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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436화 (436/741)

435화

진입조의 구성에 있어 약간의 잡음이 발생했다.

도진의 참여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었다.

무려 A-1, 초절정의 경지를 증명한 도진의 참여를 거절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다만 도진에 이어 바로 참가 의사를 밝힌.

"저희도 같이 가겠습니다."

"음……."

한유아의 말에 이번 타격대의 책임자를 맡은 중년의 무인이 난색을 드러낸 것이었다.

"문제가 있나요?"

한유아는 덤덤한 어조로 물었다.

덤덤하지만, 그 덤덤함이라는 껍질이 일전의 유사한 경험들에 의해 경화(硬化)된 것이라는 걸 도진은 읽을 수 있었다.

중년의 무인은 고개를 젓는 대신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설탕파의 전력이 심상치 않습니다.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고, 혹여 문제가 생겨도 저희는 책임질 수 없습니다."

"네,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금화의 영애'가 함께 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자인 나의 입장이 난처하다.

그럼에도 함께 하겠다면 만에 하나 불상사가 발생한다 해도 나의 책임이 아니다.

당연한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한 뒤에야 중년의 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에 한유아가 쐐기를 박았다.

"저도 A-2 보유자예요. 스스로를 책임질 만큼의 능력은 있습니다."

"……!"

듣고 있던 이들이 제법 놀란 얼굴이 된다.

집행부의 후배들은 특히 '선배, A-2를 땄어요?' 같은 시선을 보냈다.

만약 이 자리가 지극히 위험한 실전이 아니었다면 실제로 그렇게 말하며 조금은 시끌해졌을 것이다.

A-2는 절정의 경지를 증명하는 자격증으로 지극히 평범한 재능과 무공을 익힌 무인이 쉼없이 수련한다는 가정 하에 50줄에 이르러야 도달할 법한 경지다.

당연히 드문 경지이며 무협지로 따지면 '평범한 문파의 장로'에 해당하며 회사로 따지면 기업의 임원급이다.

무림의 상위 10%를 가르는 그 경지를 한유아는 스물의 나이에 도달했고 그것을 증명하기까지 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정도 경지의 무인의 참여를 거절할 명분은 당연히 없었다.

그리하여 내부에 진입하는 건 무림 전담 타격대와 무림맹의 무인들, 그리고 도진과 유지은에 한유아, 류대현을 포함한 잠룡문과 화온의 무인들 일부가 되었다.

소담을 포함한 재학생들은 외부에 남았다.

그리고 남은 이들과 함께 혹시 모를 본거지 일대의 경계를 맡았다.

"선행하겠습니다."

진입의 선두는 무림 전담 타격대의 무인들이 맡았다.

그들은 앞장 서서 내려가며 그보다 앞에 스크린과 연결된, 360도의 촬영이 가능한 자그마한 구체를 내려 보냈다.

사전에 위험 요소를 체크하기 위한 장비였다.

이 장비를 통하여 앞의 장소에 매복하고 있는 이는 없는지, 혹시 독은 살포되어 있지 않은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특별한 위험 요소는 보이지 않습니다."

섭음술을 통하여 브리핑 후 무림 전담 타격대의 무인들은 바닥이 나타나자 바로 내려서는 대신 호흡기만은 확실하게 보호하되 시야는 전혀 가리지 않는 특수 방독면을 착용한 뒤 방패를 준비하고서야 움직였다.

방패로 몸을 철저하게 가리고 신중하게 전진, 내부를 점령한 뒤에야 뒤의 무인들이 들어섰다.

철저한 정석, 'FM'대로의 제압으로 어떻게 보면 지지부진한 움직임이었지만 거기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럴 만한 이는 이미 죽거나 은퇴했으니까.

그런 식으로 신중하게 내부를 확인, 점령한 뒤에야 탐색하며 움직인 진입조는.

"으악!"

"컥!"

도주하지 못한 피라미 조직원을 몇 제압했을 뿐 이렇다 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실망할 일은 아니었다.

예상대로였다.

교토삼굴(狡兔三窟).

교활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 두는 법이다.

