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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662화 (662/741)

662화

가소천의 얼굴이 미미하게 일그러졌다.

도진의 여유만만한 대꾸가 그만큼이나 가소천의 심기를 긁었기 때문이다.

"그래. 네놈의 천마신공이, 위지혁이 발전시킨 천마신공에 그토록 자신이 있다는 것이냐."

그리 말하며 가소천은 자신의 심상을 세계로 퍼뜨렸다.

두웅-!

위지혁이 오랜 세월을 궁구하여 더 높은 차원에 이른 천마신공의 처음이자 끝이 되는 이치.

천마군림(天魔君臨).

그것을, 도진이 아닌 가소천이 시전해 버렸다.

고오오오오오오-!!

마치 미쳐 날뛰는 용이 세상을 망가뜨리는 것만 같다.

똑같은 초식이지만 심상은 결코 같을 수 없으니 흉악하기 짝이 없는 가소천의 천마기가 일대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천마군림. 과연 놈의 무재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군."

가소천은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그런 평가를 내놓았다.

아무렇지 않게, 천마군림을 시전한 채로.

"제법 쓸 만하다고 평가해 주도록 하지."

그것은 도발이었다.

네놈의 말대로 했는데 어떠냐고 묻는 태도다.

허나 도진은 전혀 흔들리지 않은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것을 훔친 거구나."

"참으로 오만하구나. 훔쳐? 가축을 유용하게 쓰는 것을 훔치는 것이라 하더냐?"

훗.

도진은 코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사고 방식이 다르다고 했던가.

이놈은 정말로 사고 방식이 다른 인간이었다.

인신(人神)이라고 했다.

유지은마저 넘어설 만큼의 압도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 재능에 더하여 남이 가진 것을 훔칠 수 있는 능력마저 있었다.

타인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여 쌓은 것을 훔치고 그것을 너무나 쉽게 익힐 수 있었으며 오히려 주인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사는 자를 세상에서는 세계를 구할 교주라 하여 떠받들어 줄 뿐 올바른 길로 인도하여 주는 이가 없었으니 이런 흉측한 인간이 되고 만 것일 테다.

"……."

가소천은 그런 이유로 연민과 한심함이 묻어나는 도진의 눈동자에 다시 한 번 미미하게 얼굴이 일그러졌고.

사아아아아-

검에 냉기를 둘렀다.

"……."

도진의 눈동자에도 한기가 어렸다.

"한천마녀의 무공도 나쁘지는 않구나. 불사마공도, 격룡신공도, 진천공도. 네놈들을 이곳까지 부르는 수고를 한 것이 헛되지는 않았어."

가지고 싶은 게 있었고 그것을 위하여 이곳까지 오도록 하였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제,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으니 볼일이 없어졌다는 얼굴이 되었다.

두웅-!

세상이 크게 고동을 울리고.

꽈아아앙-!!

도진과 가소천이 격돌하였다.

효아(哮牙).

꽈아아아아앙-!!

그 여파만으로도 바위가 가루가 되어 버릴 만큼 거대한 기운이 격돌하였다.

소리는 한 번이었으나 찰나에 일곱 번이 겹친 것이다.

그러고도 모자라.

천격(穿擊).

호흡을 다 소모했기에 본래는 있을 수 없는, 그러나 앞서의 위력을 아득히 넘어선 일격이 쏘아졌고.

꾸우우우웅-!!

가소천은 그것마저도 정면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상쇄해 버렸다.

후욱-

짧지만 깊은 호흡이 충돌 직후 있었고.

천괴(天壞).

채 다 흩어지지 않은 여파가 마치 부서진 하늘의 거대한 파편처럼 가소천을 짓누르려 하였다.

세계와 연결된 도진이 자연지기로 격돌의 여파마저 자신의 힘으로 더하여 공격한 것이다.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져 덮치는 것만 같은 인간을 넘어선 규모의 거대한 일격.

인간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아득한 규모였지만.

"흐."

가소천은 입꼬리를 일그러뜨리듯 웃으며.

꽈과과과광-!

"……!"

오히려 도진보다 높은 곳에서 몰아치는 수십 줄기의 벼락으로 그것을 분쇄해 버렸다.

중심에 있던 도진은 공격을 포기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 벼락을 불러 그것을 분쇄한 가소천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허공에 서 있었다.

꽈아아앙-!

그리고 마치 호흡을 끊듯, 또 한 줄기의 거대한 벼락이 떨어지며 도진의 진로를 막았다.

