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지존까지-363화 (363/741)

362화

잠룡문(潛龍門)은 제법 독특한 문파였다.

최고의 후기지수로 꼽히고 있으나 기실 그 평가를 넘어 후기지수를 아득히 넘어선 경지에 있다고 추측되고 있는 후기지수.

한데 그 추측상의 실력보다도 더 큰 명성을 지니고 있는 잠룡 김도진의 문파였기 때문이다.

사실 문파 자체만 놓고 보면 소위 말하는 '구멍가게'조차 되지 못할, 이름만 등록했을 뿐 문파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규모였다.

그 활동조차 지인의 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경호 업무를 보는 몇 명이 전부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차라리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이라 해야 할 만큼, 그것이 비하가 아니라 생각될 만큼 활동이 미미했다.

하지만 바로 그 문파의 '인맥'이 금화에 오성, 무림 전담 타격대까지도 이어져 있으니 여느 대문파 못지 않아 독특하다 하는 것이다.

잠룡문이 탄생한 배경 역시 외국까지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풍회와 얽힌 사건에서 활약한 도진이 암산서가를 돕기 위해서였으니 또한 특별한 결과물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니까 여러모로 독특하고 특별하기는 한데 어디까지나 의미가 그럴 뿐 지금 무언가를 할 수는 없는 문파.

그것이 잠룡문에 대한 세간의 평가였다.

-뭐, 지금은 그렇지만 그 잠재력만큼은 문파 이름 그대로죠.

-그렇습니다. 숭무고를 졸업하고 그 인맥을 바탕으로, 그리고 본인의 명성과 실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세를 확장해 나가기 시작한다면. 몇 년 내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파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그 어떤 곳보다 높은 곳이 잠룡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미래에는 무시무시한 문파가 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들 그렇게 전망했는데, 그 전망을 수정해야만 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그 첫 번째가 잠룡문의 투자 대박이었다.

-속보! 어로스 주식 천장 돌파!

-허미 쉽헐. 이게 뭐시여?

근래 투자판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어로스의 말도 안 되는 '떡상'이었다.

나름 팬층이 있는 게임을 내놓았다고는 하지만 기껏해야 '좀 잘 만든 게임'이었다.

세계적으로 게임을 팔긴 했으나 회사의 명맥이나 이어나갈 정도의 수익밖에 내지 못했던 게 어로스였단 말이다.

그런 어로스가 외부에서 보기에 무리한다 싶을 정도로 사운을 걸고 만든 것이 무림열전3였는데 그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기기의 가격이 이건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격대가 높았다.

이렇게 되면 가격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이 게임을 제대로 접하기도 전에 장벽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한데 바로 그런 전망의 어로스에 잠룡문이 '올인'을 해 버렸다.

문주인 김도진의 결단에 오성아가 따른 것이었다.

당연히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미쳤다고 했다.

-아니 이걸 풀매수한다고?;;

-미친 ㅋㅋ 아니, 오성아가 이걸 들어줬다는 거냐 지금?;;

-따져보면 오성아는 용병이니까 문주가 까라는 대로 깐 거지 뭐;

오성아는 잠룡문의 안주인이라 불리며 잠룡문의 살림을 도맡았다.

암산서가의 투자금을 잘 굴려서 소소하나마 손해없이 지속적인 이자를 내고 있는 데서 그녀의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오성아에게 맡기지 않고 올인을 결정한 김도진이 투자에 관해서는 보는 눈이 없고 섣불리 행동해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 이거 코인 떡상이랑 그래프 바꿔치기 한 거 아니냐?

-ㅋㅋㅋ아닠ㅋㅋ이겤ㅋㅋ 말잌ㅋㅋㅋ 되냨ㅋㅋㅋㅋㅋㅋ

그 어로스의 주식이 말도 안 되는 떡상을 해 버렸다.

공개 행사에서 도진이 등장해 대화제를 몰고 온 게임은 VR 게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극찬 속에서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인 광풍을 일으켰고 어로스는 코인 시대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엄청난 주가 폭등을 한 것이다.

도진이 그 진입 장벽을 박살내 버린 덕이었다.

