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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623화 (623/741)

622화

이번 국정감사는 공개 감사로 생중계까지 되고 있었다.

TV만이 아닌 인터넷 생중계 또한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으니 당연하게도 채팅창이 따라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소천마와 비봉이 참석한 자리였기에 평소의 몇 배나 되는 인원이 몰려들었고 오형숙 의원을 씹어댔다.

-저거 진짜 도대체 왜 나대는 거임?

-모름. 무식하면 용감하다의 화신 아님?

-ㅅㅂㅋㅋㅋ 꿀밤 마렵네.

호감을 샀다면 한없이 호감이었겠지만 오형숙은 그 반대인 비호감의 화신이었기에 일거수일투족이 비호감을 샀다.

동생이 학교 폭력에 시달리자 무림인이었던 형이 가해자인 일진들을 때려눕힌 사건이 있었는데 거기다 대고 학생들을 계도하기는커녕 더 큰 죄를 저질렀다는 발언만 보아도 왜 비호감을 사는지 잘 알 수 있는 일화였다.

그런 오형숙이.

[서소담 가주 대리. 암산서가가 했었던 암살은 정당한 것이었습니까?]

-저, 저 **

-저거 완전 개** *** 아니야?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필터링이 채팅창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발언을 '싸질러' 버렸다.

네티즌들은 폭발했고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제 입을 막은 이들이 속출했다.

도저히 이런 자리에서, 그것도 암산서가 가주의 딸에게 할 말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수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들은 서소담을 걱정했다.

그러나.

"네."

자리에서 일어난 서소담은, 그 많은 시선 속에서 당당하게 암산서가를 긍정하였다.

오형숙의 얼굴이 찌푸려지는 가운데 서소담이 말을 이어 나갔다.

"보는 각도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는 있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복잡한 사안이기도 하죠. 하지만, 적어도 저는 그것을 정당한 일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죽인 것이, 말입니까?"

-진짜 저 **

-저거 끌어내 **

소담은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곁의, 누구보다 단단하게 자신을 지지해 주면서도 등을 기대면 포근하게 감싸 주는 '교주님'의 온기를 느끼며 눈앞의 의원을 마주했다.

"전범국에 의해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나라의 독립 의사가 전범국의 중요 인물을 저격하여 죽였다면."

"그것은 옳은 일인가요, 아니면 범죄를 저지른 것인가요?"

"……."

단단히 소담을 응시하던 오형숙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제법 오래 버벅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어렵게 입을 뗐다.

"…암산서가는 일본 신풍회의 사주를 받고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을 암살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무고한 이에 대한 암살을 거부하였고 부끄러운 살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변명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할 수 있는 말을 할 뿐이다.

누가 보아도 오형숙이 떼를 쓰는 형국이었고 그 자신도 이대로는 추해질 뿐이라는 걸 깨달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러나면 '땡깡' 오형숙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자꾸 살인을 정당화하려는 발언을 하시는데!"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소담의 날카로운 말이 오형숙의 발언을 끊었다.

그 기세에 오형숙이 입을 다물자 소담이 말했다.

"의원님들이 만장일치로 복원하여 우리 암산서가에 돌려준 훈장은, 잘못된 것인가요?"

"……."

대답이 없었다.

그랬다.

나라에서, 국회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암산서가와 답청문에 빼앗겼던 훈장을 돌려주었다.

그것도 가장 명예로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주는 훈장을 말이다.

근데 이제와서 그 암산서가의 구성원들을 '살인했다'고 힐난하고 있으니 촌극이 아닐 수 없었고 오형숙이 그걸 자신의 입으로 인정할 수 있을 리 없었다.

-ㅋㅋㅋ 합죽이잼.

-당황했죠? ㅋㅋㅋㅋ

"의원님,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곁의 보좌가 섭음술로 급히 말했고 오형숙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현명하게 생각한다면 여기서 완전히 물러나는 게 그나마 보신하는 길이었지만…….

"…김도진 대표에게 질문하겠습니다."

그걸 할 수 있는 인간이었다면 오형숙이 국회의원 중 비호감 원탑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네."

