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지존까지-596화 (596/741)

595화

사건이 있었던 다음날.

전날 저녁에 있었던 사건이 크게 퍼졌고 아침부터 일간 하오문을 포함하여 온갖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소천마, 군홍무가와 함께 인신매매단 소탕!]

-ㅎㄷㄷㄷ 소천마 또 한 건 한 거임?

-인천항에서 인신매매단이 일 벌이고 있는 걸 소천마한테 딱 걸렸다고 함.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시벌 그 새끼들은 하필 걸려도 소천마한테 걸렸누 ㅋㅋㅋㅋ

-참고로 사망자는 0명입니다.

-소천마 특) 불살의 아이콘.

-불살 특) 뒤지는 게 나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사망자 하나 없이 인신매매단이 소탕된 사건이었으며 그 주체가 소천마였으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화제가 된 만큼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인천항이면 대한민국 최고 아닌가? 그런 곳에도 인신매매단이 설치고 있음? 군홍무가가 제대로 관리를 못한 건가?

-항구의 특수성 같은 게 좀 작용한 거지.

-?

-비행기는 빡세지만 사실 물길, 배는 좀 그런 부분에서 한계가 있음. 당장 생각해 보셈. 비행기 타고 밀입국이나 출국은 힘들어도 배 타고 밀입국 같은 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잖아? 심지어 무림인이면 아예 노 저어서 갈 수도 있음.

-그렇네?

-사람도 그런데 물건은 더 하지. 그러니까 마약이나 장기 같은 거 밀수 밀매하는 흑도 조직은 항구에 모일 수밖에 없음. 몰래 배 띄우는 거 전문인 조직도 그렇고. 애초에 항구 쪽 사람들이 거칠기도 하니 그쪽 분위기에 쉽게 섞일 수도 있고.

-얘 말이 다 맞는 건 아닌데 얼추는 맞음 ㅇㅇ

-그러니까 군홍무가가 잘못했다기보단 항구가 원래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봐야 함.

군홍무가는 생각보다 욕을 먹지 않았다.

항구에 기생한 흑도를 완전히 박멸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아는 이들이 많았던 덕분이다.

-근데 님들 그거 앎?

-?

-이번에도 '문월동'임. 그 사장 공장이 문월동에 있음.

-엌ㅋㅋㅋㅋ

-어어엌ㅋㅋㅋㅋ

-숭무동보다 깨끗하다는 '그 문월동'ㄷㄷㄷ

소천마와 관련된 키워드 중 하나가 문월동이었다.

달동네 문월동이 소천마에 의해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숭무동보다 깨끗해진 부분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폭력 조직에 관한 부분이다.

강치환 패거리를 쓸어 버렸고 우연히 마주쳤던 다른 학교의 일진들도 쓸어 버렸다.

그 외에도 소천마에게 걸려 천벌을 받은 패거리들이 적지 않았으니 그런 것들을 혐오하는 소천마의 행동 반경에 문월동이 포함되어 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 게 원인이었다.

-문월동에서 나쁜 짓을 하면 소천마를 만난다.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학교에서도 뒷골목에서도 양아치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이번에 또 하나 그 말을 증명하는 사례가 늘었으니 문월동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사장이 범죄를 저지르다 나락으로 간 것이다.

본래 이런 경우는 해당 구역의 치안 유지 계약을 한 문파에겐 안 좋게 작용하는 부분이지만 도진은 굳이 그들, 그러니까 문월동의 치안을 맡은 문파의 체면을 생각해 주지 않았다.

그들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까.

학교 폭력과 흑도의 근절은 보편적인 영역에서 불가능한 일이 맞았다.

허나 그렇다 해서 완전히 방치하는 게 용납되는 건 아니거늘 현재 문월동의 치안 유지를 담당하고 있는 문파는 그것을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일전 유진이와 관련한 사건에서도 흑도 놈들이 대놓고 활동했던 것이고.

그런 이유로 도진은 그들의 평가가 나락으로 떨어져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게 된 부분에도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다.

-근데.

-?

-피해자들은 이제 어떡함?

프로필 사진이 주황색 오랑우탄인 유저의 말이 파문을 만들었다.

-뭔 소리임?