도진에게 있어선 한계의 영역이 가소천에겐.

한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도진의 공격이 시작되지 못하게 한 가소천이 말했다.

"조급해졌느냐?"

"네놈은 진의 미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래, 다른 하찮은 것들은 그러지 못했지."

본래 인간이 감히 범접하지 못할 것이 지맥이었다.

그 지맥을 따라 흐르는 힘을 이용하여 발동한 진은 그렇기에 진법을 경계하고 있었음에도 눈치채지 못했고 당할 수밖에 없었으며 상식을 아득히 넘어선 작용을 하였다.

정신을 술자의 의도대로 작용하는 '전혀 다른 세상'에 가두었고 그 안에서, 절망에 매몰되도록 세계 그 자체가 공격했다.

도진은 그 세계에 저항하였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이미 불이 붙은 심지는 설령 세계라 하여도 꺾거나 꺼트리지 못하였으니 이내 도진은 스스로를 되찾았고 세계마저 이겨내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가소천이 오히려 여유가 넘쳤던 건 그 과정에서의 모든 행위가.

가소천의 양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도진은 잃었던 기억을 서서히 되찾으며 영혼에 새겨져 있던 이치를 발휘하려 하였다.

익숙하지 않은 몸으로 이치를 자아내기 위하여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그것이, 가소천에게 고스란히 읽히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가소천은 그렇게 도진에게서 천마신공을 훔쳤고.

"오랜만에, 제법 즐겁구나."

위지혁을 통하여 도진이 이어받아 일으켰던 천마신교의 무공을 훔쳤다.

"진천공을 이어받은 것도, 한천검공을 이어받은 것도, 죄다 하나같이 하찮은 삶에 허덕이고 있으니 그야말로 가축과 같지 않느냐."

꽈아아아앙-!!

"크하하! 발버둥을 치느냐? 나를 쳐서 그 하찮은 것들을 진법에서 꺼내고 싶은 것이냐?"

이 악랄한 진법은 그저 무공을 훔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저항에 실패하면.

절망에 매몰되고 만다면 영혼이 죽어 버린다.

때문에 가소천은 도진이 필사적으로 그 영혼의 죽음을 막기 위하여 발버둥치는 걸로 보았던 것이다.

지금 펼쳐진 진법은 술자인 가소천이 제어하지 않으면 즉시 풀려 버리고 말 정도로 고차원적이었으니까.

하지만.

"하여간. 멍청한 놈들은 이래서 안 된단 말이야."

"…뭐라?"

"소담이도 상미도, 그 누구도. 그런 것에 무너질 정도로 약하지 않거든. 딱 보면 알 텐데 그것도 모르니 멍청이가 아니고 뭐겠어."

도진이 그러했듯 소담부터 시작하여 모두가.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을 잃었어도 한 가지 만큼은, 무너지지 않을 심지만큼은 잃지 않았을 것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역시나 도진이 그러했듯 역경을 이겨내고 오히려 더 강해질 것이니 그들을 구하겠다고 안절부절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니까 도진이 화를 내는 건.

"그저 그런 아픈 경험을 하게 한, 이 멍청하고 역겨운 나쁜 새끼를 후려갈기고 싶은 마음이라는 거다!"

꽈아아아아앙-!!

한 점에 압축한 거대한 기운이 가소천을 꿰뚫기 위하여 쏘아진다.

"……."

서늘하게 굳은 가소천은 그 공격을.

꾸우우웅-!!

마치 짓밟듯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주제를 모르는구나."

쿠오오오오오-!!

세계가 요동친다.

잔혹한 악룡이 미친듯이 포효하며 일대를 찢어발기는 듯한 기세다.

도진과는 다른, 흉포한 성격을 극대화한 천마기가 가소천을 중심으로 하여 세계를 잠식해 나가며 도진의 영역을 짓씹었다.

"위지혁의 천마신공을 익히고 놈의 제자가 되면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냐?"

드드드드드드-

도진의 영역이 침식당한다.

마치 세계 그 자체를 이용하여 도진을 짓눌러 죽여 버리려는 것만 같은 기세였다.

"천마신공을 쉽게 익히고, 그것으로 경계를 넘어서고 고수들을 이기니 세상이 네 것인 것 같았느냐?"

뚜두둑-!

한계를 넘어선 압박에 도진의 육체가 비명을 내지른다.

훅-!

그리고 그 압박이 한순간 느슨해진 순간.

꽈아아아앙-!!

