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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420화 (420/741)

419화

도진이 무전에 즉시 대답할 수 있었던 건, 그리고 그 대답이 무려 10초 안에 도착할 거라는 내용이 될 수 있었던 건 무전이 오기도 전에 이미 그 장소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도진의 추종술과 솜이의 후각 덕분이었다.

함께 하던 이들이 도대체 무얼 하나 싶었던 도진의 추종술은 다른 게 아니라 신안(神眼)을 기반으로 한 흔적의 '스캔'이었다.

-꽤 흥분해 있구나.

-예, 장 스승님.

도진의 신안을 통하여 흔적을 본 장호는 그렇게 말했고 도진 또한 그것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으니 그 흔적이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숨기지 않은 게 아니라 상당히 흥분하여 깊고 거칠게 남은 흔적들.

다른 이도 아니고 사신 장호에게 추종술을 배운 도진에게는 굳이 자세히 보고 살필 것도 없이 화살표가 그려진 수준으로 명확했다.

"냐앙."

여기에 솜이의 후각이 더해졌다.

겉으로야 풍성한 새하얀 털과 커다란 꼬리가 인상적인 위협적일 정도로 귀여운 고양이지만 솜이는 분명한 영물, 그것도 환골탈태까지 한 영물이다.

인간을 아득히 넘어선 후각과 설표 특유의 사냥감을 추적하기 위한 기술까지 더해지니 도진은 거침없이 호랑이와 곰을 찾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첫 번째 호랑이를 생포하자마자 다음 위치를 향해 움직이도록 해 주었고 이송조를 만나기도 전에 급박한 상황이 터진 그 순간 생포조의 지원을 요청한 추적조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추적조는 그런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생포조의 도착에 화색이 되었다가.

"냐앙!"

"뭐, 뭐야?"

"저, 저거?"

상상도 못했던 광경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으니 달리는 호랑이의 머리 위에 당당하게 앉은 솜이의 모습이다.

…새하얀 털이 풍성한 커다란 꼬리를 위풍당당하게 세운 채 호랑이의 머리 위에 앉아 포효(?)하는 솜이의 모습이란 그만큼이나 시선을 사로잡는 광경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이 시선을 빼앗긴 사이, 찰나는 이미 지나 호랑이와 곰이 격돌하기 일보직전의 순간.

스윽-

도진이 그 사이에 귀신처럼 나타나 내려섰다.

구어어어어-!

크허허허헝!!

잔뜩 흥분하여 포효하는 곰의 울음소리와 호랑이의 울음소리는 사람의 가슴에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에 부는 바람이 스며들게 한다.

그리고 거기에 섞인 공포를 현실로 만드는, 두 발로 일어선 곰의 앞발이 호랑이보다 먼저 도진에게 닿았다.

슥-

그러나 분명히 동반되어야 할 파육음(破肉音)은 들리지 않았으니 놀랍게도 맞닿은 도진의 손에 곰의 손이 운동량이 증발한 것처럼 착 붙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곰은 부드럽게 팔을 뒤로 당기며 허리를 돌리는 도진이 그리는 선에 그대로 딸려가 바닥을 굴렀다.

크, 커헝?

얼마나 당황했는지 울음소리에 그것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곰은 잠시간 움직이지 못했다.

툭.

지극히 짧은 텀을 두고 휘둘러졌던 호랑이의 앞발도 다르지 않았다.

회전한 도진의 반대편 손이 그리되는 것이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호랑이의 앞발과 닿았고.

커헝?

그대로 멈추어 버렸다.

믿을 수 없게도, 힘이 완벽하게 상쇄된 것이다.

-제법이구나, 제자야.

-하하. 감사합니다.

그야말로 무협지에서나 나올 법한 광경에 시선이 향했던 이들이 입을 쩌억 벌리고 위지혁은 칭찬 하나를 날려 주었다.

쿵.

도진은 그에 감사하며 발뒤꿈치만을 이용한 작은 진각으로 발생한 힘을 증폭하여 가볍게 맞닿은 호랑이의 앞발을 밀었다.

크헝?!