도진이 평소와 같이 옅게 웃는 얼굴로 일어났고 채팅창이 급격히 불타올랐다.

-왔다!!!!

-어쩐지 교주님 웃는 게 살인 미소 같은데 ㅋㅋㅋㅋㅋ

-****버리자.

오형숙이 준비된 공격을 날렸다.

"일전 서울 시내에서 일어난 저격 사건에서 범인들을 과잉 진압하였다는 여론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론이란다 **

-여론이 아니라 망상이겠지 ** ㅋㅋㅋ

도진이 대답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최선의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형숙이 눈을 빛냈다.

"과잉 진압에 대해 인정하시는 건가요?"

"아뇨. 다시는 총을, 아니 아예 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몸으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럴 수 없었던 게 최선이 아니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

오형숙이 또 입을 다물었다.

설마 이렇게 정면에서 부딪쳐 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아가리 봉합 당했죠? ㅋㅋㅋ

-여윽시 교주님이시다. 결코 빠꾸가 없으시지.

그래서 화가 났고 눈꼬리가 올라갔다.

"범죄자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고방식인가요?"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

"…지금 그런 방식이 문제가 되고 세계적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좋은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

-저러다 오형숙 얼굴 터지겠다 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장난하시는 건가욧!!"

"아뇨. 진지하게 답변하고 있는 겁니다. 의원님."

"……."

"무림특별법의 취지를 아십니까?"

"질문은 내가 합니다!"

"네, 그럼 제가 답하도록 하죠."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무림특별법은, 최선을 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차선이나마 택한 결과입니다."

"무공이란 게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범죄자들의 위험도가 올라간 상황에서, 그에 대처하기 위해 도출해낸 차선이 무림특별법이란 겁니다. 한국에서는…… 안타깝게 자살한 한 학생의 일이 기폭제가 되었죠."

-아. 나 이거 배웠음.

-나도.

극심한 왕따와 폭력에 시달린 학생이 있었다.

그리고 인연이 닿아 낭인으로 떠돌던 무림인에게서 몇 수 무공을 전수받아 폭력을 행사하던 일진들을 때려눕힐 수 있었으나 역으로, 그것 때문에 가해자가 되어 합의금을 물어낼 처지가 되었다.

가해자들은 그럭저럭 사는 집안이었으나 피해자의 집안은 가난했고 어머니가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그래서, 그는 힘이 있음에도 계속 폭력에 시달려야 했고 이내.

자살하고 말았다.

"거기서 시작됐죠. 가해자에게만 유리한 법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당한 폭력'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거기서 도진은 옅게 웃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았네요. 오형숙 의원님이 가장 잘 아실 이야기인데."

그것이 마치 도발 같아서 오형숙이 말했다.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의 뜻입니다. 오형숙 의원님이 가장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의도를 말하세요!"

"오형숙 의원님이 그 논란이 된 재판의 판결을 내렸던 사람이 대표로 있는 로펌 출신 아니십니까."

"……."

오형숙의 입이 다물렸다.

상상도 못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당황잼ㅋㅋㅋㅋㅋㅋ

-존나 놀란 얼굴이넼ㅋㅋㅋㅋㅋㅋ

-뭐냐 저거. 몰랐다는 얼굴인데?ㅋㅋㅋㅋㅋ

-에이 설마. 그것도 모르는 빡***가 국회의원이라고?ㅋㅋㅋㅋㅋㅋ

…몰랐다.

그 사건은 오형숙이 법조계에 입문하기 10년도 더 전에 일어난 일이었고 무림 쪽에 그리 관심을 두지도 않았기에 더더욱.

물론, 그런 변명 따위로 도저히 커버가 될 수가 없는 일이었기에 채팅창은 오형숙에 대한 조롱으로 폭발 직전이었고 당사자는 시뻘개진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도진이 그런 오형숙의 얼굴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생명과 인권. 무엇보다 중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훼손하려 드는 이들의 생명과 인권은 결코 존중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한 명의 범죄자 때문에 수없이 많은 이들의 생명과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는데. 피해자도 아니면서 심지어 가해자의 생명과 인권이 소중하다고 부르짖는 이들은."