가소천의 주먹이 도진을 꿰뚫었다.

꾸우웅-!!

포탄처럼 날아간 도진이 억지로 그 힘을 흘려내며 자세를 다잡았다.

"너 따위의 재능은!"

꽈앙-!

하지만 그 동작이 완료되기도 전에, 그에 담긴 이치를 너무나 쉽게 잘라 버리며 가소천이 다시 한 번 도진을 후려쳤다.

"저잣거리의 하찮은 것들과 다르지 않거늘!"

꽈과과과광-!!

이치와 이치가, 내공과 내공이, 세상과 세상이 부딪친다.

"그것에 취하여 감히 넘볼 수 없는 것을 욕심내는구나!"

지지직-

그리고 도진이 밀렸다.

가소천은 연신 도진을 몰아붙였다.

이미 위지혁의 천마신공을 모두 '이해'하였다.

그것도 도진의 발버둥을 통하여서.

비할 데 없는 재능을 가진 가소천은 그러니까 '도진의 천마신공'을 꿰뚫어 보고 있었고 도진을 아득한 영역에서 압도하는 것이다.

똑같은 무공을 쓴다면 당연히 더 잘하는 쪽이 압도할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가소천에겐 그 외에도 수많은 패가 있다.

똑같은 천마신공으로 천마신공을 받아치며 천벌처럼 벼락을 부르고 숨쉬는 것조차 허락지 않겠다는 듯 공기를 얼리는 냉기가 몰아친다.

뻐억!

기껏 육체에 닿아 타격을 주었나 싶으면 불사마공의 기운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회복시켜 버렸다.

애초에 일부러 전의를 꺾기 위해 맞아 주었다는 걸 과시하듯 회복한 팔로 공격을 한다.

'천재'를 무너뜨리는 건 어렵지 않다.

스스로의 하찮은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에 기고만장한 것들은, 그러니까 그렇게 자신있는 재능이 하찮았다는 걸 인식시키기만 하면 너무나 간단히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눈앞의 소천마의 경우.

'빼앗긴' 천마신공을 상대가 오히려 더 잘 구사한다.

하물며 그것이 그저 수많은 수단 중 하나인 듯 온갖 수법으로 몰아붙이며 압도하면 간단히 무너질 테다.

그러니까.

꾸웅-!

"……!"

'이, 이놈이?'

그렇게 생각하는 가소천은 결코 무너지지 않고, 압도적인 열세에도 오히려 더욱 형형한 눈으로 맞서는 도진에게 저도 모르게 한순간 압도되고 만 것이었다.

"조금, 재밌었어."

"……."

"재능이라니. 그런 소리를 듣는 게 조금 생소한 경험이어서 말이야."

재능이 있어서 천마신공을 쉽게 익혔다니.

정말로 조금, 생소한 평가였다.

도진에게 있어서 무공이란 그저 나아가는 것이었다.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달리는 길을 그러지 못해서 걸어서라도.

그것마저 길이 너무도 험난하고 걷는 것만으로도 벅차 숨을 갈구하여 헐떡이고, 상처입고, 이내 자빠져 도저히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도.

그저 묵묵히 나아갔다.

너무 거친 길에 팔이 다 까져 도저히 움직일 수 없다면 조금 회복한 다리를 끌어서 나아가고 다친 팔에 딱지가 앉으면 그 딱지가 다시 찢어질 때까지 또 팔로.

그렇게 나아간 것이 도진이었다.

그런 도진에게 있어 재능이라고 한다면 단 하나.

결코 꺾이지 않고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심지(心志)였다.

그리고 그 심지가, 세상이 도진을 짓누르는 환상 속에서도 기어코 나아가게 해 주었던 것이다.

꾸우웅-!

"……!!"

마음먹고 도진을 짓밟으려 했던 가소천이 쳐내지 못한 도진의 주먹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성장했, 다고……?'

스으으-

소름이 돋았다.

단순히 싸움 중에 성장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 것 따위, 가소천에게 있어선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니까 가소천이 놀라고 소름이 돋은 건.

'날, 뒤쫓고 있다고?'

도진의 끝을 모를 깊은 눈동자가 가소천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결코 꺾이지 않고 나아가는 도진은 그렇기에 시련 속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앞서 가는 이가 있다면, 그 뒤를 따라잡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언제가 되었든.

기필코 따라잡는 게 정해져 있다는 의지를 느끼기에 가소천은 지극히 생소한,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고 말았다.

'이,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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