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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370화 (370/741)

369화

이 안개 속에서의 습격은 필연적으로 성공해야만 했다.

정기 연락 사이의 틈을 노려 습격을 가했다.

철저하게 상대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소모시켰으며 잔뜩 독이 올랐으나 곧 무너지고 말 극한 상황에 이른 때에 숨통을 끊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일련의 과정은 의도된 '훈련'이었으며 철저하게 계산된 흐름에 따라 이루어졌으니 변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내부의 일만이 그러했다.

외부에서의 구원이 올 수 없도록 했다.

정부는 무장 세력의 무력 도발에 혼비백산하여 거기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구원 부대는 무조건 늦을 수밖에 없었고 기껏 도착해봤자 짙은 안개에 뒤덮인 정글 안에 섣불리 진입하지 못한다.

그 앞에서 전전긍긍,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뛰어들기 위해 고민하여야 했고 진입한 뒤에도 진법의 영향으로 인해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맬 뿐이다.

그렇게 헤매는 사이 모든 일은 끝이 난다.

안개가 걷혔을 때는 일이 모두 끝난 뒤이니 그들은 안개와 함께 사라질 것이고 구원 부대는 싸늘히, 검게 죽은 시체만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계획이자 운명이 되어야 할 외부의 일은, 도진에 의해 완전히 어긋났다.

도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도착한 즉시 안개에 돌입했다.

길을 헤매지도 않았다.

단 한 걸음의 주저도 없이 나아갔고 그 걸음이 곧 올바른 길이었다.

그리하여 비극의 문턱에 이르렀던 사건은 그 앞에서 흐름이 바뀌었다.

스으으으으으…….

'공포'가 퍼져 나간다.

천천히 걷는 도진에게서 퍼져 나가는 그것은 소리마저 사라진 흉포함이다.

미쳐 날뛰어야 할 천마기가, 도진의 감정에 반응하여 따르는 것이다.

제멋대로 날뛰길 좋아하는 천마기가 고요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이번만큼은.

퍼퍼퍼퍽!

…도진과 천마기가 원하는 바가 같았으니까.

훅-!

안개 속에서 귀신처럼 독으로 새파랗게 빛나는 단검이 쏘아진다.

복면인이 진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기습을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진은 그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니 그것을 넘어 본래 그러해야 하는 것처럼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음으로써 피해 버렸다.

콰득-!

그리고 다음 순간 복면인의 얼굴은 도진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었다.

퍼퍼퍼퍽-!

"……!!"

경악하여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복면인은 사지를 몇 번 움찔거리다 이내 연체동물처럼 추욱 늘어졌다.

도진의 감정에 호응하여 쏟아진 천마기가 복면인의 내부에서 미쳐 날뛰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할 필요도 없었다.

평범한 무인이라면 체내에 그것을 두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미쳐 버릴 것이 천마기였다.

그 천마기가 마음껏 날뛴 복면인의 내부 혈도는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짓이겨졌다.

훅!

무인으로서의 생명을 잃은 복면인을 놓기도 전에 우측 옆구리를 노린 또 다른 기습이 있었다.

복면인을 붙잡고 있느라 대처하기 힘든 빈틈을 노린 절묘한 기습이었다.

허나 도진은 그 또한 이미 정해져 있었던 일인 것처럼 반 걸음 몸을 우측으로 돌리는 것으로 무위로 만들었다.

단검은 도진의 몸에 닿지 못했고 내부가 곤죽이 된 복면인은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비게 된 도진의 오른손이 기습을 가한 복면인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뻐어어어억!

섬뜩한 충돌음은 도진의 주먹과 두 번째 복면인의 관자놀이가 아닌, 두 번째 복면인의 머리와 또 다른 기습을 시도했던 세 번째 복면인의 머리가 부딪쳐 난 소리였다.

기습을 위한 기습, 그리고 그 기습을 이용한 기습마저도 도진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안개는 도진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고 그 안개를 이용하여 가한 복면인들의 기습 또한 일말의 의미조차 가지지 못했다.

그런 도진의 모습에 천하의 정의검가 무인들마저 경악했지만, 이는 도진에게는 오히려 당연히 그리 되어야만 할 일이었다.

