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지존까지-409화 (409/741)

408화

"헬창 게임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ㅖ?

-???

시청자들이 도진의 말에 무수한 물음표를 띄웠다.

헬창 게임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의문을 표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가득한 채팅창을 확인하며 도진이 말을 이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이치가 깃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란 게 본래 그렇습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약해지지 않고, 마음이 약해지지 않아야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게 되거든요. 이를테면 그렇습니다. 극한까지 사람을 훈련으로 내몰면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아플 때도 그렇죠.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자극이 크게 다가오고 안 좋은 쪽으로 감정이 기울고 생각이 많아지죠."

-그렇긴.. 하죠?

-그래서 설마 헬스..?

웃으며 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헬스입니다. 오늘부터 지인이는 건강해질 예정입니다."

-않이 ㅋㅋㅋ

-이게 무슨 ㅋㅋㅋㅋ

-이번엔 다이어트 프로그램인가 ㅋㅋㅋ

-근데 왜 이렇게 인원이 많은가요 ㅋㅋㅋ

"운동이란 건 혼자하면 아무래도 혼자만의 싸움이 돼서 힘든 부분이 있거든요. 그리고 기왕 시간 써서 하는 거, 바른 엔터의 운동 시간을 활용해서 모두 함께 건강해지기로 했습니다."

"아, 나는 동의한 적 없는데……."

"나두."

안티체리의 '맏내' 설현주와 레드슈의 유혜진이 말했다.

그런 두 사람의 항의에 도진이 웃었다.

"거부 버튼이 없는 서비스입니다."

"아니 왜!"

"껄껄."

"요새 너 자꾸 그렇게 웃더라?!"

"근데 이상하게 어울리긴 해. 아빠라 그런가?"

"언니는 왜 또 말을 돌려요!"

두 사람의 항의를 가볍게 삼천포에 흘려 보내며 도진이 말을 잇는다.

"무림학교 고등반 입학 전까지, 지인이를 환골탈태 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환골탈태요? 헐?

"아, 그 환골탈태 말구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비유로 환골탈태입니다."

-휴, 놀랐네.

-그, 이 다이어트가 성지인님 아픈 거 고쳐주려고 하는 거죠?

"네, 맞습니다."

-듣기로는 많이 위험하다던데 다이어트만으로 해결이 되는 건가요?

도대체 어디서 흘러나갔는지, 혹은 추측이 기정사실화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성지인이 주화입마에 준할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그런 이야기에 기반하여 다수의 시청자들이 겨우 다이어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보이고 있었다.

그 의문에 도진이 씨익 웃으며, 어떤 의문도 필요치 않게 만드는 확신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해결이 됩니다."

그것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확답이었다.

이미 처음 만난 그 날 성지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된 해결법이었으니까.

애초에 위지혁이 '헬창'이란 단어를 언급한 그 순간부터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는 걸 도진은 알았다.

정말 심각한 문제를 앞두고 위지혁이 그렇게 장난스런 태도를 취할 리가 없으니까.

실제로 위지혁은 그리 심각하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저것은 고도 비만이 아니라 격룡신공의 불어나는 내력을 감당할 수 있도록 육체가 '껍질'을 뒤집어 쓴 격이다. 격룡기는 불어나는데 육체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니 고육지책을 쓴 거라 할 수 있지.

-그러니까 네가 그 육체의 단련을 해 주면서 올바른 내공의 수련도 알려준다면 빠르게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게다. 이미 교의 교도이니 걸리는 부분도 아예 없고 말이다.

격룡신공은 본래 일정 경지에 이를 때까지 내공은 물론이요 외공 또한 스승의 지도 하에 수련할 필요가 있었다.

극한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여야 하는데 그 '극한'을 스스로 정확하게 진단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성지인은 그럴 상황이 되지 않으니 격룡신공을 전수한 강룡서가 이런 형태의 고육지책을 쓴 것이다.

그리고 이제, 강룡서가 의도한 대로 성지인이 도진을 만났으니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때가 되었다.

여기에 굳이 바른 엔터의 시설을 쓰고 또 운동 시간을 쓰는 건 성지인의 '사회성'을 길러 주기 위해서다.

그녀가 고쳐야 할 건 육체만이 아니었으니까.

