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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562화 (562/741)

561화

개막식 후 본격적으로 무림대회를 방문한 이들을 위한 축제가 열렸다.

제2 연무장과 맞닿은, 웅장하게 지어진 건물에서는 무림의 과거를 되짚어 보고 현재를 인식하여 미래를 거창하게 논하고 있겠지만 그건 그들의 일이고 비싼 티켓을 사서 입장한 방문객들에게는 축제가 목표였다.

흔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으니 무림대회가 바로 그러했다.

하다못해 중소문파만 해도 실생활에, 일반인들에게 유용한 생활 무공을 가르쳐주곤 했으니 집중하여 배워볼 만하다.

단순히 무공에 그치지 않고 공방도 출장 점포를 내어 신제품을 홍보하고 무림 업계에 진출한 여러 기업들 또한 빠지지 않는다.

평소 무림을 멀게 느끼던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무림대회인 것이다.

그리고 이번 무림대회에서 가장 사람들을 많이 끌어모은 건…….

"헬창 게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네에에에에!!

천마신교였다.

무림대회에 내는 부스의 규모는 후원금의 액수에 비례한다.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천마신교는 적지 않은 액수를 후원했고 웬만한 대문파 이상의 규모로 부스를 냈다.

그리고 그들이 준비한 콘텐츠 중 하나가 성지인을 '환골탈태' 시켰던 바로 그 '헬창 게임'이었다.

고도 비만으로 보였던 성지인을 말 그대로 환골탈태 시켜 주었던 프로그램.

동시에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안티체리와 레드슈 또한 소화했던 프로그램이다.

그것을 무려 김도진이 직접, 성지인과 함께, 안티체리와 레드슈 멤버들 중 일부도 게스트로 참여하는 가운데 진행한다고 하니 참여하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하나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리 준비된 운동 공간에 사람들이 그득히 모였고 도진이 등장하자 주위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프로그램은 한 시간 코스이고 너무 어렵지 않은 수준에서 준비했으니 잘 배우셔서 일주일에 최소 세 번, 가능하면 다섯 번 꾸준히 해주시면 좋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숙련된 설 뻐꾸기 앞으로."

"와, 이젠 그냥 뻐꾸기네."

와아아아아-!!

"현주 이모 예뻐요!"

함성과 함께 팬들이 안티체리의 큰언니인 설현주를 맞이해준다.

"…누구인가? 누가 이모 소리를 내었어?"

와하하하-!

예능감 충만한 설현주는 기대대로 활약하며 도진의 옆에 섰다.

"우리 설 누나를 보세요. 꾸준히 운동해서 이렇게 20대로 보이잖아요?"

"20대요? 10대로 보이지 않나요?"

"와……."

도진이 입을 벌리며 설현주를 응시한다.

-운동하면서 칼로리랑 같이 양심도 배출해 버린듯.

"와, 신기하다. 눈으로도 말을 할 수가 있구나."

"아니 이건 그 전설의 혜광심어 아니에요?"

무대의 뒤편에 있던, 그러나 다 보이는 자리에 있던 안티체리의 막내 설하은과 레드슈의 리더 박소진이 수군거렸다.

참고로 혜광심어(慧光心語)는 불가의 용어로 뜻을 상대방의 마음에 직접 전달하는 전음 계열 중 최고봉의 수법이다.

물론 비현실의 영역에 있는 기술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도진이 정말로 혜광심어라도 쓴 듯 눈으로 한 말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고 설현주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는 거다.

다음은 당연하게도.

"야!!"

설현주의 샤우팅이었다.

* * * *

천마신교가 준비한 건 헬창 게임만이 아니었다.

공방 쪽에서도 이벤트를 열었다.

천마신교와 제휴한, 아예 혈맹이라 해야 할 공방이 둘 있으니 명성공방과 덴젤 공방이다.

그리고 두 공방은 세계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명장들을 보유하고 있으니 안 그래도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는데…….

-ㅁㅊ 들었음?

-?

