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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503화 (503/741)
  • 502화

    -김도진이 그날 사용한 무공이 천마군림보이다.

    여기서 시작된 논쟁은 다른 것들을 뒤로 미뤄 버릴 정도로 격렬히 타오르는 논쟁이 되었다.

    바로 그것이 천마신교, 더 나아가 천마로 이어지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마교는 무협이라는 세계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단순한 흑백논리로 이야기가 전개되던 시기엔 '끝판왕'으로서.

    선(善)이라 부르는 것이 정말로 선(善)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 시기엔 위선을 부수는 상징으로서.

    지금에 와선 유일하게 무림을 단일 세력으로 맞상대할 수 있는 세력으로서.

    그렇기에 그토록 강대하며 위선을 깨부수는 마교의 정점에 서는 절대자이자 무림의 절대자를 논할 때 결코 빠지지 않는 '천마(天魔)'를 상징하는 무공 중 하나인 천마군림보에 관해서는 누구라도 한 마디 거들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것이다.

    -아니씹;; 천마군림보는 무슨;;

    -그러게. 애초에 마교가 실존했다는 증거조차 없는데 ㅋㅋ

    부정적인 입장에 있는 이들은 그렇게 말했고 설득력이 있었다.

    천마 이전에 마교, 천마신교에 관해서부터가 그 존재를 증명할 만한 사료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알려진 바가 없었으니까.

    때문에 일전 의선약가가 얽혔던 문제가 그토록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마교가 나쁜 집단이라고 증명이 됐냐는 말입니다.

    지금 논쟁의 중심에 있는 도진이 했던 그 말이 상황을 꿰뚫는 핵심이다.

    워낙 유명하고 또 워낙 친숙하여 오히려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마교는 실존했는가'에 관한 사료 자체가 없는 현실이다.

    무림을 대표하는 세력인 소림사를 필두로 하여 웬만큼 유명했던 세력은 관련된 사료가 제법, 적다 해도 최소한 실존을 증명할 만큼은 발견이 되었다.

    하지만 마교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소림사조차 압도할 만큼 그 존재감이 대단했던 게 마교인데.

    그런 마교에 관한 사료만큼은 이렇다 할 게 없었으니 그 실존조차 학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당시 사건으로 공개된 의성문의 서적?

    그것만으론 역부족이었다.

    냉정하게 따져야만 했다.

    제아무리 화타라지만 그가 작성한 서적을 모두 믿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

    철저하게 연구하고 검증하여 확신이 들지 않는 한 '사실'이라 단언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설령 그 서적의 내용이 사실이라 하여도 마교가 실존하는 증거가 될 수는 없으니 서적에 나온 '마교'가 흔히 생각하는 마교가 아닐 확률 또한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때문에 여전히 학계에서는 물론, 세간에서도 마교의 실존에서부터 인정을 하지 않는 논리는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하지만 분명히. 천마(天魔)라 불리게 될 사람입니다.

    "우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아아악!!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스스로 천마임을 천명한 도진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흔들리게 되었다.

    기자 회견장, 그리고 회견장 바깥에서 스크린을 통하여 회견을 지켜보던 이들, 더 범위를 넓혀 스마트폰이나 TV 등을 통하여 지켜보던 이들 모두가 소리를 질렀다.

    심지어 기자들마저도.

    그로 인한 소란을 도진은 조용히 지켜보았고 이내 정신을 차린 기자 한 명이 소란을 뚫을 정도로 크게 소리쳐 물었다.

    "그날 사용하셨던 무공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그 무공이 맞습니까?!"

    도진은 웃으며 답했다.

    "기자분이 생각하고 있는 그 무공이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무공이라면, 맞습니다."

    "오오오오오!!"

    잦아들던 소란은 그로 인해 다시 커져 버렸다.

    천마가, 자신이 사용한 무공이 천마군림보임을 확인해 주었다.

    소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처럼 커졌으나 곧 거짓말처럼 잦아들었으니 질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질문, 질문을 해야 한다.

    질문을 하지 않으면 현기증이 나서 죽어 버릴 것 같다.

