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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648화 (648/741)

648화

지옥철마대(地獄鐵馬隊)는 명나라 멸망 이후 들어선, 천마신교가 지배하는 교(敎)나라의 이단심판관들이었다.

절대적인 국교(國敎)를 의심하는 자들을 즉결심판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 집단이었고 그 권한에 걸맞는 무력을 갖추고 있었다.

머지않아 신실한 교도들이 살게 될 신세계(新世界)의 산물인 합금강(合金剛)으로 무장한 전투마를 타고 내지르는 거창(巨槍)은 그야말로 지옥으로 죄인을 떨어뜨리는 사신의 낫과 같은 공포의 상징이다.

민초들에게는 물론이요 이단에 대항하는 진실된 천마신교를 믿는 이들에게마저도 그들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지옥철마대는 사신이었고 막을 수 없는 거대한 공포였다.

그런 지옥철마대가, 백이나 되는 수가 지금 도열해 있었다.

뚝. 뚝.

일부에게서 피냄새가 난다.

이미 그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혹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지.

주변을 지키고 있던 동지들의 목숨을 빼앗고 그 피와 죽음을 묻힌 채 이곳으로 쇄도했다.

백에 이르는 지옥철마대가 완벽하게 무장하고 그들의 앞에 도열하였고 창을 겨누었으니 빠져나갈 길은 없고 저항마저 형체도 없이 으스러져 이곳에서 목숨을 잃는 결과밖에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그렇게 스러지는 목숨으로 그들의 희망인 위서린과 장소유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시간을 벌 수 있기를 바랄 뿐.

그저 그렇게 바라며 결심을 굳히려는데.

저벅.

한 명.

저벅.

지금 그들의 앞에 나선 단 한 명이 정해져 있던 결과를 부정하게 만들었다.

홀로 앞에 섰음에도 지옥철마대에 대한 공포를 완벽하게 지우는 존재감이 마치 태양의 빛처럼 천마신교의 교도들을 감싸고 있었다.

천마의 군림이란 적에게는 절대적인 공포가 되지만 그 뒤를 따르는 이들에게는 절대적인 상징이기에.

더 이상 천마신교의 교도들은 지옥철마대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지옥철마대는.

"죽여라!!"

"히야아아아앗!!"

일제히 악귀와 같은 목소리를 높이며 돌격하였다.

사실은 피에 지독히도 굶주려 있는 상태였던 그들은 본능의 경고와 압박감을 이겨내고 달려든 것이다.

평범한 말이 아닌 철저하게 전투마로 육성된 거대한 기갑마(機甲馬)들이 대지를 박차고 그 위에 탄 살인자들이 성벽마저 꿰뚫을 거창을 앞세운다.

두두두두두-!

그것은 이미 재해의 영역이었다.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으며 한낱 인간이 마주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현상.

그러나.

두웅-!

히이이이잉-!!

"헉?"

"커헉!"

천마의 무예는 단 한 걸음으로 그 재앙을 무너뜨리니 세상에서는 그 걸음을.

"아, 아아……."

"천마, 군림보."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라 하였다.

쿠콰가강!

마치 하늘의 천벌이라도 떨어진 듯 돌진하던 지옥철마대가 짓눌려 고꾸라졌다.

"으아아악!!"

"끄아아아악!!"

무거운 갑주와 갑주가 부딪치고 거대한 전투마들이 대지에 나뒹군다.

평범한 자들이었다면.

여기에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옥철마대는 평범한 집단이 아니었다.

"히야아아아앗!!"

"끄오오오오!!"

말과 동료들마저 거칠게 밀쳐내고선 벌떡 일어나 달려드는 자들이 당장 열둘이었다.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잔뜩 일그러진 얼굴에서 그들의 광기를 읽을 수 있었다.

단숨에 무리를 이루는 데서 혹독한 수련량을 짐작할 수 있었고 말이 없음에도 진형을 갖춘 거창 돌진은 그 파괴력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그 창끝은 그럼에도 소천마에 닿지 못했다.

천격(穿擊).

꽈아아아앙-!

"컥."

단 한 명의 일권(一拳)이 열둘의 거창 돌격을 꿰뚫었다.

가장 앞에 섰던 이의 두 팔을 으스러뜨리는 것을 시작으로 여덟이나 되는 자의 내부를 뒤흔들었다.

