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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444화 (444/741)

443화

오성아는 흔히 하는 말로 '갈려 나가고' 있었다.

잠룡문의 안주인으로서 잠룡문에 관한 일을 총괄하며 심지어 더욱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늘어난 일까지도 챙겨야 했기에.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업무량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려 뒷걸음질 칠 만큼의 업무를 소화해야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성아는 그것을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과중한을 붙이기는 커녕 피로가 쌓이게 만드는 업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노동이 아닌, 너무나 재미있고 보람찬 일이었으니까.

이를테면 이런 거다.

캐릭터를 키우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고 그런 조건에서 캐릭터가 쑥쑥 성장하는 걸 조작하는 기분.

심지어 그 조작까지도 너무나 재밌을 만큼 고대하던 게임을 비로소 즐기고 있는데 레어 아이템까지 펑펑 떨어진다.

나에게만.

철저한 상명하복이 요구되는 오성에서 부품 중 하나로 살았던 때와 달리 잠룡문은 그녀가 주체가 되어 모든 것을 키워나가는, 하고 싶던 것을 하는 나날들이었다.

그것이 만약 가시밭길이었어도 웃으며 받아들였을 텐데 오히려 꽃길만 걷고 있으니 어찌 재밌지 않겠는가 말이다.

문주인 도진이 말했다.

'시간과 예산이 무제한'이라고.

그녀는 누구든 원하고 또 원할 시간과 예산이 무제한인 환경에 취해 도무지 일을 손에서 놓으려 하질 않았다.

시간과 예산이 무제한일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는 '주식'이었다.

그녀가 선정하여 투자한 주식도 욕심을 내지 않아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역시 여기서 나와야 할 건 도진이 올인을 선언했던 어로스다.

어로스는 무림열전3를 통하여 세계적인 게임 회사로 뻗어나갔고 한국 게임 대장주가 되었다.

그렇게 되기 전 저 아래에 있던 때에 올인했던 잠룡문 보유의 주식이 얼마나 큰 수익을 냈을지는…… 어디 가서 말을 하기도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그 주식은 적어도 앞으로 10년은 더 탄탄대로일 것이었다.

여기에 치안 유지 계약을 했다.

고정적인 수입은 오히려 둘째다.

이 계약을 몇 번 갱신하면서 문제없이 업무를 수행하기만 하면 정부 위탁의 치안 유지 계약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고 그것만으로도 문파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비약적으로 넓어진다.

웬만해선 쉽게 진입할 수 없는, 실력에 더해 실적과 신용이 필요한 알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성아는 벌써부터 짜릿함에 문서를 쥔 손이 파르르 떨릴 지경이다.

그뿐인가!

도진의 화수분은 주식과 치안 유지 계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인에게 있어 무공, 금전과 함께 3대 요소로 꼽히는 명성까지도 챙길 수 있는 분야에서도 대박이 연달아 터졌으니 바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있는 바른 엔터다.

-큰 게 왔다! 가요계를 강타한 '솔로' 이은지!

권이솔과 함께 작업하여 요즘 가요계에선 보기 드문 솔로로 데뷔한 이은지가, 바로 그 솔로로 대박을 터뜨렸다.

-와 ㅋㅋ 저게 뭐냐 ㅋㅋㅋ 저게 가능한 가창력이냐? 저 나이에?

-아무리 숭무고 관문 시험 통과한 수준이라고 해도 말이 안나오는데 ㅋㅋ

대박의 원동력은 역시 가창력이다.

문방구 엔터에서 4인조로 활동하던 때에는 설광수의 강요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위축된 상태로 노래를 불러야 했다.

원하지 않는, 맞지도 않는 설광수가 원하는 규격화된 상품을 연기해야 했다.

때문에 온갖 족쇄에 묶인 채 발버둥조차 제대로 치지 못했던 이은지는 이제 드디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게 되었고 그 옷을 최고의 재봉사인 권이솔이 제공해 주었다.

그리하여 모든 족쇄를 풀고 날개를 펼친 이은지의 가창력이 폭발했고 모든 이를 매료시키며 말 그대로 무대를 씹어 먹어 버렸다.

그런 가창력에 대중성까지 잡았으니 데뷔 무대의 라이브는 업로드 3일만에 조회수가 지붕을 뚫었고 그것이 또 화제가 되며 연쇄적으로 신드롬이라 부를 만큼의 파급력이 되었다.

-멈추지 않는 돌풍, 아니 태풍! 종횡무진 안티체리!

그리고 이은지의 대항마로 꾸준히, 아니 오히려 상승세를 경신하고 있는 안티체리가 있다.

정글 게임에서부터 시작된 안티체리의 돌풍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예능을 포함한 연예계 전체를 말 그대로 종횡무진하며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보여 주었던 안티체리는 전폭적인 지원 하에 관심이 꺼지기 전 드디어 제대로 된 앨범을 가지고 컴백하였고 돌풍은 태풍이 되었다.

