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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664화 (664/741)

664화

아프다.

너무 아프고 아파서 말조차 나오지 않고 그저 아픔으로 온몸이 가득 차 있다.

두근-!

그러나 심장은 뛰고 도진은 기어코.

쿠웅-!

힘주어 땅을 딛고 일어나 한 발.

저벅-

내딛는다.

아프지 않은 게 아니다.

아프고 아프고 또 아프고 너무나 아파 그 단어 이외엔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다 내던지고 도망치고 싶고 소리 지르며 뒹구는 것으로 조금이라도 그 아픔을 줄이고 싶다.

하지만.

저벅.

그럼에도 그저 나아간다.

아프지만 감내한다.

고통을 느끼지만 이겨내고 나아간다.

'재능'이 없는 도진은 그러나 그런 장점이 있었고 위지혁이 원한,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한 가지였다.

도(道)라는 것은, 갈수록 험난해지는 오르막길이다.

재능이란 것은, 그 험난해지는 오르막길을 쉽게 오를 수 있는 힘이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가파르고 험난한 길을 힘겹게 조금씩 나아갈 때 재능있는 이는 그 길마저 쉽게 올라가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재능은 또한 독이다.

길은 끝이 없고 한없이 험난해지고 또 가팔라지니, 제아무리 대단한 재능이라 하여도 점점 느려질 수밖에 없고 이내.

멈추고 마니까.

오히려 그동안 쉽게 길을 올랐기에 재능이 통하지 않는 순간에 더욱 무기력해지고 만다.

위지혁은.

그리고 장호는 그런 길을 걷기로 한 도진을 이끌어 주었다.

타오를 수 없는 심지가 타오를 수 있도록 본래는 없을 기회를 주었고 나아갈 수 있는 길로 인도해 주었다.

'그러니까 나는.'

걷기만 하면 되었다.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나아가는 길을 허덕이며. 상처입으며. 힘겹게 걸어도 괜찮았다.

걸을 기회마저 가지지 못한 이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보다 더한,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만큼 힘겨운 걸음을.

도저히 걷지 못할 길을 걸었던 부모님의 등을 보아왔던 도진이기에.

'이 길은 얼마든지 걸을 수 있는 길.'

약속이 되어 있는 길이었다.

다시 한 번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저 걷기만 하면.

바꾸고 싶었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약속이.

그리고 그렇게 도진이 만들기로 한 미래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저 걷기만 하면 된다.

부서지고 깎여 나가지만 그것은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부서진 뼈는 더 단단하게 이어지고 깎여 나간 살 또한 더 질긴 새살로 채워진다.

연신(鍊身).

아프고 괴롭고 힘들지만 그 모든 것이 몸을 단련하기 위한 양분이 되었다.

극기(克己).

그리하여 나를 이겨냈으니 외부의 그 어떤 것도 나를 꺾을 수 없음이다.

꾸우우우웅-!

미쳐 날뛰는 광룡에 의해 하늘이 무너지고.

쩌저저적-

세상이 얼어붙는다 하여도.

쿠웅-!

단련하여 스스로 이겨낸 심지가, 육체가 무너지는 일은 없다.

나아가.

스으으…….

"노오오오옴!!"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을진대.

그저 한낱 땅을 딛고 선 인간에게 천벌을 내리고 있음에도 초조한 인신(人神)을 도진의 깊디 깊은 눈은 놓치지 않고 모조리 꿰뚫는다.

그 이치를 읽는다.

재능이 없는 도진은 그 이치를 보고서 바로 구사할 수 없다.

삐걱-

뿌드득-

그러니까 뼈가 삐걱이고 살이 깎여 나가지만.

두근-!

무너지지 않으니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시 하면 된다.

그 심지가 꺾이는 일은 없으며 육체 또한 결코 무너지지 않으니.

다시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몇 번이 되었든.

쿠오오오오오-!!

눈앞에 앞서 나가는 자가 있다.

