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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411화 (411/741)
  • 410화

    숭무고.

    대한민국 무림 교육의 정점.

    압도적인 1위로 세계와 경쟁하는 바로 그 학교가 또 한 번 언급되었다.

    -않이 ㅋㅋㅋㅋ

    -숭무고가 완전 동네북이여 ㅋㅋㅋ

    -일타강사세요?

    -(일타강사 맞음)

    시청자들이 격렬히 반응들을 쏟아냈다.

    사실 김도진이라 긍정적인 반응들이 나오는 것이지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대번에 '개솔ㄴㄴ'라는 말들로 도배가 되었을 것이었다.

    그만큼 숭무고의 명성은 공고하고도 높았다.

    -그, 성지인님을 정말 숭무고에 보내실 거에요?

    누군가의 물음에 도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행동은 일말의 의심조차 의미없게 만들 만큼 자연스럽고도 확신으로 가득했다.

    "네. 숭무고에 보낼 겁니다."

    -얼마 안 있으면 숭무고 원서낼 때고 관문 시험까지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건가요?;;

    그럼에도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이 대다수인 건, 아무리 그래도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이미 2월이다.

    일반적으로 무림학교 고등반 입학 시험 시즌이 2월 말부터 3월 초이며 숭무고 또한 이 시기에 시험을 치르게 된다.

    심지어 당장 원서 접수 마감까지 2주도 남지 않은 시기였으니 잠룡 김도진에 대한 여론이 아무리 호의적이라도 이건 의문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도진은 그런 의견들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죠. 저도 관문 시험 때까지 시간을 맞추는 건 힘들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성지인의 '토대'는 이미 갖추어져 있다.

    배우고 있는 무공 또한 무려 천마신교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장로급의 무공 중 하나인 격룡신공이었으니 숭무고 입학 정도야 시간 문제였다.

    그래, 바로 그 '시간 문제'가 걸린다.

    한 달만이라도 더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제아무리 성지인의 토대가 갖추어져 있고 도진이 극한까지 수련의 효율을 높여주고 있다지만 그래도 한 달만에 숭무고 입학이라는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주는 건 힘들었다.

    때문에 고개를 끄덕인 도진 또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러니까 성지인이 정신적으로 아픈 가운데서도 극적인 깨달음을 얻는다는 변수 같은 게 없는 이상 '정시'는 무리라고 계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도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추합'을 노려볼 생각입니다."

    * * * *

    "자, 허리 내밀지 않습니다. 어깨 좁히지 않습니다. 정자세 유지합니다."

    "악! 악악악!!"

    아령을 양손에 든 채 옆으로 나란히를 반복하는 설현주가 악을 쓴다.

    "설 뻐꾸기는 아이돌입니다. 귀엽게 악쓰도록 합니다."

    "아으아으악!"

    -ㅋㅋㅋ 개 악랄해 ㅋㅋㅋ

    '헬창 게임'은 계속되었다.

    도진은 참가한 이들이 무림인이라면 필수적으로 단련해야 하고 일반인 또한 단련하면 좋은, 그러나 평소 쓰지 않아 더욱 악 소리가 나오는 근육들 또한 단련하게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곡소리를 내면서도 그런 도진의 지휘를 잘 따라 주었다.

    그 모든 것이 그들을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2주 정도 되니 스스로는 물론이요 심지어 지켜보는 이들 또한 느낄 정도로 몸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이를테면 정권 지르기.

    아무것도 모르는, '주먹을 뻗는다'는 행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이는 그저 힘에 휘둘리듯 주먹을 뻗는다.

    그러나 주먹을 뻗는 행위에 관한 '이론'만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땅을 내딛는 '진각'부터 시작하여 허리, 어깨, 주먹에 이르는 넓은 부위를 활용한다.

    이런 '몸을 다루는 법'은 비단 무공에 그치지 않고 아이돌에게 있어 필요한 안무 습득 능력은 물론이요 체력 증진 등 자산이 되는 몸에 비할 데 없이 귀중한 영약 같은 것이었다.

