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지존까지-418화 (418/741)

417화

-...실화?

그것은, 이를테면 인기의 절정을 달리고 있는 최고의 남자 배우와 여자 배우가 그 어떤 예고나 징조도 없이 갑자기 결혼 소식을 알리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을 의심케 하는 속보였다.

정확하게 보았으면서도 먼저 스스로를 의심하고 낚시는 아닐까, 다음으로는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싶어 마우스를 클릭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속보.

[…잠룡문주 김도진은 A-1 자격 시험에 응시하였고 단번에 합격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눈으로 본 게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기사의 내용과 시험 내용을 말 그대로 '박살내 버린' 현장의 사진에 흥분하여 커뮤니티를 방문, 미친듯이 타자를 치게 만드는 것이다.

-아니 시발 이게 실화라고? ㅋㅋㅋㅋ

-와, 내가 뭐시기 뽀개기 말은 많이 들었는데 A-1 자격을 뽀개 버리는 건 처음 보네 또 ㅋㅋㅋㅋ

-끼에에에에엑!! 끼에에에에에엑!!(대충 믿을 수 없다는 소리)

지금껏 김도진이 보여준 것은 많았지만 이번 것은 정말로, 완전히 궤가 다른 충격을 선사하는 어마무시한 일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초절정의 경지를 증명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것도 이제 갓 열아홉의 나이로. 심지어 최단 시간에.

-열아홉에 초절정 통과한 사람 있음?;;

-있음. 너도 아는 사람임.

-???

-ㅋㅋㅋ 단! 한 명.. 누구나가 아는 사람.

무림 르네상스 이후.

대한민국에서 '공식적으로' 초절정의 나이를 열아홉에 증명한 사람은 단 한 명 있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 안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론하지 않을 사람.

금군(金君) 한유성이었다.

금화의 후계자.

열아홉에 초절정을 증명하고 서른도 되지 않아 이미 무림의 '명숙'으로 인정받아 금군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정점에 있는 사람.

그만이 성인이 되기 전에 초절정의 경지를 증명하고 A-1 자격증을 손에 쥐었었다.

그리고 이제.

유일무이했던 그 기록을 깬 이가 나타났으니 김도진이다.

더욱, 도진의 기록은 한유성의 기록보다 더 의미있고 크게 다가왔으니 그 출발선부터가 달랐기 때문이다.

한유성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인 금화의 후계자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걸음마를 떼기도 전부터 토대를 갖추어 나갔다.

허나 도진은 그야말로 진창에서 구르다 돌연 두각을 나타냈고 심지어 채 3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경지를 올려 초절정을 증명하지 않았는가.

임팩트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아니 뭐 다 같지는 않지.

-맞음 ㅋㅋ 저거 그냥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기준을 보는 거자너. 일류도 다 같은 일류가 아닌데 초절정 정도 되면 타이틀만 같을 뿐 하늘과 땅보다 큰 차이가 나지.

…워낙 이슈가 되었기에 당연히 청개구리짓하는 댓글들이 있었지만 그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17세에 A-1 자격 시험에 통과한 후기지수가 등장해…….

그런 내용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의 온갖 언론에서 속보를 냈으니까.

한국에서야 도진은 해가 지나 갓 19세가 되었지만 외국 기준으로는 무려, 아직 17세였다.

세계를 기준으로도 속보가 뜰 만큼의 업적을 달성했는데 그런 청개구리들이 다는 댓글 따위가 무슨 의미가 되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한국을 넘어 세계를 뒤집어 놓은 도진이 생방송을 켰으니 당연히 찾아오는 시청자들로 채널은 미어터질 수밖에 없었다.

-A-1 ㅊㅊㅊㅊㅊㅊ

-ㅊㅊㅊㅊㅊㅊ

-어케했노! 시, 시, 신님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하하.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축하로 넘쳐나는 댓글들, 그리고 시험에 관한 이야기들로 조금 정신없는 흐름을 진정시킨 가운데 누군가의 질문이 있었다.

-이제 3학년 되셔서 A-1 따신 거예요?

"네, 맞습니다. 졸업반이니까요. 자격증을 딸 때가 됐죠."

