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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343화 (343/741)
  • 342화

    전생의 도진은 당연하고 지금의 도진도 그랬는데 도진은 코인이나 주식에 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만약 알고 있었다 해도 회귀 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을 테니 코인의 말도 안 되는 '떡상'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시기는 이미 지난 뒤였고 주식을 할 만한 자본금을 구할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도진도 알고 있던, 그리고 투자할 수 있었던 게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번 무림열전3로 떡상하는 어로스의 주식이었다.

    "…어로스에 투자하자고?"

    "네. 엄청 잘 될 거예요, 그 회사."

    오성아는 도진의 제안에 찬성하는 입장이긴 했다.

    지금이야 평범한 게임 회사지만 어로스는 분명히 떡잎이 보이는 회사였으니까.

    규모는 작지만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무언가 하나가 터지기만 한다면 크게 성장할 회사였다.

    그러나 위험 요소가 없지는 않았으니 과연 그 '터지는 것'이 언제이냐부터 근본적으로 터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험이 있다.

    도진을 통하여 알게 된 풀다이브 시스템은 더더욱 그랬다.

    혁신적이고 좋은 시스템이긴 한데 가격대가 있다.

    아무리 요즘 게이머들이 수십만 원을 아낌없이 지불하곤 한다지만 그렇다 해도 처음 선보이는, 생소한 기기에 심지어 50만 원도 아니고 70만 원을 지불할 것인가.

    오성아로서는 위험이 있는 투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어느 정도도 아니고 회사의 여유 자금을 올인하자는 제안에는 아무리 도진이라 해도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냥 성공도 아니고 대성공, 아니 아예 파워볼 복권이 터진 수준으로 벼락 부자가 될 기세였다.

    무림열전3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대박을 쳤고 그 무림열전3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풀다이브 시스템 또한 불티나게 팔렸다.

    어로스 주식이 코인 떡상하듯 떡상하는 건 필연적이었고 한국 게임의 대장주가 되는 것 또한 필연적이었다.

    당장의 엄청난 이득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한 이득이 될 거라는 말이다.

    "우리 문주님, 완전 사기캐네."

    그러니까 오성아가 알콜이라도 들어간 듯 텐션이 엄청나게 업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흥, 흐흥."

    콧노래마저 부를 정도로 엄청난, 그리고 꾸준한 이득을 잠룡문은 얻게 되었고 이것은 앞으로 잠룡문이 성장하기 위한 든든한 발판이자 계단이 되어줄 것이었으니까.

    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그를 위한 부단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던 시기였는데 그 준비와 노력이 대폭 단축되어 버렸다.

    마치 치트 안 되는 줄 알았던 게임에서 돈 치트라도 친 기분이다.

    만약 이 자리에 함께 있는 소담이 절묘한 위치를 점하여 오성아의 돌진을 막지 않았다면 뽀뽀세례라도 쏟아졌을 정도로 오성아의 텐션은 높았다.

    도진은 그런 오성아의 모습에 귀여워, 하고 생각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러면 저는 일 좀 하고 올게요."

    "응응! 그 유애라라는 사람 방송 나가는 거지?"

    오성아의 물음에 도진은 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떡상하는 어로스 주가의 최대 공헌자였던 도진은 또 한 번 주가에 보탬이 되기 위한 스케줄을 잡았으니 다름 아닌 어로스와 연계한 유애라의 개인 방송 출연이었다.

    도진이 보여 주었던 프롤로그에서 엔딩을 보는 그것은 숨겨진 도전 과제로 본래 무림열전3 출시 후 두 달이 지나서야 공개된 히든 엔딩이었다.

    그것도 어로스 측에서 실수로 흘려 나온 정보였지 아니었다면 훨씬 뒤에나 공개되었을 만큼 극악한 조건을 달성해야만 하는 엔딩.

    한데 그걸 도진이 무려 발표회에서 보여 주었고 과정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압도적인 컨트롤의 향연이었기에 이토록 초기부터 크게 불길이 번진 것이었다.

    인터넷 방송계에서도 그 불길에 편승하여 '무림열전3 프롤로그 챌린지'라는 게 유행을 하게 됐고.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여러분들, 이거 안 되는데요……?