-환영미로진에서의 암살에 특화된 암살자들이로구나.

-예, 장 스승님.

도진은 천마의 후계자이며 동시에 사신의 후계자이다.

그래, 고대 무림에서도 천하제일을 넘어 고금제일이라 불리던 암살자들의 신, 사신(死神)의 후계자란 말이다.

그 사신의 무공이 깃든 도진은 심지어 신안(神眼)마저 떴다.

그런 도진에게 은신과 암살로 덤벼드는 건 차라리 헛웃음이 나올 만큼 의미를 가지지 못할 도전이었다.

이 안개 속에 '숨은' 복면인들의 은신이란, 어느새 '경계'를 앞에 두게 된 도진에게 있어 대가리를 풀숲에 처박고 몸뚱이는 고스란히 드러낸 짐승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안개를 걷는 도진의 걸음에는 일말의 망설임조차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 한 걸음 한 걸음은 사신으로서의 걸음을 닮아 있었다.

그렇게 도진이 걸음을 옮기는 동안 구원 부대도 감탄만 하고 있지 않았다.

식구들의 낭패한 모습에 분노하여 용서없이 검을 휘둘렀고 복면인들은 하나둘 목숨을 잃거나 제압당했다.

완전히 바뀌어 버린 상황에 일부는 도주를 시도하였으나 그들의 시도 또한 철저하게 분쇄되었으니 소지존의 엄명을 받든 독마전이 결코 용납지 않았던 것이다.

까득!

"……!"

목숨을 잃지 않은 복면인들은 망설임없이 자결해 버렸다.

파낸 어금니 속에 숨기고 있던 독단을 깨문 것이었다.

바로 자결하지 않고 상황을 보고 있다 동시에 깨문 것이어서 막지 못했고 일이 벌어진 뒤엔 늦어 있었다.

그러나 도진은, 그리고 독마전은 동요하지 않았다.

"처리하세요."

"예, 소지존."

도진에게 무력화된 복면인들은 혈도를 갈가리 찢겨 독단을 깨물 수조차 없었기에 독마전이 바로 움직여 자결하지 못하도록 처치를 해 버렸다.

사정을 청취할 입은 그렇게 많을 필요가 없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이도록."

"예!"

도진의 약속대로 설현주가 양 백 마리를 세기 전 습격자들을 모두 해결하고 뒷처리를 위해 구원 부대가 움직였다.

부상자들의 상처와 독을 응급처치하고 이곳을 탈출하려 했다.

"위연서."

"예, 소지존."

거기에 맞춰 도진이 위연서를 불렀다.

"독마전의 절반과 함께 처치를 돕도록."

"명을 받드나이다, 소지존."

"절반은 나와 함께 간다."

도진의 말에 따라 위연서가 즉시 독마전의 절반을 데리고 정글 게임팀을 향해 다가갔고 위취련이 나머지 절반과 함께 바로 움직이기 시작한 도진의 뒤를 따랐다.

"어디로 가는지 물어봐도 되겠나?"

그런 도진의 뒤로 유화성이 물었다.

도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유화성과 눈을 맞추었다.

기실 이 구원 부대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그러니까 독마전을 데려온 도진의 잠룡문과 유화성의 정의검가 이렇게 말이다.

때문에 단독으로 움직여도 되었지만 도진은 정의검가를 존중해 시간을 할애하여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끝나지 않았다고?"

"예. 이 진법을 발동시킨 자들이 아직 남았거든요."

"…그렇군."

습격자들을 모두 처리했음에도 안개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도진은 말했다.

안개는 진의 '중심'에서부터 퍼져 나가는 형태였다고.

그 말은 곧 여기가 중심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 중심에 무언가가 더 있다고, 도진은 확신하고 있었다.

-철저하게 훈련받고 명령대로 움직이는 녀석들이다. 이 진법을 만들고 유지하고 조율하는, 그리고 이놈들을 움직인 녀석들이 아직 있을 것이다.

그 확신이 틀리지 않을 것이라 위지혁과 장호가 말해 주었기에 도진은 망설임없이 다음 행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한 손 거들어도 되겠나?"

