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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611화 (611/741)

610화

인터넷에서의 가십거리는 휘발성이 강한 것이 큰 특징이다.

그러니까 제아무리 강하게 활활 타오르고 널리 이슈가 된다 해도 그것이 결코 오래가지는 않는다는 거다.

빠르면 하루이틀만에 다 소모되고 마는데,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저격 사건은 제법 장작이 많은 편이었다.

일단 총기 청정국이라고까지 불리던 한국의, 그것도 수도 서울의 중심에서 유명 인사를 노린 저격 사건이 벌어졌으니 이것만으로도 이틀을 타오를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리고 그 유명 인사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마신교의 소천마였다는 것이 또 이틀을 이야기할 만큼 크나큰 장작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였던 소천마의 격공장이 어마무시하게 타오르는 장작이었다.

-아니 이젠 격공장까지 쓰냐? ㅋㅋㅋ

-미쳤네 진짜 ㅋㅋㅋ

격공장.

허공을 격하고 원하는 지점을 타격하는 은밀하면서 강력한 원거리 공격 수법이다.

중요한 건 이것이 아직 현대에서는 구현되지 못한, 비현실의 영역에 있는 수법이라는 것이다.

유형화된 신비인 검기를 날리는 것만 해도 그 자체로 절초이자 비기로 취급받는 시대다.

한데 그것을 유형화하지 않은 채,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의 물리력을 가지면서도 상대의 감각을 피해서 원하는 지점에 터뜨리는 수법이 있다고?

말 그대로 비현실의 영역에 있는 수법이란 말 이외엔 대꾸할 말조차 떠오르지 않는 거다.

그런데.

그것을 소천마 김도진이 대낮의 서울에서 시전해 버린 거다.

사건이 터진 순간, 김도진을 목격한 순간 휴대폰의 녹화 기능부터 켠 사람이 적지 않았던 건 이 현대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었고 거기에 녹화된 영상들은 김도진이 격공장을 쓰는 모습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게 담아내 인터넷에 업로드 되었다.

-허공답보에 호신강기, 이번엔 격공장이냐 ㅋㅋㅋ

-앞에 두 개는 이 악물고 부정하는 놈들 많았는데 이번은 빼박 아니냐? ㅋㅋㅋ

-또또 시작이다. 저게 진짜 격공장인지 아닌지는 검증이 안 됐는데 설레발치네.

-?

-??

-뭔 물음표야 십새들아. 무협지 1000권 본 전문가 형이 딱 말해준다.

격공장이려면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딱 원하는 지점에서 터뜨려야 되는데 저건 보이지만 않을 뿐이니 원하는 지점을 원격으로 터뜨렸는지는 검증이 안 된다. 그냥 장풍처럼 쏘아낸 것뿐일 수 있다는 거다. ㅇㅋ?

-응 만 권 읽은 형이 보기엔 격공장 맞아. 깝ㄴㄴ

현랑전의 노인을 포함한 무인들이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평범한 이들에게 있어 격공장은 차원이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격공장과 비슷한 무공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이 시대에 한 명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유일무이.

다른 곳도 아니고 무려 소림사의 무승(武僧)이면서 고승인 무인이 불완전한 문헌으로 전해진 백보신권(百步神拳)을 평생에 걸쳐 보완하여 이룩한 무공이 그것이다.

소림 칠십이예(少林七十二藝) 중 하나라는 상징성이 더해져 그는 세계 무림에서도 두 손에 꼽힐 만큼 명성이 높은 인물이었으나…… 그것도 완전한 격공권(隔空拳)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시연장에서 그는 분명히 보이지 않는 권기(拳氣)를 쏘아내 오십여 미터 바깥의 목표물을 격파하였으나 보이지만 않을 뿐 감각을 다 속이지는 못했다.

그 힘이 뭉치지는 않았으나 타격 지점까지 흐르는 '기의 흐름'을 두 수 아래의 무인이라 해도 집중하면 느낄 수 있었으니 결코 격공권이라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논쟁이 되었다.

정말로 소천마가 격공장을 쓴 것이 맞느냐부터 시작하여 그 명망 높은 소림사의 무인까지 끌고 오는 활활 타오르는 콜로세움이 열린 것이다.

