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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419화 (419/741)

418화

호랑이와 곰의 탈주 사건은 위험성과 별개로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야만 했다.

맹수들이 혹여 산이 아닌 도시로 흘러가 피해를 입히면 사건의 심각성이 엄청나게 뛰어 버리니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 된다.

그를 방지하기 위해선 일대를 봉쇄하기 위해 충분한 인력이 동원되어야 했고 동시에 수색을 위한 인력도 편성을 해야만 했다.

필연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장비와 실력을 갖춘 전문가, 혹은 무인들이 필요했고 질 대신 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맡은 무인들 대부분은 A-5와 A-4, 쉽게 말해 '삼류'와 '이류'였다.

그리고 여기서 이들은 또 두 부류로 나뉘는데 무림맹 소속과 민간 소속이다.

무림맹의 경우는 세계적인 기구의 말단 직원 같은 느낌이고 민간 소속은 쉽게 말해 '민간 무력 기업'이요 '영세 문파'라 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일류 이상의 무인은 소수이니 다수는 그 이하의 무인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들이 나름의 치열한 취업 전선을 통과하여 입사하는 곳이 무림맹과 민간 무력 기업의 범주에 있는 중소 문파의 '샐러리맨'인 것이다.

이들의 수입원 중 하나가 이렇게 각종 사건에 파견되어 힘을 보태고 그에 따라 수당을 받는 형태다.

그렇게 동물원의 의뢰에 따라 수많은 무인들이 파견돼 일대가 봉쇄된 가운데 도진이 성지인, 그리고 솜이와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

"어서오십시오, 잠룡문주 님."

"네, 반갑습니다."

현장책임자와 동물원의 관계자 등이 모인 임시 대책 본부에 도진이 들어섰다.

어린 나이에 첫 의뢰를 맡아 문주가 직접 온 상황이지만 누구도 잠룡문과 그 문주인 도진을 무시하지 못하는 건 역시 명성에 더해진 객관적인 증명, A-1 자격증 때문일 것이다.

초절정이란 그렇게 어린 나이, 첫 의뢰 등 모든 것을 무시할 만큼 대단한 경지였다.

"간략한 브리핑 자료는 오는 길에 숙지해 두었습니다."

"예. 그럼 계획을 바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계획은 어려울 게 없었다.

정석적으로 일대를 봉쇄하고 호랑이와 곰의 흔적을 추적, 생포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무인들과 엽사 등 무력을 담당하는 이들과 추적과 생포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을 묶어 다수의 추적조를 구성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이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A-3 이상의 고수 분들께서는 추적팀의 가까이서 유기적으로 지원, 생포를 해 주시는 형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살이라면 애초에 무림인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거다.

마취라도 잘 들으면 마취총을 채용했겠지만 호랑이와 곰 정도 되면 그것도 어려운 일이다.

마취도 힘들고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며 심하게 상처입혀서도 안 되니 그것이 가능한 A-3 이상의 무림인이 필요한 것이다.

최대한 상처없이 제압, 동물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목표로 이것이 가능한 A-3 이상의 무인들이 담당 구역을 나누고 생포조가 되어 추적팀의 무전에 5분 이내로 합류할 수 있도록 진영을 구성하기로 했다.

도진 이외에도 세 명의 A-3, 일류로 인정받은 무인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였다.

셋 중 둘, 30대 중반의 깐깐한 인상의 두 남자는 인상대로 그닥 성격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 바닥이 선후배를 심하게 따지고 소위 말하는 '똥군기'가 심하다는 걸 생각하면 도진을 상대로 선배를 논하며 군기를 잡으려 들어도 이상하지 않아 보일 정도로.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들은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으니 이 또한 도진의 명성과 A-1 자격증의 위엄이다.

똥군기도 상대를 봐 가면서 하는 건데 초절정 정도 되면 시도할 엄두도 나지 않는 것이다.

덕분에 도진은 수월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원하는 형태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음, 저는 여기 지인이, 그리고 솜이와 함께 최소한의 분들과만 함께 움직일 수 있을까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네. 제가 추종술을 좀 배웠거든요. 그리고 여기 솜이도 도망친 호랑이와 곰을 추적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겁니다. 그러니까 독자적으로 수색도 하고 상처없이 포획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독자적으로만 움직이겠다는 건 아닙니다. 요청을 받으면 즉시 그곳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일 겁니다."

"음……."

나쁘지 않은 제안에 담당자는 잠시 고민하다 곧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빠르게 일을 해결해야만 했다.

위험성만이 아니라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라도.

일반인이 아니라 무인들에게 의뢰하여 일대를 봉쇄하고 생포조를 구성한 것도 그 연장 선상에 있었다.

A-5와 A-4라고 해도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난 그들은 조금 엉성하게 '천라지망'을 형성해도 문제가 없었고 현대 무인들의 상향평준화로 그 비용이 일반인들을 더 고용하는 것보다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잠룡문에 배정해야 할 인원을 다른 데 돌릴 수 있다면 동물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안 그래도 타이트한 배치에 조금이라도 여유를 주는 것이었으니까.

거기다 무조건 독자적으로 일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무전에는 즉시 응답한다는 약속도 했다.

조금 후려쳐서 모신 A-3의 고수들이 목소리를 높였다면 또 골치였을 텐데 그들도 알아서 초절정 고수의 눈치를 봐 주니 거리낄 게 없어 도진의 말대로 진행하게 됐다.

"예,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하여 도진은 바로 추적조이자 생포조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도진에 성지인, 솜이. 그리고 두 명의 동물원 측 직원이 따라붙었다.

"흐음."

직원 둘이 도대체 어떤 추종술을 보여줄까 기대하는 시선으로 도진의 등을 응시했다.

