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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666화 (666/741)

666화

666화

바할라는 돈과 무공이 있는 나라였다.

국제 석유 기구에서도 손꼽히는 나라였고 국제 무림 용병계에서도 바할라의 용병하면 모두가 한 수 접어줄 정도의 무력이 있는 나라.

허나 '선진국'은 아니었다.

아는 사람은 알았지만 어디까지나 관심이 있어서 아는 사람만이 그 이름을 알 뿐 대중에게는 완전히 생소한 나라였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석유와 일정 수준 이상의 무림인들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나라였다는 말이다.

때문에 바할라는 그저 어느 정도 오일 머니가 있는 제3세계로 분류되었고 수십 년을 그렇게 보낸지 불과 10년이 되지 않았는데.

[바할라, 10년 내 'G3'로 우뚝 솟는다?]

[투마전(鬪魔殿)의 나라 바할라. 천마신교의 기둥을 넘어 지구의 기둥으로.]

어느새 바할라는 세계에서 한 손에 꼽히는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할라가 선진국이 되지 못했던 수많은 요소들이 있었으나 그중 가장 큰 문제이며 시간 이외엔 해결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 인구수였다.

크나큰 영토와 풍부한 자원이 있었으나 그 영토를 채우고 자원을 활용할 인구가 부족했던 것이다.

한데 그 인구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형태로.

다른 차원의 사람들을 받아들임으로써 해결되어 버렸다.

사실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갑자기 G3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바할라가 성장하는 걸 그저 지켜볼 만큼 국제 정세는 '착할' 수가 없었고 그 이전에, 애초에 단번에 수백만 명이 유입되는 것부터가 나라가 삐걱일 정도의 불협화음이 있을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정말로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다른 차원에서의 이주는 순조롭게 승인이 나고 진행되었고 주민들 간의 불협화음도 우려했던 만큼 크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어어하는 사이.

바할라에서는 두 개의 아주 커다란 계획 도시가 탄생하고 있었다.

현대와 무림이 함께 어우러져 살게 될 도시가.

바할라의 영토는 세로로 긴 직사각형의 형태로 동남쪽은 바다와 인접하였으나 북서쪽은 사막이나 정글 등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땅의 비중이 높았다.

그런 이유로 인구가 부족한 바할라는 나라의 아래쪽에 도시가 집중되어 있었고 위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아 테러 단체가 똬리를 틀기 좋은 환경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위쪽 땅의 테러 단체는 이제 대부분 소탕 되었고 그곳에 이주하기로 한 진나라 사람들과 여러 혜택을 이유로 이사하길 원하는 바할라의 사람들이 함께 살 새로운 두 개의 거대 도시 쉬르네폴리아, 속칭 트윈 시티가 조금씩 그 웅장한 자태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무려 1000조 원. 그래 1000조 원이 투입되는 사업이었고 그 상상조차 되지 않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걸맞는 풍경이 2년 째 계속되는 중이다.

바할라의 국고만이 아닌 세계 여러 나라에서 흘러든 자금이 함께 투입되었고 어찌 보면 제아무리 오일 머니의 바할라라 해도 흔들리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허나 오히려 반대다.

돈이란 건 물이나 눈과 같아 고여 있어선 결코 불어날 수 없는 속성이 있다.

고립된 채여선 금방 녹아 증발할 뿐이니 활발하게 흐르도록 하여 그 덩치를 불려 나가야 하는 것이다.

바할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풀었으니 그 재화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돌며 덩치를 불려 나갔고 여기에 이끌린 이들이 모여들어 나라가 전에 없이 활기를 띠었다.

재화와 그에 모인 인간들의 활기로 더없이 생명력이 넘치고 강해지는 나라.

그것이 세간에서 말하는 바할라였다.

그러나.

"이 도적놈이!!"

콰창창!!

바할라의 외곽으로 나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 * * *

소란이 울려 퍼지는 건 바할라의 국경 사막 오아시스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현대의 자재가 사용되었으나 생소하고 또 낙후된 건축 기술로 지어진 집들이 모인 그곳은 제법 이질적인 분위기였다.

그 이질적인 분위기는 단순히 생소하고 낙후된 게 원인이 아니라 본래 이곳에는 없던, '다른 차원'의 문명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그래. 바로 '무림'의 분위기였다.