다행히 격룡신공의 외공 수련은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다.

올바른 이치만이 깃들어 있으면 되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도진은 스페셜리스트였다.

"자, 그럼 고등반 입학 시험 전까지 다이어트를 완성해야 하니 바로 시작해 보도록 하죠."

"와아아아!!"

짝짝짝!

함성과 함께 박수를 치는 건 손을 번쩍 들고 '나도 같이 할래!' 외치며 합류한 소담이다.

그리고 존경하는 선배의 트레이닝 수업을 받고 싶었던 벽태웅이 둔중하고도 두꺼운 박수 소리를 더했다.

성지인이 거기에 이끌려 열심히 박수를 쳤고 최정도와 권이솔도 뒤따랐다.

허나 안티체리와 레드슈만큼은 무언가를 예상한 듯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보며 도진은.

씨익-

웃고서 말했다.

"자, 그러면 3번 설 뻐꾸기. 숙련된 조교 앞으로."

"내 이럴 줄 알았어!!"

* * * *

시작은 '8버피'였다.

"마보 자세를 기반으로 손은 박수를 칠 것처럼 앞으로."

"엎드리면서 다리를 힘차게 뻗습니다. 그리고 팔굽혀펴기 한 번."

"끝나면 탄력 있게 다리를 접고 몸을 일으킨 뒤 점프. 쭉 뻗은 손바닥과 발끝이 닿도록 마주합니다."

"여기까지가 한 번입니다."

여유있게 설명하는 도진의 말에 따라 시험을 보이는 건 설 뻐꾸기, 그러니까 체육복에 3번을 달고 있는 설현주다.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며 한탄하던 것과 달리 충실히 시험을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자세 또한 제법 훌륭하다.

"좋습니다, 설 뻐꾸기. 이제 제법 자세가 나오는군요. 다들 잘 보셨습니까?"

"네!"

"좋습니다. 그럼 준비 운동으로 가볍게 200개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대답에 물음표는 붙이지 않습니다. 알겠습니까?"

"……."

"네!"

"예!"

아이돌들이 나라 잃은 표정을 하는 가운데 소담과 벽태웅만이 힘차게 대답한다.

-왤케 표정 대비됨 ㅋㅋㅋㅋ

-ㅋㅋㅋㅋ 비봉은 그저 신났네

소담은 그저 도진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좋다는 듯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고 벽태웅 또한 도진의 말대로 '준비 운동'이라는 표정이다.

도진은 그런 대비되는 반응에 웃으며 말했다.

"준비 운동이 너무 적어 불만이 있는 모양이군요. 좋습니다. 여러분들의 불만을 반영하여 300개로."

"와아아아아아!!"

"아! 신난다!"

-엌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태도 좋습니다. 그러면 1회에 1초씩, 250회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대답은 '악!'으로 합니다."

"악!"

"시작."

-돌겠네 ㅋㅋㅋㅋ

-유격하냐 ㅋㅋㅋ

그렇게 '준비 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유일하게 예외로 있던 성지인에게 다가갔다.

지금 성지인의 육체로는 버피를 할 수 없기에 다른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다.

"한 달 뒤에는, 너도 저기서 같이 해야 할 거야."

"…네!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성지인이 해야 할 것은 러닝머신이었다.

삐비비비비비빅-!

무자비하게 속도가 올라간다.

무림인도 쓸 수 있도록 세팅이 되어 있는 러닝머신이었기에 트레드밀의 속도는 일반인이 전력 질주를 해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그 트레드밀 위를 성지인이 뛰기 시작했고 도진이 조언했다.

"호흡을 막 내뱉지 말고 몸에 맞춰."

성지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따로 놀던 육체와 격룡기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밖으로 뻗으려는 격룡기를 비대해진 육체가 껍질이 되어 감싸고 있는 형국.

그러니까 본래는 유기적으로,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할 육체와 내공이 서로 길항하는 상황이니 이것부터 해결해야 했고 그에 적합한 것이 '마라톤'이었다.

덤으로 몸 속의 필요없는 불순물도 제거하고.

-격룡심법의 구결에 따라 내공을 돌리면서 호흡해.

"하아! 하아! 하아! 네!"

심법의 구결과 호흡법을 따르니 격렬하게 달리는데 호흡은 오히려 길어진다.

