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지존까지-621화 (621/741)

620화

[속보!) 소천마, 크루즈선 내 포로 구출에 성공!]

[속보!) 소천마, 극단주의자들을 제압하고 포로 구출!]

이른 새벽.

본래 고요하여야 할 그 시간에 날아든 속보가 세상을 요란하게 깨웠다.

48시간. 이틀.

그러나 체감으로는 일주일을 훨씬 넘어서게 만드는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을 유발했던 하이재킹 사건이 소천마 김도진에 의해 해결되었다는 속보가 퍼진 것이다.

-ㅁㅊ

-실화냐?

[…소천마 김도진 씨가 단독으로 크루즈선에 잠입, 내부에 대치하던 무인들과 협력하여 극단주의자들을 제압했다는 소식에……]

심지어 그 내용은 더욱 놀라웠으니 소천마 김도진이 단독으로, 들키지 않고 크루즈선에 잠입하여 극단주의자들을 제압하였다는 것이다.

-아니 이게 무슨 ㅋㅋㅋ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저게 얼마나 대단한 거임?

-존나존나존나존나존나존나존나존나 대단한 거임. 자세한 건 밑에 사람이 설명해 줌.

-아! 설명 필요하시구나! 그러니까 저 테러리스트 새끼들이 자기들 말로는 20km 범위 내라면 작은 보트까지 탐지 가능하다고 발언했음.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도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시하고 접근할 수는 없으니까 그 이상 거리에서 맨몸으로, 더 조심하자면 잠수해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었음.

-소천마는 그걸 30km 바깥에서 잠수해서 접근한 거임. 수영장도 아니고 바다를 헤엄쳐 갔는데 그게 얼마나 대단하냐면 대충 도미노 10만 개를 논스톱으로 세우는 거랑 비슷하게 대단하지 않을까?

-도미노 10만개는 임마 ㅋㅋㅋㅋㅋㅋ

-근데 더 대단한 건 그렇게 접근해서는 극단주의자들한테 전혀 안 들키고 잠입해서 제압까지 했다는 거임;; 사실 접근 자체는 어떻게 한다 쳐도 들키지 않고 들어가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 답이 없었던 거임.

-진짜진짜 양보해서 잠입한다 쳐. 근데 이제는 심지어 내부에 폭탄 두 개가 거리를 두고 배치돼 있었고 포로들까지 십수 명이 총으로 겨누고 있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거임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시바 이런 개 똥망겜이 있냐.

-밸런스 어디갔냐고!!!!

-??? : 그래서 소천마 치트 쳐 드렸습니다.

-아 ㅋㅋㅋ

-아 ㅋㅋㅋㅋㅋ

-테러리스트 : 아 개망겜;;;

-..구라 아님? 그걸 어케 해결함?

-놀랍게도 사실이며 이미 인터뷰 움짤로 따온 글이 일간 하오문에 베스트 글로 올라와 있다.

자국민들이 포로로 잡혀 희생당했음에도 속수무책일 만큼 해결책이 보이지 않던 테러를 추가 희생자를 한 명도 내지 않고 소천마가 나서서 해결해 버렸다.

여기에 내부 상황이 어느 정도 알려지자 사람들이 아예 경이로운 시선으로 뉴스를 볼 정도였다.

-근데 완전히 소천마 혼자서 해결한 건 아니라고 함.

-?

-교주님 말씀하시길 안에 있던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하심.

-오?

-뉴스 나왔었자너. 크루즈선에 탔던 사람들 중에 암산서가 사람들 있었다고. 그 사람들 덕분에 틈을 만들어서 반절 이상이 농성할 수 있었다고 인터뷰 함.

-ㅁㅊ 암산서가 사람들 있었구나;;

-ㅇㅇ 사실 이미 예상들은 하고 있었지. 레드슈가 거기에 있었고 그때 바른 엔터 경호 맡은 게 암산서가 사람들이었으니까. 그 사람들이 활약했을 거라고들 조심스레 추측은 하고 있었음. 상황이 상황이라 말조심 했던 거지만.

-그랬구나.

-암산서가랑 암산서가 도왔던 협객님들이 시선을 끌어줘서 아무도 다치지 않고 해결할 수 있었다는 교주님 말씀임.

