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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650화 (650/741)

650화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모두의 앞에 선 도진은 그리 생각하였다.

포털을 넘어선 곳을 덮쳤던 지옥철마대의 존재는 짧은 순간 가장 급히 해야 할 일을 판단하게 만들었다.

완벽하게 은폐하였다 생각했던 포털의 존재가 사실은 파악당했다.

그렇다면 이 포털을 은밀히 관리해 오던 이들 또한 감시당하고 있었을 터.

…그들이 사는 마을이 위험했다.

긴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이 마을을 향해 달렸다.

마을까지는 말을 타고 천천히 걷는 속도로 반나절이 걸린다.

그러니까 사람의 걸음으로는 최소 하루가 걸리는 거리였으니 사실은, 이미 늦었다.

하지만 도진에게는 아니었다.

쿠웅-!

무흔잠영에서 점과 점을 잇는 '가장 빠른 선'을 그리는 이치를 따른다.

본래 한순간의 폭발적인 속도로 초살(初煞)과 함께 구사하는 수법이고 그만큼의 부하를 감당하여야 하기에 여러 번, 오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도진은 계속해서 그 속도를 유지하며 나아갔다.

뼈가 삐걱이고 근육이 쥐어짜인다.

그 육체를 보하기 위하여 내공 또한 급속도로 소모된다.

평범한 이라면 채 3분도 버티지 못하고 나자빠졌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그것을 비웃지 못할 만큼 가혹한 일이기도 했다.

허나 도진은 무너지지 않았다.

결코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흔들리지도 않았다.

연신극기공으로 단련된 육체는 도진이 바라는 것을 무너지지 않고 수행하였다.

도진과 소통하는 자연지기가 끊이지 않고 그런 육체를 지지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꺾이지 않는 도진의 의지가 조율하였기에.

결코 멈추지 않는, 쏘아진 화살처럼 내달린 도진은 한나절의 거리를 기어코 한 시간으로 줄여 버린 것이었다.

스으으…….

혹사당한 육체에서 피어난 열기가 퍼져 나간다.

도진을 응시하는 모든 이들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아주 많은 무리를 했다는 것을.

"괜찮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말의 흔들림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옥철마대를 짓누르는 거대한 분노를 보이면서도 그의 등을 응시하는 이들에게는, 올려다 보는 아이에게는 따사로운 태양빛과 같은 미소를 보여 주었다.

"어디서 개소리를 하느냐!!"

꽈과과광!

발작하듯 외치며 총을 들었던 지옥철마대의 무인들이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에서 뿜어지는 벼락들.

평범한 이들에게 그것은 말 그대로 벼락과 같아서 인지하는 순간 내리꽂히는 것이었으며 결코 받아낼 수 없는 것이었다.

퍼퍽!

하지만 도진에겐 아니었다.

"끄아악!"

도진과 그 주변을 노리고 쏘아진 총알은 단 하나도 명중하지 못했다.

총구가 겨누어진 순간 이미 일대를 지배하고 있던 도진의 감각이 점과 점을 모두 이었고 원하는 형태로 조율하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서로 상쇄되어 바닥에 나뒹굴었고 일부는 총을 쥐고 있던 지옥철마대원의 손을 꿰뚫어 그것을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도진이 그들을 향해 나아갔다.

지었던 죄의 무게를 강제로 인지하고 그 값을 치러야 하게 된 지옥철마대원이 발작하듯 덤벼들었다.

두두두두-!

덩치만으로도 인간을 짓누르는 전투마들이 쇄도한다.

피맛을 보아 두려움에 짓눌리면서도 덤벼드는 전투마에 도진은 손을 들었다.

두웅-!

퍼퍽!

내부를 짓이기는 격공장에 전투마들이 단말마조차 내뱉지 못하고 절명하면서 고꾸라졌다.

사람과 달리 짐승에게는 그렇게 죽음을 내려 준 도진이었다.

"큭."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승 수법에 말이 당하자 급히 몸을 날린 지옥철마대원들이었으나 필생의 전력을 완벽하게 구사하여도 모자랄 그들이 도진에게 닿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쿠웅-!