그 힘에 또 믿을 수 없게도 호랑이가 뒤로 벌렁 넘어가 버렸다.

'저게 초절정 고수…….'

'차원이 다르네.'

"성지인."

"네! 문주님!"

"곰 제압해."

"아, 알겠습니다!"

도진의 명에 따라 함께 왔던 성지인이 움직였다.

때를 맞추듯 벌렁 누웠던 곰이 일어나 크게 포효했다.

눈이 시뻘건 것이 크게 흥분한 듯 보였고 말 그대로 뵈는 게 없어 보였다.

A-5, 삼류 무인이라면 목숨을 걸고 도주해야 할 상대.

그러나 성지인은 일류, 그것도 격룡신공의 계승자로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격룡기를 일깨웠다.

쿠오오오오오-!

용울음 소리와 함께 작은 강아지 같았던 소녀에게서 용의 기세가 피어났다.

크허허허헝!!

그리고 곰이 전력을 다해 휘두르는 앞발에 정면으로 주먹을 내뻗었다.

뻐어어어억!!

커허허헝!!

'현실'이라면 소녀가 말 그대로 찢겼을 것이다.

허나 진짜 현실은 정반대로 곰이 자신의 앞발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으니 그것이 일류, 그것도 패도(覇道)를 추구하는 격룡신공의 힘이다.

"진! 정! 해!"

뻐억! 뻐억!

커, 커허허허헝!

…그것이 조금 과해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예쁜 소녀가 무시무시한 곰을 두들겨 패는 진풍경이 펼쳐졌고.

"지인아, 진정해."

"아! 죄, 죄송합니다, 문주님!"

"아니야. 긴장하면 그럴 수도 있지."

사람들이 멍하니 지켜보는 가운데 도진이 그 예쁘지만 곰을 줘패는 소녀를 진정시켰다.

도진이 맡았던 호랑이는…….

"냐앙."

처음 생포했던 호랑이와 마찬가지로 솜이의 지휘(?)를 받아 얌전히 앉아 있었다.

티가 나지 않지만 도진의 꿀밤 한 대를 맞은 뒤였으니 예로부터 물리력과 치유력은 비례하는 것이었다.

"자, 곰돌이 너도 얌전히 가는 거야."

성지인을 진정시킨 도진은 곰돌이를 번쩍 들어 호랑이 두마리의 옆에 놓아 주었다.

곰 인형마냥 번쩍 들리는 다시는 못할 경험을 한 곰은 잠시 어리둥절했으나.

"냐아앙."

커, 커허헝!

솜이와 눈이 맞은 순간 경기를 일으키며 납작 엎드렸고 그렇게 추가로 두 마리를 더 생포할 수 있었다.

"계속 가죠."

"예, 예, 예."

도진은 입을 헤에 벌리고 있던 이들을 데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

스물세 마리.

동물원을 탈출했던 호랑이와 곰은 하루가 지나기 전에 모두, 그것도 대부분 상처없이 생포되어 우리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생포 작전에 참가했던 이들은 모두 흘끔흘끔, 평생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진풍경을 흘끔거렸으니.

"냐앙."

작고 귀여운 고양이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호랑이와 곰의 무리였다.

본래는 즉시 이송을 했어야 했는데 솜이가 양치기견마냥 호랑이와 곰을 얌전히 데리고 다녔던 덕에 계획을 변경, 이런 형태가 된 것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하하. 의뢰를 완수했을 뿐인 걸요."

도진은 겸손하게 말했고 동물원 관계자들은 그런 도진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만큼 도진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결과를 내 주었기 때문이다.

설마 스물세 마리나 되는 호랑이와 곰을 단 하루만에 생포할 수 있을 거라곤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

심지어 잠룡문이 절반 이상을 생포했으며 그들이 생포한 곰과 호랑이는 일부의 타박상(주로 성지인에게 얻어맞았다)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상처가 하나도 없었다.

여기에 과연 영물은 영물인지 설표 덕분에 이송에도 힘이 들지 않았으니 누굴 데려와도 이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연신 감사를 표하는 동물원 관계자에게 도진이 말했다.

"이번 사건……. 테러 때문이죠?"

테러.