-ㅈㄹ한다 ㅋㅋㅋ 그냥 금칠해 주는 거지. 일개 딴따라 경호원들이 무슨ㅋㅋㅋ 특히 바른 엔터 쪽은 악질들도 없어서 개꿀이라드만.

-악질이 없는 게 당연하지.

-그게 왜 당연한데 ㅋㅋㅋ

-나쁜짓하다가 소천마 만나면 어떡하려고.

-아.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쟤 소천마 만나는 거임?

-벌써 도망간 거 같은데?

네티즌들은 그렇게 긴장이 해소된 상황에 웃으며 떠들었다.

사실은 훨씬 더 복잡해지는 뒤처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아직은 외부에까지 퍼지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 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의 주인공인 도진은.

"……."

천마신교 본단에 높이 솟은 천마전(天魔殿)에 있었다.

천마신교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천마전. 그 안에서도 가장 엄중한 장소인 교주전 안에 침대를 두고 거기에, 스승 장호의 후손을 눕히고 곁을 지켰다.

"이런 형태로 여기에 들어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또 한 명.

도진과 황녀와 함께 이 안에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새하얀 가운을 걸친 그녀는 다름 아닌 약리지였다.

학교에 다닐 적엔 시간이 제법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는데.

졸업 후 시간은 마치 급물살이 된 것처럼 빠르게 흘러 어느새 후배였던 약리지도 졸업을 하고 어엿한 의사가 되는 과정에 있었다.

아직 정식으로 흔히 의사하면 떠올리는 전문의가 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인턴을 지나 레지던트 과정에 있는 그녀는 그 이상의 명성을 쌓았으니 천마신교와 협력하여 내공 거부 체질의 개선을 연구하고 있었으며 내공 흡수 효율을 올리는 연구에서는 이미 성과를 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의선약가의 후계자라는 신분에 묻히지 않는, 오히려 그 이상의 실적을 올린 그녀는 그렇기에 더 큰 명성을 떨치는 의선약가의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녀가 도진의 부탁에 이곳에 있는 것이다.

"잠시 못 본 거 같은데, 그 사이에 많이 컸네?"

"후후. 어른의 매력이 느껴지시나요?"

자신있게 웃는 그녀는 확실히 이미지가 달라졌다.

담백하지만 그래서 본연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블라우스에 옅은 화장, 컬을 넣고 공들여 세팅한 머리카락까지.

마치 뱅뱅이 안경을 쓰고 수험에 매진하던 수험생이 '대학교 데뷔'를 한 것만 같은 변화다.

하지만.

도진은 씨익 웃었다.

"리지야."

"네, 선배."

"토끼는 커도 토끼야."

"?"

"토끼는 귀여워."

"쒸익쒸익."

"말로 화내는 것도 귀엽네."

전생을 포함하면 도진의 나이가 몇인가.

이제 스물에 불과한 약리지는 아직 물가에 내놓은 아이에 불과했다.

'뭐, 그래도.'

"처음 봤을 때는 중학생 같았는데. 이제는 이렇게 의사가 돼서 선배를 도와주다니. 이 선배는 감개가 다 무량해. 고마워."

"우우. 치사하게 거기서 고마워라니."

도진은 솔직하게 고맙다고 말했고 리지는 결국 부우, 입술을 내밀며 그 고마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말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정말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자연치유력이 높으신 분이거든요. 이대로라면 며칠 내로 큰 상처는 다 회복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응, 그렇구나. 고마워."

"제가 해드린 건 아주 조금의 처치밖에 없으니까, 부끄럽네요."

"너 아니면 내가 누구한테 왕진을 부탁하겠어. 그러니까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선배의 돌직구는 여전히 묵직하네요."

약리지는 결국 끝까지 부끄러워하다가 돌아갔다.

그리하여 방 안은 다시, 황녀와 도진 둘만의 공간이 되어 고요해졌다.

이렇게 만든 건 도진의 판단이었다.

피상적으로 보면 주술사의 함정에 그녀가 빠진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노리는 걸 알았다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신의 맥을 이은 그녀가 당하기엔 너무 뻔하지 않았나 싶은 거다.

하지만 아니다. 사실은 그 반대다.

그런 뻔한 함정에 걸렸을 만큼, 그 주술사의 함정이 섬뜩할 만큼 끈질겼던 거다.