    기자들은 그런 열기를 내뿜었고.

    "질문이 있습니다. 잠룡문주 김도진.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할 수단이 있습니까?"

    그 가운데서 열기를 꺼뜨릴 만큼 찬물을 뿌리는 질문이 던져졌다.

    날카로운 눈의 그는 친(親) 의천검가로 유명한 언론지의 기자였다.

    모두의 시선이 그와 도진을 오갔다.

    도진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역시나 막힘없이 답을 해 주었다.

    "블랙홀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블랙홀과 연결된 다른 차원에 갈 수 있습니다. 알고 계셨나요?"

    "?"

    "……??"

    갑작스레, 주제를 완전히 벗어난 듯 보이는 도진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물음표로 덮였다.

    영어로 질문하면 영어로 답해주는 도진이었지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말은 한국어였기에 외국의 기자들은 통역이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시선을 애꿎은 통역가에게 보내고 있었다.

    도진은 피식 웃었다.

    "마교가, 천마신교가 실존하는 집단인가. 나아가 그 천마신교의 교주인 천마가 실존하였는가에 관해서는 증명되지 않았죠. 자료가 없어서."

    "같은 문제입니다. 주장하는 이도, 반박하려는 이도 명확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면 논제에 관한 참과 거짓을 논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지죠."

    "아……."

    뜬금없이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던 이들 대부분이 도진이 무얼 말하고자 하였는지를 알았다.

    그러니까 도진의 말 그대로다.

    서로가 증명할 수 없는 문제라면 논쟁이 무의미하다는 것.

    질문을 했던 기자는 그 뜻을 이해했으나 물러서지 않았다.

    "반박할 수 없다 해서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해도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만……."

    이어지는 기자의 말에도 도진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불편해지기에는, 기자의 도발은 너무나 하찮은 수준이었으니까.

    "그런 이야기가 있더군요. 왜 이제서야 천마라고 밝히는 거냐고."

    그 말대로였다.

    실시간으로 불붙고 있는 논쟁이자 사건이 터지고 있었던 수많은 논쟁 사이에서도 꽤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던 것.

    -아니 근데 김도진은 왜 이제와서야 저러는 거임?

    -그것도 몰?루는 건가..

    -네가 원하는 답은 해주지 않겠다..

    -?개드립치지 말고 설명해 주셈 존나 궁금함;;

    -간단하자너. 능력 안 되는데 내가 천마다! 이러면 사지가 찢겨 나가고 뇌가 해부되자너 ㅋㅋㅋㅋ

    -아..ㅋㅋ 그렇네 ㅋㅋㅋ

    틀린 말은 아니었다.

    능력이 되지 않는 이에게 과분한 보물은 목숨마저 앗아가는 재앙이 된다.

    "천마의 제자는 정식으로 제자로 인정받는다 해도 자격이 되지 않는다면 바깥에 자신을 '소천마(小天魔)'라 칭할 수 없습니다. 설령 교 안에서도 '천마의 제자'라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소천마라 할 수 없죠."

    "간단한 이유입니다. 천마. 그 이름을 입에 담고 자칭하기 위해선 그만한 자격을 갖추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지금에서야, 천마심공의 5성에 이르러 비로소 자격을 갖춘 도진이 만천하에 소천마라 스스로를 칭하는 이유였다.

    그러니까.

    도진의 시선이 기자를 마주했다.

    기자는 그저 담담한 도진의 시선에도 영혼이 압도당하는, 지금 세상을 뒤흔든 천마군림보에 짓눌린 듯한 감각에 등이 축축해졌다.

    "나는 자격을 갖추었기에 내가 누구인지를 밝힌 겁니다. 누가 무어라 하든, 누가 되었든. 나는 나의 자격을 증명할 수 있다는 거죠."

    "……."

    증거만이 증명이 되는 것이 아니다.

    도진은 소천마가 되었고 자격을 갖추었다.

    소천마로서 그 자신이 증명이 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머지 않은 때에.

    소천마를 넘어 천마(天魔)라 칭하는 영역에까지 이를 것이었다.

    그렇기에 선언했다.