일반적으로 무림학교 3학년이 되면 할 수 있는 최대한 공신력 높은 무림인 자격증을 딴다.

학생증으로 무림인으로서의 신분이나 수준을 증명하는 건 학생 시기에만 가능한 것이니까.

이는 숭무고도 다르지 않았고 숭무고의 학생들 또한 2학년 방학 때 집중적으로 준비를 하여 A 클래스 자격증을 따는 게 보통이었다.

그 자격증을 가지고 무림인으로서의 활동을 하는 것이다.

물론 도진은 그것 이상의 이유가 있었다.

"A-1을 딴 건, 제가 잠룡문의 문주이니까 그만큼은 해 줘야 되기 때문이었구요."

-ㄷㄷㄷ;;

-잠룡문주 클라스;;

A-1은 무림인으로서의 수준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공신력 있는 자격증이면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격증이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현재 공식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의 자격증이란 말이다.

그 위로 화경의 경지가 있지만 화경의 경지는 굳이 자격증으로 증명하지 않는다.

그들이 보여주는 신비는 측량할 수 없으며 그 자체로 존재의 증명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런 배경으로 A-1은 지금 도진이 취득할 수 있는 가장 수준 높은 자격증이었으며 이것이 잠시간, 잠룡문의 수준을 대표하는 자격증이 될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문파가 무림이면서 동시에 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일거리는 그렇게 객관적인 증명과 조금씩 쌓아 가는 명성에 의해 정해진다.

도진은 그동안 넘칠 만큼의 명성은 쌓았지만 객관적인 증명에 있어서는 '숭무고 탑클래스의 학생'일 뿐이었기에 잠룡 김도진으로서는 괜찮지만 잠룡문주로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이 A-1 자격증으로 메꾸어졌다.

"자자, 저만 축하해주지 마시고 여기, 곧 신입생이 될 새내기들도 축하해 주세요."

웃으며 말하는 도진은 양손으로 각각 성민혁과 성지인을 번쩍 들어 화면 가운데 놓아 주었다.

작은 강아지 같은 이미지의 성지인은 그렇다 쳐도 이제는 상남자가 되어 버린 성민혁을 번쩍 들어, 그것도 한 손으로 가볍게 놔두는 건 과연 볼거리였다.

-오 ㅋㅋㅋ 그렇지 ㅋㅋㅋ

-성민혁 관문 시험 합격 ㅊㅊㅊㅊ

-성지인 ㄱㅇㅇ..

-성지인 A-3 합격 ㅊㅊㅊㅊㅊ

-성지인 사랑한다!!

"성지인 사랑한다는 제 선에서 컷하겠습니다."

-앜ㅋㅋㅋㅋㅋㅋ

-여윽시 잠룡이시다.

-내가 성지인 좀 사랑해도 되는 거잖아요!

-??? :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분위기가 좋다.

그 분위기에서 누군가가 질문한다.

-자격증 같이 따신 거, 의뢰 받으시려는 거죠?

"네, 맞습니다."

도진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민혁이는 관문 시험에 합격했으니 본 시험을 칠 거고, 당연히 합격할 겁니다. 그때까지는…… 길게 잡아 3주 정도의 여유가 있죠."

아직 관문 시험이 다 끝나지 않았다.

여기에 준비를 거쳐 본 시험이 마무리 될 때까지는 도진의 말대로 3주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그 3주를 이용해서, 성지인은 추합을 위해 필요한 또 한 가지의 조건인 '실적'을 쌓아야 했다.

이 실적이, 추합자가 잘 나오지 않는 이유의 커다란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말 그대로 무림에서의 실적을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보통 고등반 2학년이 되어 하게 되는 실습 중 '초식계'의 의뢰를 수준에 따라 최소 두 건, 많게는 다섯 건 이상 쌓아야 하는 것이 자격증에 이은 또 하나의 조건이었다.

19세까지가 숭무고의 입학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기에 존재하는 조건으로, 성지인이 추합을 노리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선택지 중 조건을 따졌을 때 가장 간결하고 빠른 선택지였다.

자격증은 당연한 것이고 본래는 지극히 어려울 이 실적 쌓기가 가장 간결하고 빠른 건 간단한 이유다.