덕분에 잠룡문은 문파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부자 문파가 되었으며 도진 또한 벼락 부자가 되었다.

-아닠ㅋㅋ어이가.. 없넼ㅋㅋ 코인 말고도 이게 되는 구나...

-않이, 이거 김도진이 나서서 만든 판이니까 사실상 주가조작 아니냐?

-주가조작 미친놈아 ㅋㅋㅋㅋ

-아니, 생각해 보니 그럴싸하긴 한데? 이거 다 김도진이 만든 유행이자너.

-...왜 진짜 그럴싸하냐?

클로에를 제자로 들인 이후 이렇다 할 이슈가 없어 관심이 잦아들었던 잠룡문이 얼마간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이유였다.

그리고 그 화제가 잠잠해질 즈음, 또다시 잠룡문의 이름이 오르내릴 뉴스가 포털 사이트를 장식했으니 잠룡문이 새 식구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김도진의 문파 잠룡문. 새로운 식구를 받아들인다!

-새로운 식구는 중국에서 건너 온 같은 무맥을 이은 독공 수련자들로 밝혀져

잠룡문이 새 식구를 받아들였다.

그것도 한둘이 아닌 '회사' 단위였으며 중국에서 넘어온 이들이라 했다.

심지어 이들은 모두가 독공을 연구하고 사용하는 이들이라 했으니 더욱 관심을 모았다.

-갑자기?

-한국도 아니고 중국에 김도진이랑 같은 무맥을 이은 무림인들이 있었어?

-근데 이쯤되면 진짜 김도진이 무슨 무공을 익혔는지 궁금해지지 않냐?

-그러게. 검 쓰는 거 보면 검공 익힌 게 확실한데 이거다 싶은 무공이 짐작이 안 감.

-학교에서 보면 가끔은 암살자 같기도 함. 도대체가 기척이 없어;;

-ㄹㅇㅋㅋㅋ 랭킹전 때 그거 제대로 느꼈음.

검을 쓰는데 명확한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부모님의 참관날 기세를 흘리던 모습을 본 학생들은 그때의 일과 평상시의 경험으로 도진이 귀신처럼 기세를 드러내지 않고 다닌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런데 이제 독공이라고?;; 심지어 중국에서 오는 건 또 뭐야

-이정도면 일인전승이나 소규모 무맥이 아니라 뭔가 엄청 큰 그런 단체의 무공을 익혔다고 봐야 할 거 같은데.

-그러게. 근데 그 정도 되는 대문파 중에 짐작가는 게 있나? 난 모르겠음.

-나도. ㅅㅂ 김도진이 빨리 밝혀줬으면 좋겠다;;

도진은 일전 클로에와 관련하여 가졌던 기자 회견에서 밝혔다.

곧 자신이 이은 무맥이 어떤 것인지, 누구인지 밝힐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은 도진이 하루빨리 자신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길 바라며 추측들을 풀어 놓았고, 그 사이 잠룡문은 정식 문파로서의 체계를 갖추어 나가고 있었다.

* * * *

"독마전은 소지존께서 세우신 문파에 합쳐지기를 원하고 있나이다."

위연서는 그렇게 말했다.

도진은 위연서, 그리고 위취련을 데리고 오성아까지 함께 한 자리에서 그들이 바라는 형태로 일을 진행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갑자기 문파가 엄청 커져 버렸네."

"네, 누나."

엄청난 자금이 생겼는데 그 자금을 운용할 수 있을 만큼 외적인 규모도 커졌다.

심지어 그렇게 커진 규모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충성도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높다.

"사실 좀 섭섭해야 하는데, 이렇게 날 왕따 안 시키니까 섭섭하지도 못하겠네."

"그래서 제가 누나 좋아하잖아요. 고마워요, 눈나."

"으이구. 말이나 못하면."

오성아는 도진이 당장은 모든 걸 털어놓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었다.

도진은 그래서 이 유능한 누나가 좋았다.

"누나는 개국공신이니까, 우리 문파가 세계 최고의 문파가 되었을 때 좋은 자리를 약속하도록 할게요."

"흐응, 나 그러면 눈 엄청 높아질 텐데. 정말로 기대해도 되는 거야?"