-아 ㅋㅋㅋ TV에서 왜 안티체리랑 이은지밖에 안나옴?ㅋㅋㅋ

-그래서 싫어?

-오히려 좋음ㅎㅎㅎ..

-왜 레드슈는 언급 안함? 같은 식구인데 트로이카로 해 줘.

-아 ㅎㅎ 그렇네 ㅎㅎㅎ 레드슈도 있었지 ㅋㅋㅋ

여기에 한솥밥을 먹는 레드슈가 합류했다.

이은지나 안티체리만큼은 아니어도 레드슈 또한 차곡차곡 쌓아왔던 것들이 드디어 벽을 넘는 발판이 되어 꽃을 피웠다.

폭발적인 어떤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묵묵히 계속 쌓아왔던 것들을 바탕으로 대중들의 눈에 띄는 곳까지 오른 것이다.

결정적인 건 데뷔 때부터 계속 늘은 실력이다.

가창력은 물론이요 안 그래도 고난도였던 안무가 계속해서 발전하였는데 그럼에도 단 한 번도 칼각이 흐트러지지 않았음이 바른 엔터 TV에서 편집한 영상을 통하여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이 컸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던, '우리가 이만큼 노력해서 이만큼 성장했어요'하고 알린 영상에 바른 엔터에 관심을 가졌던 이들이 호응해 주었고 이윽고 꽃망울이 터진 것이었다.

이은지와 안티체리, 레드슈는 그렇게 셋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연예계를 휩쓰는 중이다.

-이은지에 안티체리에 레드슈까지 죄다 바른 엔터네?;;

-아니 이제 연예계도 잠룡이 다 해먹음?;;

-숭무고에 이어 연예계까지.. 아! 무섭다!

-진짜 대박이네 ㅋㅋㅋ 그 찐따같던 바른 엔터가 맞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던 DS가 무너진 후 3대 기획사에 BS, 그러니까 바른 엔터를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불과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농담의 영역이었다.

한데 그게 안티체리의 대박에 이어 이은지와 레드슈까지 터지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가 되어 버린 것이다.

도진이 A-1 자격증을 따고 설탕파 사건을 해결하여 치안 유지 계약을 따는 동안 바른 엔터도 그렇게 대박을 뻥뻥 터뜨렸다.

자연스레 잠룡문의 문주이면서 동시에 바른 엔터의 대표이사인 도진은 넝쿨째 굴러 들어온 그냥 호박도 아니고 대박을 받은 사람이 됐다.

그리고 그렇게 넝쿨째 굴러 들어온 대박의 주인이 된 김도진이 지금 뭐하냐면…….

"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술먹방을 해 볼까 해요."

오랜만에 개인 생방송을 켰다.

그것도 술먹방으로.

-와! 생방송!

-헐 근데 술먹방이요? 도진님 술 안 드시잖아요?

"네. 맞아요. 전 콜라 마실 거예요. 그러니까 저 대신 술을 마실 게스트들을 초대했어요."

-게스트! 누구요? 여신님들?

"오, 맞아요. 여신님들이죠. 일단은 지은 선배."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오오오오!

-헐 검봉 ㅋㅋㅋ 검봉을 게스트로 데려오네 ㅋㅋㅋ

-여윽시 잠룡 크라쓰..

웃으며 인사하는, 그것도 셔츠에 레깅스 치마라는 일상룩이지만 그래서 더욱 레어한 모습의 유지은에 사람들이 열광했다.

-잠깐만. 근데 '들'이라는 복수 명사가 사용됐으니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건데?..

"맞습니다. 요즘 대세인 이은지 씨!"

"아, 안녕하세요."

-와아아아아아아!!

-우오오오오오오!!

-ㅁㅁㅁㅊㅊㅊㅊㅊㅊ

"그리고 마찬가지로 대세인 안티체리의 설현주 씨와 설하은 씨 맏내와 막내 듀오가 왔습니다."

-으어어어어엉엌ㅋㅋㅋㅋ

-안티체리까짘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에서는 분명히 글자가 쏟아지는데 함성이 들리는 듯 환호했다.

-아니 이은지에 안티체리라고? ㅋㅋㅋㅋ

-미쳤넼ㅋㅋㅋㅋ 이게 가능함?

도진이 씨익 웃었다.

"제가 사장이잖아요. 가능하죠."

-오, 그렇네?

-그, 그렇군?!

-듣고 보니 설득력이 있어!

-아니 잠깐만ㅋㅋㅋㅋㅋ 안티체리랑 이은지 소속사 사장이 잠룡이라고?

-아니 세상 시벌ㅋㅋㅋ 이래도 된느 거임?ㅋㅋㅋ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고!

"아니, 음해 멈춰! 사실 우리 아이들 다 제가 키운 거 아입니까."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러네?

-분하다.. 반박할 수가 없어!

"그리고 아직 다 안 끝났거든요. 여기 수면양말좌 유혜진 양도 왔습니다."

"사람을 수면양말이라고 부르지 마!"

도진에 의해, 바른 엔터 TV를 통해 '수면양말좌'가 되어 버린 유혜진이다.