-명성공방이랑 덴젤 공방이 이벤트 열었는데 명성공방에서는 김도진이랑 우벽진이 가구 만들기 강좌 연다고 함ㅋㅋㅋㅋㅋ

-뭐요시발미친?

김도진과 우벽진이 만든 가구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무려 소천마와 세계 1위 명장이 만드는 명품이다.

중요한 건 그게 계속 생산되어 팔리는 물건이 아니라 이벤트로만 소량 만들어져 인연이 닿지 않으면 손에 넣을 수 없는 지극히 희소한 명품이라는 것이다.

바로 그게 이번 무림대회의 공방 부스에서 나온다는 소식이 들렸으니 뒤집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근데 두 사람이 만들어주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참가자가 만드는 걸 돕는 정도라고 함. 거기다 이름이랑 날짜까지 새겨주는 거라 되팔렘 입구컷임.

-야 ㅋㅋ 그래서 더 좋은 거 아니냐. 팔 거 아니면 이거보다 좋은 기회 없자너.

-너랑 같은 생각인 애들 신청으로 이미 일주일 자리 꽉 참 ㅋㅋㅋ

-아 ㅅㅂㅋㅋㅋ

-그리고 덴젤 공방은 우서진이랑 클로에가 콜라보한 상품 내놓는다는데

-오늘 내 통장 뒤졌다.

-당장 사러 간다.

미룡(美龍) 우서진은 그 외모로 남녀 가릴 것 없이 팬들이 많았고 클로에 또한 덴젤 공방의 '공주님'으로 수많은 팬들이 있다.

그 둘이 합작한 물품을 내놓는다니 이쪽도 사람이 몰리는 게 당연했다.

그런 느낌으로, 천마신교를 견제하는 이들에게는 최악의 방향으로 축제의 관심이 천마신교에게 몰리고 있었다.

비봉 서소담이 암산서가의 제자들과 함께 도진을 돕고 약봉 약리지도 천마신교 부스에 들러 놀고 가질 않나 검봉 유지은이 헬창 게임에 참여하여 소위 말하는 '레전드'를 찍기도 했다.

대문파도 마냥 죽을 쑨 건 아니었다.

이를테면 소림사가 주관하는 천도제(遷度祭)는 사전 예약이 열리고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마감되었으며 도가 문파에서 주관하는 축원제(祝願祭)들 또한 3차까지 신청을 꽉꽉 채웠다.

허나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어서 자랑할 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 외, 성과를 거둬야 할 준비해 온 이벤트가 기대 이하의 관심을 받았으니 대문파는 제법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체면을 구긴 모양이 되었다.

…어디까지나 그들 스스로가 챙기는 체면이 말이다.

* * * *

무림대회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수많은 볼거리과 체험을 바라고 온다.

비무대회와 갖가지 콘텐츠를 준비한 부스 등등.

그것들은 분명히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기에 부족하지 않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사람들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뭐 이 새끼야?!"

콰장창!

"싸움이다!"

웅성웅성-

바로 혈기 넘치는 무림인들간의 '싸움'이었다.

실력에 자신이 있는, 그리고 인내심의 수위가 얕은 이들이 다수 모이면 필연적으로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마찰에 의해 얕은 수위의 인내심이 빠르게 바닥을 보이고 마니까.

그리고 무림에서는 그런 싸움을 '비무'의 영역 안이라면 말리지 않는다.

"넌 오늘 뒤졌다."

"주제 파악해, 새끼야."

두 무인이 노려보며 밖으로 나왔고 주변인들이 넓게 둘러싼 가운데 서로의 무기를 들었다.

무림대회의 명물 아닌 명물.

랜덤으로 발생하는 이벤트.

'길거리 싸움'이다.

정말로 위험하면 지켜보는 안전요원이 말려주니 사실 가장 사람들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벤트가 바로 이렇게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날것 느낌 가득한 길거리 싸움이었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 꼴로 일어나는 이 싸움은 각 문파에서 강하게 제지하지 않기에 가능한 빈도였다.

