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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643화 (643/741)
  • 643화

    금화의 비밀 시설에 곧 무림전담타격대를 포함한 공권력과 무림맹의 무인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다급히 현장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댔으며 도진에게 사정 청취를 들었고 난리가 나 버린 바깥에 '해명'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평범한 이였다면.

    하다못해 적당한 수준의 인물이기만 했어도 어느 정도는 강압적으로 일을 해결하려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림인'인 소천마였기에.

    일은 순리대로 진행되었고 도진은 회견을 갖겠다고 선언했다.

    [소천마, 2시간 뒤 기자 회견.]

    짧지만 대번에 세상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속보가 떴고 그 사이에도 격렬한 논쟁이 계속되었다.

    -그러니까 소천마가 간 곳이 무형독 소굴이었고 걔들 처리했다는 게 팩트 아님?

    -소문인데? 팩트가 아니라.

    -소문이라고 믿고 싶은 거겠지 ㅋㅋㅋㅋㅋ 그동안 교주님 행보보면 이미 견적 나왔구만 ㅋㅋㅋ

    -또또또. 무지성 쉴더 십새키들아 니들은 영상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사람이 죽었다고!

    -사람도 사람 나름이지.

    -그런 사고방식이 위험하니까 무림특별법 개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다 사이코패스 놈들아.

    어차피 비난할 이들은 덮어놓고 비난하는 자들이다.

    마찬가지로 옹호하는 이들은 그들에 대항하여 강하게 옹호의 목소리를 냈다.

    그들을 제외한,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중립을 지켰다.

    소천마 김도진이 그동안 보여준 것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다만 그렇게 중립을 지키는 이들도 일말의 불안감을 보이고 있었으니 영상의 임팩트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알려지기로는 그랬다.

    아버지, 한동군 회장에 의해 유폐당한 한유성 부회장을 구하기 위하여 소천마 김도진 일행이 비밀 시설에 진입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그 안에 어떤 사정이 있었든. 설령 그렇게 목숨을 잃은 것이 무형독과 관련이 있었다 하더라도.

    '대량 살인'을 저지른 것이 과연 정당화 될 수 있을 것인가.

    소천마를 굳게 지지하는 이들조차 거기에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그리고 만약 그에 관해 '잘못되었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소천마에 관한 그 어떤 절대성이 훼손될 것이었고 정세 또한, 크게 바뀔 것이었다.

    때문에 해외마저 포함한 초유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기자 회견이 시작되었다.

    * * * *

    수많은 기자들과 마주한 자리에 도진이 앉았다.

    그 곁으로 이번 사건에 함께 하였던 한유아와 위취련, 위연서, 장소유가 앉았고 정부와 무림의 고위 인물들이 자리하였으니 면면이 참으로 화려했다.

    바로 그런 자리에서 도진은 사건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무형독의 최고 간부 중 한 명으로 마법에 가까운 술법을 쓰는 주술사, 술법사가 있었습니다. 그 술법사가 금화의 비밀 시설에 거대한 진법을 펼치고 온갖 인체 실험과 개조를 통하여 괴물로 만든 희생자들을 동원하였죠."

    "……."

    "그야말로 생명에 대한 극도의 모욕이었고 희생자들을 구원하기 위해 무공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이미 오래 전 목숨을 잃었던 한동군 회장님이 포함돼 있었던 거죠."

    "……."

    침묵이 이어졌다.

    그렇게 이어진 침묵을 깨고 나온 첫 마디는.

    "지금 그걸…… 믿으라는 말씀인가요?"

    그것이었다.

    한 사람의 말이었으나 모두를 대변하는 것이었고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믿기 힘드시겠죠.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그러니까 증명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습니다."

    이토록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그러나 한 점 거짓없는 진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도진은 준비한 것들을 하나씩 풀어 놓기로 했다.

    그 첫 번째는.

    "지금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동영상, 더 긴 게 있습니다."

    "으음?"

    처음부터 눈과 귀를 확 잡아끄는 동영상이었다.

    회견장의 뒤 커다란 스크린에서 재생되는 영상은, 흉악한 육체를 가진 이가 자욱한 안개 가운데 서 있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군.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니까.

    "저, 저거."

    "한동군 회장?"

    외공을 소홀히 하지 않는 추세인 시대임에도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몸을 한 그를, 회견장에 모인 이들은 어렵사리 알아보았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인 만큼 금화의 회장인 한동군의 얼굴을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토록이나 달라졌음에도 거기서 한동군의 얼굴을 읽어낸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였다.

    '저것'이, 한동군 회장이라니.

    허나 그런 혼란을 기다려주지 않고 영상은 계속되었고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그들은 바삐 눈과 머리를 움직였다.

    목소리를 통하여 '한동군 회장'과 소천마 김도진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란 걸 즉시 유추해낸다.

    동시에 주변에 널브러진, 목이 잘린 '이상한 시체'들.

    "……."

    떠돌던 영상에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몰랐는데 소천마의 이야기를 듣고 이 영상으로 다시, 많은 시체들을 보니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시커멓게 썩어 버린 피부와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검은색 피.

    저 자리서 소천마와 대치하다 죽었다고는, 누구도 믿지 못할 상태였다.

    -흉악하기 짝이 없구나, 무림인이란 것들은.

    그리고 맥락에 전혀 맞지 않는, 갑자기 표정이 확 변하며 하는 소리까지.

    이것만으로도 명백해졌다.

    지금 세간에 떠돌아다니는 영상이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임이.

    하지만 영상은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로구나.

    -그거 참 기쁘네. 너 따위가 마음에 들면 내 기분이 나빠지거든.

    -건방진 놈. 네놈이 아끼는 것들의 배를 갈라 그 안을 긁어내는 것을 눈앞에서 보여 주어야 그 여유가 사라지겠구나.