첨단이 꿰뚫려 으스러진 무리는 예기를 잃고 둘로 갈라졌다.

그렇게 갈라진 진형의 양쪽에서 네 개의 창이 날아드니 포기하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이루어진 합공이었다.

도진은 그저 오른손을 들어 점과 점을 이었다.

까아앙-!

"……!"

그리고 도진을 공격했던 자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믿을 수 없게도.

네 명의 창이 도진의 앞에 얽혀 버린 것이다.

손이 닿는 순간 창의 제어권이 도진에게로 넘어가 버렸고 찰나에 신묘한 궤적을 그렸으니 무언가 하기도 전에 네 개의 창이 얽히는 결과에 이르렀다.

하나 하나가 웬만한 무인의 평생 공력에 해당하는 막대한 내공이 담긴 창이었거늘.

그것을 젊은 자가 어찌 이렇게 쉽게, 강제로 경로를 틀어 얽히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짐작조차 하지 못할 수준의 기예였다.

'하지만!'

뿌득-

창을 회수하여 물러난 지옥철마대의 무인들은 꺾이지 않았다.

분명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놈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인간이다.

푸르르르…….

목이나 다리가 부러지지 않은 전투마들이 일어난다.

뚜두둑!

부러진 팔다리를 다시 맞추고, 그럴 수 없다면 덜렁이면서라도 지옥철마대의 무인들 또한 창을 들었다.

"키히힛."

"후욱, 후욱."

고통마저 희열로 느끼는 지옥철마대 무인들의 입가가 광기의 곡선을 그린다.

그들은 미쳐 있었다.

이곳은 교나라의 오지 중에서도 오지다.

그런 이유로 교나라에 저항하는 저항군이 많았고.

…반드시 죽여야 할 자들로 가득하였다.

제아무리 지옥철마대, 이단심판관이라 하여도 교나라가 나라로 성립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했고 행동에도 선이 있어야 했다.

한데 이단의 심판을 오래 하다 이내 살인마가 되어 버리는 자들이 끊이지 않았고 교나라는 공들여 키운 그들을 처분하는 대신 저항군들이 있는 오지로 보내 버리는 것이다.

이곳은 소문의 전파가 거의 되지 않았고 죽여도 문제없는, 그러나 저항이 강한 자들이 많았으니 그야말로 '적재적소'였다.

그렇게 모인 이곳의 지옥철마대는 수많은 지옥철마대원 중에서도 거르고 거른, 압축되고 또 압축된 악귀들인 것이다.

하루라도 사람을 찢어발기지 않으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맛이 가 버린 그들은, 그러나 명령으로 이 근처에서 무려 일주일을 살인충동을 억누르며 버텨야 했고 비대해진 광기가 뇌를 지배해 버렸다.

그 상태서 겨우 열 명도 되지 않는 것들을 순식간에 짓이기는 걸로는 오히려 극도의 갈증만 더 자극하는 꼴이었다.

도진의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망설임없이 달려들 만큼, 그들은 미쳐 있었다.

"네놈을 짓이기면, 얼마나 좋을까?"

"아랫도리가 가라앉질 않는구나."

광기에 물든 진한 피냄새가 풍긴다.

웬만한 이라도 마주하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릴 거대한 광기.

하지만 그것은 감히, 소천마를 뒤흔들 수 없었다.

"…당신들은, 아주 많은 이들을 죽였겠군요."

"히히? 아, 그것들 이야긴가?"

도진의 시선이 나뒹구는 거창들 중 일부에 멈추었다.

거기에 묻은 피와 살점은, 분명히 천마신교 교도들의 것이다.

주변을 지키던 이들의 것이란 말이다.

그들의 목숨을 앗고서는 좋았다는 듯, 그래도 모자라다며 히죽 웃는 자들이 눈앞에 있다.

자신들이 저지른 짓의 무게를 모르는 이들이.

오오오오오오오-!

두웅-!

도진에게서 비롯된 천마기가, 의지가 거칠게 세상을 물들인다.

"키, 히히?"

광기에 물들어 히죽거리던 이들의 얼굴에 금이 갔다.

"뭐, 뭐가."

"이게."