    곡소리 나는 모든 운동은 이토록 귀한 이론과 이치를 깨닫기 위한 과정이었고 그것을 실생활에서 체감하니 단 한 시도 허투루 임하는 이가 없는 것이다.

    그런 노력으로 운동에 참가한 이들이 극명한 변화를 보이는 가운데.

    "후욱! 후욱!"

    유일하게 그 소득이 미미해 보이는 이가 한 명 있었으니 다름 아닌 이 '헬창 게임'이 시작된 이유, 성지인이었다.

    "헉! 헉헉!"

    성지인은 제법 살이 빠졌다.

    그러나 여전히 '고도 비만'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원래 다이어트라는 게 그렇긴 한데..

    -고도 비만도 2주 정도론 드라마틱하게 안 되는 건가?

    성지인은 여전히 도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러닝머신만을 달리고 있었다.

    하루이틀이 아니라 운동 시작 후 지금껏 내내, 말이다.

    살이 어느 정도 빠지긴 했으나 여전히 고도 비만.

    그에 비해 다른 이들은 힘겹다지만 다채로운 운동과 가르침을 통해 성과를 얻고 있다.

    그러는 사이 숭무고 원서 접수는 마감되었다.

    -아.. 좀 안타깝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시청자들은 애써 그것, '숭무고에 입학 못 할지도 모르겠다'는 문장을 쓰지 않았다.

    누구보다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성지인은.

    "헉! 헉헉!"

    그러나 쉼없이 러닝머신을 달릴 뿐이었다.

    * * * *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흘러 이윽고 무림학교 고등반 입학 시험 시즌이 찾아왔다.

    연례행사처럼 그에 관한 특집 방송들이 편성되었고, 당연히 숭무고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예, 올해도 어김없이 숭무고에 입성하기 위한 관문 시험에 도전하는 열정 넘치는 젊은 후기지수들의 열기로 겨울이 후끈 달아올랐는데요."

    "예, 그렇습니다. 개중 특히 눈에 띄는 학생은 역시 그 학생이죠?"

    "맞습니다. 화제의 엑소시아 후보, 성민혁 군입니다."

    성민혁.

    이름없는 흔하디 흔한 '낙오자'의 낙인을 지고 살았을지도 모를 무림중학교의 가난한 낙제생.

    그러나 그 성민혁은 이제 대한민국 전체에서 주목하는 무림학교 고등반 수험생이자 후기지수가 되었다.

    "엑소시아하면 바할라의 정예 무인 집단이죠?"

    "맞습니다. 얼마 전의 사건으로 바할라에 관한 관심이 우리나라에서 특히 크게 일어났었죠. 그래서 시청자 분들이 더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세계 무림의 용병 시장에서도 첫 손에 꼽는 것이 바할라 출신 무인들이다.

    그 바할라 출신 무인들이 하나같이 자국의 최정예라 인정하는 것이 바할라 왕실 직속의 타격대인 엑소시아다.

    바로 그 엑소시아에 바할라 출신이 아닌 한국인 출신의 학생이 전액장학금을 받으며 후보가 되었다.

    다름 아닌 잠룡문주 김도진의 추천으로 말이다.

    그런 배경과 도전의 공언대로 과연 성민혁이 정말 숭무고에 입학할 수 있을지, 얼마나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지가 이번 입학 시험에서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 다음으로는…… 본래 성지인 양이 되었어야 했는데……."

    "네, 아무래도 예상대로 정시에 참가는 못하게 된 듯하네요."

    성민혁과 함께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성지인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도진이 성민혁에 이어 숭무고에 입학할 거라 공언한 소녀였으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로 물음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고, 도진 또한 시간의 한계를 인정하며 관문 시험을 포함한 '정시'를 통한 입학은 힘들 거라 말했었다.

    과연 그 말대로 이번 시험에 성지인이 원서를 접수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역시 추합, 추가 합격을 노리는 전략으로 가려는 것 같네요."

    "맞습니다. 하지만 사실 추합이 정시를 통한 합격보다 더 어려운데 말이죠."