손을 쓸 것도 없이, 그저 한 걸음 내딛는 것만으로도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마치 죄를 비는 것처럼.

뿌드드득-!

팔다리가 삐걱이며 으스러질 정도의 무형지기(無形之氣)가 그들을 짓눌러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들었다.

저벅.

도진은 계속 나아간다.

절대적인 공포로 군림하며 지옥도를 만들던 악귀들에게.

"끄오오오오오!!"

악귀들이 입을 쩌억 벌리고 이를 드러내며 덤벼든다.

허나 그것은 평소와 같은 피에 취한 살인귀의 모습이 아닌, 필사적인 목숨 구걸이었다.

물론.

악귀를 심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소천마(小天魔)는 결코 그 구걸에 자비를 보이지 않는다.

뻐벙!

내지른 거창이 도진의 손에 닿는 순간 폭발하며 무수한 파편을 퍼뜨렸다.

폭자결(爆字訣).

퍼퍼퍼퍼퍼퍽!

온몸에 파편이 박힌 지옥철마대의 악귀가 절규하였고 곧.

퍼걱.

도진이 단전을 부수며 퍼뜨린 천마기로 인해 아가리를 쩌억 벌린 채 목소리를 잃었다.

그리고 도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계속 나아가며, 악귀들을 응징하며 말했다.

"천마신교는, 무심한 하늘에 기대지 않고 인간이 스스로 옳은 바를 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옳지 않은 형태로 사람을 핍박하고, 죽이고, 조롱하는 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옳을 리가 없습니다."

"아비가 아이를 지키지 못하는 세상이 옳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 세상을 바꾸기 위하여 주먹을 쥐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소천마의 목소리는 나직하지만 분명하게 천마신교의 교도들에게 스며든다.

스스로 선언했던 대로 가장 앞에 서서 나아가는 이의 등을 응시한다.

그저 한 사람의 무인의 등에 불과할진대.

"옳다고 믿는 일을 하세요. 당신들이 그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지금 여기에 내가 서 있는 것이니까."

지금껏 그들을 옭아매고 있던 모든 제약이, 결코 끊어낼 수 없던 굵은 족쇄들이 부서지고 그들이 일어설 수 있게 하였다.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여야만 했다.

포기함으로써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는 건 너무나 아픈 일이었고 본래 지켜야 할 것을 하나 둘 잃는 일이었기에.

그들은 소모되고 있었고 이윽고 말라 버릴 날을 필사적으로 유예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그들의 앞에서 걷는 이가.

가장 앞에 서서 그들을 인도하는 이가.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바라는 것을 하여도 된다고.

콰득!

주먹을 쥐었다.

두웅-!

몸 안에 흩어져 있던, 결코 드러낼 수 없었던 그들의 열망이 깃든 내공이 이내 단전으로 모이고 온몸을 거세게 휘돌았다.

신마공(身磨功)으로 단련하였던 육체에 현랑진기(賢狼眞氣)가 깃들며 현실에 짓눌리던 민초들이 천마신교의 교도로 본모습을 되찾는다.

"오오오오오오!!"

그리고 바라는 것을 행하기 위하여,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하여 내달렸다.

"감히!!"

'만만한 먹잇감'을 찾았다 본능적으로 판단한 지옥철마대원들이 무기를 치들었다.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감히 기병대에 덤벼들다니!

채애앵-!

허나 무기를 치들었던 대원은 곧 날아든 칼에 다급히 몸을 가렸으니 마을의 주민들이 숨겨두었던 칼을 꺼내 던져 준 것이었다.

"이, 이놈들이!"

현랑들이 쥔 무기가 노을에 붉게 빛난다.

그것이 마치 지금껏 그들이 흘리게 만든 피의 죗값을 상징하는 것만 같아서 주춤하게 만들었다.

"이익!"

위축된 악귀들 중 일부가 땅에 구르던 총을 급히 집어들었으나.

꽈직-

"끄아아아악!!"

도진의 시선이 향하는 순간 손이 산산조각나 그것을 다시 놓아야만 했다.

현랑들은 기세를 드높였다.

