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지존까지-365화 (365/741)

364화

정글 게임은 이례적으로 촬영에 착수하기도 전부터 대대적으로 홍보를 진행했다.

그 일환으로 정글 오지에 가게 된 출연진들의 사전 훈련 영상을 웹에 업로드했다.

더불어 소속사가 자체적으로 너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것도 허용했는데, DS가 제법 시선을 끌 만한 영상을 올렸다.

-후욱, 후욱.

DS의 6인은 남성 4인조 그룹에 걸그룹 중 두 명으로 구성되었다.

걸그룹의 두 명은 슬슬 개인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는, 제법 '짬이 찬' 기성 아이돌이었고 4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은 아직 신인이었는데 재미있게도 도진과 인연이 있는 그룹이었다.

다만 좋은 인연은 아니었으니 랭킹전 축제에서 DS가 재능 기부랍시고 끼워 넣었다 도진에게 까인 바로 그 4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이다.

데뷔초부터 탄탄한 팬덤을 바탕으로 잘 나가는 듯 싶었던 그들은 그러나 DS의 여러 악성 이슈와 더불어 행실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퍼져 나간 탓에 탄력을 받지 못하고 부진하는 중이었다.

바로 그들이, 모두 웃통을 까고 헬스장에서 중량을 치는 영상이 DS의 너튜브에 올라온 것이었다.

-와, 완전 짐승이네, 짐승이야! 원래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해요?

-아, 이건 평소보다 좀 더 열심히 하는 거예요. 카메라가 보고 있잖아요.

-어? 그렇게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아하하. 농담입니다. 촬영 때문에 근육이랑 체력 키우려고 하는 겁니다.

잘생긴 얼굴에 그렇지 못한 땀에 젖은 근육은 DS 아이돌답게 충성도 높은 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여기에 걸그룹의 두 명은 DS 사옥에 마련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영상을 올렸다.

-ㅗㅜㅑ...

-여윽시 아이돌이다..

물론 노출이 심한 비키니 같은 건 아니었고 온몸을 가리는 래쉬가드를 입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역시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씨팔거. 우리 회사 이제 한물 갔네."

"이젠 이딴 걸 다 시키네 미친 새끼가."

억지로 정글에 가게 돼 안 그래도 불만이던 당사자들은 카메라 밖에서 가면을 벗고 쌍욕을 해댔지만 말이다.

-'정글 게임' DS팀, 사전 훈련 영상으로 시선 모아……

-리플렉스 정혁, 반전 매력으로 가득한 근육!

DS와 친한 언론사를 통해 기사도 잔뜩 뿌렸기에 팬들이 너튜브 채널 영상을 찾아와 함성을 내질렀고 상당한 홍보가 되었다.

그러나.

-ㅁㅊ 바른 엔터 TV에 오랜만에 잠룡 출연!

-엌ㅋㅋ 기다려라 ㅋㅋ 지금 간다 ㅋㅋㅋ

바른 엔터의 웹 예능에 도진이 출연하자 팬덤 위주로 관심을 끌었던 DS의 성적이 초라해질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이 바른 엔터쪽으로 몰려 또 한 번 체면을 구기게 됐다.

어찌되었든 DS를 좋아하는 팬들은 DS를 선택하겠지만 그 외 '중도파'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도진이 출연하는 바른 엔터로 몰려 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 바른 엔터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장면들을 보여 주었다.

"아니, 언니. 총도 살살 맞으면 안 아프다는 말이 어딨다고 그걸 믿으려고 해요!"

호통치는 리더 주교은에게 설현주가 입술을 오물거리다 항변했다.

"아니이. 틀린 말은 아니잖아. 뭐든 살살 맞으면 안 아플 수도 있지!"

-엌ㅋㅋㅋㅋㅋ

-그, 그런가?

주교은이 큰언니이면서 막내 같은 설현주의 항변에 뒷목을 잡았다.

그런 주교은에게 도진이 추가타를 넣었다.

"자, 주리다. 잘 들어봐요. 총알이 아픈 건 따지고 보면 속도 때문이에요. 그렇죠?"

"……응."

"봐요. 그럼 총알이 속도가 느리면? 살살 맞는 거겠죠? 그러면 안 아플 수도 있는 거겠죠?"

-그러네?

-음, 반박할 수 없는 논리다.

"아빠 말이 맞네!"

"……."

부들부들…….

-앜ㅋㅋㅋㅋㅋ

-오늘도 아빠 매니저는 주리다를 괴롭힙니다..

그저 화려하거나 특별한 게 아니라 이런 소소한 티키타카가 바른 엔터 TV의 매력이었다.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그 매력을 한껏 보여준 뒤, 도진은 진지한 얼굴로 여섯 명을 다시 마주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정글 게임이 여러분들에게 원하는 건 기본을 훨씬 넘는 육체 능력이에요."