무림인의 추종술은 정말로 사람을 감탄하게 만드는 방법이 많다고 했다.

일부는 그런 노하우를 감추기 위해 타인이 따라붙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도진은 그러지 않았으니 무언가 놀라운 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 김도진'에 무려 초절정 고수가 아닌가.

그런 기대의 시선을 받는 도진이 보여준 건…….

"냥."

"그래. 이쪽으로 가면 되겠다."

아무것도 없었다.

'……어?'

'뭐, 뭘 보고 가는 거야?'

스윽 훑어 보더니 그 유명한 영물,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을 한 설표의 울음에 고개를 끄덕이고선 척척 걷기 시작했다.

하다못해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신중히 바닥도 확인하고 혹여 흩어져 있을지 모를 털 등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던 이들은 순식간에 멀어지는 도진과 성지인, 그리고 솜이의 모습에 후다닥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가야 할 곳을 이미 아는 채로 걷는 듯한 거침없는 걸음에 뒤따르는 이들은 다급히 움직이면서도 이게 맞는가 싶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분명히 '추종', 그러니까 흔적을 뒤따라 추적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마치 정해진 약속 시간에 맞춰 유명한 랜드마크에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버리니까.

그리고.

그르르르…….

그들은 한참을 들어간 깊은 숲 속에서 정말로 거대한 덩치의 호랑이를 마주하게 됐다.

낮게 울리는 그것은 사람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드는 공포를 선사한다.

판타지에서는 거창하게 '드래곤 피어' 같은 이야길 하지만 사실 평범한 사람은 호랑이를 마주하고 그 울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새하얗게 돼 버리는 거다.

물론, 그것은 도진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생포하겠습니다."

"아, 네! 네!"

역시나 낮지만 담담한 도진의 목소리가 얼어붙어 있던 직원들의 정신을 일깨운다.

마치 눈앞에 실존하는 맹수가 액정 너머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앞서의 공포가 거짓말 같아졌다.

이유는 역시 도진이다.

별달리 기세를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도진의 존재감이 너무나 명확하며 이를 드러낸 거대한 호랑이의 존재감마저 옅어지고 만 것이다.

그르르르…….

"해치지 않을 거니까 진정해."

도진은 금방이라도 덮칠 듯 한껏 몸을 움츠린 호랑이에게 웃음을 보여주며 천천히, 아주 조금만 거리를 좁혔다.

그것이 마치 자그마한 강아지의 경계심을 없애려는 것처럼 부드럽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어서 그걸로 호랑이가 경계를 풀어주면 좋았겠지만.

크허어엉!!

아쉽게도 눈앞의 호랑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순간 도진에게 짙은 그늘이 진다.

거대한 호랑이는 그 덩치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민첩함으로 도진의 목줄을 물어뜯으려 했다.

물론, 그것은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그 습격을 저지한 게 도진이 아닌 도진의 어깨 위에 있던 자그마하고 새하얗고 폭신하고 귀여운 생물.

"냥!"

빠아아아악!

…의 탈을 쓴 영물 설표라는 점이었다.

과장 좀 보태 집채만 한 호랑이가 솜이의 앙증맞은 '냥냥펀치'에 죽빵을 얻어맞고 캐앵, 나뒹굴었다.

"냥!"

"아. 살살 해야지, 솜이야."

"냐아앙."

"어, 그래. 그래도 제법 조절을 할 수 있게 됐구나. 산책의 보람이 있네."

"냥!"

…마치 엣헴, 하고 으스대는 것처럼 두 발로 선 솜이가 뿌듯해 한다.

그 뒤로는 바닥을 뒹굴다 '런각'을 잡는 호랑이가 있었지만.

"도망가면 안 된다, 큰냥아."

도진의 시선에 곧 포기하고 찌그러졌다.

"와."

"……."

그 장면을 함께 온 직원들은 그저 멍하니 지켜만 보았다.

* * * *

도진이 첫 번째로 호랑이의 생포에 성공한 사이 다른 이들 또한 놀고 있지 않았다.

이 일은 금전적으로는 물론이요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라도 속전속결로 처리해야만 했고 그런 조항까지 더한 계약서로 무림인들을 고용한 것이었기에 수색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덕분에 도진이 첫 번째 호랑이의 생포에 성공하고 오래 지나지 않았던 때에 추적조 중 하나가 다른 개체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도진과 솜이만큼은 아니어도 그들 또한 나름의 추적 기술과 장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그르르르르…….

"호, 호랑이와 곰이 서로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빨리 지원을 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도주했던 호랑이와 곰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상태로 금방이라도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호랑이와 곰이 서로 싸우면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문제는, 그걸 추적조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저지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는 거다.

추적조에 포함된 무인들의 역할은 본래 호랑이나 곰을 상대로 하여 발을 묶고 시간을 끄는 것이었는데 저런 식으로 호랑이와 곰이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으니 섣불리 나서기가 힘들었다.

자극을 하는 것도 자극을 하는 것이고 A-5와 A-4의 무인들 수준에서는 장비를 갖췄다 해도 살벌하게 싸우는 호랑이와 곰을 말리는 건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으니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들은 가능하면 호랑이와 곰이 싸우기 전에 지원이 와 주길 기도했고.

-10초 내로 현장에 도착합니다.

다행히 늦지 않게 지원이 도착할 거라는 무전을 받을 수 있었다.

크허허허헝!!

한데 그 순간 더해지는 인기척에 자극받은 호랑이와 곰이 크게 울며 움직였다.

급박해지는 상황.

"뭐, 뭐야?"

"저, 저거?"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향해 덤벼드는 호랑이와 곰이 아닌, 곧 모습을 드러낸 생포조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냐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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