너무 심각하지만 않으면 오히려 이 싸움으로 명성을 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문파에서도 이런 싸움으로 유명해진 이들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이벤트'가 마냥 긍정적일 수는 없으니 본질은 실제로 감정이 상해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싸움의 조짐이, 또 한곳에서도 보이고 있었다.

분위기 좋은 야외 바(Bar)였다.

전체적으로 반원이 모여 작은 원에서 큰 원으로 커지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인테리어의 이 바는 다름 아닌 하오문의 부스다.

-아니, 하오문이 부스를 연다고?

-ㅁㅊㅋㅋㅋ 하오문이 부스라니. 마약이라도 전시함?ㅋㅋㅋ

-마약만 하겠냐 술도 하고 봄도 팔고 개쩔지 않을까? ㅋㅋㅋ

인터넷이란 걸 감안해도 하오문에 대한 인식은 그런 정도였다.

하지만 전서린이라는 신비 고수가 등장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인식이 변했고 야외 바는 그 인식을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

-생각보다 더 분위기 좋던데?

-ㅇㅇ 바텐더도 친절하고 음식 맛도 좋더라.

본격적인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바텐더가 있었고 안주로 나오는 음식 또한 고급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었기에 부스가 외곽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들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이 부스에 가면 높은 확률로 전서린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방문자가 폭증했다.

그리고 결국.

"아니 그러니까, 뺄 이유가 어디 있냐고."

트러블이 일어났다.

답답하다는 듯 말하는 건 갈색 머리카락의 외국인이다.

"그래요, 누님. 이번 기회에 후기지수들이랑 얼굴도 트면 좋잖아요."

그리고 그 옆에서 제법 느끼하게 웃는 이 또한 탁한 적갈색 머리카락의 외국인이었으니 이번 무림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의 중견 문파 무인들이다.

둘 다 영어를 사용중이라 정확히 어떤 말이 오고가는지 다 알아듣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좋지 않은 하오문도들의 표정과 분위기만으로도 상황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전서린은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거리를 벌리며 손을 피하고선 말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참석은 어렵습니다."

"에이. 그러니까 그렇게 부담스러워 할 것 없다니까. 당신 같은 미녀가 참석하는데 매너없이 굴 사람이 어디 있겠어?"

갈색 머리카락의 무인이 벌어진 거리를 좁히며 스킨십을 시도한다.

몇 번이나 반복된 그 행동에 결국 하오문도 중 한 명이 나섰다.

"과하십니다. 서린 님께서는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뭐?! 내가 지금 성희롱이라도 시도한다는 뜻이야?"

"…그런 뜻은 일절 없었습니다."

"하! 날 완전히 바보로 취급하는 거잖아, 이거. 안 그래?"

"그러게 말입니다."

분위기가 급변한다.

두 사람이 얼굴이 벌게져서 화를 내는데 하오문도가 고개 숙여 사과하지만 전혀 가라앉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야외 바인 만큼 금세 시선이 모여 웅성이기 시작했다.

화를 내고 있는 두 젊은 제자는, 속으로 씨익 웃었다.

의도적으로 화를 내는 척 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서린을 난처하게 만들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그들을 따라오게 만들려는 속셈이다.

단순하고 뻔하지만 그래서 대처하기 어렵고 효과적이다.

논란?

비슷한 나이대의 젊은 후기지수로서 신진 고수인 적련화를 후기지수들의 모임에 초대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

모임에서 대화를 나눠 오해를 잘 풀었고 우리 친하다, 는 글을 올리면 해결될 문제다.

겸사겸사 사이 좋은 모습의 사진도 찍고.

그러면 논란 대신 좋은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적련화를 끌어들여 감으로써 대문파의 제자들에게 좋은 인상도 줄 수 있고 말이다.

그렇게 계산을 마치고 행동하던 그들은, 곧 생각지 못한 변수를 마주하게 되었다.

"행패부리는 건 그만두시죠."

"What?"

한창 흥이 올라 열이 오른 얼굴로 두 제자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싫다고 하시잖아요."

비무대회 청년부 1위와 2위를 차지한 성민혁과 성지인.

"……."

그리고 비봉 서소담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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