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지존까지-550화 (550/741)

549화

어느 겨울의 오전.

미국을 시작으로 하여 전 세계를 뒤집어 놓은 속보가 퍼져 나갔다.

-충격! 존앤집스 공동대표 존 스미스, 무형독의 일원으로 밝혀져……!

-속보) 소천마 김도진, 무형독의 간부를 붙잡아 미국의 국방부에 인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릴 것 없이 그런 뉴스로 도배가 되었고 난리가 났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냐? 왜 한 문장인데 해독이 바로 안 되지?

-아 깜빡이 좀 키고 천천히 들어오라고 ㅋㅋㅋ

장난스레 말하는 이들이 있었으나 그건 그들이 상황 파악을 못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나 충격적이고 거대한 소식이었기에 일부러 그러는 것이었다.

-소천마가 뜬금없이 신인 여배우 호위해서 미국 출국한다고 할 때부터 뭔가 있을 거 같긴 했는데 이건 커도 너무 크네 ㅋㅋㅋ

-그러게. 존앤집스면 거의 우리나라 오성급 아니냐?

-대장장이계에선 금화랑 비슷한 포지션임;;

-엌ㅋㅋ 그런 곳 대표를 잡아 넣었다는 거냐 지금;;

-ㅁㅊ;;;; 꿀잠자는 사이에 도대체 뭔 ㅋㅋㅋ

존 스미스. 세계 1위 규모의, 그것도 지금 시대에서 주류에 있는 대장장이 업계의 톱인 존앤집스 공방의 두 대표 중 한 명.

그런 사람이 무형독의 간부였고 소천마에 의해 제압돼 미국 국방부로 압송됐다니, 도저히 현실 같지 않은 이야기였다.

-'존 스미스가 부리던 장기 밀매 단체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수는 밝혀진 것만 수천 명이 넘었으며 여기에는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였던 배우 케이트가 포함돼 있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ㅁㅊ;;

-아니 케이트 요새 연락두절이라는 소문 돌더니 이게 무슨..;;;

-그런데 이번에도 소천마네.

-그러게.

-이 정도면 소천마가 무형독 잡는 담당일진 아니냐.

-ㄹㅇㅋㅋ 미국에서까지 무형독을 때려잡았네.

-이러다 무형독이 진짜 각잡고 소천마 잡으려고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뭐가 걱정임. 이 부득부득 갈고 있는 바할라도 있고 이번 일로 미국도 천마신교 지지하려는 거 같던데.

-애초에 김도진 그 나이에 화경임;; 덤볐다간 바로 역관광 당할걸ㅋㅋㅋ

-ㄷㄷㄷ..

-그런데 말야..

-?

-존 스미스는 왜 무형독에 간 거지? 돈도 많고 업계 탑인데 뭐가 부족해서 그랬을까?

-그것도 그렇긴 하네?

-뭐겠냐. 원래 가진 거 많은 새끼들이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눈 돌아가는 거임. 무형독이 뭘 더 준다고 했겠지.

-그러니까 그 주는 게 뭔지가 궁금하다는 거임.

-고건 나도 궁금하긴 하네.

* * * *

"역시나 뒈져버렸군."

상황을 정리한 서류를 훑으며 말하는 건 금군 한유성이었다.

"그는 그릇이 크지 못했지."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은 카자카미 노보루였으니 무형독을 뒤에서 조종하는 회(會)의 모임이 열렸다.

"……."

그리고 이 자리에, 레너 집스 또한 참석해 있었다.

"절반의 성공이로군요."

침착하지만 서늘한 태무진의 말이다.

여기에 한유성이 흥, 코웃음을 쳤다.

"성공이라 이름 붙이는 건 과하지. 이건 절반의 실패다.

한유성의 말에 태무진은 물론이요 다른 이들도 반론하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비비 꼬이긴 했으나 한유성의 말이 옳았다.

김도진을 이대로 두어선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한유성의 의견이 통과되어 그를 징치하기 위한 함정을 팠다.

김도진과 그 무리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를 던졌고 성공적으로 그들을 미국으로 불러왔다.

또 의도했던 대로 준비해 두었던 운해이몰진에 그들을 가두었으니 성공할 수만 있다면 김도진의 생사 여부조차 묻지 않기로 했다.

-거기서 죽는다면 그 정도에 불과한 이단자란 것이지요.

