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지존까지-551화 (551/741)

550화

도진이 존 스미스를 붙잡아 미국 국방부에 넘기고 며칠 뒤.

사건의 여파는 더욱 커져 세상을 뒤흔들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본래 파문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최대한 커지며 사라지는 법이었으니까.

일이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퍼지면서 여러 말이 나왔고 온갖 커뮤니티가 들썩이는 중이었는데, 주된 주제 중 하나는 역시 존 스미스였다.

-존 스미스 때문에 미국 연예계도 지금 난리가 났음.

-? 왜

-우리나라도 접때 마약 사건으로 관현 그룹이랑 연예계 개박살 났잖아. 그거랑 비슷함.

-존 스미스가 장기 밀매 조직이랑만 연결된 게 아니라 할렘가 마약 조직이랑도 깊게 연관이 돼 있었던 게 드러났음.

-할렘가? 존 스미스 바람둥이였음?

-그건 하렘 븅딱아;; 애니 안봄?

-애니빌런 또 왔네 ㅋㅋㅋㅋㅋ

-어쨌든 새키들아;; 존 스미스가 몰래 마약 파티 벌였는데 거기에 엮인 연예인이 한둘이 아닌 게 지금 드러나면서 존 스미스 헬게이트가 열린 거임.

-ㅁㅊㅋㅋ 근데 이거 듣고 보니 우리나라랑 진짜 비슷하네?

-똑같이 무형독이 벌인 일이니까 당연하지.

-그리고 똑같이 김도진이 해결했음. 여윽시 무형독 담당일진이시다;;

-천마가 담당일진이라니. 갑자기 존나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ㅋㅋㅋㅋ ㅁㅊㅋㅋㅋ 천마가 담당일진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넼ㅋㅋㅋ

-쟤는 웃음 끓는점이 낮나봐.

-근데 사실 웃기긴함..ㅋㅋ

-존 스미스는 돈도 많고 생긴 것도 나쁘지 않고 명성까지 있었는데 그래서 마약에 끌렸던 걸까. 더 이상 이룰 게 없어서.

-뭐 그 비슷한 거 아니었을까?

-근데 암만 그래도 장기 밀매 조직이랑 연관된 건 좀 호러네;;

-그거 마약 파티 벌이던 애들 중에 밖으로 이야기 할 만한 놈 있으면 묻으려고 그랬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 존나 무섭네;

인터넷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는 소수의 진실에 다수의 '뇌피셜'로 채워져 있었다.

으레 인터넷의 정보라는 게 그런 법이지만, 이번엔 어느 정도 개입의 결과이기도 했으니 일부러 차단한 정보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정보의 통제……는 아니고 필요에 의한 부분이 많았으니 이를테면 레서 밀리나의 경우가 그랬다.

이번 일의 시작은 레서 밀리나였다.

레서 밀리나가 의문의 문자를 받고 도진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일이 시작되었고 여기까지 이어진 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때문에, 레서 밀리나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었다.

-무형독이 레서 밀리나를 노릴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생각해.

나지윤의 의견에 도진은 동의했다.

무형독은 지극히 거시적인 관점에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웬만한 변수에는 흔들리지 않을 테지만, 반대로 그렇게나 거대한 만큼 지극히 작은 변수가 나비 효과처럼 커지는 걸 견제하고 있다는 걸 태도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 태도에서 볼 때 레서 밀리나를 노릴 확률은 지극히 낮을 테지만 굳이 레서 밀리나가 주목받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로 인한 변수가 발생할 확률도 확률이지만 레서 밀리나 본인이 이런 일로 주목받는 걸 원치 않았기에 더욱 그러했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언론에도 그와 관련한 언급의 자제를 부탁했고 효과가 나타나는 중이다.

그 외의 이유로는……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떠들기엔 너무 잔혹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 부분에 관해서는 뉴스보다 커뮤니티 쪽에서 조금 더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었다.

다만 사진이나 영상 등이 철저하게 검열되고 있었기에 유언비어도 많았다.

저벅.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천마 김도진."

사건의 후폭풍이 한창인 어느날 오전.