-아니, 그 공장 사장 놈이 임금도 체불했다는데 사장이 그렇게 잡혀가면 공장은 망하고 그 사람들은 결국 임금도 못 받은 채 일자리도 잃는 거자너.

-;; 그런 것까지 소천마가 다 신경쓰고 책임져야 됨?

-무림대회 때 소천마가 했던 말 생각하면 소천마는 당연히 이런 거 신경써야 되는 거 아님?

응징을 함에 있어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아주 많은 것을 고려하여야만 한다.

소천마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고 그렇기에 그의 댓글은 강한 근거를 바탕으로 제법 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꾸짖을 喝!!!!!!!!!!!!!!!!!!

-??;;;;;

-자고로 신앙을 잃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법이거늘!

-;;;;

-킹갓천마께서는 이미 조치를 취하셨는데 감히 신앙을 의심하느냐!

-아니 난 천마신교 교도 아닌데;;

-갈!!!!!!

-않이 그래서 뭔 조치를 하셨는지부터 좀 알려달라고;;

-이거 보셈.

* * * *

토요일.

겉으로는 주 5일을 말하지만 사실은 격주로 토요일에 출근을 하여야 하는 공장에 출근한 직원들이 웅성였다.

출근을 해야 하는 주여서 출근을 하긴 했는데 뒤늦게 공장에 관한 소식을 들은 것이다.

"……."

침묵이 내려앉은 가운데 일부는 눈치를 보고 일부는 고민에 골몰했다.

출근 후 뒤늦게 소식을 들은 직후엔 혼란스러웠고 시끄러웠다.

"아니, 그럼 우리 이제 어떡해?"

"사장이 그 꼴이 났으니 공장 망한 거 아니야?"

"망한 건 망한 거고 월급은 다 받아야 할 거 아니야!"

"월급은 둘째고 진짜 문제는 퇴직금이지."

받지 못한 월급에 대한 부분부터 이사 전까지 포함하여 10년을 넘게 이곳에 다녔던 이들의 근심까지 나오면서 반지하 공장이 웅웅 울렸다.

그러나 그것도 채 30분이 가지 못했고 침묵이 내려앉은 것이었다.

침묵이란 놈은 실체가 없지만 무게가 있어서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사람을 짓누른다.

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어깨에 침묵이 쌓이고 있었고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한 이가 결국, 먼저 입을 여는 것이다.

"정이 엄마는 어쩔 거야?"

정이 엄마라 불리는 이는 중년 여성으로 생산 팀장이었다.

소위 말하는 사장 라인이었는데, 새로 온 사장이 꽂은 사람이어서 초기엔 마찰이 제법 있었다.

누군가의 질문에 생산 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별 수 있겠어. 다른 자리 알아봐야지."

사장이 죽었으니 사장이 따오는 일감으로 연명하는 공장도 수명이 다한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고 공장이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아는 이들도 사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말로 나오면서 결국, 공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체념으로 가득차려던 때였다.

끼이익-

기계가 완전히 멈추어 고요하던 내부에 시원찮은 문이 열리는 소리가 퍼졌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은 문으로 향했고.

"헉!"

경악이 체념을 단숨에 밀어내며 공장을 채웠으니 그곳에는 출근하지 않아 젊은 사람답게 먼저 사정을 알고 공장을 그만두었다 생각했던 강예지와.

"안녕하세요."

웃으며 인사하는 소천마, 김도진이 안에 들어서고 있었다.

* * * *

도진은 전날의 사건과 관련한 기사와 커뮤니티의 게시글은 물론이요 댓글까지 체크하였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이슈와 그 이슈에서 파생된 이슈까지 활발히 소비되고 있었으나 그 안에 '강예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진혁이 도진이 원했던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일을 잘 해 주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천외천이 생각 이상으로 힘이 있는 모양이야. 말로는 속세를 벗어났다면서 말야."

강예지보다 훨씬 더, 아예 존재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배경석과 함께 연행된 천외천의 노인에 대한 부분도 보이지 않았다.

나지윤의 말대로 천외천이 힘을 쓴 것이었다.

애초에 세상에 그 이름조차 전혀 언급되지 않도록 할 만큼의 영향력이 있었으니 예견된 부분이긴 했다.