사실상 이번 일에 반대 입장이었던 무선(武線)까지 그렇게 말했기에 어느 정도는 작정하고 일을 벌인 것이다.

한데 실패했다. 완벽하게.

김도진을 죽이기는커녕 뒤따르던 무리조차 단 한 명도 죽이지 못했으니 한유성이 오늘도 심기가 불편할 만했다.

그러니까 '절반의 실패'다.

"존 스미스 그놈도 뒈지진 않았으니 영 거슬리고 말이야."

이번 일의 목표는 둘이었다.

하나는 김도진에 대한 징치였고 또 하나는 존 스미스의 제거, 였다.

"욕심이 많은 놈이라 그런지 명줄이 질기군."

존 스미스는 무형독이 공을 들였던 인물이다.

이미 레너 집스가 포섭된 상황에서 존 스미스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면 세계 최대 규모의 공방인 존앤집스가 '회'의 아래 들어오게 되니까.

한데 일이 잘 되지 않았다.

존 스미스의 포섭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그는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사소한 것쯤은 얼마든지 무시하고 버릴 수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한계를 깰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돌아가는 게 뻔히 보였다.

문제는 존 스미스란 인간 그 자체였다.

자리에 집착했다. '대의'를 위하기보단 오직 자신만을 위해 탐욕을 부렸으니 큰일을 함께 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런 주제에 화경에 이르지도 못했으니 회에서는 과감히 존 스미스를 쳐내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이번 일은 존 스미스의 제거와 김도진의 징치를 동시에 의도한 행사였다.

"그래서. 이 뒤는 어떻게 할 거지?"

절반의 실패가 된 일의 파악을 끝내고 한유성이 물었다.

대답은 가운데 놓인 스피커에서 나왔다.

-아쉽게도 '눈'이 파괴되어 다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김도진의 능력은 지금까지의 손해를 덮어두고 회유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칫."

한유성이 혀를 찼다.

하지만 부정하지는 못했으니 그만큼 이번에 보여준 김도진의 능력이 대단했던 것이다.

그들은 일을 존 스미스에게만 맡기지 않았다.

'눈'을 붙여 두었으니 말 그대로 진 안에서 뇌를 이용당했던 이들 중 한 명에 원거리에서 현장을 볼 수 있는 술법을 새겼던 거다.

본래 동의가 필요한 일이었고 기밀이었으나 이미 뇌가 죽어 버린 인간이 대상이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여기에 운해이몰진의 효과 중 하나인 감각의 확장 또한 부여했으니 진 안에서 김도진과 뒤따르던 일행의 데이터 수집 또한 병행했다.

안타깝게도 존 스미스와 조우하자마자 '우연히' 술법을 새긴 자가 곤죽이 돼 중간에서 끊겼지만 그걸로도 김도진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됐다.

"그 나이에 성취했다기엔 믿을 수 없는 경이적인 수준이야."

"심지어 익숙했지. 아무리 천재라 해도 그게 가능한가?"

"진법마저 읽어냈다. 얼마나 더 많은 걸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군."

"무선. 너는 놈이 이단이라고 했지. 천마신교의 이단은 그만큼이나 많은 걸 가지고 도주했던 건가."

-…….

무선은 잠시 말이 없었다.

잠시 불편한 침묵이 이어지다 말이 흘러나왔다.

-저희도 크게 예상을 벗어난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더욱 김도진과 접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강합니다.

"…그렇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받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부터 해야겠지."

-그럼, 그쪽으로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칫."

* * * *

도진은 생포한 존 스미스를 미국의 요청에 따라 국방부에 넘겼다.

다른 곳도 아닌 국방부가 나선 부분에서 미국이 무형독을 얼마나 위험하게 생각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 트럭을 습격했던 자들은 진 안을 돌던 시독귀에 뜯어 먹혀 목숨을 잃었고 진법의 운용에 뇌를 이용당했던 이들 또한 뇌가 죽어 더 이상 인간이라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생포할 수 있었던 건 단전을 파괴당하고 사지의 힘줄이 잘린 존 스미스가 유일했다.

그나마도 본래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모았던 독에 죽었어야 할 것을 도진이 독을 뽑아내고 위연서가 처치하여 살린 것이다.