테이블이 엎어지고 술병과 그릇이 깨져 일대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테이블을 엎은 건 무복(武服)을 걸치고 머리카락과 수염이 풍성한 중년인이다.

장식도 없이 변변찮은 검집에서 꺼낸 박도(朴刀)는 더러워 보였지만 그래서 더 위협적이다.

그는 무림인. 그중에서도 '낭인(浪人)'이었다.

진나라의 여황 위서린과 천마신교의 중재로 현대와 무림은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관계 안에 현대와 무림의 모든 것이 있을 수는 없었으니 만사가 그렇듯 그 '질서'를 거부하는 자들도 적지는 않았다.

개중에 무림에서 넘어왔으면서 사회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자신들이 살아온 삶의 형태를 고수하길 바라며 바깥을 떠도는 무림인들.

그들을 낭인이라 불렀다.

"흐. 같잖은 새끼들. 시대의 흐름에 도태된 버러지 주제에 잘난 척을 하는구나."

그리고 낭인과 대치하는 것은 현대의 장비로 무장하였으나 낭인 이상으로 거친 무림의 범죄자 냄새가 진한 자들이다.

그들은 그 인상과 분위기 그대로의 범죄자들이었다.

그것도 타고 올라가면 '무형독'과 이어진.

덮어놓고 무림을 다른 차원의 침략자이자 적으로 규정하는 이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현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보단 밟고 올라서길 바라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하는, 다 소탕하지 못한 천마신교의 이단 세력이 있었다.

'천마' 김도진에 패배하고 붙잡힌 것이 인신(人神) 가소천일 리가 없다 부정하며 골수까지 그에 세뇌당한 자들을 중심으로 하여 무형독은 사라지지 않았고 현대와 무림의 화합을 방해하는 테러 단체로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영향력이나 피해의 정도가 과거 무형독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인신 가소천이 패배하여 붙잡혀 죗값을 치르게 되었고 포털의 제어권도 잃으면서 과거와 같은 완벽한 암약은 불가능하게 됐으니까.

세계를 삼키려 들었던 무형독은 가소천을 포함한 윗선이 사라지고 남겨진 자들에게는 너무나 거대했고 자연스레 파탄을 드러냈다.

여기에 포털과 다른 차원의 존재까지 들통났으니 단 1년만에 허무하리만치 쉽게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그 뿌리는 깊으면서도 넓게 퍼져 있었고 애초에 인간 사회에서 '악(惡)'을 박멸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공권력의 공백에서 무형독의 영향 아래 범죄자들은 소란을 일으킨다.

"감히!"

쾅!

범죄자들의 시비에 버럭 소리치며 박도를 든 낭인이 진각을 밟았고.

"버러지 주제에 자존심만 비대한 쓰레기 따위가!"

그와 대치하였던 흑도의 범죄자도 물러서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채챙!

허름한 식당 내부엔 칼부림 소리가 가득 찼고 낭인과 흑도 무인의 일행들이 합세하면서 완전히 난장판이 되었다.

만약 이곳이 주막의 형태에 가까운 야외 술집이 아니었다면 건물이 폭삭 무너졌을 정도로 싸움은 거셌다.

하지만.

와아아아아-!

그 싸움을 지켜보는 이들 중에는 겁먹고 걱정하는 자들보다 환호하는 자들이 더 많았으니 방풍 코트로 온몸을 두르고 후드를 깊이 눌러 쓴 두 외부인은 그것이 생소하였고 둘 중 키와 덩치가 큰 남자가 곁의 환호하던 남자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응? 외부에서 온 사람이군?"

단순한 마을 사람이 아닌 칼을 찬 무인의 말에 코트를 두른 남자가 예,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선 말했다.

"이 마을에선 이렇게…… 큰 싸움도 흔한 일입니까?"

무인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이곳은 뭐, 반쯤 무법지대니까 말야. 말 그대로 관이 없는 무림이지."

이 마을은 영토 분쟁 지역이다.

바할라가 오랜 세월 실효 지배하고 있었으나 인접 국가가 딴지를 걸면서 그리 됐다.

이런 곳이 사실 적지 않았으니 쓸모없는 땅은 많고 넓은데 인구가 적었던 이 남쪽 대륙에서는 흔한 경우였던 것이다.

그래서 '공권력'이란 게 원활히 동원될 수 없었고 범죄자들이 횡행하였으며 그들을 토벌하는 것으로 칼밥을 먹고 사는 낭인들이 모여들었으니 이 마을 또한 그러했다.

