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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372화 (372/741)
  • 371화

    귀국하여 돌아온 한국은 당연하게도 크게 난리가 나 있었다.

    -'정글 게임' 팀 귀환!

    기적적으로 사망자는 없다고 알려져…….

    세계 뉴스에 나올 만큼 꽤나 큰 사건이었으니 난리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엄청난 관심이 귀국하는 비행기편에 모였으나 기자들에게 둘러싸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을 허용할 정도로 정의검가와 잠룡문이 허술하지 않았고 법적인 부분 또한 방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마전 덕분에 독에 의한 위험은 넘겼다지만 부상자들이 본격적인 치료를 받은 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전문적인 병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이었으니 귀국하는 이들은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었다.

    여기에 목숨을 걸고 전투를 치른 무인들에게도 케어가 필요했으니 소위 말하는 '기레기'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길을 지체하게 만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때문에 귀국한 정의검가의 무인들과 잠룡문의 무인들, 그리고 정글 게임팀은 방해없이 바로 병원으로 이동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언제까지고 카메라를 거부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정의검가는 경호에 '절반의 실패'를 한 것이다.

    그에 관한 브리핑을 기자 회견의 형태로 진행해야만 했고 이 브리핑과 관련하여 특별 생방송을 편성, 관련 정보가 퍼져 나갔다.

    -2왕자가 무장 세력과 결탁, 1왕자의 왕권을 흔들기 위한 시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소위 말하는 내일을 안 보는 찌라시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여서는 이렇게 적나라한 이야기가 나돌았다.

    이제와서는 누구나 알 정도로 '합리적 의심'이 가능할 만큼 현재 그 나라의 사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지윤의 경우 제대로 된 정보망도 깔리지 않은 곳의 사정을 사건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를 수집, 큰 흐름을 짚어냈으니 수많은 정보가 시간이 생명임을 생각하면 이것이 답청문의 대단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 정보로 인해 정의검가는 훼손되었던 명성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으니 어찌되었든 나라 단위의 권력 투쟁에 휘말렸던 최악의 상황에서 사망자 한 명 없이 의뢰인들을 지켜냈다는 여론이 강세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글 게임팀 또한 정의검가가 최선을 다했다고 증언해 주기까지 했다.

    동시에 어마어마한 관심은 도진에게도 향했으니 구원 부대의 총책임자를 맡았던 유화성의 발언 때문이었다.

    -잠룡문주의 도움이 있었기에 늦지 않게 구원 부대가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림의 임무'였으며 사건이 종결된 것도 아니었기에 내용을 상세히 밝힐 순 없었다.

    그러나 사건과 관련하여 밝혀야만 하는 부분은 이야기해야 했으니 유화성은 구원 부대가 늦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잠룡문주, 김도진 덕분이었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당연히 폭발적인 관심이 도진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게 다 김도진 덕분이라고? 말이 되나?

    -진법까지 실시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이건 진짜 파도파도 끝이 없이 나오네;

    일이 알려지고 도진이 독자적으로 전용기를 대절해 독마전과 함께 떠날 때만 해도 여론은 반신반의였다.

    이만큼이나 커다란 사건에서 '겨우 후기지수'와 '실력 검증도 되지 않은 연구 위주의 단체'가 과연 얼마나 활약하겠느냐는 시선이었다.

    -아니 ㅋㅋ 가족도 아니고 겨우 친분 좀 있는 아이돌 구하겠다고 엄청 오바하는 거 아님?

    -괜히 정의검가 방해하지 말고 얌전히 있지 ㅋㅋ

    심지어 이런 댓글마저 있었으니 제아무리 '잠룡'의 명성이 커도 이런 사건에서까지 신뢰를 줄 수는 없었다는 말이다.

    허나 도진은 그런 부정적인 여론을 완전히 잠재웠다.

    사건의 중심에서 활약함으로써 이견의 여지조차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유화성님이면 백대고수급이신데 저런 자리에서 허투루 말할 분은 아니시지.

    정의검가에서 유화성이라고 하면 한국 백대 고수를 논할 때 결코 빠지지 않을 만큼 유명한 고수.

    그런 고수가 한 말은 과연 큰 무게를 가지고 김도진과 잠룡문의 명성에 더해졌다.

    물론, 세상일이 다 그렇듯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었다.