존 스미스를 국방부에 넘기고 이것저것 뒷처리를 하고 나니 금세 오후가 되었다.

도진은 암호화된 통신으로 총괄부의 인원들까지 모인 회의를 숙소에서 열었다.

나지윤은 상세한 이야기를 도진을 통하여 듣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들, 존 스미스를 버림패로 쓴 거네."

"응. 그런 거 같아."

나지윤의 의견에 도진은 물론이요 모두가 동의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까지나 정황으로 볼 때지만 확신해도 될 정도로 여러 부분에서 그런 의도가 읽혔다.

"그리고 데이터 수집의 의도도 강했지."

근거는 시독귀다.

"감정을 배제하고 시독귀를 공산품이라 보았을 때, 그것들은 수많은 불량품이었죠."

나지윤의 말에 이번에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균일하지 않았지."

도진은 직접 그것을 겪었다.

그것은 일종의 강시였다.

분명히 같은 제조법에 따라 만들었을 텐데 어떤 것은 너무 무르고 어떤 것은 특출나게 단단했다.

일부러, 라고 하기엔 너무 들쑥날쑥했으니 나지윤의 말대로 그것은 시행착오 중 나온 불량품이란 게 된다.

운해이몰진에 투입된 건 그런 불량품이었으며 불량품을 실전에 투입함으로써 개선을 위한 데이터를 얻으려 했던 거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건 보여주지 않았단 거네."

한유아의 말대로였다.

주유소로 위장한 근거지 안에서 위연서가 챙긴, 그리고 도진이 또 한 번 더 살펴 획득한 자료에 무형독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없었다.

의도적으로 두었을 게 보이는 존 스미스에 대한 자료뿐.

그나마도 기껏 살린 존 스미스는 체포당한 뒤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했다.

"……."

독기가 뇌까지 스며들었던 탓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인위적인 치료는 힘들겠지만 자연적으로 어느 순간 기능이 돌아올 수 있다는 소견이었기에 심처에 격리하고 지켜보기로 결론이 났었다.

결과적으로 도진과 천마신교의 전력에 대한 자료만 준 꼴이었다.

"술법이었어. 원거리에서 이쪽을 엿볼 수 있는."

도진은 장호를 통하여, 신안을 통하여 그 술법을 대번에 알아보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술법이 깃든 뇌가 죽어 이미 사람이 아니게 된 이를 가장 먼저 처리한 것이었고.

그로써 '천마군림'에 관한 부분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차도살인지계로 존 스미스를 처리했을 뿐 아니라 김도진이 진의 생로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무형독은 큰 이득이었다.

"…라고 생각하겠지, 그놈들은."

도진은 스윽 웃었고 실제로 회의에서 그들은 그렇게 판단했다.

"이걸로 공방은 온전히 자네의 것이 되겠군."

카자카미 노보루의 말에 레너 집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분간 조금 바쁘겠어."

존 스미스를 쳐낸 뒤의 계획은 이미 잡혀 있다.

레너 집스가 나서서 자연스럽게 존앤집스 공방을 차지하고 금화 등 회의 아래 있는 다른 조직들과의 연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한유성이 앞으로 바빠지겠다고 말한 이유였다.

"미국 국방부가 나서는 것이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문제없겠지."

"그래. 좀비가 덤벼들었다고 말해 봐야 누가 진지하게 믿겠나. 사진이라도 찍지 않는 한 말이지."

한유성이 피식 웃었다.

그 말대로다.

요즘 시대에 아날로그 필름을 쓰는 사진기는 드물었고 그나마도 안개의 영향으로 인터넷 괴담에나 쓰일 법한 수준의 조악한 결과물이 나올 뿐이다.

여기에 휴대폰 등의 전자 기기는 운해이몰진 안에서 사용 불능이 되고 예의 시독귀는 운해이몰진이 걷히면 자괴하도록 세팅을 해 두었다.

결국, 증언이야 할 수 있겠지만 제아무리 소천마라 해도 그 말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긴 힘들다는 거다.

오히려 무형독이 소천마도 걸릴 정도의 강력한 진법을 펼칠 수 있는 건가,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회가 그렇게 판단하고 회의를 마무리지었을 때.

"한 번 보시겠습니까."

도진은 은밀히 국방부 내의 대책본부 회의에서 USB 하나를 꺼내들고 있었다.

"그건?"

"동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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