그 자가 도진이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얼마나 좋은 환경인가.

따라간다.

앞서 나가는 자는 도진보다 빠르지만 그것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넘어지고 상처입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이, 이 비천한 놈이이이이이이잇!!!"

"잡았다."

"히이익!"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다.

두근-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리고.

두우웅-!

그에 호응하듯 세계 또한 크게 일렁였다.

그것은 크게 확장한 도진의 세계를 우주가 반기는 것이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8성.

-제자야. 너는 이제 당당히 세계에 고하여도 되느니라.

땅을 딛고 선 사람은 하늘 위에 선 인신에게 고하였다.

"천마신교 교주, 천마(天魔) 김도진. 옳다고 믿는 것을 행하겠다."

"건방지다!!"

꽈아아아아앙-!!

천벌처럼 벼락이 내리쳤다.

거대한 그것은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규모마저 아득히 넘어서 있었지만.

스으으…….

도진에게 닿지 못했다.

가소천의 심상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도진의 주위만큼은, 도진의 의지로 가득 차 있었기에.

"감히! 감히! 감히!!"

꽈과과과과광!!

온 세상이 도진을 죽이기 위하여 덤벼들었다.

그 아득함은 인간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초월적이었으나.

진(進).

파스스…….

길(道)을 나아가고자 하는(進) 도진의 의지 앞에 허깨비처럼 스러지고 말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가소천이 넋이 나가 중얼거렸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기준이다.

도진에게 있어 이것은 '일상'이었으니까.

비가 검이 되어 내리고 공기마저 도진을 적대하는 세계 같은 건.

스승과의 대련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었으니.

그 세계에서 스스로를 오롯이 지키고 나아가는 법을 도진은 지금껏 배워왔다.

스승에 비하면.

"너의 세계는, 허깨비와 같이 나약하구나."

인신이라 자처하는 자의 세계는 약하디 약하여 도진의 심상에 너무나 간단히 물들어 버리는 것이다.

"개소리!!"

인정하지 못한 가소천이 아가리를 쩌억 벌리고 광포한 자신의 심상을 내뻗지만.

스으-

그야말로 '세계의 벽'이 그것이 더 뻗아나가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

눈이 터질 듯 시뻘개진 가소천에게 도진이 말했다.

"천마군림은 확고한 의지의 확장이 요결이지. 하지만 너에게는 그런 확고한 의지가 없으니, 천마신공으로 싸우는 건 무모한 일이야."

차라리 그저 어려운 이치로 이루어진 초식이나 술법으로 덤비는 것이 가소천에게는 더 나은 선택이었다.

가소천에게는 '연마(鍊磨)'라는 개념이 없었으니까.

상처입고 짓눌리고 절망하지만 그럼에도 일어선 경험 따위, 없었으니까.

항상 스스로 버릇처럼 하던 생각.

'천재는 가벼운 절망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진다'는 것이 자신에게 적용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가소천은 몰랐다.

도진이 또 한 걸음 나아가 새로운 영역에 이르른 지금조차도.

천마신공의 8성에 이른 지금조차도 가소천이 조금 더 앞에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나아가는 도진을 마주하여 조그마한 충격에도 나뒹굴고 마는 가소천은 결코.

"이럴, 수는 없."

푸욱-!

천마 김도진이 나아가는 길을 막아서지 못하는 것이다.

* * * *

[충격! 바딤 대통령, 핵무장 서류에 사인!]

전쟁이 피부로 느껴지면서 고조되던 세계의 기류가 극단으로 치달았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세계의 압박에 어려움을 겪던 러시아가 기어코, 핵무장을 선언해 버린 것이다.

다국적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하여 일상에 녹아들었던 프렌차이즈 업체들이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고 차량에 에어백조차 넣을 수 없게 되었다.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될 지경으로 궁지에 몰리던 러시아는 그러나 강대국이었고 세계에서 '부대끼며' 살아야 했으니 어느 순간 물러서 타협할 거라 예상했던 사람들을 모두 경악하게 만들었다.