마약을 유통하고 미성년자를 이용하여 사업을 벌이려던 놈들이 멍청하게 입구 하나만 만들어 두고 만일을 대비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유사시의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을 테고 그럴싸한 증거물을 포함하여 몸통은 벌써 도주하고 있을 터.

당연히 이번 작전은 그 모든 걸 고려하여 수립되었고 그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다수의 거래 장부 확보에 성공하였습니다.

* * * *

본거지를 급습한다 해도 증거를 대부분 소각해 버릴 거라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문제는 그걸 막을 수 있을 만큼의 신속하고도 정확한 침투와 제압은 힘들 거라는 건데, 대안이 있었으니 설탕파와 거래했던 이들이다.

이들이 설탕파만큼의 조직력과 치밀함, 그리고 행동력을 가지고 있을 순 없으니 급습하여 구매했던 마약과 장부에 본인까지 체포하는 것으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마약을 했던 미성년자까지 증거는 차고 넘친다.

때문에 인원을 나눠 체포조를 운용한 것이었고 큰 성과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체포조가 있었으니 '세 개의 굴'을 통하여 도주를 시도할 설탕파의 조직원들을 체포하는 역할을 맡은 포위조 겸 체포조다.

파악하지 못한 도주로는 물론이요 본거지에 모든 조직원이 있을 리 만무하니 넓게 포위망을 펼쳐 두고 예상 루트에 무인들을 배치해 두었다.

그렇게 배치된 무인들 중 한 명인 강상주는 흘끗, 자신과 함께 배치된 젊은 여성 무인을 흘끔거렸다.

소매와 품이 넓은 무복을 입었으나 그 매력이 감소하긴 커녕 오히려 더욱 상상을 자극하는 새벽의 어둠을 드레스처럼 두른 듯한 미녀였다.

잠룡문 소속의 무인으로, 새삼 잠룡문주인 김도진이 부러워지는 그였다.

도도하고 시크해 보이는 분위기에 무심한 듯 어딘가를 응시하는 눈동자가 매력적이기 그지없다.

"이런 임무는 처음이시죠?"

그래서 그는 은근슬쩍 거리를 좁혀 말을 걸어 본 것이었지만.

"임무에 집중하세요."

그 시도가 머쓱해지게 만드는 단호한 거절만이 돌아왔다.

'씨벌.'

뭐 어떻게 찔러 볼 틈이 보이지 않는 칼 같은 차단이었다.

'중국은 저런 분위기에서 일 하나?'

이쪽에 배치된 잠룡문 소속의 무인들은 중국에서 넘어온 무인들이라고 했다.

독 연구소를 운영하는 독공을 연마한 무인들.

일반적으로 무림 전담 타격대의 무인들이 수직적이고 경직된 분위기라면 무림맹의 무인들은 수평적이고 조금은 자유로운 분위기로 구분되었다.

세간에 주로 비치는 이들이 무림 전담 타격대가 공무원이라면 무림맹의 무인들은 세계적인 기구의 말단 구성원으로 동등한 관계에서 보수를 받고 일한다는 인상이 있었으니까.

그 인상은 제법 잘 들어맞았는데, 무림맹의 경우 최소한의 인성과 조건만 갖추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 주니 상사라고 해서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의 연장으로 실전에서도 무림맹 소속의 무인들은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농담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주곤 했다.

그러니까 나름 고참인 강상주는 평소처럼 한 번 들이대 본 것이었다.

무림맹의 고참이면서 무림인답게 탄탄한 몸과 나쁘지 않은 페이스의 그는 그런 식으로 제법 재미를 보았는데 이번엔 씨알도 먹히지 않아 쪽이 팔렸다.

그래서 투덜거리며 자리로 돌아가던 그는.

쾅-!

"……!"

얼굴을 아슬아슬하게 스쳐가는 총알에 피가 싸늘하게 식었다.

스친 총알에 의해 생긴 상처가 주는 고통이 찰나에 고개를 기울이지 않았으면 그대로 구멍이 뚫려 죽을 뻔 했다는 상황의 인지로 인해 뇌까지 가지 못하고 무시되었다.