"네. 무얼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게요."

"가만 보면 너 완전 요물이야."

"하하하."

"으휴, 나는 나쁜 남자 만나면 고생할 타입이야. 그렇지 않니, 소담아?"

"네. 근데 도진이는 착한 남자니까 다행이네요, 언니."

"…와, 얘는 나보다 더 큰일이네."

어깨를 으쓱이는 유능한 눈나 오성아는 위취련, 그리고 위연서와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독마전이 문제없이 한국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독마전이 이미 합법적으로 한국에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진행에 걸림돌은 없었다.

거간꾼, 브로커가 필요했던 건 독마전으로 활동했던 영역에 관한 것이었지 그들이 간판으로 내걸고 활동했던 회사는 물론이요 구성원들의 신분 또한 하자가 없었던 덕분이다.

그리하여 잠룡문은 추가로 건물 하나를 매입하고 '독공 연구소'를 두게 되었다.

"한국에 완전히 정착하는 거야?"

"예, 소지존. 소지존이 이곳에 계시는데 저희가 어찌 다른 곳으로 가겠습니까."

"본래 이곳에서는 조용히 연구만 하며 몇 년을 보내기로 했었나이다. 조용한 나라에서 평지풍파를 일으킬 수는 없으니 경험을 살려 경호 등의 일을 맡아 수행하는 것 또한 좋을 것이라 교도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리고 독마전의 구성원들은 독공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동시에 잠룡문도로서 문파 활동에도 힘을 보태기로 함으로써 잠룡문은 정식 문파로 활동할 수 있는 규모 또한 갖추었다.

도진의 예상보다 빠르게 문파를 개설한 후로, 또 한 번 예상보다 빠르게 문파의 성장을 이룬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학업을 병행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도진을 숭무고 에타에서는 성토하고 있었다.

-아니, 이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님?

-ㄹㅇ 동감한다. 이건 진짜 너무하네;;

-아무리 화화공룡이라 해도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 ㅋㅋㅋ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닉값, 아니 별호값을 하는 것 때문이었다.

위연서가 학교 내에서 대놓고 도진에게 '하트뿅뿅'인 시선을 보냈다.

'아니, 티 안 낸다면서…….'

수업 중 학생을 차별하거나 편애하지는 않았다.

공정하게 잘하면 칭찬을 하고 못하면 격려를 해 주었다.

하지만 그 수업을 떠나 개인적으로 도진을 대놓고 특별하게 바라보는 건 말 그대로 개인의 자유였고 그것은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소녀, 이 불같은 마음을 세상에 널리 알리며 자랑스레 소지존을 모시고 싶으나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슬플 뿐입니다.'

…그렇게 말을 하니 시선을 자제하라 말하는 것조차 가혹한 느낌이 들어 버리는 도진이었다.

덕분에 에타에서는 '도진이 또!'라며 들고 일어난 것이다.

-모범생처럼 공부 가르쳐 달라고 은밀한 시간 가지면서 호감도 쌓은 것이 틀림없다.

-나는 제자고! 선생님은 교사란 말입니다!

-이 정도면 김도진 무림공적으로 지정해야 되는 거 아니냐?

-아니 무림공적 미친놈아 ㅋㅋㅋ

-너무하네 ㅋㅋㅋ

-너무한 건 김도진 페로몬이고..

도진은 자신에 대한 여론에 결국 허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무림공적으로 지정될 위기(?)와는 별개로 바쁜 만큼 성과가 나오는 모든 것들이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채워 주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엔 2학기 중간고사 전교 1등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었다.

어느덧 여름이 완전히 가고 가을을 지나 겨울이 언뜻 엿보이는 시기.

바로 그 시기에 유지은이 찾아왔다.

"후배! 나랑 같이 실습 가자!"

도진은 쾌활하게 다가와 제안하는 유지은을 마주하며 물었다.

"실습이요?"

"응! 너도 좋아할 만한 거야."

"그래요?"

워낙 자신만만하고 확신에 차 있어서 내용이 무언지 궁금해지는 도진이었다.

그런 도진에게 유지은이 자신만만한 얼굴 그대로 말했다.

"후배 딸래미들 경호하는 임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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