핵무장 서류라는 건 그러니까 핵으로 무장하여 전쟁을 치르겠다는 소리였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핵을 보유하긴 했으나 그것으로 전쟁을 수행하려 들지는 않았다.

핵은, 자칫 선을 넘는 순간 인류 문명을 멸망시켜 버릴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수단이었으니까.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면서 자멸로 치닫는 양날의 검.

때문에 세계는 핵을 전쟁의 수단으로 삼지 말자는 제안에 모두 동의하였고 조약을 맺었으니 그것은 지금껏 철저히 지켜져 올 수 있었다.

한데 그것을, 기어코 러시아가 깨겠다는 결코 넘어선 안 될 선을 넘는 선언을 해 버렸다.

-어.. 잠깐만.

-오보 아님? 진짜라고..?

심지어 인터넷에서조차 장난을 칠 엄두조차 나지 않을 만큼 숨막히는 긴장이 세계에 감돌았고 정말로, 핵이 동원된 세계 전쟁이 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며칠 뒤.

[속보. 바딤 대통령 암살.]

핵무장 서류에 사인한 것만큼이나 믿기 힘든 속보가 전해졌고 그것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어, 머ㅜ라고?

-...바딤이 무형독 소속이었다는데?

-러시아 국방 장관이 그거 밝혀내고 총으로 쏘ㅓㅏ 죽였대;;;

-아니 미친 뭐이런

무려 러시아 대통령이. 무형독 소속이었으며 전쟁 분위기를 조장하고 극단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무형독의 명령으로.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된 뜻있는 사람.

러시아의 국방 장관이 '혁명'을 일으켜 그를 살해하고 동조했던 이들을 심판대에 세우며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겠다 선언한 것이다.

그 충격적인 소식을 시작으로 그동안 세상에 형체없이 스며들어 있던 무형독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무르 극단주의자들의 수장, 예무르 1왕자와 내통하며 무형독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미국 반전(反戰) 단체의 최대 후원자는 무형독.

하나만 해도 일주일은 떠들썩할, 사소한 것 하나조차 쉽사리 드러내지 않던 무형독의 소식이 매일 온갖 매체를 점령하였고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에 당황하면서도 의문을 가졌다.

왜. 갑자기 이렇게 무형독의 소식이 쏟아지는가.

그 의문은 몇 달 뒤 헤드라인 뉴스로 해소가 되었으니.

[천마신교의 교주 김도진. 무형독의 수장을 붙잡았다!]

* * * *

세계 전체에 스며들었던 무형독은 그동안의 견고함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천마신교의 교주, 이제는 천마라 불리는 김도진이 그 수장을 붙잡음으로써.

너무 아득한 영역에서의 이야기였기에 평범한 사람들에겐 떠들썩하면서도 조금 멀게 느껴졌다.

미묘하게 자세한 정보가 세간에 풀리지 않았기에 그런 느낌이 들게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그로 인해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였던 전쟁이 멀어진 것만큼은 분명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암약하였던, 온갖 곳에 스며들어 있던 무형독의 주구들이 하나둘 붙잡히면서 인위적으로 고조되었던 전쟁의 기운은 서서히 잦아들었고 세계는 일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

무형독의 잔당이 뭉쳐 세계의 골칫거리가 되었으나 그것마저 일상이 되어가는 시기에.

[…속보입니다. 오늘 오전 아홉 시, 천마신교의 천마전 앞에서 다른 세계에서 온 인류의 기자 회견이 있을 예정입니다. 다시 한 번 전해드립니다. 오늘 오전 아홉 시……]

앵커조차 스스로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는 얼굴로 그런 보도를 하였다.

분명히 '진실'을 전하는 뉴스에 세계의 관심이 한국의 천마전에 집중되었고 그날은.

[저는, 진(進)나라의 여황(女皇) 위서린입니다.]

세계가 새로운 변곡점을 지나는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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