"천마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

"오오오오오오!!"

그들에게는 고금제일천마 위지혁의 후손이자 황실의 유일한 핏줄인 교도 위서린이면서 공주인 주서린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필코 지켜야 할, 어둠 속에 하나 남은 빛이었으나 그들을 인도해 줄 빛은 되지 못했다.

공주이면서 교도인 그녀는 그러나 '천마'가 아니었으니까.

이 세계에 절대적인 죽음을 선고하던 사신의 진전을 유일하게 이은 장소유 또한 경계를 넘어선 무력의 소유자였으나 본래 사신은 어둠 속에 스며드는 법.

그들을 비출 빛이 아니었다.

때문에 지독한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을 지키던 그들은 비로소 오늘, 어둠을 꿰뚫고 나아가는 빛을 보았고 열망하던 모든 것을 아낌없이 해방하였다.

채애앵-!

"놈!"

지옥철마대 백인장 원강주는 덤벼드는 작은 무인의 검을 받아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의 제안에 따라 감당할 수 없는 절망에 짓눌리던 놈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형형한 눈동자로 감히 검을 내리쳤기에.

"원강주. 악귀인 네놈은 심판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채앵! 채애앵!

하찮은 이단 따위가. 감히 그를 심판하겠다며 검을 휘두르고 있거늘.

단매에 쳐죽이기는커녕 밀리는 상황에 그는 도무지 납득을 할 수가 없었다.

"크악!"

"아아악!!"

무적을 자랑하던 그의 백인대가 하나둘 쓰러지는 소리가 더더욱 그를 뒤흔들었다.

'이, 이건 아니야.'

그리고 그 상황을 숨죽인 채 지켜보던 비대한 체구의 개도관이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스스로를 고금제일천마의 후예라 주장하는 놈의 말도 안 되는 신위와 그 뒤를 따라 검을 든 하찮았던 주민놈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평소 꺼리긴 했으나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무력으로 다 해결할 것만 같았던 지옥철마대가 이토록 쉽게 무너지고 있다니.

설령 백인장 이상의 고수가 나타난다 하여도 '총'이라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이대로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공장! 공장으로 가야 한다.'

켕기는 게 많았던 개도관은 숨을 죽이고 조심스레, 은밀히 도주하기 위하여 몸을 돌렸고.

"허어어어억!!"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도진의 모습에 꼴사납게 뒤로 나뒹굴었다.

도진은 욕심으로 그득한 개도관의 두툼한 발목을 즈려밟았다.

콰드드득-

"끄으아아아아아악!!"

절규하는 개도관의 목소리는 소름끼치는 공포와 고통으로 가득했으나 도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은 한쪽의 발목도 똑같이 즈려밟아 다시는 이 비대한 자가 이족보행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항상 그러했듯, 도진의 자비는 그럴 가치가 없는 자에겐 베풀어지지 않는 것이었기에.

그렇게 개도관을 처리한 도진은 일대를 가득 채운 존재감을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 보았고.

"커윽."

명치에 현랑의 칼이 박힌 원강주가 뒤로 넘어가는 것을 끝으로 상황은 일단락이 되었다.

어디까지나 일단락이.

* * * *

지옥철마대와 개도관을 제압한 뒤.

채 뒷정리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작은 키에 순한 인상의 남자, 이곳의 교도들을 이끌던 이가 말했다.

"이곳에서 반시진(한 시간) 떨어진 곳에, 공장이 있습니다."

"공장이요."

"예. 이곳의 상황이 알려진다면 위험합니다."

이 마을 근처에 위치한 '공장'은 지극히 위험한 곳이었다.

다름 아닌 총을 생산하는 곳이었으니까.

총만이 아닌 여러 신세계의 문물을 생산하는 중요한 곳이었기에 과도할 정도의 경계 병력이 머물고 있었으니 무엇보다.

"모두가, 총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총으로 무장한 기마대와 보병대가 상주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마을을 덮친다면, 결코 지금처럼 희생없이 끝나진 않을 것이었다.

그들의 걱정에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반시진 안에 이곳을 정리하고 공장을 제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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