    -아니 시발 이거 사람이 할 수 있는 거 맞나요?

    -혈마 이 새끼 가까이 가지도 못하겠는데요……?

    도진 이후로 도전한 수많은 '신컨'들이 모두 죽을 쑤고 있다는 것이었다.

    혈마는 커녕 간부조차 못 잡는 사람이 대다수였고 그나마 혈마 앞에 설 수 있었던 소수도 끔살 엔딩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는데, 고이는 걸 넘어 썩고 또 썩어 퇴적되어 석유가 되는 수준이 되어서야 그나마 도전할 수 있었던 게 도전 과제 '프롤로그에서 엔딩까지'였으니 말이다.

    눈 감고도 오의를 구사할 수준이 되어 조작 난이도를 높이는 걸 반복하여 절대고수 난이도에서 능숙하게 플레이할 수준이 된다.

    거기서부터 시작하여 혈교 간부와 혈교주인 혈마가 구사하는 무공을 오히려 그들보다 더 잘 꿰게 된 수준의 플레이어들만이 프롤로그에서 엔딩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출시 후 채 2주도 되지 않은 지금 그런 경지에 도달한 플레이어가 나오는 건 힘든 일이었다.

    허나 도진이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해 버린 탓에 우리는 왜 안 되냐는 아우성으로 인터넷이 시끄러웠고 그에 관한 특집 방송을 어로스와 유애라가 마련, 특별 게스트로 도진이 나오기로 이야기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폭발적인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도진이 참석한 유애라의 방송이 진행되었다.

    -아, 그러니까 사주를 튜토리얼에서 조작하는 것부터가 복선이었던 거네요?

    시청자의 채팅에 유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단순히 강력한 캐릭터로 시스템을 맛보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걸 의도한 거였죠."

    숨겨진 도전 과제 '프롤로그에서 엔딩까지'에 관한 이야기로 튜토리얼에서 굳이 플레이어가 사주를 플레이했던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왜 굳이 튜토리얼을 위해 준비된 캐릭터가 천검문 최고의 고수였던 것인가.

    요즘 흔히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아주 강력한 캐릭터를 초기에 조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스템의 설명과 동시에 흥미를 유발하는 등의 이유만이 아니라 숨겨진 도전 과제의 복선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제가 게임 시작하면 이것저것 다 둘러보는 성격이거든요. 근데 캐릭터창을 보니까 단순히 튜토리얼용이라기엔 육성이 완벽하게 끝난 상태의 스테이터스창이더라구요."

    -아, 그래서 튜토리얼에서 그런 스킬들을 쓸 수 있으셨던 거구나.

    도진이 확인한 캐릭터의 상태창에도 힌트가 있었으니 단순히 튜토리얼용이라기엔 각성 등의 모든 성장을 완료한 캐릭터라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진님, 혈마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야기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혈마가 쓰러지지 않아요, 도진 선생님..

    포기하면…… 편해…….

    …라고 대답하면 농담으로 여겨지는 게 아니라 분위기가 싸해질 수 있었기에 도진은 드립을 포기하고 말했다.

    "어…… 일단은 조작 난이도가 최대를 기준으로 설명드려야 할 거 같아요. 조작 난이도 최대가 아니면 스펙상으로 답이 안 나올 거 같아서요."

    -아.

    -벌써 입구컷 다량 발생ㅋㅋㅋ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김도진'이 조작 난이도 최대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

    혈마나 간부는 커녕 조작 난이도 100%에도 이르지 못한 사람들이 절망했다.

    사실 무림인이 일부러 일반인 난이도를 선택하고 일반인 조작 난이도를 절대고수로 하는 꼼수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걸 인정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

    "그리고 혈교 간부들이랑 혈마의 무공을 파악해야 돼요."

    -그게 돼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인데, 그게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무공을 혈교 간부와 혈마는 구사했다.

    정형화된, 틀에 박힌 형태로 무공을 구사하지 않으니 소위 말하는 '패턴 암기'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데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리 그래도 실제로 고위 무공을 게임에 적용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혈교 간부나 혈마의 무공은 기존에 공개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을 조금 더 비틀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강기공 같은 형태를 더해서 랜덤 패턴을 도출해서 공격을 한단 말이죠."