평범한 이라면 비명을 내지르며 자빠졌겠지만 그는 무려 10년을 무림맹에서 실전을 경험한 무인이었다.

대번에 차게 식은 피가 도는 머리가 이성적으로 움직이며 내공을 일으켰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불이 붙은 작은 폭탄 같은 물건이었다.

'이런 미친 새끼들이!'

총에 이어 사제 폭탄이라니.

정말, 아주, 대단한 또라이 새끼들이었다.

그는 급히 몸을 날려 그 폭탄을 피할 생각이었으나.

훅-

곧 발을 멈추었으니 오히려 앞서 나가 폭탄을 맨손으로 잡아 버린 무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눈을 떼지 못했던 젊은 여자.

잠룡문 소속의 독공 사용자였다.

그녀의 손에 들린 폭탄은 거짓말처럼 심지가 제거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휙 던져 버리고 어두운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놈들에게로 쇄도했다.

퍽!

마치 어둠에 동화된 듯 귀신 같은 움직임으로 더러운 인상의 무인을 그녀는 스쳐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놈은 무너졌으니 스쳐간 그 찰나의 순간 그녀의 손이 목을 훑은 것이었다.

얼굴이 시커먼 것이 독으로 제압한 듯 보였다.

"죽엇!"

그렇게 둘이 쓰러지고서야 한 놈이 반응해 총을 겨누고선 망설임없이 발포했고.

쾅!

"끄으아아아아악!!"

그녀는 아름다운 손놀림으로 그 총구를 놈의 발등으로 옮겨 버렸다.

비명을 내지르는 놈에게서 총을 빼앗은 그녀는 접근하던 다른 놈에게 총을 겨누었고 그에 놈이 움찔하는 순간 제압했다.

'…….'

그런 그녀의 활약을 강상주는 잠시간 멍하니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하다.

단순히 강한 게 아니라 그 외모에서 생각할 수 없는 경험이 묻어나는 움직임과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행동이 시선을 사로잡고 만다.

무림인에게도 총은 공포의 대상이다.

아차하는 순간 목숨을 잃는 건 물론이요 그보다 끔찍한, 무인으로서의 생명이 끝장나는 일도 있다.

방탄복을 입는다 해도 얼굴은 다 감추지 못하며 손을 꿰뚫림으로써 더 이상 손이 무공을 구사하지 못하게 되는 일도 허다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서는 그런 공포가 보이지 않는다.

모르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그것이 공포가 되지 못하는 것이 보여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녀만이 아니었다.

은연중 경시하고 있던 그녀와 함께 온 잠룡문 소속의 무인들 모두가 그런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터무니없구먼. 잠룡문.'

강상주는 허허 웃으며, 그런 생각을 하며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움직였다.

그는 구경꾼이 아닌 보수를 받고 일하는 무림인이었으니까.

* * * *

위연서는 함께 배속된 무인들이 잠시간 넋을 잃을 정도로 대단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녀만이 아닌 함께 온 독마전 소속의 무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장 먼저 나서서 압도적인 무위와 성과를 올렸으니 이것이 소지존 김도진의 행사이기 때문이다.

"위연서."

"예, 소지존."

"의뢰 하나를 맡게 됐어. 같이 가자."

"예! 소지존!"

감격에 겨웠던 위연서와 소전주의 지명에 따라 함께 온 교도들은 결코 소지존의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고 그것은 소 잡는 칼로 닭을 잡은 것처럼 어마어마한 모습을 보이게 했던 것이다.

놈들이 사용한 조잡스런 독 폭탄은 터지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않았고 소지하고 있던 권총 또한 중국의 뒷골목에서 겪었던 것에 비하면 비비탄만도 못한 위협이었다.

눈앞에 들이댄다 해도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고 그대로 총구를 돌려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이곳에선 그렇게 쉽게 목숨을 빼앗아선 안 되니 발등이나 팔뚝 등으로 궤도를 수정해 주는 선에서 그쳤다.

그렇게 도주하던 무리를 모두 제압한 뒤 위연서는 따로 소지존에게 보고를 올리려 했다.

그리고.

"……."

-지지직.

소지존과 연결되어 있던 통신이 끊긴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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