유화성의 제안에 도진은 예, 대답하고서 다시 움직였다.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할 상황이었기에 취한 행동이라는 걸 모를 유화성이 아니었기에 그것을 무례로 받아들이지 않고 역시 행동에 나섰다.

"나는 몇 명과 함께 잠룡문주를 따라가도록 하지."

유화성에 정의검가의 무인 몇, 그리고 유지은까지가 도진의 뒤에 합류했다.

도진은 점점 더 짙어지고 강해지는 진의 효과에도 일절 영향을 받지 않고 거침없이 나아갔고 경공이라도 전개한 듯 빠르게 진을 돌파하여 이윽고 중심에 도달했다.

"……."

바로 코앞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안개가 짙어진 곳에서 도진은 백설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천마기를 일깨웠다.

두웅-!

가슴팍이 서늘해질 정도로 묵직하고도 흉포한 기운에 유화성의 눈이 도진의 등에 머물렀다.

아까도 느꼈지만, 정말로, 도저히 '후기지수'라 보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기세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유지은을 보고 있자면 과연 이만한 무인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었는데, 과연 세상은 상상보다 넓다는 것인지…….

허나 유화성은 그런 도진을 질투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런 다시 없을 천재가 정의검가의 불세출의 천재와 가까운 사이였다.

때문에 유화성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도진은 백설을 휘둘렀다.

천마검공(天魔劍功), 효아(哮牙).

매일 한계를 깨고 나아간 도진의 효아는 아직 하늘을 부수는 위지혁의 경지에 이르기는 요원했으나 눈을 현혹하는 진법을 깨부수기에는 충분했다.

꽈과과과과광!

도진의 검세가 파괴적인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눈을 가리던 진법을 깨부쉈다.

사아아아아…….

거짓말처럼 짙게 끼어 있던 안개가 흩어지며 이윽고 정글 안에 숨겨져 있던 벙커가 드러났다.

"……."

잘 위장된 그것은 본래 이곳에 자리를 잡았던 무장 세력의 거점으로 보였다.

바로 그 거점을 중심으로 하여 진법을 구성했던 것으로 보이는 요소들이 부서져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채 떠나지 못한, 복면인들과 한패로 보이는 얼굴을 가린 무인들이 도진 일행을 살기 띤 눈으로 응시했다.

"도적들 따위가……."

살기를 담고 음산하게 목소리가 흐른다.

그것은 본래 결코 들려주어선 안 될 목소리다.

뒷골목을 넘어 '무림의 음지'에 사는 자라면 얼굴은 물론이요 목소리조차 결코 흘려선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영어.'

그는 영어를 썼다.

그리고 '유창하지만 약간의 이질적인 발음'으로 서양인이 아닌 동양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크나큰 정보를 흘리게 되는 목소리를 알면서도 흘렸다면 의도는 명백하다.

살인멸구(殺人滅口).

죽여서 흘린 목소리를 없던 것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스스스스…….

"……!"

복면인들이 일제히 내뿜는 살기가 거미줄처럼 퍼져 나가며 도진 일행을 뒤덮는다.

그러나 도진은 그 살기를 없는 것처럼 여기며 입꼬리를 미미하게, 그러나 시리도록 날카롭게 벼린 칼날처럼 슬쩍 올린 얼굴로 한 발 내딛으려 했다.

그런 도진을, 뒤에 시립했던 위취련이 조심스레 붙잡았다.

"소지존."

"네."

"이 자리는 소녀와 독마전에게 맡겨주실 수 없겠나이까."

도진의 시선이 향하자 위취련이 고개 숙이며 말을 이었다.

"소녀와 독마전이, 소지존께서 원하시는 바를 수행하겠습니다."

위취련의 말에 도진은 느끼는 바가 있었다.

그래, 항상 혼자서 무언가를 하려 했고 그것은 전생에서부터 '혼자'였던 도진의 버릇 같은 것이었다.

도진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놀릴 수 있는 상태로 처리하세요."

도진의 명에 위취련을 포함한 독마전의 교도가 기쁨과 사명감이 묻어나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존명!"

그리고 소지존의 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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