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지존까지-560화 (560/741)
  • 559화

    [5년만에 돌아온 세계의 무림대회 서울에서 개최!]

    [무림대회. 이번은 서울!]

    [전 세계의 무림이 서울 대연무장에 모이다!]

    겨울이 가고 벚꽃이 피는 봄.

    무림대회가 개최되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무림대회가 열리는 서울 대연무장(大演武場)에 집중되었으며 자국에서 열리는 만큼 대한민국 사람들의 관심은 그 이상으로 뜨거웠다.

    무림대회는 무림인들만의 모임이자 축제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축제였으니 그렇게 되도록 의도하고 노력한 결과였다.

    시작은 무림이, 무림인이 사회에 유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특별한 존재'가 평범함과는 다르게 인식되어 배척되고 그로 인해 갈등이 일어나는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무림은 그렇게 배척당하는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무림대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별함을 평범함으로 가장하지 않았다.

    대신 그 특별함이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노력하여 쟁취할 수 있는 것이면서 동시에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무림대회를 구성했던 것이다.

    그렇게 이어져 온 무림대회는 이제 축제이자 등용문이 되어 있었다.

    대표적으로 비무대회가 있다.

    비무대회에 참여하여 실력을 뽐낸다.

    문파 소속의 무인은 그로써 명성을 쌓을 수 있고 문파 소속이 아닌 무인 또한 자신을 홍보하고 번듯한 문파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올림픽 이상으로 볼거리 가득한 축제가 되는 것이다.

    웬만한 스포츠는 모두 빛이 바랜 시대다.

    무공을 접목할 수 없는, 혹은 접목하여 발전하지 못한 스포츠는 도태되어 사라지는 시대였으니 그 중심이 되는 무공을 순수하게 피로하는 비무대회는 그 어떤 볼거리보다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비무대회에서 활약한 이들이 커뮤니티에서 온갖 이슈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번 비무대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건 세 명이었는데, 그중 한 명은 놀랍게도 하오문 소속이었다.

    -누, 눈나..

    -눈나 너무 예뻐요.

    …그런 반응이 주를 이루게 만든 하오문 소속의 무명(無名) 무인은 다름 아닌 전서린이었다.

    하오문의 숭무지부주라면 차기 하오문주 후보라 할 수 있을 만큼 핵심이 되는 자리에 있는 그녀가 직접 비무대회에 나온 것이다.

    4강까지 본선행이 결정되는 비무대회 일반부 예선에서 전승으로 우승하여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그녀는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몰고 다녔으니 첫 번째로 외모였다.

    하오문 소속이라고 했는데 어디 공주님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기품이 어려 있다.

    심지어 강렬한 붉은색이 돋보이는 화려한 한복을 입은 채 비무에 임했다.

    두 번째는 실력이다.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 그 화려한 한복을 입고 단 한 번도 상대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고 단 한 번도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 상대를 압도하였으니 그녀의 실력은 외모까지 더하여 결코 하오문을 상징하는 '밑바닥'에 어울리지 않았다.

    세 번째는 그 정도나 되는 실력과 외모를 지녔음에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었기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비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붉은 연꽃, 적련화(赤蓮花)라고 부르며 열광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미녀 고수의 등장은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법이다.

    다만 무림 내에서의 분위기는 대중들과 달랐으니 하오문이 갑자기 왜 이러나 당혹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결코 양지를 지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진은 나지윤을 통하여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

    -저거 뭐야?

    -모, 목록에 없는 인물입니다.

    -저 정도나 되는 하오문 소속 여자가 리스트에 없어? 이 새끼들 일을 대충 했네?

    전서린은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범상치 않은 무공을 뽐내고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데 누군지도 모르고 하오문이 '왜' 그런 인물로 양지에서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지도 짐작이 가지 않는다.

    하오문은 철저하게 음지의 뒷골목을 기며 그들에게 고개 숙이는 집단이어야만 했다.

    -하오문에선 뭐래?

    -자기들도 모르는 일이랍니다. 눈치 보니까 진짜인 거 같아서 일단 빨리 알아오라고 세게 이야기를 해놨습니다.

    -하, 이 쥐새끼들이 약을 처먹었나. 안 그래도 마교 새끼들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빨리 알아와!

    -예, 예.