민감한 단어가 나왔으나 숨기거나 꺼릴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동물원 관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희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습니다."

테러라고 해서 무슨 폭탄 테러 같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여러가지 형태가 있고 개중엔 '독(毒)'을 사용한 테러 또한 있으니 이번 사건이 그러했다.

"정확한 것은 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흥분제 종류를 사용한 것은 확실합니다."

"네. 저도 그렇게 봤습니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스무 마리가 넘는, 그것도 따로 위치한 호랑이와 곰이 갑자기 흥분하여 동물원을 뛰쳐 나간다?

자연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을 테고 흥분제 종류의 약물을 사용했을 거라 보는 거다.

도진 또한 흔적과 마주쳤을 때의 흥분한 호랑이와 곰들의 모습에서 확신했다.

"의심가는 인물이 있나요?"

도진의 말에 관계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특별히 의심가는 인물은 없고 흑도 쪽의 독을 연구하는 이들이나 과격 동물 단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별히 원한을 사지 않았다면 역시 타당한 의견이다.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했다.

"혹시 채취한 샘플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아. 그러고 보니 잠룡문도 독공를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계셨지요. 알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관계자들은 도진의 말에 흔쾌히 채취한 혈액 등의 시료를 내 주었다.

이는 제법 흔한 일로, 이런 류의 사건에서 독공을 전문으로 하는 문파에 시료를 보내는 건 당연한 절차다.

본래는 의뢰비를 내고 의뢰를 해야 하지만 공짜로 해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니 이렇게 얻은 샘플을 연구·분석하는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을 때다.

동물원 측에서는 이미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곳에 의뢰를 맡겼지만 도진이 지불한 보수를 아득히 넘어서는 결과를 내 주었기에 남아 있던 시료를 흔쾌히 넘겨 주었던 것이다.

"혹시라도 알아낸 게 있으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독마전은 세간에 자랑하지 않아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에 관한 수위에 꼽히는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에 자만하고 연구를 게을리한다면 어느새 뒤쳐지고 말 것이다.

때문에 도진은 이런 일에서의 독 또한 그냥 넘기지 않고 샘플을 받은 것이었다.

겸사겸사 이후의 사건에 개입할 여지도 남겨 두고 말이다.

"선물 가져왔어."

"아! 감사합니다, 소지존!"

의뢰를 마치고 돌아온 도진이 건넨 시료에 위연서는 그야말로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의 기세로 감격했다.

"분자 단위로 연구하고 또 분석하겠나이다!"

"응. 무리하진 말고 열심히만. 알겠지?"

"알겠나이다!"

"그래, 그래."

포기하면 편하다.

도진은 미소지은 얼굴로 충실한 교도인 위연서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렇게 시료를 위연서에게 넘겨주고 몇 시간 뒤.

도진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확인했고 온갖 곳에서 화제가 된, 동물원 관계자가 남긴 글을 볼 수 있었다.

[니들 호랑이 치는 고양이 봤냐?]

글을 클릭해 들어가니 위풍당당하게 곰의 머리 위에 앉은 솜이와 그 뒤를 따르는 호랑이와 곰의 무리를 찍은 사진이 먼저 보였다.

-? 냥아치? 아, 아니 냥치기?

-냥치기 ㅋㅋㅋㅋㅋㅋ

-냥치기 도랏나 ㅋㅋㅋㅋㅋ

-아니 틀린 말은 아니네 ㅋㅋㅋ 고양이가 양치기를 하니까 냥치기 맞지 ㅋㅋㅋ

-즈어.. 저건 양이 아니고 호랑이와 곰 같은데요...

-아 저 고양이도 고양이가 아니니 거기서 거기지!

-..??? 맞는 것도 같고 틀린 것도 같고..

전문 용어(?)로 워낙 '신박한' 사진에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였고 글 또한 화제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사진 아래 글은 의뢰를 수행해 준 분들 덕분에, 특히 잠룡문 덕분에 일이 빠르고 잘 해결될 수 있었다는 감사의 내용이었다.

독단으로 사진과 글을 올린 것이 아니고 도진과 상의가 된 것이었는데, 이는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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