정글 게임은 컨셉상 그저 예쁘게 보이거나 '척'만 하는 걸 용납지 않는다.

비록 어느 정도 설정과 세팅이 가미되었다 해도 베이스는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과 경쟁이었으니까.

그래서 걸그룹이면서도 숭무고 재학생인 레드슈와 관문 시험을 통과했던 이은지가 섭외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이들이 있으니 DS에 남자 네 명이 있음에도 바른 엔터에서는 여자 여섯만으로 팀이 구성될 수 있었다.

안티체리 또한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과 도진에게 지도받으며 키운 체력이 평가를 받았다.

"출국까지 앞으로 14일. 특훈 메뉴를 짜왔으니까 앞으로는 조교 말에 성실히 따르도록 합니다. 알겠습니까?"

"……어? 아빠?"

"아빠가 아닙니다. 앞으로는 조교님이라 부릅니다. 알겠습니까?"

"……?? 네."

-갑분조교;;

-현주 이모 얼타는 거 왤케 귀엽냐ㅋㅋㅋㅋ;;

"그럼 우선 가볍게 몸풀기로 버피 100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으아악ㅋㅋㅋㅋㅋ

* * * *

"살려줘……. 아빠."

"아빠 아닙니다. 조교입니다. 1번 설 뻐꾸기. 자세 흩트리지 않습니다."

-미치겠네 ㅋㅋㅋㅋ

정글 게임 촬영을 위한 출국까지 남아있던 2주의 시간을 도진은 알차게 사용하여 이은지와 레드슈, 안티체리를 단련시켜 주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또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긴 시간이었고 도진이 조금이라도 덜 고생하도록 신경을 써주는 것이라는 걸 여섯 명은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곡소리를 내면서도 충실히 따랐다.

여기에 손수 밥까지 차려 먹이는 동안은 '아빠 매니저'의 얼굴이어서 병주고 약주는 모양새임에도 감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호신술도 하나 가르쳐 주었다.

"자, 절 놓치면 안 돼요. 알겠죠?"

"응, 아빠."

설현주와 마주한 도진은 그렇게 말하고선 바로 설현주의 시야에서 모습을 감춰 버렸다.

훅-

-ㅋㅋㅋ 눈 동그래짐.

-아, 저게 그건가. 김도진 보법.

설현주의 눈에서는 사라졌지만 넓은 범위를 비추고 있는 카메라에는 몸을 한껏 낮추고 접근한 도진이 고스란히 잡히고 있었다.

몇 번이고 보여주었기에 도진의 '무흔잠영'은 단편이나마 소문이 퍼졌는데 그 핵심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는데 당사자의 눈에는 안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효과는 비슷했지만, 이번에는 무흔잠영이 아니었다.

톡.

"아양."

불쑥 설현주의 코앞에 모습을 드러낸 도진이 약하게 코를 퉁겼다.

미미한 통증과 놀람에 설현주가 토끼눈이 되어 코를 잡았다.

"저는 몸을 낮추면서 동시에 탄력을 받아서 이렇게 대쉬를 한 거예요. 단순하지만 효과적으로 시야에서 벗어나면서 상대에게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수법이죠. 여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시야를 넓혀야 할 필요가 있어요. 이해가 가나요, 현주 누나?"

"으응. 조금은."

"좋아요."

거기서부터 시작된 '잠룡이 가르쳐주는 호신술'편은 당연하게도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시야를 넓히는 것부터 시작하는 방어법이었는데, 기실 엄청난 절기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충분히 유용했고 친구가 단 한 명만 있으면 같이 연습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근데 이거, 우리가 실제 상황에서 정말 잘 쓸 수 있을까?"

설현주는 과연 이걸 실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에 관해 의문을 표시했다.

그 의문에 도진이 천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단련을 꾸준히, 열심히 해야 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1번 설 뻐꾸기."

"아아앙! 그거 하지 말라고오오!!"

"앙탈부리지 않습니다, 설 뻐꾸기."

"아앙!"

-아아앜ㅋㅋㅋㅋ

* * * *

시간은 금방 흘러 정글 게임 촬영팀이 출국했다.

레드슈는 취업계를 내고 그 출국 비행기에 합류했다.

-화제의 '정글 게임'팀 출국!

-정글 게임팀을 호위하는 정의검가

홍보에 힘을 실은 정글 게임답게 출국만으로도 기사가 제법 많이 나왔다.

그중 하나가 정글 게임팀과 경호 계약을 체결한 정의검가의 무인들에 대한 기사였다.

다만 그렇게 기사에 나온 정의검가의 경호팀 안에 도진과 유지은은 없었으니, 도진은 개인 너튜브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우다다다다-!