    "예. 추합은 허들이 더 높아서 사실 일 년에 한두 명도 잘 나오지 않죠. 실제로 작년과 재작년에는 한 명도 추합자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잠룡문주님의 공언인 만큼 저 역시 성지인 양이 합격할 거라 생각하는 쪽이긴 한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 못지 않게 과연 정말로 가능할까 하는 불경한 의심도 들어서 더 기대가 되는 부분이네요."

    "네, 그 말씀대로입니다."

    "두 학생 외에도 주목해야 할 후기지수들은 또 누가 있을까요?"

    "역시 의천검가의 이문호"

    뚝.

    한창 진행되던 방송을 송출하고 있던 거대한 화면이 침묵했다.

    방송을 보던 이, 소년이 신경질적으로 전원 버튼을 눌러 버린 것이었다.

    "좆같네."

    중얼거리는 소년은 제법 귀공자의 태를 갖추고 있었다.

    키가 크고 잘 발달한 몸은 팔다리가 길쭉하면서도 밸런스가 훌륭하게 잡혀 있다.

    누가 보아도 이름 있는 무가(武家)의 자제로 보이는, 그러나 험한 욕설을 내뱉은 소년은 다름 아닌 TV가 꺼지기 전 진행자가 언급한 의천검가의 이문호였다.

    의천검가(義天劍家).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문 무가 중 한 곳으로 그 이름이 크게 알려져 있는 무가였다.

    단순히 유명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름에는 제법 상징성 또한 깃들어 있었는데, 의천검가가 대한민국 왕실에 전해 내려오던 진무(眞武)를 계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의천검가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한 왕실의 진무를 계승한 무가로 특히나 상징성이 큰 문파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상징성에 어울리는 실력 또한 갖추고 있었다.

    한데.

    '진창에서 구르던 버러지들에 내가 밀린다고?'

    어디서 굴러먹던 것들인지 모를 비천한 버러지들이 대(大) 의천검가의 직계인 자신보다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 이문호는 기분이 더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우리는 대한민국 왕실의 무맥을 이은 명문 중의 명문이란다."

    그야말로 천부적인 귀한 신분.

    당연히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시궁창이다.

    비천한 것들의 관심은 모조리 똑같은 비천한 출신들에게로 쏠려 있다.

    댈 것도 없이 실력은 그가 압도적일 것이었다.

    제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비렁뱅이 낙제생에 다른 하나도 돼지 새끼랑 구분도 안 가는 비렁뱅이.

    태어날 때부터 선택받은 존재인 그가 익혀온 무공에 댈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알려줘야지.'

    누가 정말 주목을 받아야 할 사람인지.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문호의 시선과 목표는, 두 사람을 넘어 집행부의 부장 자리까지 향해 있었다.

    * * * *

    숭무고가 위치한 주변은 당연하게도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온갖 상점들이 입점해 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상점가를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카페들 또한 적지 않게 들어섰으니 그들이 모인 일명 '명품 카페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숭무고 재학생들은 물론이요 그들과 연관된 이들까지 그야말로 '상류층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유명해지며 SNS의 성지가 된 이곳에.

    "야, 왔다."

    얼마 전부터 좋지 않은 의미로 명물이 된 이가 있었다.

    제법 크지만 자세가 구부정해 왜소하고 초라해 보이는 남자다.

    눈썰미가 있는 이들은 본능적으로 성인이 아닌 학생이라는 걸 느끼게 하는 남자는 마스크를 쓰고 모자까지 푹 눌러써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애초에 풍기는 기세와 기운부터가 허접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그대로 허접한 놈이어서 궁금하지도 않았다.

    며칠 전부터 갑자기 이곳 카페에 주기적으로 드나드는 것으로 보아 숭무고 입학 시험을 치르는 건 어림도 없고 시험을 치르는 가족을 따라온 것이거나 혹은 단순히 구경하러 온 놈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하는 꼬라지를 보아 하니, 아무래도 그른 놈이었다.

    시선을 정면이 아닌 들고 있는 핸드폰에 처박은 그의 귀에는 무선 이어폰이 꽂혀 있었는데, 그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소리가 무공을 익힌 이들의 귀에 잡혔다.

    -レッドアーカイブ!

    …전문 용어로 '씹덕 게임'이라는 걸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일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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