도진은 방탄 리무진을 일행과 함께 타고 모처로 이동했다.

미국의 무형독 대책 본부에서 보내준 리무진으로, 그들의 요청으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천마신교에서는 도진을 필두로 하여 위연서와 소담, 그리고 어제 미국으로 날아온 총괄부의 오성아가 참석했다.

그리고 유지은과 함께 정의검가의 핵심 인물들 또한 참석하였으니 그들은 존 스미스 사건의 숨은 공로자들이었다.

외부 서포터로서 힘을 보태주었는데 미국에서의 기반이 아직 약한 천마신교 대신 정의검가가 나서서 그쪽의 일을 도맡아 주었던 것이다.

사건 이후의 일처리가 스무스했던 건 정의검가 덕분이었으며 그들 또한 직접적으로 사건에 개입했기에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직접 현장에 나섰던 빌리 플로이드까지.

철저한 보안과 경계가 펼쳐진 가운데 마련된 회의장에 앉았다.

천마신교와 정의검가, 그리고 빌리 플로이드의 맞은편에 앉은 면면이 제법 화려했다.

미국 국방부의 핵심 인물들에 정부와 특히 가까운 사이인 미국 무림맹의 맹주와 측근들, 여기에 대부분의 국가가 힘을 보탠 무형독 세계 대책 본부의 간부들까지.

그들이 이 자리에 나올 만큼 존 스미스의 건이 크게 작용했다.

'꽤 오랜만에 잡힌 거물이었으니까.'

"바쁘신 중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천마."

정중하게 미국 국방부 측 군인이 감사를 표했다.

이 자리의 진행자 역할을 맡고 있는 그는 그러나 소령 계급장을 달고 있는 제법 높은 계급의 중년인이었다.

그러나 참석한 이들의 계급이 더욱 높았기에 최하급자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허례허식을 제쳐두고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말씀주신 레서 밀리나 씨와 관련된 부분은 문제없이 처리되고 있습니다."

"네."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론에 대한 협조 요청과 함께 호위에 관한 부분의 이야기였다.

확률이 낮다 하나 제로는 아니었기에.

도진은 레서 밀리나의 신변 보호와 관련된 부분을 신경썼고 자국민인 만큼 미국측에서 힘을 쓰기로 했다.

여기에 천마신교의 세이전 또한 시선을 떼지 않을 것이니 지금은 이게 최선이었다.

"추후 조사에 관하여서는…… 지금의 기조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그렇군요."

이 부분은, 저번의 회의에 이어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의견 차이였다.

정보의 통제 이유에는 현장의 참사가 공개하기엔 워낙 끔찍했던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운해이몰진의 유지를 위해 사용된, 이미 그 전부터 과도한 마약 복용으로 뇌가 녹아 내린 자들.

그리고 심하게 썩고 부패한 채 벌판에 퍼져 있던 시독귀였던 시체들.

중요한 건 시독귀의 재료가 된 시체들이다.

그 많던 시체들은 어디서 나왔을까.

차로 운송한 것도 아니었고 주유소 안에 대기하고 있는 게 가능했을 만큼 적은 수도 아니었다.

하늘에서 떨어졌을까?

아니.

정답은 '땅에서 솟았다'였다.

본래 인적이 없던 버려진 땅.

그 허허벌판 아래에 실종되었던 사람들이자 시독귀의 시술이 이루어진 시체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 묻혀 있었던 것이다.

묻혀 있던 시체들은 운해이몰진이 발동된 뒤 땅속에서 '스스로' 일어나 진의 일부로 활동했다.

이 부분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우리는 소천마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결코 의심하거나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체가 좀비가 되어 일어나 사람을 덮쳤다는 이야기를 그대로 긍정하는 건 힘든 일입니다."

"차라리 진법이 사람의 감각에 영향을 끼쳤고 무언가의 트릭이 더해졌다는 쪽이 설득력이 높지 않겠습니까."

때때로 사람은 단순히 생각하고 만다.

내가 겪은 일을 남들이 당연하게 믿어주고 공감할 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 이번 일의 경우엔 직접 보고 경험하지 않고선 믿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현대이자 현실이다.