필연적으로 성지인은 죽을 듯이 힘들어 했다.

-;; 저러다 죽는 거 아님?

-오버트레이닝 같은데;

허나 도진은 그저 지켜만 보았다.

"당분간은 힘들겠지만 이 단계를 넘어서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네! 네!"

너무나 비대해진 몸은 육체 가동을 극단적으로 제한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나마 달리기나 자전거 정도고 달리기가 베스트였다.

내공과 그에 단련된 육체가 비대해진 몸으로도 관절의 손상 없이 달리기를 가능하게 해 준다.

이렇게 달리기와 심법의 구결에 따르는 호흡으로 어긋나 있는 육체와 내공이 하나가 되게 만들고, 그것이 이루어질 즈음이면 극적인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본래는 지극히 어려운 그 과정을 성지인은 미련하다고 해야 할 정도로 마음 속 유혹을 거부하며 실행하고 있었다.

병들어 있는 정신이 그 스스로와의 타협을 바라는 목소리를 거부할 정도로 도진의 '명령'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독도 잘 쓰면 약이라고, 처음 몸의 버릇을 들이는 데에는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

* * * *

준비 운동 '3세트'가 끝나고 본격적인 운동이 시작됐다.

"좌로."

"꺄으으으읍."

"우로."

"끄으으읍."

-아..ptsd 온다..

담담한 도진의 목소리와 그 뒤를 잇는 곡소리는 소위 말하는 'PT 8번'의 효과음이다.

뒤로 누운 채로 두 다리를 몸과 직각이 되도록 든 상태에서 다리만 좌로, 그리고 우로 움직이는 이 운동의 악명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극악한 것이다.

물론 숭무고에 다니는 레드슈와 기초는 쌓인 안티체리, 훨씬 경지가 높은 소담과 벽태웅 등 수준 차이를 고려하여 난이도에 차등을 두는 것도 도진은 잊지 않았다.

-버피에 pt 8번에.. 악랄한 것들만 골라서 가져왔네 ㅋㅋㅋ

"원래 곡소리가 나야 몸이 맛있게 먹고 있다는 거거든요. 아주 좋습니다."

"악마 같으니!"

"오, 설 뻐꾸기. 역시 숙련된 조교답습니다. 여유가 있군요?"

"악! 악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느낌으로 무려 세 시간을 운동한 뒤에 도진은 푸짐한 식사를 차려 주었다.

-아니, 운동하고 바로 밥 먹어도 돼요?;;

"네. 원래 굶으면서 다이어트하려는 게 가장 바보 같은 짓입니다. 여러분들도 절대 굶으면서 다이어트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건 선천진기로 무공을 쓰면서 오, 나 좀 쎄진 듯 하는 거랑 다를 게 없는 거니까요."

-비유;;;

-와,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푸짐한 식사는 육류와 야채가 밸런스를 이루고 있었다.

"선배님. 이건 가슴살입니까?"

개중 순살 치킨을 보며 벽태웅이 물었고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가슴살은 치킨에 대한 모독이다."

"…그, 그렇습니까."

-아니 ㅋㅋㅋ 여기서 가슴살 혐오를?

-이거 가혐이야!

"다들 마음껏 드셔도 됩니다. 이 정도 먹는다고 안 찌니까요."

성지인을 제외한 참여 멤버들의 경우 더 뺄 살이 없다.

그러니까 더 단단하고 유연한 몸을 만들고 체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운동을 시켰으니 그것을 돕는 식사를 꺼릴 이유 또한 없었다.

"너도 마찬가지야."

고도 비만이 과식 때문이 아니라 격룡신공 때문에 온 성지인 또한 식사를 꺼릴 이유가 없다.

그저 식사의 내용만 좀 신경쓰면 된다.

그걸 고려한 도진이 준비한 식단에 성지인이 머뭇머뭇 수저를 들었을 때였다.

-띠링!

-미션님이 1,000원 후원!

5분 안에 다 먹으면 만 원.

누군가가 미션을 걸었다.

성지인이 반사적으로 입을 크게 벌리며 수저를 바쁘게 놀렸고.

스윽-

그 손을 도진의 손이 붙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죄송하지만 미션은 거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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