    주고받는 대화에서 드러나는 흉악한 소리는 소천마가 아닌 한동군 회장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내용.

    -한유성이, 기습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

    "뭐, 뭐야."

    "한유성 부회장?"

    도진의 말을 부정하지 않는 한동군 회장.

    "갇힌 게 아니라, 오히려 한패였다니……."

    -연기 연습이라도 좀 시키지 그랬어. 모른 척하는 것도 쉽지 않았거든.

    -하긴, 한유성이나 너나 마찬가지인 놈이니 가르쳐 줄 수도 없었겠지.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 한유성 회장마저, 무형독의 인물이었다는 건 내부를 크게 뒤흔들고도 남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렇지? 홍괴산.

    -……!!!

    -어떻게, 알았지?

    정체를 꿰뚫어 본 도진의 발언과 한동군 회장의 육체에 깃들어 있던 홍괴산의 인정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

    "……."

    다시 한 번 내려앉는 침묵.

    그 침묵 속에 도진이 말했다.

    "영상 속의 특수한 안개는 진법으로 여러 전자 기기를 먹통으로 만듭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죠."

    바할라.

    모두의 머릿속에 그 사건이 떠올랐다.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정글 게임' 촬영팀이 무형독에 습격당했고 그때 사용된 진법 안에서는 통신이 불가능했다.

    진법과 통신 방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이미 증명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영상 속의 진법은 훨씬 강력한 것이어서 원래는 촬영마저 불가능했습니다."

    그것을 믿고 무형독은, 이단 세력은 이번의 함정을 준비한 것이었지만.

    "하지만 저는 그 안에서 장비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거든요."

    그리 말하며 도진은 휴대폰을 꺼내 모두에게 잘 보이도록 한 뒤.

    "이렇게."

    우우웅-

    유형화된 내공으로 그것을 덧씌웠다.

    "내공으로 완벽하게 기기를 덧씌우면 통신은 불가능해도 내장된 기능은 문제없이 사용이 가능해지는 거죠."

    "허어……."

    "저게……."

    입을 벌리고 그저 감탄하는 건 일정 경지 이상의 무인들이다.

    지금 도진이 한 것이 검기(劍氣)마저 넘어서는 차원에 있는 이적이라는 걸 그들은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눈에 보이도록 저렇게 명확하게 시연한 것이지 실전에서는 상대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했을 것이고 그것은 지금보다 더 어려운 내공의 운용을 요구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 버린 건가 소천마는.'

    '차원이 다르잖아 이건…….'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제 주장의 근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만."

    몇몇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하지만 일부는, 특히 무형독이 스며든 자들은 아니었다.

    "영상의 진위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황 증거는 되겠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엔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은 것 같은데요."

    몇몇 반론이 나왔고 도진은 스윽 웃었다.

    "그런 분들도 있을 거 같아서, 하나 더 준비한 게 있습니다."

    "……."

    또 무얼 보여 주려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도진이 준비한 또 하나의 영상이 재생되었다.

    그것은.

    -흐어어어어.

    -캬아아아악!!

    안개가 자욱한 어떤 곳에서 부패한 시체가 몸을 일으켜, 좀비가 되어 덤벼드는 영상이었다.

    "이것, 은."

    "조작도 아니고 영화도 아닙니다. 다른 곳도 아닌 미 국방부가 검증한 영상이니까요."

    "미, 미국 국방부요?"

    "네. 이건, 일전에 있었던 존 스미스를 붙잡았을 때의 영상입니다."

    * * * *

    [속보. 한동군 회장이 이미 오래 전에 살해당했다?]

    [금화의 부회장, 무형독의 간부였다?]

    [속보. 좀비가 실재했다.]

    기자 회견의 내용은 즉시 기사가 되어 흩뿌려졌다.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내용들이 완벽하지 않은 가운데 일단 속보가 되어 퍼져 나갔으니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는데 이는 현장의 기자들마저 다르지 않았다.

    "좀비라니……."

    회견의 시작 때만 해도.

    소천마 김도진이 하는 '헛소리'를 도저히 그냥 들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한데 하나둘 증거가 제시되는 지금, 기자들은 오랜 세월 지니고 있던 상식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소천마가 맞았고 그들이 틀렸다.

    그리고 여기에 쐐기를 박는 것이.

    '미 국방부라니.'

    미 국방부에서 철저하게 검증하였다는 좀비 영상이었다.

    그래, 좀비 영상.

    시체가 일어나 좀비가 되어 덤벼드는데 저것이 무형독의 주술사가 벌인 짓이란다.

    좀비가 아니고 강시이며 그 강시를 만든 것이 무형독의 주술사라고.

    "쉽게 믿기 힘든 일이고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만 신뢰할 수 있는 부분이라 공개에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금화의 비밀 연구 시설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

    * * * *

    금화의 회장 한동군은 사실 10년도 더 전에 죽었다.

    그 죽은 시체를 무형독의 악랄한 술법사가 개조하여 강시로 이용하였다.

    한유성 부회장은 그걸 알면서도 동조하였고 그에 그치지 않고 무형독의 지원을 받은 간부이기까지 했다.

    이것을 얼토당토 않은 내용이라 치부할 수 없도록 소천마 김도진이 증언하고 증거를 제시하였으며 일부를 무려 미 국방부가 보증했다.

    회견장은 충격에 휩싸였고 생각을 정리하느라 누구 한 명 입을 떼지 못한 채 또 한 번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뭐, 뭐야?"

    누군가의 당혹으로 가득한 목소리가 침묵을 깼고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는 시선들에 해명하는 대신 다급히 몸을 움직였고 잠시 뒤.

    "하, 한유성이 사라져?"

    그런 소식이 또, 속보가 되어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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