문장이 성립하지 못하고 그들은 손끝부터 시작하여 저도 모르게, 곧 온몸으로 벌벌 떨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오-

세상이.

딛고 선 온 세상이 도진의 의지에 따라 그들을 적대하고 갈기갈기 찢어 놓을 듯한 살기를 발산하였으니 망가진 정신으로도 감당하지 못할 공포가 덮친 것이다.

저벅.

"히익?!"

저벅.

공포의 근원이 가까워진다.

분명히 하찮은, 대단하다 해도 그저 무인 하나였는데.

지금 이 순간 그들에게 가까워지는 것은 무인 하나가 아닌 그들을 심판할 세상 그 자체였다.

"오, 오지마!"

발악하듯 외치며 지옥철마대의 무인이 거창을 휘둘렀다.

막무가내의 휘두름은 그렇기에 그의 온힘이 담겨 있었으나.

스으으…….

도진의 손에 닿은 순간 소멸하듯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압축된 수기(手氣)였다.

"아, 아아아."

다가오는 심판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지독한 공포에 오줌을 지렸다.

그리고 공포에 비례하여 커진 생존 본능이 그가 등을 돌리게 만들었으나.

털퍽!

말을 듣지 않는 다리로 인해 그는 꼴사납게 바닥에 엎어졌다.

"왜, 왜."

평생 단련하였고 그를 배신한 적이 없던 다리에 감각이 없다.

그는 이내 보이지 않으나 분명하게 무림에 드리워져 있었던 사신의 그림자를 떠올렸다.

"사, 사신?"

저항군의 핵심 중 한 명인 장소유와 그녀에게 집착하였던 홍괴산으로 인해 침기의 존재가 이단의 사이에서는 제법 알려져 있었다.

이것은 분명히 침기로 인한 것이다.

'?'

하지만 그는 이내 혼란에 빠졌다.

덜덜덜.

그를 뒤덮고 있는 이 공포.

이것은 '사신'의 것과는 궤가 달랐으니까.

고요한 사신의 공포와 달리 이것은 흉포하고 또 흉포하여 결코 그가 알던 사신의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차라리…….

"……!!!"

그리고 여기서 그는 스스로가 한 말도 안 되는 상상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신이 드는 상상에 전율하였다.

흘려들었던 천마군림보라는 중얼거림이 선명해진다.

"너, 너, 너, 너는."

빠각!

도진은 그가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격공장이 그의 입을 짓이겼고 도진은 그저 나아갔다.

"이야아아아앗!!"

발악하며 덤벼드는 그들을.

빠각-

자비없이, 비참한 몰골로 제압하였다.

다시는 무공을 쓸 수 없도록 만들었고 온전한 삶을 살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결코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백에 이르는 지옥철마대의 악귀들이 모조리 바닥을 기게 되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앞에 선 도진은 뒤를 돌아 보았다.

천마신교의 교도들이 고개 숙이고 부복한 채 있었다.

부복한 그들에게, 불안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 * * *

위서린과 장소유를 통하여 그 존재를 들었으나 확신을 가지지 못하였던 현랑전의 무인들이었다.

그들에게 믿음을 심어 준 도진은 그러나 그들과 지금 이 자리에서 느긋이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장소유가 말했다.

"…이곳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진 일행이 이용한 포털은 철저하게 은폐 주술로 감춰 둔 것이었다.

한데 킬 스위치로 이단 세력의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그것을 확인한 뒤 포털을 넘어오자마자 놈들이 들이닥쳤으니 미리 알고 있었던 거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채 10분도 되지 않는 시간만에 백이나 되는 지옥철마대가 정확히 이곳으로 올 수가 없다.

계획 자체를 알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만약 그랬다면 홍괴산의 킬 스위치를 그대로 놔둘 리가 결코 없었고 '겨우' 지옥철마대 100명이 이곳으로 오는 정도로 그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러니까 이건 일부러다.

일부러 알면서도 무언가를 벌일 때까지 놔두고 감시하고 있었다는 게 된다.

스파이를 알고도 놔두고 역이용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야기가 여기까지 이르렀을 때 장소유는 물론이요 이쪽 천마신교의 사람들 모두의 얼굴이 굳었으니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지금 당장, 마을로 가야 합니다."

포털을 은밀히 관리해 온 이들이 사는 마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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