    -햐, 저 할아버지 립서비스 잘하네;;

    -ㄹㅇㅋㅋ 김도진이 유지은이랑 그렇게 사이가 좋다매. 사위 띄워주려고 큰 그림 그리는 거지 ㅋㅋ

    -오, 님 좀 날카로운듯?ㅋㅋ

    진실은 중요치 않다.

    그저 '까기 위해 까는 것'만이 중요하고 그것을 즐기는 이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도진은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억만장자에게 나태한 거지가 너 왜 이렇게 후줄근하냐고 해 봐야 억만장자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

    익명의 뒤에 숨어 남을 까내리는 것으로 쾌락을 느끼는 이에게 화를 내야 할 만큼 도진의 삶이 얇지 않다.

    다만, 자신이 아닌 지인에게로 향하는 악플까지는 무시할 수 없었다.

    -안티체리는 진짜 마가 낀듯 ㅋㅋ

    -ㄹㅇㅋㅋㅋ

    -문방구도 공중분해해 버리더니 이젠 방송까지 공중분해해 버리네 ㅋㅋ

    -이 정도면 파괴신 아님?ㅋㅋ

    "……."

    안티체리는 어느 정도 이미지를 회복하고 팬층도 쌓아 나가고 있었다.

    허나 그 이상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그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는 맹목적인 '까'들이 많았다.

    그들은 이번 일 또한 기회 삼아 안티체리를 욕했다.

    -설현주 이번에 칼빵 맞았다매 ㅋㅋ 은퇴하지 않을까?ㅋㅋ

    …그리고 이 댓글은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도진은 직접 얼굴을 보고 심판해 줄 생각이었다.

    한데 먼저 나선 이가 있었다.

    "이런 소리하는 개새끼는 진짜 면상을 갈겨버려야 돼. 사람 아닌 새끼. 쳐죽일놈의 새끼."

    술을 먹고 분노를 토하는 그는, 너튜브 생방송을 켠 손정혁이었다.

    * * * *

    손정혁이 독화살에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건 기사를 통해 제법 알려진 일이었다.

    정글 게임팀의 연예인들 중 단 두 명만이 큰 부상을 당했는데 그 두 명이 손정혁과 설현주였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돌연 손정혁이 병원 침상에 앉아 휴대폰으로 너튜브 생방송을 켜고 쌍욕을 하니 폭발적인 어그로가 끌릴 수밖에 없었다.

    -머임;;;

    -급발진을 이정도 수위로 해도 되냐?;;

    일반인도 아니고 연예인.

    그것도 한 번 자숙을 했다고는 하나 인지도 있는 연예인이 안 그래도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은 대번에 기사화되었고 온갖 커뮤니티를 불태웠다.

    -손정혁 급발진 풀버전.avi

    [이 씨발놈들아, 니들이 사람 새끼면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어? 이 소시오패스 같은 새끼야.]

    -ㅎㄷㄷ 개쩌네;;

    -얘 이번에 겨우 자숙하고 나왔다던데 이래도 되냐;;

    [현주 누나가 왜 다쳤는지 알아? 나 때문이야. 나 때문이라고, 이 씹새끼들아. 내가 쳐 엎어져 있는데, 그 개새끼들이 나 죽이려고 칼 들이밀었다고. 독 발린 거. 응? 이 씨발놈아. 그걸 피할 수 있었으면서 현주 누나가 나 대신 맞았다고. 그래서 다친 건데 뭐? 이 씨발놈들은 알지도 못하면서, 알지도 못하면서 그딴 개소리를 해? 씨발 새끼들.]

    -어?

    -뭐야; 그런 일이 있었다고?

    …안개 덮힌 정글 안에서의 일은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아직 정글 게임팀이 치료 중이었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인터뷰가 진행될 수 없었고 정의검가와 잠룡문은 당시의 일을 함부로 발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손정혁이 갑자기 너튜브 생방송으로 폭발하여 토해낸 내용은 큰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안티체리 설현주, 손정혁을 지키다 부상?!

    -갑작스레 감정을 폭발시킨 손정혁. 왜?

    다만 그 일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근데 저새낀 말을 왜 저렇게 함;;

    -쟤 자숙한 이유부터가 일반인이랑 시비 붙어서 싸웠기 때문이라매 ㅋㅋ

    -소속사가 관리를 안하나? 아니면 해도 안 되는 놈인 건가?