인내심이 서서히 증발하는 것이듯 시야 또한, 집중력 또한 지속된 자극에 좁아지고 깎여 나가는 것이다.

주술사는.

거대한 호수를 다 파낼 만큼의 광적인 집착으로 그녀를 기어코 함정에 빠뜨렸다.

그리고 거기에 한 가지 요소를 더하여 기술이다.

-내 예상을 넘어설 만큼 그들의 주술이 발전을 거듭한 것 같구나.

장호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날 마주했던 주술사의 술법은, 술진(術陣)은 상궤를 넘어서 있었다.

기존에 경험했던 무형독 주술사들의 술법도 '마법'이라 할 정도였는데 이번은 그것마저 넘어섰던 것이다.

무공과 달리, 술법은 맥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발전했을 수 있다.

-놈들은 그 주술로 이 아이를 철저하게 노리고 또 파헤쳤을 것이다. 그 결과물이 그 술법이었던 것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신공을 상쇄하는 술진이 발동될 거라고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놈은, 주술사는 그 상상도 못할 일을 해냈고 이내 그것을 발동하여 사신 장호의 맥이자 황실의 맥을 끊으려 했다.

도진이 막지 않았다면 끔찍하게도. 그것이 성공할 뻔 했다.

그 정도나 되는 주술사가 노리고 있었기에 도진은 이렇게 철저하게 격리된 공간에 황녀를 숨긴 것이다.

언론에서도 그녀가 드러나지 않게 했지만 이미 위치를 놈들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다 해도 이곳이 가장 안전할 것이기에 도진은 황녀를 이곳에 둔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심상세계에서 장호가 말했다.

도진이 자신의 안에 집중하였고 장호가 말을 이었다.

-본래 사신공의 기원은 우리 가문의 저주를 이겨내기 위한 참오에서 시작하였다.

-우리 가문은 당시 천형(天刑)이라 불리는, 원인불명의 병을 타고나 오래 살지 못하였다. 그것을 이겨내기 위하여 의술과 심지어 주술에마저 손을 댔으니 의가이자 술법사로 우리 가문은 유명해졌다.

허나 그 의술과 술법을 탐낸 무림의 악귀들로 인해, 장호의 가문은 멸문한 것이었다.

천형을 고치지도 못한 채.

무림의 죽어 마땅한 자들을 참(斬)하는 사신은 그 참화의 재 안에서 탄생했다.

-비록 의술은 잃었다지만 수백 년이나 이어진 참오와 연구 속에 탄생한 것이 침기(沈氣)이니 이것은 본래 자신의 몸을 보하고 치료하기 위한 기운인 것이다. 부수는 것보다 고치는 것이 더 어려우니 그런 연유로 사신공은 이 기운의 성질을 비틀어 부수는 데에도 쓰고 있는 것이다.

장호의 말에 도진이 자신의 왼손에 감긴 붕대를 풀어 보았다.

검기를 머금은 검에 꿰뚫렸던 왼손은, 제아무리 연신극기공으로 단련되고 경계를 넘어섰다 해도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아물고 있었다.

이 또한 사신공의 침기를 장호의 가르침에 따라 다르게 운용한 결과였다.

-이 아이는 그런 침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자신의 안에 침잠하여 스스로를 치유하는 데 침기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 회복한다면, 필연적으로 눈을 뜰 것이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지만 확신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도진은 스승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제 겨우 이틀이다.

그녀의 상처는 엄중했고 약리지가 한 번 상처를 봐 준 것이 전부였다.

조급할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너를 믿고 이렇게 안심하는 것이다.

단 한 번 본 것 뿐인데, 이렇게 자신을 믿고 잠든 그녀를 도진 또한 믿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그녀가 눈을 뜨고, 스승 장호를 연상케 했던 그 깊은 눈동자를 다시 마주하고 많은 대화를 나눌 때를 기대할 뿐이다.

* * * *

그렇게.

도진이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동안.

세상에서는 예무르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하이재킹의 여파가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 여파는 대한민국도 비켜나가지 않아서.

[국정감사, 논란이 된 무림특별법에 관해 논한다.]

무림특별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게 되었다.

그리고.

[소천마 김도진.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나선다!]

도진이 국회로 간다는 소식이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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