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지존까지-349화 (349/741)

348화

여림이 자신의 학원 스승에게 들었던 '아우라'라는 걸, 혹은 포스라는 걸 도진은 신안(神眼)으로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단지 무공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었고 여기에 장호의 사람을 파악하는 가르침이 더해져 TV 너머로도 참가자들의 수준을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직은 개화하지 않아 모두가 볼 수 없지만 신안을 가진 도진은 볼 수 있는.

'스타'라면 가져야 할 아우라.

이은지에겐 다른 참가자들에겐 없는 그것이 유일하게 있었고 발산할 무대만 있다면 도진만이 아닌 모두가 보게 될 것이었다.

그걸 아는 도진이었기에 이은지와 권이솔이 함께 하는 한 무조건 우승할 거라고 확신했다.

도진은 소위 말하는 '고구마'를 무던하게 삼키며 찾아올 카타르시스를 즐길 수 있는 성격이었고 심지어 그 카타르시스가 확정적으로 올 거라 믿었으니 더더욱 이은지의 아이돌 코리아라는 드라마를 과몰입하여 즐길 수 있었다.

그 확신대로 이은지는 준결승에서 사이다를 제대로 터뜨려 주었다.

압도적으로, 해일처럼.

혼자였음에도 무대를 가득 채웠고 폭발하는 가창력은 날갯짓과 함께 하늘로 비상하였고 그 여파는 관중과 시청자들이 버틸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제아무리 크고 화려하게 치장하여도 '가짜 날개'는 날 수 없다는 걸 알려주는 것처럼.

그만큼 대단했던 무대를 이은지는 준결승에 이어 결승에서도 보여 주었고 가장 아이돌 코리아에 많이 투자하고 공을 들였던 DS의 내정자를 너무나 당연하게도 압살했다.

때문에 포텐이 폭발한 이은지의 무대가 있었음에도 역설적이게도 결승은 '가장 형편없는 경쟁'이 되었으니 이은지의 상대가 준결승으로 인해 붙기도 전부터 마음이 완전히 꺾였던 탓이다.

그런 배경으로 아이돌 코리아는 전생과 마찬가지로 폭망했지만 이은지의 클립만큼은 예외였다.

너튜브에 올라온 준결승의 영상은 천만 조회수를 향해 가고 있었고 결승전 이은지의 무대 또한 무서운 기세로 조회수가 오르고 있었으니 쌍천만은 당연시 되었고 그 이상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폭발적인 관심이 모였다.

"…그래서, 아이돌 코리아 제작진들이 후일담 격으로 특별편 하나를 찍겠대. 탑 8을 모아서."

"그래."

평가와 별개로 우승자에 대한 관심은 높다. 그게 '아이돌 코리아 우승자'가 아니라 '그저 이은지'인 게 문제이지만.

그러니까 아이돌 코리아 측에서는 거기에 편승해 조금이라도 만회를 하고자 이은지가 포함된 TOP 8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특별편을 제작하고자 한다는 이야기를 도진은 오대용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사정은 조금 더 복잡했다.

"그 내정자란 것들도 끼워팔아 보겠다는 거네."

"그렇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이은지를 보기 위해 시청자들이 몰릴 테고 거기에 대형 기획사들이 자신들의 내정자 또한 끼워팔아 보겠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DS가 두 명, DM이 한 명이었지?"

"맞아."

3대 기획사 중 둘인 DS와 DM에서 내정자를 내보냈는데 그 셋이 준결승에 올라왔다.

DS의 한 명과 DM의 한 명이 준결승에서 떨어졌고 올라온 마지막 내정자, DS의 한 명은 결승에서 이은지에게 붙기도 전에 꺾였다.

처참한 결과지만, TOP 4에 들었고 DS의 한 명은 준우승까지 했으니 3대 기획사라 불리는 DS와 DM 입장에서는 체면이 상하지만, 어쨌든 최소한의 타이틀은 건진 셈.

그걸로 홍보를 좀 해보려는 의도라는 걸 읽는 건 어려운 게 아니었다.

"참가할 거야?"

도진의 물음에 오대용이 어깨를 으쓱이며 그래야지, 하고 말했다.

"어쨌든 지상파잖아. 우리 입장에서야 나쁠 게 없는 데다가 계약을 했으니까 싫어도 참가해야 하거든."