뒷산 공터.

솜이의 '우다다다'를 도진이 양손으로 받아주고 있다.

-오.. 암만 봐도 커엽다..

-나도, 나도 똑똑한 고양이 키우고 싶다..

복실복실 새하얀 털의 귀여운 솜이가 앞발로 우다다 냥냥 펀치를 날리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치명적인 귀여움이었다.

-나도 솜이 우다다다 잘 받아줄 수 있는데!

-아. 그건 아님.

-?

-님이 하면 찢겨요...

-저게 보기만 귀엽지 덩치 큰 호랑이나 사자가 풀스윙하는 거랑 같은 거임요 ㅋㅋㅋㅋ

그 말대로였다.

복실복실 새하얀 털이 귀여운 외모와 달리 솜이는 '환골탈태한 영물'이다.

무림의 고수와 같은 솜이의 냥냥 펀치는 장난이 아니라 진짜 고양잇과 커다란 맹수의 풀스윙에 비견되는 위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퍽퍽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수법으로 도진이 받아내고 있어서 티가 나지 않는 것으로, 이런 식으로 도진은 솜이의 산책 겸 운동 겸 넘치는 내단의 여력 소모를 도와 주었다.

한바탕 솜이의 체력을 소모시켜준 도진은 잠시 쉴 겸 벤치에 앉아 시청자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때 전화가 울렸다.

"오, 교은 누나네요. 받아볼게요."

-헐.

-ㄱㄱ

정글 게임팀이 출국한지 어느새 6일째.

대대적인 홍보와 달리 정작 촬영분은 일절 유출되지 않고 있었기에 시청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고 도진이 영상 통화로 전화를 받았다.

"흐흐흐."

그리고 주교은의 얼굴이 뜨자마자 흘흘 웃었으니 하얗던 얼굴이 제법 까맣게 타 버렸기 때문이다.

-야! 웃지마!

-엌ㅋㅋㅋ

-남쪽 나라 햇빛이 세긴 세나보네 ㅋㅋㅋㅋ

"오랜만이네요, 누나. 거기 전화가 돼요?"

-게임 이겨서 상품으로 전화 한 통 받았거든! 그래서 너한테 전화한 거야.

"우리 효녀 주리다의 마음씀씀이에 내가 눈물이 다 날 거 같네요. 내가 잘 우는 사람이 아닌데……."

그러면서 콕콕 눈물을 닦는 척을 한다.

방송이라는 걸 알고 액션을 취해주는 것이었는데 주교은은 역시 10년차를 바라보는 베테랑답게 역시나 장단을 맞춰주어서 제법 재미있는 그림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혹시 선물같은 거 없어?

그리고 막바지가 되어서 던지는 말에 도진이 씨익 웃었다.

"기대하고 있어요. 선물 있으니까."

-어? 진짜?

그냥 던져본 말이었는데 정말로 선물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오니 주교은의 눈이 커진다.

까맣게 타서 그런지 커진 눈이 더 돋보인다.

"네, 진짜요. 뭔지는 나중에 알려줄게요."

그렇게 통화가 끝나자 시청자들이 아우성을 쳤다.

-선물이라니, 우리한테는 알려주면 안 돼요?

"아하하. 이게 비밀이라서 아직은 안 돼요. 정말로요."

웬만한 거면 알려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정말로 안 되는 거였다.

다름 아닌 '경호 계약'에 관한 이야기였으니까.

정글 게임 촬영팀을 경호하기 위해 떠난 정의검가의 사람들은 '1팀'이었다.

그러니까 동행하여 경호하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경호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베테랑들로 구성된 팀이다.

그렇게 이들이 환경을 구성해 놓으면 실습을 위해 합류한 도진과 유지은이 포함된 2팀이 파견되도록 경호 계약이 체결되었다.

사실 일이 일인지라 평범한 실습이었다면 결코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겠지만 이미 무림인으로 인정받는 유지은에 도진까지 두 사람만 포함되어 있었기에, 이슈적인 면으로도 도움이 되기에 정글 게임 팀이 거절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도진은 모레, 금요일 오후 비행기로 정글 게임 팀이 있는 정글로 떠나기 위한 준비를 다 해 둔 상태였고 토요일 새벽 촬영지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따로 촬영에 소소하게 출연한다는 추가 조항도 있었으니 바른 엔터 팀에게는 예상치 못한 선물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이런 류의 계약은 따로 비밀 엄수 조항이 없더라도 공공연히 흘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기에 시청자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도진이 정글로 떠나기 전날.

"……."

고요히, 일정에도 없던 비행기 하나가 일본에서 날아올랐다.

목적지는 정글 게임이 촬영되고 있는 정글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