제아무리 과거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세상이 되었다지만 좀비가 일어나 사람을 덮친다는 말을 그들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도진을 배척하거나 믿지 못하는 게 아니다.

도진이 하는 말이 그만큼 믿기 힘든 내용이었던 것이다.

운해이몰진이 사라지며 시독귀들이 시체로 돌아가면서 더욱 부패하였기에 증거를 제시할 수도 없었다.

묻혀 있던 시체들이 드러난 것은 진법의 영향이라는 쪽으로 기울어 더욱 그랬다.

무형독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리고 바로 이런 상황에서, 도진은 USB를 꺼낸 것이었다.

"그건?"

"동영상입니다. 재생해 보시죠."

도진의 말에 따라 USB가 꽂히고 영상이 재생됐다.

그것은.

-흐어어어어.

-캬아아아악!!

"……!!"

"허억."

결코 현실에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던,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부패하여 썩은 시체가 좀비가 되어 도진을 덮치는 장면이었다.

세이전에서 취급하는 지극히 은밀한, 도진의 바디캠이 녹화한 영상.

"그 진법 안에서 전자 기기는 사용할 수 없었죠."

"…예."

정의검가의 요청에 따라 미국의 무형독 대응팀이 진법이 걷히기 전에 도착하여 온갖 장비를 운용하고 또 실패했기에 증명된 부분이었다.

"그러니 조작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당연히 아닙니다. 이 부분은 조사해 보시면 아실 테고.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내공으로 기기를 완전히 격리한 채 사용하는 거였죠."

"그, 그건."

자리에 있던, 무공에 조예가 있는 모두가 놀랐다.

내공으로 어떤 것을 완전히 뒤덮어 보호한다.

한 마디로 '호신강기(護身罡氣)'와 같은 맥락의 수법을 썼다는 소리였으니까.

아직 현실이 되지 못한, '소설의 영역'에 있는 그 수법을 썼다는 소리에는 지금 상황에서도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화경이 되면, 그런 것도 가능한 겁니까?"

도진은 웃으며 답해 주었다.

"경계를 넘어서는 방법과 깨달음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러니 사람에 따라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은 다를 수밖에 없겠죠. 다만, 제 입장에서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

도진을 보는 사람들의 눈이 더욱 깊어졌다.

그만큼, 도진의 발언에 대한 무게와 존재감이 커졌다.

사실은.

호신강기보다 더 대단한 수법을 사용했다는 걸 몰랐음에도, 그것만으로도 그들이 소천마라는 이름을 더욱 높은 위치에서 인식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하는 데엔 충분했던 것이다.

소천마 김도진이 말한다.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사라지는 실종자의 수는 눈을 의심할 정도이더군요."

근래 미국의 한 해 실종자 수는 60만 명 전후로 보고되고 있었다.

미국에서만.

공식 통계임에도, 정말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수였다.

"그 모든 숫자가 무형독으로 인한 것은 결코 아니겠죠. 하지만 설령 10%만이라도. 아니, 단 1%만이라도 그들에 의한 것이라면 어떻습니까. 그것이 1년, 2년, 10년동안 축적된다면요. 그들은 그것으로 과연 얼마나,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

증거마저 제시된 뒤였다.

그렇기에 도진이 하는 말은 어마어마한 무게를 가지고 듣는 이를 짓눌렀다.

앞서의 첫 번째 회의에서 도진은 말했다.

각국의 실종자들에 관해 더욱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만 한다고.

그때엔 소극적이었던 이들의 눈동자가 오늘 완전히 달라졌다.

"…정식으로 검토하여 통과되도록 해 보겠습니다."

확답은 아니었다.

그러나 확답에 가까운 의지가 보였기에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도진이 이 자리에 앉은 모두와 한 번씩 눈을 맞춘다.

떳떳하지 않다면 결코 마주할 수 없는 눈동자에 모두의 몸이 굳었고 도진이 말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영상을 보여드린 건, 제가 상당한 실례가 될 것임을 감수하면서 한 일이었습니다."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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