그리고 그 반응들을 지켜보던 동근출은 이를 악물었다.

'그래, 인정할 수밖에 없다.'

소천마는 이미 세계 무림의 정점에 서 있다.

허공답보니 호신강기니 격공장이니.

진위 여부에 관하여 인터넷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애초에 그런 논쟁이 벌어지는 것부터가 진위를 가릴 수 없을 만큼의, 사실로 보일 만큼의 어떤 것을 소천마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에 관해 무림대회에 모인 세계의 내로라하는 무인들조차 진위를 가리지 못했으니 그에 관한 구분조차 무의미할지 모른다.

어차피 진짜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라면, 이미 그건 진짜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놈은 이미 '진짜 천마'에 가까웠다.

그가 어릴 적 보았던 무협지에서 등장하곤 했던, 무림의 범접할 수 없는 절대 존재로서의.

그 끝을 알 수 없고 구사하는 무공 또한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다른 방법으로 친다.'

* * * *

저격 사건부터 시작된 이슈는 무려 일주일을 갔다.

특히 격공장에 관한 논쟁은 온갖 커뮤니티로 퍼지며 오래도록 활활 타올랐는데, 그것마저 결국 답이 나오지 않은 채 사그라들 즈음.

[펌) 소천마가 민폐를 끼치는 중이라는 주장.]

새로운 장작이 투입되었다.

-?

-뭔소리지?

내용은 그러했다.

[…그러니까 소천마 때문에 이번 총기를 이용한 저격이라는 테러가 무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무림만이 아닌 일반인들의 사회마저 테러에 휘말렸고 좋지 않은 경험을 해야 했다는 거지.

만약 거기서 일반인이 다쳤다면 이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을 거다.

더욱, 실제로는 몸은 다치지 않았어도 정신적인 충격은 받았을 텐데 앞으로도 이런 사건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나? 더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냐고.

그러니까 소천마는 테러의 위협을 한국으로 가져온 거란 말이다.]

-개소리를 길게도 써놨네.

-아니 마냥 그럴 내용은 아닌 거 같은데. 실제로 김도진 때문에 서울 한복판에서 테러가 일어난 건 맞고 휩쓸린 사람도 있었으니까.

-교주님이 니 친구냐?

-아 좀 닥쳐봐 시발 광신도 새끼들 아무데서나 기어나오지 말고 좀;;

-착각하면 안 되는 게 있는데, 피해자를 가해자 취급해서는 안 됨. 나쁜 새끼는 테러 벌인 새끼들이지 김도진이 아니잖아.

-ㅇㅇ 중요한 건 그거지. 폭력 사건 일어났을 때 피해자가 있어서 사건이 일어났다는 거랑 같은 논리인데.

김도진으로 인해 대한민국에서도 테러가 일어났다는 주장.

그것은 단순한 장작을 넘어 불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타올랐고 소천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려 했다.

나쁜 것은 테러를 벌인 놈들이라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내 피부에 와닿는 테러의 위협'이 김도진에 의해 한국에서 일어났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처음으로, 절대적인 지지를 얻던 김도진의 명성을 훼손할 공격 수단으로 발전할 요소가 된 것이다.

결코 노골적이지 않으나 그럴 것도 없이 흐름을 만들고 찬동하는 댓글을 조금 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론 조작이었다.

-김도진이 있으면 대한민국도 이제 테러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거지.

-테러를 수입하는 교주님 ㄷㄷㄷ;;

그 일련의 흐름에.

히죽-

모니터를 응시하는 동근출이 만족스레,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가주가 칩거하고 그 후계였던 장남이 무인으로서의 생명을 잃으면서 붕괴하는 의천검가를 억지로 떠받들고 있는 늙은 장로.

그는 김도진의 명성이 가진 절대성에 흠집이 날 기미가 보이는 것에 그리도 만족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차피 한 번에는 안 된다.'

의천검가는, 동근출은 이제 천마신교에 댈 수 없다.

명성으로도 힘으로도 명분으로도.

의천검가가 천마신교를 이길 수는 없게 된 것을 그는 인정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지금은, 이다.

조금씩 조금씩. 설령 무너뜨리지 못하더라도 분명하게 옥의 티를 만들어 버리겠다.