    "잠룡문은 이제 천마신교(天魔神敎)가 될 겁니다. 그리고 저는 신교의 가장 앞에 서는 자, 천마의 이름을 이을 소천마 김도진입니다."

    * * * *

    의천검가를 무너뜨리고 기자 회견이 있기까지의 사이에.

    도진은 자격을 갖춤으로써 울타리 안의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자신이 누구인가를 밝혔다.

    소담을 포함한 암산서가의 사람들에게.

    이미 천마신교의 무공을 이었던 윤상미에게.

    오성아를 비롯하여 잠룡문의 문도들에게.

    우서진을 포함한 명성 공방의 사람들에게.

    클로에의 가족인 덴젤 공방의 사람들에게.

    유지은과 정의검가의 사람들, 웨일스 후작가의 사람들, 서태주와 그 가족이 되는 사람들, 바른 엔터의 구성원들, 오대용과 주정아, 약리지에 벽태웅…….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었던 모든 이들에게 도진은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것을 이었는지를 밝힌 것이다.

    "그랬구나. 도진이는, 천마였구나……. 에헤헤, 어쩐지 두근거리네."

    소담은 무얼 생각하는지 살짝 붉어진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윤상미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히 받아들였고 우서진 또한 다르지 않았다.

    "하하하! 천마라니! 정말 놀랍구먼."

    우벽진은 호쾌하고 웃었고 클로에의 아버지가 되는 안토니오 덴젤 또한 딸을 지켜줄 이를 보는 얼굴로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와……. 선배. 갑자기 엄청 나쁜데 멋진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약리지는 채 버리지 못한 중2병이 도진 건지 눈을 반짝였다.

    그런 느낌으로.

    누구 한 명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천마신교가 어떤 곳인지 들었고 도진이 그 사상을 고스란히 반영하여 나갈 것이라 들었음에도.

    오히려 그렇기에, 거기에 공감하는 이들이 도진의 주변에 모여 있었기에 그럴 수 있었다.

    더불어 누구 한 명 경악하거나 크게 놀라지 않았으니 '도진이라면 이 정도가 당연한 거지'라고 생각해 버렸던 거다.

    덕분에 이미 천마신교의 교도였던 이들과도 지금까지의 관계로, 부드럽게 합쳐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심도 깊게 나누었고 방침이 정해졌다.

    생각보다 일찍 개파하게 되었던 문파 잠룡문.

    소천마임을 천명할 수 없었기에 후기지수로서의 별호를 문파의 이름으로 사용하였던 문파의 이름을 비로소 '천마신교'라 천명했다.

    잠룡이 드디어 승천했다고 사람들은 평했다.

    동시에 기대의 시선을 보냈다.

    천마신교가 되어 버린, 이 세상을 뒤흔들어 버린 문파가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 지를.

    물론,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건 아니었다.

    반대로 부정적인 여론 또한 만만찮게 들끓었으니 친 의천검가 쪽의 세력이 그 중심에 있었다.

    -아니, 이거 엄밀히 따지면 범죄 저질러 놓고 당당한 건데 이 분위기 뭐냐? 좀 당황스럽네;;

    -그러게. 듣기로 심각한 상태라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도 있다는데 조사 안함?

    -무림전담타격대 대장이 김도진 라인이라던데 그래서 감싸주기 하는 거 아님? 이 정도면 정식으로 문제 제기 해야 할 거 같은데.

    -위에 세 놈 ㅇㅇ검가 지하에서 검거.

    긍정적인 반응에 조금 밀려서 그렇지 조금만 물타기를 하면 이런 식의 여론도 얼마든지 들끓게 만들 수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냈다.

    "여론을 반전시켜야 합니다."

    "맞습니다. 이대로 가면 정말로 끝장입니다."

    "마교가 가지고 있는 개돼지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전에 없는 위기 상황에 하나로 뭉쳐 맹렬히 머리를 굴리고 움직여 계획을 세웠고.

    -속보! 바할라의 왕세자도 마교도였다!

    "……어?"

    대서특필된 속보에 벙찐 얼굴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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