"그렇구나."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권자에게는 여러가지 보상이 주어진다.

단순히 돈만이 아니라 계약에 명시된 만큼의 음반 발매, 홍보, 활동 등의 지원이 약속되어 있다.

다만 이건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제작측에서도 이익을 내기 위한 수단이었으니 서로가 계약으로 묶여 있는 형태다.

앞으로 1년 간은 이은지는 바른 엔터 소속이되 동시에 방송사 소속으로도 활동해야 하는 것이다.

오대용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DS랑 DM은 심통이 나서라도 제대로 된 지원은 안 해 줄 테지만."

3대 기획사 중 DS와 DM이 특히 이번 아이돌 코리아에 손을 많이 보탰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이니 거기에 편승해 몰래 키우고 있던 아이들을 대번에 인기 스타로 데뷔시키겠다는 계산이었다.

때문에 우승시 혜택을 여럿 걸었는데 전혀 엉뚱한 이은지가 다 채가게 생겼으니 최대한 소극적으로, 손해를 안 보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뭐, 상관없지 않아?"

"그렇지?"

허나 오대용도 도진도 그리 신경쓰지 않았으니 그런 '가짜 날개'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진짜 날개를 가지고 있는 이은지였으니 말이다.

도진은 이미 미래의 여왕과 여왕의 작곡가가 함께 있는 걸 아니 오히려 DS나 DM '따위'의 허접한 도움을 바랄 이유가 없다.

오대용은 도진처럼 미래는 모르지만 그걸 모름에도 자신을 가질 만큼 이은지와 권이솔의 재능을 알아 보았으니 마찬가지로 여유만만이다.

딱 계약서만큼만 뜯어내도 이득이다.

그것만으로도 내정자로 재미 좀 보려 했던 그들은 스스로 재물을 내놓는다는 생각에 손이 벌벌 떨리고 배가 아파 죽을 것이다.

"뭐 그런 고로, 나는 조금 더 바쁠 예정이야."

"오야. 수고."

"…너도 우리 회사에 지분 있잖아. 가끔씩은 일 좀 해라."

"오야."

"끙."

* * * *

이은지의 너튜브 클립 조회수는 쌍천만을 가뿐히 넘어 이천만을 향해 달려갔고 특별편 또한 큰 관심을 받았다.

숭무고 입학 실패 후 방황.

이후 마음을 다잡고 공사장에 택배 상하차 알바 등을 하며 생활비를 벌고 동시에 학원까지 다녔던 이야기는 아주 클래식하지만 그래서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스토리였다.

-무공을 배우는 학생들이 공사장이나 상하차장에서 알바를 하는 것이 꽤 보편화되긴 했지만 전 아이돌 멤버로 그런 선택을 하기엔 쉽지 않았을 텐데요.

무공을 배운 학생들로 인해 기피되던 막일이나 택배 상하차 등의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었다.

일반인에겐 그저 몸이 상하는 일이 그들에게는 '수련'이 될 수 있었으니까.

근본적인 시스템부터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그와 함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돌과는 먼 이미지였는데 이은지는 거기에 종사하면서 이번 오디션에 도전했다.

-조금, 방황 했었거든요. 근데 저를 저보다 더 믿어 주는 분이 있었어요. 덕분에 그런 겉치레나 의심 같은 건 모두 접고 올인할 수 있었어요.

-오, 이은지 씨보다 이은지 씨를 더 믿어주는 분이 있었다구요?

-네. 아, 근데 이거…… 밝히면 안 될 거 같은데.

그리고 방송의 이 부분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이은지를 이은지보다 더 믿어 준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

필연적으로 언론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고.

-아이돌 코리아 우승자 이은지. 잠룡과 동거하는 사이?!

결국 스캔들이 터진 것이었다.

-이게.. 이게 모슨 소리여?;;

-아니, 화화공룡 또 너야?

-이건 좀.. 큰 거 아님?;;

사실 필사적으로 감춘 것도 아니었으니 그 분야의 베테랑이 파고들면 금방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이긴 했다.

그 장소가 숭무동이었기에 바로 밝혀지지 않은 것이었지 아니었다면 벌써 만천하에 알려졌을 것이다.

-야, 이거 어케 되는 거냐;;

-김도진 일이니까 당연히 찌라시겠지.

-혹시 이번에도 오함마 볼 수 있는 거임?