    -뭐야, 손정혁이랑 설현주 그렇고 그런 사이였나?

    -킹리적갓심ㅋㅋㅋ

    여론은 악화되었고 손정혁은 소속사로부터 계약해지까지 당하고 말았다.

    '…의도는 좋았겠지만.'

    억울함에 미안함, 선의까지 더해져 감정이 폭발하여 벌인 일일 것이라고 도진은 꿰뚫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여론이 긍정적으로 흐르지 못한 건 그 전달 방식의 문제와 익명의 뒤에 숨어 욕하는 걸 즐기는 쓰레기들, 그리고 '증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손정혁은 설현주가 자신을 구해주다 칼에 찔리고 말았다고 했지만 그 전달 방식의 문제에 더해 그 상황을 알 도리가 없으니 제대로 의도가 전달될 수 없었다.

    때문에 도진은, 그리고 바른 엔터는 이 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조금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의 상황을 담은 영상입니다.

    그날의 영상이, 놀랍게도 공개되었다.

    * * * *

    그것은 정글 게임 촬영팀의 스태프 중 한 명이 찍은 것이었다.

    목숨이 걸린 상황.

    그러나 그렇기에 더더욱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소형 카메라를 들었던 스태프가 있었다.

    그의 소형 카메라에는 사건의 중반부부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푸욱-!

    설현주가 손정혁을 지키기 위해 결코 의미가 될 수 없음에도 봉을 휘두르고, 칼에 찔리는 장면 또한 담겨 있었다.

    그리고.

    [열네 살 남학생 한 명이 우리 팬사인회에 와 줬었지.]

    [그런데 너만 오면, 누군가 우리 노래를 들어 주고, 말도 들어 주고, 누군가 함께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단 말야.]

    [그때 말야, 너가 우리 방송에 있어줘서 우리가 계속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넌, 우리 아이돌 생명의 은인이란 말야. 그러니까, 나는 너 버리고는 못 가.]

    안티체리의, 설현주의 진심도 담겨 있었다.

    진심이란, 그리고 진실이란 지독히도 전달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아이돌이 자주 겪곤 하는 루머에 의한 누명이 그렇다.

    학폭 가해자라며 대대적으로 보도 되고 커뮤니티에 폭로도 올라왔는데 사실은 거짓이었다.

    그것은 설령 일찍 밝혀져도 이미 가십을 즐긴 사람들에게는 거의 닿지 않곤 했다.

    하물며 안티체리의 경우는 어떻게 되돌리기가 힘들 정도로 그것이 심각했다.

    소속사가 제대로 케어를 해주지 않고 소모품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루머'를 쌓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실제로 마약을 했다는 전과까지 있지 않은가.

    본래 그것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다루어야 할 일이었음에도 제대로 케어를 받지 못해 그 또한 철저하게 '범죄자'의 이야기로써 소모되고 말았다.

    그러니까 안티체리의 '진심'은, 아이돌로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진심은 대중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두드릴 문조차 없었으며 앞에 놓인 장벽은 높기만 했다.

    하지만 안티체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진심을 전하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계단을 쌓아 나갔다.

    벽을 넘지 못하면 결국 의미없는 것이었다.

    벽 너머에 보이지 못하면 결국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노력이었고 설령 벽 너머까지 계단을 쌓는다 해도, 벽보다 낮은 곳에 있는 계단을 쌓은 노력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거기에 한탄하지 않고, 한탄에 쓸 에너지도 모두 진심을 전하는 데에 쏟았다.

    -제가 본 안티체리는, 설현주 양은 결코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상을 공개하고 여러분들이 두 눈으로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아는 안티체리는 예능에서 약속한 기부를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몇 년이고 계속하던 천사들이었다. 스케쥴이 없어 수입이 없을 때에도 끊임없이.

    -내가 설현주 sns에 그런 댓글 달았던 적이 있어. '그 나이 처먹고 개 망했는데도 포기 안하네 ㅋㅋ'라고. 그런데 설현주가 이렇게 답글을 달아 주더라고. '여기까지 찾아와 줘서 말 걸어줘서 고마워요'라고. 씨팔 그래서 난 그냥 팬하기로 했어. 욕하지마 개새끼들아.

    그 진심은 이윽고 장벽 너머로 전해졌다.

    그리고 그 진심을 본 사람들이, 장벽 너머로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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