-어어어어엌ㅋㅋ 레드슈까지 ㅋㅋㅋㅋ

-요즘 대세 트로이카 셋을 다 데려왔다고?

-와, 말이 안나오넼ㅋㅋㅋㅋ

"여기에 이은지 씨랑 절친인 유애라 씨까지 해서 이렇게 오늘 합방 멤버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어벤져스 아님?

-ㄹㅇㅋㅋㅋㅋ

검봉, 이은지, 안티체리에 레드슈, 대기업 방송인이자 무림열전 시리즈의 마스코트인 안내 요정 유애라까지.

그리고 그 모두를 모은 채널 주인 잠룡 김도진.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멤버 구성이었다.

"오늘은 이 멤버로 술먹방을 하면서 이런저런 소통 방송을 해 보려고 해요. 가끔씩은 이런 것도 좋잖아요? 잔잔하게."

-아니, 멤버가 일단 안 잔잔합니다 선생님.

-이 정도면 거의 연예대전이나 가요대전 라인업인데 ㅋㅋㅋㅋ

-연예대전이 아니라 연예대상 임마;; 대전이면 싸우는 거자너;;

커다란 8인용 식탁에 치킨과 피자, 순대, 떡볶이 등 호화로운 음식들이 깔리고 맥주와 과일 소주 등이 놓였다.

-메뉴 보소;;

-혈살녹(혈관 살살 녹는다는 뜻 ㅎㅎㅎ;;);;

-않이 무림인이 저렇게 먹어도 되나요? ㅋㅋㅋ

시대가 시대인 만큼 시청자들이 그런 걱정을 했고 설현주가 손을 들었다.

"우리 정말 이거 먹어도 돼?"

"네, 그럼요. 다 먹으라고 준비한 건데요."

"진짜지?"

"네. 다 먹고 운동하면 돼요."

"아."

"아."

기대로 눈을 반짝이던 이들 중 다수가 몸이 굳었다.

'아이돌'이라는 카테고리에 분류되는 이들이었고 도진과 함께 운동 시간을 가지는 이들이었다.

설현주가 헤헤 웃으며 물었다.

"적게 먹으면 적게 운동할 수 있는 거지?"

도진이 마주 웃으며 답해 주었다.

"적게 먹든 많이 먹든 거기서 거기니까 그냥 마음 놓고 드세요."

"쌍시옷……."

-엌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

설현주를 필두로 한 아이돌 팀의 체념으로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는 마인드가 깔리며 술먹방이 시작됐다.

한 잔 두 잔 들어가며 소소한 이야기가 오고간다.

유지은이 과일 소주를 홀짝이며 말했다.

"얼마 전에 엄마한테 그랬거든. 나도 동생 만들어 주면 안 되냐고."

-엌ㅋㅋㅋ

-초반부터 이런 이야기갘ㅋㅋㅋㅋㅋㅋ

"네. 어머님께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동생 만드는 거 기다리지 말고 그냥 자급자족 하래."

"큽!"

-앜ㅋㅋㅋㅋㅋㅋ

-어머닠ㅋㅋㅋㅋㅋㅋ

-맵넼ㅋㅋㅋ

유혜진이 술 때문만이 아닌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아, 아니 그건 동생이 아니라 아들이나 딸이잖아요!"

"응, 뭐, 그렇지. 그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긴 해."

그러면서 흘끗 시선이 도진에게로 향해 버린다.

도진이 싱긋 웃으며 그 시선을 설현주에게로 이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주 누나."

"…왜 나한테 묻는 거야?"

"그럴 만한 때잖아요. 아이가 부쩍 귀여울 때."

"…그렇긴 하지."

어릴 적엔 흔히 그러곤 한다.

'애새끼 존나 쳐우네.'

생각이 짧고 감정이 여과없이 나올 만한 때에 하는 생각.

하지만 나이를 먹어 가면 그런 말을, 아니 생각을 하는 것조차 꺼려지게 된다.

그리고 우는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때가 온다.

그때가 되면 아이가 귀여워지는 것이다.

다 안다는 도진의 얼굴에 설현주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너는 안 그래?"

설현주는 시선을 곁의 설하은에게로 향했다.

설하은은 아니오, 하고 답했다.

"저는 아직 20대라서……."

"뭐 임마?!"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온 막내의 공격에 설현주가 버럭했다.

"저는 아직 20대라서 잘 모르겠어요, 헤헤."

시크한 냉미녀 스타일에 키도 큰 그녀는 그러나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얼굴로 헤헤 웃으며 추가타를 넣는다.

"와, 이래서 20대는!"

"으응? 그것은 좀……."

발끈하여 외친 설현주가 도진의 말흐림에 주춤한다.

그리고 도진의 토스를 채팅창의 시청자들이 훌륭하게 받았다.

-이래서 20대는..?

-이건 좀..

-논란이..

-되겠는걸?..

-꺼라 위키. 설현주 사건/사고.

"으음. 논란이 되겠는데요, 누나."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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