    …대충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골치 아프게 하는 마교. 천마신교의 두 후기지수가 이번 비무대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세 사람 중 두 명이었으니 성민혁과 성지인이었다.

    천마신교의 후기지수로서 청년부 예선에 둘이 참가한다는 소식이 천마신교의 SNS를 통해 알려졌을 때부터 이미 논란이 있었다.

    -? 천마신교면 대문파 분류 아님?

    -ㅇㅇ 덩치만 보면 그렇지.

    -근데 왜 예선 엔트리에 올라감?

    비무대회에도 '체급'이란 게 있다.

    다만 무림 비무대회에서의 체급은 실제 체급보다는 소속 문파에 조금 더 비중을 두게 되어 있으니 실제로 문파의 체급이 그 무인의 실력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냉정하게 말해 어디 시골 문파의 보잘것없는 40대보다 소림사의 20대가 실력이 더 좋은 게 당연한 것이 무림이니까.

    민감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무림은 힘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세계였기에 비무대회 또한 그를 고려하여 일정이 짜여졌으니 예선에는 중소 문파의 무인들과 무명의 무인들만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거기서 4강에 들어야 본선에 올라 대문파의 무인들과 겨룰 수 있었다.

    외부에서도 편파 논란 같은 건 전혀 없었으니 개망신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문파에서는 실력이 되는 제자들만 내보냈고 그에 걸맞는 결과를 보여 주었다.

    예선을 치르고 올라온 무인이 결승을 차지한 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희소한 경우였고 그나마도 10년 이내에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본론으로 돌아가, 천마신교는 그 규모와 그동안의 행적으로 볼 때 분명히 대문파로 분류되어야 했다.

    실제로 성민혁과 성지인 또한 '탈학생급'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실력을 보이며,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양민학살을 하며 청년부 예선에서 1등과 2등을 차지하였으니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왜 대문파급인 천마신교의 두 사람이 예선부터 참가해야 했느냐고.

    중소문파 청년부 제자들의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니냐고.

    이에 대해 무림대회 운영부는 이런 입장을 내놓았다.

    [천마신교는 아직 대문파로서의 증명을 한 적이 없다.]

    그러니까 천마신교의 이름으로 무림에서의 증명을 하지 못했다는 소리였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긴 해.

    -?

    -김도진 개쩌는 거야 다 알고 구성원도 대단한 건 다 알지. 그런데 정작 그 집단인 천마신교가 그 이름으로 무림에서 뭔가 증명한 건 없다는 소리잖아.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걔네들이.

    생각보다 더 쉽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무림에서 천마신교를 견제하려고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비난도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논쟁은, 비무대회 예선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대문파가 모이는 무림대회 다섯째 날로 시선이 모이게 만들었다.

    서울 대연무장은 무림의 행사를 위해 용산에 지어진 거대한 시설이었다.

    산의 푹 파인 지형을 이용하여 실외 대연무장과 관객석을 지었고 그 곁에 역시나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단차를 평탄화하지 않고 건물과 제2 연무장을 배치했다.

    중요한 건 그 단차였다.

    대연무장 못지 않게 크게 지어진 제2 연무장에는 단차가 있었다.

    크게 열리는 무림대회는 총 2주간 진행되며 무림대회 예선을 포함한 중소문파의 행사가 전야제 형식으로 열리고 5일째에 대문파를 포함한 모든 인물들이 참석하면서 개막식과 함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여기서 중소문파는 단차의 아래를 채우고 건물과 맞닿은 위쪽에 대문파가 자리하는 것이 관례였다.

    법칙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눈치껏, '알아서' 그렇게 된다.

    그러니까.

    천마신교가 과연 어디에 자리하게 될 지가 초유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 * * *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 무림대회 다섯 번째 날이 밝았다.

    훨씬 많은 관객들로 웅성이는 가운데 중소문파의 무인들이 개막식을 위한 자리에 입장하면서 제2 연무장 단차의 아래를 채워나갔다.

    중소문파라 하여 다 같은 문파는 아니었으니 유명한 일부는 환호를 받기도 했다.

    "야. 저기 봐."

    "히야. 철판 제대로 깔았네."

    반대로 비난이나 조롱의 시선을 받는 곳도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의천검가였다.

    본래 대문파로 참석했어야 할 그들은 천마신교에 대패하고 현판마저 잃으며 이렇게 몰락한 처지가 된 것이다.