    혈마가 굳이 박투전을 벌이지 않고 강기공으로 몰아붙인 것도 그런 배경이다.

    만약 박투전으로 갔다면 도진은 절대고수로 난이도를 올릴 필요도 없이 혈마의 뼈와 살을 분리해 버렸을 것이다.

    "보다 보면 결국 랜덤이지만 일정한 줄기가 있는데 그 줄기를 파악해서 대응하시면 쉬울 거예요."

    -쉬...워?

    -네? 뭐라고요?

    -김도진 망언록. '쉽다' 추가.. 메모..

    "아하하……."

    -그래서 그 대응에 관한 팁은 없나요?

    "어, 그 부분은 허섬과 일소라는 좋은 기술이 있으니 활용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일단 성공만 하면 최소한의 체력이랑 내공으로 강기공을 다 쳐내거나 없앨 수 있으니까요."

    -아니, 선생님. 그 허섬이랑 일소를 혈마 상대로 성공시키기가 너무 힘듭니다..

    "음……. 그 부분은 어떻게 노력으로 커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더러운 세상 같으니!

    -그놈의 노력! 노오오오오오오력!

    * * * *

    도진이 게스트로 출연한 유애라의 무림열전3 방송은 당연하게도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영어 댓글이 절반이 넘음으로써 외국에서도 무림열전3가 크게 유행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했다.

    만약 무림열전3가 그저 그런 게임이었다면 단순한 한순간의 유행으로 그쳤겠지만 무림열전3는 진득히, 오히려 오래 할수록 더욱 재밌는 게임이었기에 이 열풍 또한 조금 더 오래갈 것이었다.

    그리고 덩달아 떡상한 게 하나 더 있었으니 다름 아닌 유애라였다.

    이번 무림열전3와 깊게 연관되어 있는 그녀는 당연하게도 인지도가 떡상할 수밖에 없었고 그 떡상한 인지도가 물거품이 되지 않을 정도의 끼가 있었으니까.

    전생과 마찬가지로 유애라는 이때를 기점으로 대기업 스트리머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유애라와 비슷한 이 시기에 '떡상의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이 바로 그녀의 단짝이 되는 이은지였다.

    전 레드슈 멤버로 숭무고 입학에 실패하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던 이은지.

    그녀가 작곡가 권이솔과 처음 만났던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의 예선이 여름 방학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이은지는 전 레드슈 멤버이자 숭무고 입학 시험에서 떨어졌다는 이슈 때문에 어느 정도 조명을 받게 되었다.

    그 덕분에 본선에 진출, 대형 기획사의 곡 하나를 받을 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권이솔의 곡이었던 것이다.

    다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는데 DS에서 혹사당하며 극한까지 몰려 있던 권이솔이 내놓은 그리 좋지 못한 작업물을 감빵 간 놈, 호원식이 제멋대로 주무르기까지 했던 곡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렇게 결과는 좋지 못해 이은지는 본선에서 떨어지고 몇 년을 또 고생해야 했지만 단 하나, 그때의 일을 계기로 권이솔과 인연을 맺었던 덕분에 단물이 다 빠진 시기의 또 다른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른 권이솔과 함께 작업하여 포텐을 터뜨릴 수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알바 다 그만두고 연습에 올인하려구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는 이은지의 이야기에 전생에서 본 꺼라위키의 정보를 떠올리며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됐으면 좋겠네요."

    "헤헤. 감사합니다."

    '음…….'

    전생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이은지는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으며 권이솔은 DS에서 혹사당하지 않고 오대용의 바른 엔터에서 재능을 개화해 나가고 있었다.

    여기서 더더욱 크게 달라진 부분이 하나 있었으니.

    "야, 도진아."

    "응?"

    바로 도진의 친구이자 바른 엔터의 대표인 오대용이.

    "나, 이번 코리아 아이돌에서 심사위원으로 나와 달라는데?"

    "……엥?"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코리아 아이돌의 심사위원 중 하나로 나와달라는 제의를 받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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