"오늘부터 잠룡문은 의뢰를 수행할 겁니다."

바로 잠룡문이 그 실습을 할 수 있는 어엿한, 그것도 A-1 자격증을 딴 무림인이 문주로 있는 문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날.

-속보입니다. 오늘 새벽 4시 30분경 속리동물원에서 곰과 호랑이가 사육사를 공격 후 탈주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잠룡문은 바로 한 건의 의뢰를 수행하게 되었다.

* * * *

오전 6시 뉴스에 나온 사건이 터진 건 보도대로 새벽 4시 30분경이었다.

속리산 근처에 위치하는 제법 큰 규모의 동물원에서 갑자기 호랑이와 곰들이 날뛰며 사육사를 공격, 그 후 열려 있던 우리를 탈출한 것이었다.

다행히 신고가 늦지 않아 다급히 무림맹에서 정부와 협조하여 무인들을 파견, 일대를 봉쇄하긴 했는데 범위가 워낙 넓어 불안한 상황이었다.

하물며 다른 곳도 아닌 국립공원이 있는 속리산을 끼고 있어 빨리 조치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내가 빨리 수락했지.

영상 통화로 얼굴을 마주하며 도진과 대화하는 건 잠룡문의 안주인 역할을 맡고 있는 오성아다.

무려 4시 30분에 출근하는 오성아가 무림맹에서 내건 의뢰를 즉시 수락해 준 것이었다.

"아하하. 사람 찾는 일이면 좋지 않을까……라고 했는데 동물 찾는 일을 구해 주셨네요."

도진의 말에 오성아가 왼손을 들어 보였다.

-호랑이랑 곰.

그렇게 말하며 이어서 오른손을 든다.

-쑥과 마늘.

마지막으로 두 손을 톡, 붙였다.

-합치면 사람이 될 수도 있잖아.

"오."

"오."

-오.

대답하는 건 도진과 성지인, 그리고 오성아와 함께 있던 화면 너머의 위연서다.

무언가 영혼 빠진 무미건조한 그 반응에 오성아의 귓가가 붉어졌다.

-왜, 왜 그런 반응이야!

"껄껄."

-야!

"눈나의 버럭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저도 개인적으로 팬입니다. 카리스마와 큐티의 공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그런 식으로 가볍게 말을 주고받았는데, 그럴 수 있을 만큼 아주 괜찮은 의뢰였다.

사실 사람을 찾는다는 건 정보력과 추종술이 있다 해도 까다로운 일일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관건인 상황에서 너무 복잡한 의뢰는 성지인과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렇게 상황과 수색해야 할 범위가 명확하며 성지인이 활약할 수 있는 이번 의뢰는 동물원 입장에서는 불행한 일이었지만 성지인의 입장에서는 호재였던 것이다.

이번 의뢰에서 잠룡문의 역할은 탈출한 호랑이와 곰의 수색과 생포다.

단독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업체와 협력을 하지만 메인은 잠룡문이니 도진이 딴 A-1 자격증의 힘이었다.

의뢰 특성상 실력 있는 무림인이 필요하긴 한데 그 실력의 기준이 애매해 이 일을 거뜬히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무림인 정도 되면 좀 더 '고오급'의 의뢰를 선호한다.

때문에 본래 이번 일의 경우 A-3, 그러니까 일류 무인들 소수와 그 미만의 무인들, 그리고 일반인이되 전문가들을 다수 동원하는 형태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절정도 아니고 무려 초절정의 자격증을 딴 도진이 나서 주었으니 동물원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록 경험이 없는 어린 나이의 소녀가 하나 딸려오긴 했지만 그 소녀도 정식으로 A-3 자격증을 딴 실력자인 데다 오히려 보수를 조정할 수 있었기에 더 좋았다.

그렇게 도진과 성지인, 그리고 또 한 명 잠룡문의 멤버가 이번 의뢰를 수행하게 되었는데…… 마지막 멤버는 사람이 아니었다.

"냐아앙."

도진의 어깨 위에서 새하얗고 풍성한 털을 자랑하는 귀여운 생물이 작게 울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