-오 ㅋㅋㅋ 그건 좀 기대되네 ㅋㅋㅋㅋ

허나 어마어마한 스캔들 내용에 비해 분위기는 조금 묘했으니 잠룡 김도진이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있어 네티즌들이 이례적으로 기어를 중립에 잘 박아 두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무근의 찌라시를 유포한 이들을 또 참교육해 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 기대 속에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금방 반응이 왔는데, 그 반응의 출처가 또 이례적이었으니.

-오후 7시. 바른 엔터 공식 채널을 통해 해명 방송이 있을 예정입니다.

-엌ㅋㅋㅋ

-ㅁㅊㅋㅋㅋ 너튜브로 해명 방송이라닠ㅋㅋ

다름 아닌 안티체리와 레드슈의 출연으로 크게 성장한 바른 엔터의 공식 너튜브 채널을 통해 생방송으로 해명을 하겠다는 공지가 뜬 것이었다.

여기에도 속사정이 있었으니 이런 쪽으로 노하우가 많은 대형 기획사들이 방관하자 제작진은 멘붕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자 바른 엔터와 도진이 나서서 해결하겠다 이야기를 했고 공식 해명을 바른 엔터의 너튜브 채널에서 하게 된 것이다.

대리인도 아니고 도진과 이은지가 직접 나온다고 하니 한 시간 전부터 개설된 방에 폭발적으로 인원이 몰려들었고 시청자가 십만 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관심 속에서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냐앙."

-..?

-??

-???

-...솜이네?

-솜이여?

방송 시작과 동시에 화면을 가득 채우는 새하얀 털뭉치에 사람들이 반응했다.

솜뭉치의 정체를 시청자들은 바로 알아 보았으니 도진 패밀리에 합류한 고양이인 척하는 설표 솜이였다.

-어, 귀엽다.

-몇 분 정도 더 보여주셔도 이해하겠음.

-아 솜이는ㅇ ㅓ쩔 수 없짘ㅋㅋ

그렇게 솜이로 오프닝(?)이 장식되고 솜이를 들이밀었던 도진이 나타났다.

"네, 안녕하세요, 여러분. 화화공룡 김도진입니다."

-엌ㅋㅋㅋ

-어엌ㅋㅋㅋㅋㅋ

-아니 별호를 자칭하는 후기지수가 있다?! 뿤ㅋㅋ슝ㅋㅋ빸ㅋㅋ슝ㅋㅋ

"해명 방송을 위해 집에서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뒤에 보시는 게 그 샤이닝 폭포입니다."

카메라가 도진의 뒤 거실을 비춘다.

-오랜만에 보네 ㅋㅋ

-아니 근데 왜 샤이닝 폴즈도 아니고 빛의 폭포도 아니고 샤이닝 폭포냐고 ㅋㅋㅋ

-왜 그런 사소한 거에 집착하는 거임.

"그리고 제 옆에 화제의 아이돌 코리아 우승자, 이은지 씨께서 자리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들도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해명 방송이 아니라 연예 방송 같네요.

"마지막으로 촬영을 맡아주신 게 바른 엔터의 성공한 덕후, 김성덕 님이십니다."

-아니 성덕님까지?

-이거 해명 방송이 아니라 그냥 바른 엔터 웹 예능 아님?ㅋㅋㅋ

죽을 죄를 지어 칼이라도 찬 것처럼 우울한 표정의 방송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로 바른 엔터 웹 예능의 느낌이 난다.

혹자는 도진이 오함마라도 들고 나오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그동안 도진이 보여준 것들이 그러했으니까.

처음으로 오함마를 들었던 레드슈 때의 일이 그랬고 DS의 레이블 하나를 공중분해해 버린 안티체리 때의 일이 그랬다.

말도 안 되는 찌라시에 사람들이 흔들릴 때 그것을 정면으로 박살낸 전적들이 있다.

그런 전적들이 있으니까 사람들은 기어를 중립에 두고, '그 김도진의 일'이니까 당연히 찌라시일 것이고 앞서 그랬듯 오함마로 상징되는 참교육을 보여주지 않을까 했는데…….

정작 방송의 분위기는 바른 엔터 웹 예능을 연상케 했다.

그 분위기 속에서 도진이 말했다.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은지 씨와 저는 한솥밥을 먹기도 하는 사이이긴 합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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