채챙-!

"잘한다!"

콰직!

"죽여 버려!!"

낭인과 범죄자가 모여듦으로써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드물게 일어나는 일도 아닌, 사람을 죽이려는 살기등등한 기세와 부서지고 피가 튀는 풍경.

그리고 그에 묻혀 버린.

"아이고……."

민초의 한탄이 방풍 코트의 남자의 귀에 들렸다.

허름한 옷의 그는 술집의 주인이었다.

집기가 다시 쓸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지고 적지 않은 재산 피해가 나고 있지만 말릴 엄두도 내지 못하고 탄식하는, 포기하여 그저 탄식하는 남자의 속이 시커먼 탄식보다 검게 상해 있을 것이 그 모습에서 쉬이 짐작되었다.

"…심하네."

"응."

남자의 말에 답하는 건 아름다운 목소리다.

남자와 달리 방풍 코트에 가려졌지만 작고 여린 곡선을 그리는 어깨를 통하여 여자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크흑!"

뻐억!

싸움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승부가 났다.

수에서 두 배나 밀리는 낭인 측이 패배하여 바닥을 나뒹굴었다.

흥분한 범죄자들은 씩씩거리며 그들을 걷어찼고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칼을 번쩍 치들었고.

"그만."

어느새 거리를 좁힌 남자가 팔을 붙잡아 그 칼을 내리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 새낀 또 뭐야!"

물론 그걸로 멈출 리가 없는 험상궂은 인상의 범죄자가 대번에 다른 손을 움직여 남자를 후려치려 했지만.

터억-

"……!"

그 손 또한 채 절반도 뻗기 전에 남자의 다른 손에 막혔다.

'고수!'

범죄자의 분노가 대번에 싸늘하게 식었다.

무림에서 목숨 걸고 칼밥 먹고 사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고수를 알아보아야만 했다.

그러지 못하면 죽으니까.

그는 주춤거리며 물러섰고.

꽈아앙-!

거짓말처럼 총성이 벼락처럼 터져 나왔다.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악!!"

한 박자 늦게 사람들이 놀라 비명을 지르며 숨을 곳을 찾아 흩어졌다.

총(銃).

칼부림에야 익숙해질 수 있다지만 총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으니까.

칼부림은 무림의 영역에서 그칠 수 있지만 총은 완벽하게 범죄의 영역이다.

그 눈 먼 총구가 혹시라도 자신에게 겨눠지지 않도록 사람들이 흩어진 것이다.

그리고.

"…총이라니."

"……!!"

범죄자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조용하게 중얼거린 것이, 총에 맞은 키와 덩치가 큰 남자였기 때문이다.

어느새 몸을 반쯤 돌린 그의 팔뚝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정확히는, 몸에 둘렀던 방풍 코트에 뚫린 구멍이다.

그 구멍 안으로 맨살도 아니고 안에 입은 '옷'이 보였다.

"어, 어떻……!"

어떻게 총알에 뚫리지 않은 거냐고 중얼거리려던 범죄자의 말문이 터억 막혔다.

뚫린 구멍 안으로 옷에 새겨진 '어떤 문양'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그 문양은!"

총알에도 몸이 뚫리지 않은 것보다 그들을 경악하게 하는 것.

남자의 후드 아래 드러난 입술이 씨익 곡선을 그렸다.

"후. 그래."

남자가 후드 자락을 움켜 쥐었다. 그리고 강하게 하늘 위로 벗어 던졌다.

파락!

"나는 성민혁. 천마신교 투마전의 성민혁이다!"

"서, 성민혁!"

"그, 그럼 저쪽은!"

경악하여 소리친 범죄자들의 시선이 이번엔 뒤쪽으로 향한다.

조용히 걸어오고 있던 여자가 그렇게 모이는 시선에 우뚝 멈추어 서고선 역시나 후드 자락을 움켜쥐었다.

꾸욱-

일대의 모든 시선이 집중된 지금 당장이라도 벗어 던져야 할 타이밍.

꿀꺽!

그러나 그 타이밍이 미묘하게 길어지고 있었고 그보다 더 길게 늘어진 시간 속에서, 후드 속 그녀는 티를 내지 않았으나 속으로 강렬하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거, 중2병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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