그러다보면 한 번쯤은.

목숨을 걸고 도전할 수 있는 한 번의 틈은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벌인 테러였다.

저격이 실패할 건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만에 하나의 기대를 가지지 않은 건 아니지만, 오히려 실패하고부터가 진짜인 계획을 세웠고 성과가 나타날 기미가 보인다.

하나 아쉬운 건 그 테러 사건에서 민간인이 한 명도 죽지 않았다는 거다.

한두 명 정도 죽어줬으면 극적인 효과를 보았을 텐데.

멍청한 것들은 이런 때에마저 쓸모가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주어진 걸 가지고 차근차근 해 나갈 수밖에.

어찌되었든 가시적인 성과가 보일 듯 하니 희망이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희망이 보이는 계획을 제시하고 실행해 주었으니 정말로.

…대호문주는 충신이었다.

의천검가가 이런 처지가 되었음에도 배신하지 않고 의리를 지켜 주었다.

의천검가가 무너지지 않도록 물밑에서 헌신해 주었으며 소천마에 대한 복수도 포기하지 않고 계획을 세우고 힘을 합치고 있다.

역시.

요즘 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마음가짐을 가진 남자다.

쿠웅-!

"……?!"

대호문주 태무진을 생각하고 있던 동근출은 갑작스런 기세에 심장이 떨어질 만큼 경악하였다.

그 기세가, 다른 누구도 아닌 소천마 김도진의 것이었기 때문에.

'설마!'

정문 앞에 선 것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선명한 기세에 동근출은 침을 꿀꺽 삼켰다.

놈이 이곳에 올 만한 이유가, 태무진이 제시하고 함께 실행한 계획을 알아채는 것 이외에는 떠오르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동근출은 이를 악물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가 지금 흔들려서는 안 되었으니까.

그는 단단히 정신을 재무장하였다.

그리고 결코 얕보이지 않도록 어깨와 허리를 펴고, 입고 있는 의천검가의 무복을 다시 정돈하고선 정문으로 나서서.

"무슨 무례인가, 소천마 김도진."

당당히 소천마를 마주하였다.

소천마는 언제나와 같이, 보기 싫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은 얼굴로 말했다.

"은밀히 의천검가의 무공 몇 수를 알려준 자들을 이용하여 저격 사건을 꾸미셨더라구요, 동근출 장로?"

쿠웅!

"……."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으나 동근출은 필사적으로 표정 관리를 하여 바깥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지? 떠 보는 거겠지? 그걸 며칠 만에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그걸 소천마가 알아낸 것 자체가 치명적인 건데. 어떻게 해야 하지?

허나 타는 듯 머리가 가속하면서 속에서는 그런 생각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우리의 현판을 앗아간 걸로도 모자라, 그런 누명을 씌우려 드는 건가?"

이를 갈면서, 당황을 분노로 가리면서 동근출은 소리쳤다.

허나 도진은 여전한 얼굴과 태도 그대로 말했다.

"이미 걔들이 다 불었는데요. 시치미 떼도 소용 없어요."

"거짓말하지 마라!!"

놈들이 입을 열 리가 없다.

그 치명적인 말을 하지 않은 건 아주 기초적인 대처였다.

비록 구도가 심적으로는 확실한 범인을 추궁하는 듯 보이지만 자백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

하지만 동근출은 모르고 있었다.

"그런가요?"

웃고 있는 도진이.

"하지만, 의천검가가 범인들에게 자금을 제공한 게 이미 들통났는데요?"

"뭐, 라?"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왔다는 것을.

저벅저벅.

"무림전담타격대의 유상균입니다."

유상균을 필두로 하여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무림전담타격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상균이 모습을 드러낸 데서 사항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그 유상균이 서류 한 장을 보이며 말을 이었으니.

"수색에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름 아닌 의천검가에 대한 수색 영장이었다.

범인이 의천검가라는 걸 알고도 일주일이 지나서야 도진이 의천검가를 방문한 이유였다.

"……."

동근출은 거대한 충격에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무림전담타격대의 무인들과 천마신교의 무인들은 넋을 잃은 동근출을 지나 의천검가의 수색에 돌입하였고.

'이건…….'

도진은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제목의 오래된 책자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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