"오 회장님은 뭐라셔?"

나지윤이 물었다.

이번 일로 인한 천외천과의 관계에 대한 물음이다.

도진은 옅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될 거라고 하시네."

도진은 이번 일로 천외천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걸 대비하고 있었다.

-속세의 일은 속세의 일. 천외천은 그런 집단이니 신경쓰지 않아도 돼.

허나 오군성은 그리 말하며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긴. 천외천은 조금 특수한 집단일 테니까."

나지윤은 굳이 천외천에 관하여 깊이 조사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외부에, 많은 이들에게 자신들의 존재가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으니까.

그들은 경계를 넘어선 이들이 대부분인 집단이었고 그 안에 무려 화산파와 무당파의 제일검(第一劍)도 있었으니 섣불리 조사하려 들었다간 대번에 눈치채고 천마신교를 적대할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나지윤 정도 되면 추측만으로도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했으니 오군성의 의견에 동의했다.

"서로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모였고 그 필요는 어디까지나 무공에 관한 부분이며 속세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겠지. 그러니까 속세의 일로 부딪쳐 한 명이 사라진다 해도, 설령 그것이 간부급이라 해도 천외천이란 집단 자체와 갈등이 생길 일은 없다고 봐도 된다는 거지."

직책에 간부가 있을 뿐 관계는 수평적이며 조직에 종속적이지 않다는 거다.

"응. 그런 거 같아."

그러니까 이후 있을 천외천과의 만남은 문제없이 진행될 것 같았다.

"오케이. 그럼 나는 일하고 올게."

"그래, 수고."

도진은 나지윤과의 이야기를 끝내고 바깥으로 나왔다.

목적지는 다름 아닌 문월동. 강예지의 집이었다.

오전 8시 30분.

이르다면 이른 시간에 낡은 집의 벨을 눌렀다.

띵- 동-

-누구세요?

조금 경계 어린 목소리에 도진이 답했다.

"안녕하세요. 김도진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스피커 너머로 놀란 기색과 억누른 소란이 들렸다.

터엉-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고 세월에 마모되고 또 마모된 중년 여성이 강예지와 함께 나왔다.

"안녕하세요, 예지 어머니."

"예, 예. 안녕하세요."

도진이 먼저 인사하니 강예지의 어머니인 문서원이 그것을 어렵사리, 무겁게 받는다.

"예지를 구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인사하며 깊이 허리를 숙이려 했고.

"원래 하려던 일이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도움을 주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그 인사로 충분합니다."

도진은 그녀의 감사 인사만을 받고 허리를 숙이려던 것을 자연의 기로 막았다.

문서원.

남편이 실종된 뒤 남매를 홀로 키웠다고 했다.

천외천의 그 노인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약한 사람이지만, 그 노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걸 짊어지고 또 감당한 사람이기도 했다.

강치환을 계도하지 못했고 막지 못했으나 불가항력이었던 걸 알고 또 이해한다.

노인과 달리 그녀는 할 수 있는 최대한 노력했으나 할 수 없었던 것이었으니까.

그러니까 그녀에게 감정은 없다.

웃으며, 마찬가지로 도진을 원망하지 않는 문서원에게 말했다.

"갑자기 온 건 말씀드렸듯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인데요."

* * * *

이야기를 마치고 도진은 강예지와 함께 공장으로 왔다.

반지하 내부에는 갑작스레 나타난 소천마에 경악한 이들의 감정이 퍼져 나갔는데, 동시에 채 다 빠져 나가지 못하고 진하게 눌어붙은 근심 또한 묻어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이곳은 악덕 공장이지만, 그럼에도 삶을 지탱하기 위한 일자리였으니까.

누군가에겐 아이들을 공부시키기 위한 일자리였고 또 누군가에겐 가장으로서의 일자리였다.

그것을 전날 있었던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아닌 외부의 이유로 잃게 생겼으니 억울하고 또 참담할 것이었다.

엄밀히 말해 그것은 도진의 잘못이 아니었으며 도진이 책임질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도기(道器)로서의 성정 또한 타고난 도진은, 그것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도진은 그것을 책임지기로 했다.

도진이 말했다.

"이 공장은 오늘부터 천마신교가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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