 봐."

"사람들은 서부 무림이 겉으로만 낭만이 있지 세계에서 버린 땅이라고들 해. 심지어 바할라조차도 모른 척을 한다고. 하지만 그게 아냐."

"사실 바할라는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서 서부 무림을 케어하고 있어."

"어, 그런가요?"

"그래. 이거 봐."

남쪽 나라의 서부 무림은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공권력의 공백 지대다.

분쟁으로 인해 어떤 국가에서도 이유없이 공권력을 동원해서는 안 되는 곳.

그러면서도 국민들이 살지 않아 영토권을 주장만 할 뿐 관리는 하지 않는 곳.

때문에 낭인들이 모이고 기껏해야 그럴 능력이 있는 무림 문파의 무인들이 '무사 수행'을 이유로 힘을 쓰는 것으로 최소한의 규율이 힘겹게 지켜지고 있다.

중년 기자가 보여주는 자료에는 그렇게 서부 무림의 규율을 지키고 있는 '무인(武人)'의 비중 절반 이상을 바할라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어?"

"인원수 자체는 바할라가 그리 많지 않아. 하지만 범죄자들의 소탕이나 치안 유지 같은 데서의 영향력으로 치환하면 이렇게, 바할라가 한 게 절반이 넘는단 말이야. 거기서 직접 머물면서 활동하는 낭인들보다 훨씬 많지."

"그렇네요?"

"요즘 성 남매가 서부 무림에서 크게 활동하고 있잖아. 사람들은 엑소시아의 이름을 쓰지 않고 투마전의 성민혁으로 명성과 경험을 쌓는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그거보단 바할라 소속으로 치안 유지에 공헌하고 있는 의미가 더 커."

"그리고 성민혁에 성지인이 같이 다니니까 그쪽으로만 시선이 쏠리는데 애초에 엑소시아는 물론이고 투마전의 무림인들이 적지 않게 거기서 무림인 신분으로 봉사를 많이 하고 있어."

"여기에 바할라의 치안유지대를 주변에 대기시켰다가 공식적으로 바할라에 무림인들의 협조 요청이란 명분으로 연락을 하면 연행해 가는 거지. 다른 나라는 건성으로 하지만 바할라만큼은 철저하게 법대로 처벌을 해 버려."

"그랬군요. 어디까지나 겉으로만 분쟁 구역이니 손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 거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거네요."

"그렇지."

"근데 어째서 이런 게 알려지지 않고 있던 걸까요? 요즘 네티즌들이면 이런 거 찾아서 올리고 대번에 퍼져 나갔을 텐데."

"실제로도 퍼져 나갔어. 하지만 무형독 놈들이 물타기를 워낙 세게 하니까 흐지부지 되는 거지."

"아……."

요즘 시대에 단순하게 쌈박질만 해서는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오히려 그 이상으로 여론이란 게 중요했는데 무형독은 이 부분에서 진저리가 날 정도로 '분탕'을 잘 쳤다.

바할라의 서부 무림에 관한 노력을 폄훼하는 여론을 만드는 건 지극히 일부에 불과할 정도로.

"서부 무림이 점점 더 넓어지고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도 무형독 놈들이 광범위하게 수작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건 비밀도 아니지."

"음……."

"그런데 말이야."

중년 남자가 씨익 웃었다.

"두 다리 정도 건너 들은 건데, 이거 관련해서 이번에 남쪽 나라 국가들이 모여서 의논을 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천마가 방문한다는 소문이야."

"어? 그건?"

젊은 기자의 눈이 커졌고 중년 기자가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

수많은 관심과 취재 속에서 천마 김도진 일행이 탄, 바할라에서 보낸 전용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천마, 천마신교의 참모 오성아와 함께 바할라행 비행기에 탑승.]

-오..

-천마포스 원 ㄷㄷㄷ

-천마포스 원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

바할라가 보낸 전용기는 웬만한 선진국의 대통령용 전용기를 압도할 정도로 대단한 기체였다.

천마를 위해 보낸 그 특별한 기체를 타고 하늘을 날아, 천마 김도진이 바할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이 정도나 되는 인파가…….'

사수인 중년 기자와 함께 기자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에서 카메라를 든 젊은 기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천마를 '배알'하기 위해 도열한 엑소시아 무인들의 기세가 거대한 산맥과 같이 웅장하면서도 단단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과 함께 천마를 기다리는, 이곳에 모인 평범한 바할라의 국민 한 명 한 명이 발산하는 열기가 그 이상으로 압도될 듯 일대를 진하게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할라에서 한국으로 떠났던 전용기가 착륙하여 멈추었다.

문이 열리고.

스으-

이 시대의 정점에 선 무인, 천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요란한 소리도 기세도 없었다.

허나 젊은 기자는 천마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이 세계 전체가 천마로 가득찬 것을 본능으로 느꼈다.

'이, 게.'

부드러운 얼굴로 손을 내밀어 오성아를 에스코트하여 걷는 모습이 보기 좋다.

고고한 절세미녀를 에스코트하는 시대의 정점에 선 무인.

그 두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게 또 자랑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천마의 존재감이 흐릿하게 만들어 버렸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모든 행위가 영혼에 각인되는 것만 같다.

그리고 천마가 이내 바할라의 대지를 밟는 순간.

쿠우웅-!!

도열한 엑소시아의 무인들이 한몸이 된 것처럼 맞추어 진각을 밟았다.

"천마를 뵙나이다!!"

내공을 가득 담고 울려 퍼지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자후.

"천마를 뵙나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 이상으로 커다란, 내공이 담기지 않았으나 수십, 수백 배나 되는 수의 국민들이 온 힘을 다한 외침에 젊은 기자는 영혼마저 떨렸다.

'이게, 천마.'

천마. 천마신교.

그 이름이 어떤 것인지 이제서야 비로소 체감한 것 같다.

세상을 가득 채운 천마와 그 세상에 사는 천마를 따르는 사람들.

천하제일인. 천하제일문파.

이윽고 천마와 역대 최고의 왕이라 칭송받는 바할라의 국왕 나비 슈미트라 아울 바할라가 가벼운 포옹 후 쿵, 주먹을 마주치자.

와아아아아아아아-!!

온 세상을 진동시키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에 휩쓸려 벅차오른 감정에 저도 모르게 함께 소리치며 젊은 기자는 어제 사수가 해 준 말을 떠올렸다.

-정신 바짝 차리고 지켜 봐. 서부 무림이 아주, 뒤집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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