"차라리 범죄자보다 더 악랄한 위선자가 아니겠습니까."

"……."

"그러니까 무림특별법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세상의 최선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의 차선에 해당하는 정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격 사건에서 제가 그들을 최대한 빠르게 제압하기 위하여 상처를 입히지 않았다면. 그것을 주저했다면 거기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권과 생명의 위협에 노출되었을까요. 수많은 이들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이들을 존중해서 조심스레, 다치지 않게 제압하는 것이 옳다고 부르짖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묻고 싶네요. 수많은 피해자들보다 소수의 가해자가 더 중요하냐고. 아니면. 가해자만이 아닌 피해자들의 모든 권리까지 다 지킬 수 있냐고."

"……."

오형숙은 입을 열지 못했다.

완패였다.

아니, 일패도지(一敗塗地)였다.

패하여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만큼 처참히 뭉개졌다.

여기서 또 고개를 들어봐야 진창에 처박힌다는 걸 본능의 영역에서 알았고 그래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형숙이 침묵하자 친 천마신교파에 해당하는 여당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무림특별법이 논란이 되고 있는 현 상황을 좋다고 하셨는데 어떤 이유이십니까?"

"무림특별법은 한 마디로 타인의 생명과 권리를 침해한 자의 생명과 권리는 제한되거나 무시될 수 있다는 거죠. 그렇기에, 그 법이 적용되는 이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야만 합니다."

"고민이요."

"네. 그 법을 빌미로 그 어떤 고민도 없이 사람을 해하고 죽이는 자가 있다면 그건 단순한 살인자에 불과하니까요. 설령, 그 대상이 가해자라 해도요."

"그렇군요. 고견 감사합니다."

* * * *

국정감사는 무림특별법을 옹호하는 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기울었다.

여기에 도진의 존재감이 대부분이었으며 결정적이었음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근데 이게 단순히 교주님이 옳은 말만 해서는 아님.

-?

-그렇자너. 언제 그 새끼들이 옳은 말 한다고 네 그렇습죠 한 적 있음?

-없지?

-없네?

-그러니까 따져보면 교주님이 옳은 말 해서 된 게 아니라 그 전부터 해 오신 것들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임.

-그게 뭔지 설명 좀 하라고 ㅅㅂ!!!

-봐. 교주님이 그 역겨운 ㅇㅇ검가 조졌잖아.

-ㅇㅇ

-그 새끼들이랑 붙어먹던 국회 놈들도 같이 날아갔지?

-ㅇㅇ

-근데 그 새끼들이 오형숙 쪽 일파였네?

-..그렇네?

-심지어 저번에 날아간 도촬범 새끼 집안도 오형숙 쪽이었지?

-.......그렇네?

-그러니까 그거임. 오형숙 쪽 부패 새끼들이 싸그리 날아갔으니 국정감사에서 분탕 칠 화력이 안 되는 거임 그 새끼들이 ㅋㅋ

-아 ㅋㅋㅋㅋ

-지금 여당이 엄청나게 강세인데 그 여당이 친 천마신교파이기도 하니 국정감사가 일방적으로 끝난 게 당연한 일이었던 거지.

-님 설명 존나 잘하네. 혹시 안경끼고 있지 않음?

-안경이랑 뭔 상관인데 ㅅㅂ

* * * *

부들부들…….

오형숙이 볼살을 파들파들 떨었다.

국정감사는 '스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어차피 안티야 떼낼 수 없는 처지가 되었으니 차라리 그것마저 기회로 삼아 김도진과 서소담을 들이박는 것으로 입지를 다지려고 했는데.

반대로 온 나라의 조롱거리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 그녀와 같은 배를 탄 이들에게서까지도 말이다!

파르르…….

힘주어 주먹을 쥐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회를 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오형숙은 그럴 수 있는 건수를 찾았고.

'이거야!'

공격할 거리가 넘쳐나는 타깃을 발견했다.

'전서린.'

더러운 하오문 출신의 무림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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