    "……."

    그들은 이를 악물고 모이는 시선들을 모른 척하며 서 있었다.

    "화산파다!"

    와아아아아-!!

    의천검가가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중소문파의 입장이 끝나고 대문파의 차례가 되었을 때였다.

    과연 중소문파와는 비할 수 없는 관심을 받으며 첫 번째로 입장하는 건 소맷자락의 매화가 특징인 화산파였다.

    SNS로 도진과 설전을 벌였던 금발의 1대 제자가 시선을 모으는 중에 검은 머리의 아시아인도 보인다.

    그들은 날카로운 위압감을 발산하면서 단차 위의 연무장 한곳을 채웠다.

    "무당파다!"

    "청성파!"

    화산파에 무당파, 청성파.

    그리고 소림사.

    "소림사다."

    "와……."

    현대에 그 이름을 이었음을 확실하게 인정받는 네 문파였다.

    특히 이번 소림사의 행렬에는 속가 제자임에도 유룡 우정한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시선을 모았다.

    그 네 문파 뒤로 정의검가부터 굵직한 문파들이 입장하였고 드디어.

    "천마신교다."

    천마신교(天魔神敎)가 처음으로 무림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벅.

    편안하게 선두에서 걸음을 옮기는 건 소천마 김도진이다.

    그 뒤 좌측에는 독마전의 위취련과 위연서가, 우측에는 투마전의 슈미트라가 뒤따랐다.

    또 그 뒤로 한유아와 윤상미, 클로에, 성민혁, 성지인까지 아홉 명.

    앞서의 행렬에 비하면 비할 수 없을 만큼 적은 수이지만.

    저벅.

    "……."

    누구도 그것을 '적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저벅.

    그저 걸을 뿐이었다.

    단지 그것뿐인데.

    저벅.

    일대를 지배하고 있다.

    평이하게 웃고 있으나 가장 앞에서 걷는 소천마 김도진의 존재가 이 드넓은 제2 연무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

    사실은.

    이 자리에는 은밀하게 지령을 받은 이들이 있었다.

    천마신교의 입장을 아예 대놓고 방해하여 꼴을 우습게 만들라는 지령을 받은 이들이.

    그러나 그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뭐, 야. 이게……!'

    내공을 일으키지 않았으니 전 세계에서 크게 논란을 일으켰던 '천마군림보'를 쓰는 것도 아닌데.

    단차의 아래를 채우고 있던, 지령을 받은 중소문파의 무인들은 감히 소천마의 앞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쳐 단차의 위로 이어지는 길을 만들었다.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저벅.

    도진은 그렇게 열린 길을 똑바로 나아가 위로 이어지는 계단 앞에 섰다.

    "……."

    그리고 잠시 멈추었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사람들이 멈춰선 도진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단차의 위쪽.

    거기에는 천마신교를 위한 자리가 없었다.

    겨우 아홉 명.

    그 아홉 명이 올라설 수 있는 작은 공간조차 일부 대문파의 무인들이 남겨두지 않고 다 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언으로 너희는 여기에 올라올 자격이 없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 선언에 도진은…… 웃었다.

    그리고.

    쿠웅-!

    진각을 밟았다.

    "……!!"

    계단 위 근처에 있던 무인들이 크게 놀라 펄쩍 뛰었으나 도진은 그렇게 빈 자리로 향하지 않았다.

    대신 계단과 도진의 사이에 진각으로 불쑥 솟은, 타일을 깨고 솟은 흙더미 위로 올랐다.

    "허, 허어어어억!!"

    허공을 밟아서.

    경악하여 두 눈을 부릅뜬 이들의 모습이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호흡조차 잊은 듯했다.

    치솟은 흙더미는 가팔라 걸어 올라갈 수는 없어 보였다.

    바로 그곳을, 도진이 허공에 계단이 있는 것처럼 천천히 걸어 올라간 것이었다.

    "허공……답보(虛空踏步)?"

    뒷짐을 진 채.

    존재하지 않는 계단을 올라 걸어가는 모습은 그 네 글자를 사람들의 머릿속에 채워 버린다.

    터억.

    이윽고 도진이 흙더미 위에 섰다.

    그 단차보다 더 높은 곳에서.

    도진은 찬찬히 제2 연무장을 둘러보고선 말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모습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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