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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341화 (341/741)
  • 340화

    "방금 김도진 님이 보여 주신 초식은 천룡강림(天龍降臨)이라는 오의인데,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이벤트를 통해서 각성을 하면 쓸 수 있는 필살기 개념의 스킬이에요."

    -ㅁㅊ 개쩌네.

    -와 ㅋㅋ 저런 거까지 쓸 수 있구나 ㅋㅋㅋ

    기(氣)가 거대한 용의 형상이 되어 대지에 내리 꽂히며 대폭발하는 광경을 평면 모니터가 아니라 실제에 가까운 VR로 보는 건 그야말로 상상도 못한 장관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감탄하는 가운데 유애라가 말했다.

    "근데…… 이거 쓰는 건 안 가르쳐 드렸는데."

    -엌ㅋㅋㅋ

    -아니 안 가르쳐줬는데 어케 했냐 김도진은ㅋㅋㅋㅋ

    유애라의 중얼거림에 튜토리얼 전투가 끝나고 천검문을 향해 달리며 도진이 말했다.

    "스킬창 열어 보니까 있더라구요. 그래서 사용법 확인하고 써 봤죠."

    "그거 그렇게 쉽게 쓸 수 있는 게 아닌데……."

    무림열전3는 극악의 난이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조작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 도입된 풀다이브 시스템은 가상현실에 가까운 체험을 하게 만들었지만 그 체험을 위해 조작 난이도를 어느 정도는 외면해 버렸기 때문이다.

    당장 게임에서 '내공'을 사용하는 것부터가 그랬다.

    패치를 통하여 만들어지는 몸속을 움직이는 내공의 흐름을 '느낌적인 느낌'으로 조작해야 했고 그 조작을 정해진 순서와 타이밍에 맞춰 해야만 내공이 깃든 초식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려 각성을 해야 쓸 수 있는 초식 정도 되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난이도가 되는 것이다.

    방금 도진이 쓴 천룡강림은 사람이 점으로 보이는 거리에서 0.3초 단위로 정밀하게 타이밍을 맞춰 방아쇠를 당겨 움직이는 표적을 7연속으로 맞추는 정도의 난이도가 설정되어 있었다.

    무림인에 맞춘 조작 난이도라는 걸 감안해도 극악한 수준이다.

    도진은 그것을 스스로 찾아서, 심지어 완벽하게 구사했으니 지켜보던 이들 이상으로 유애라와 어로스의 관계자들은 넋이 나간 것이었다.

    "어, 어쨌든 사용하신 건 사용하신 거고 진행하죠!"

    유애라는 이미 벌어진 일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스무스하게 진행을 해 나갔다.

    도진 파티는 곧 천검문 내부에 들어섰고 다시 컷신이 진행되었다.

    챙! 채챙!

    "크아악!"

    "물러서지 마라!"

    "아이들을 지켜라!"

    아비규환의 수라장이 된 천검문의 내부가 펼쳐진다.

    갑작스런 습격에 비명과 피, 그리고 불똥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천검문의 네 기둥이 도착했다.

    "사주(四柱)님들이다!"

    "사주께서 도착하셨다!!"

    사주는 밀려들던 검붉은색 무복의 적들을 밀어내기 시작했고 중과부적으로 밀리고 있던 천검문도들이 환호했다.

    파죽지세로 밀고 나가는 사주.

    그러나 그들은 곧 강렬한 반격에 멈춰야 했으니 비슷비슷한 모습의 적들과는 확연히 다른, 간부의 등장이었다.

    "…웬놈들이냐!"

    채챙!

    사주를 막아선 자들은 음산하게 웃을 뿐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 뒤에 있던, 화려한 가마에 앉은 붉은 곤룡포를 입은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천검문. 과거 두 번의 혈겁을 막아낸 하늘이 내린 문파라 하였지. 그 하늘이 내린 문파를 지우기 위해 온 우리는 혈교(血敎)이니라."

    "……혈교!"

    "멸문한 게 아니었던가!"

    경악하여 외치는 사주.

    스토리상 무림열전1에서 주인공이 교주를 처단하며 멸문한 것으로 알려졌던 혈교가 부활하여 복수하러 온 것이었다.

    "너희를 지우고 이번에야말로 세상을 피로써 교화할 것이다!"

    으오오오오오오오-!!

    혈교주 혈마(血魔)의 선언과 함께 검붉은 무복을 입은 적들, 혈교도들이 몰아쳤다.

    사주를 중심으로 하여 천검문도들이 분전하지만 간부가 합세하자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사주는 과연 절대고수였으나 간부들 또한 보통 실력이 아니었던 것이다.

    간부를 중심으로 하여 수로 밀어붙이니 사주 또한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사주 중 한 명이 전음으로 말했다.

    [아이들을 탈출시켜야 한다.]

    […사주!]

    [건물은 다시 지으면 되지만 생명은 다시 지을 수 없다. 망설이지 마라!]

    [크흑!]

    사주의 명령에 몇 명의 무인이 네 명의 아기를 품에 안고 비밀통로를 이용해 빠져 나갔다.

    이들이 바로 플레이어가 본편에서 플레이하게 될 주인공들이었다.

    띠링-!

    [천검문의 미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세요!]

    그리고 컷신이 끝나며 튜토리얼의 마지막 미션이 시작되었다.

    채챙!

    "크억!"

    끝없이 밀려드는, 마치 몰아치는 파도를 상대하는 듯한 상황에서 도진 파티가 연신 무기를 휘둘렀다.

    "컥!"

    천재 중의 천재, 숭무고에서도 손꼽히는 후기지수들답게 도진 파티는 이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조작하고 있었다.

    포위되어 숨쉴 틈 없이 몰아치는 공격에도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움직여 허섬과 분광을 초식 사이에 섞을 정도였다.

    "와.. 진짜 볼수록 대단하다."

    "그러게. 이렇게 보니까 피지컬 체감 빡 오네."

    앞서 플레이했던 이들이 그런 도진 파티를 지켜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시청자들도 감탄하고 있었지만 플레이를 해 봤던 그들은 실제로 겪어 본 게 있었기에 더욱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대단한 게 아니라, 저게 정말로 가능하다는 게 어이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장면이었다.

    "음, 저 정도면 간부 둘 정돈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찬가지로 감탄하던 구재성은 시청자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간부.

    능력치로 따지면 튜토리얼에서 플레이하고 있는 사주보다 한 수 정도 모자란 실력이다.

    절대고수들 사이에서 한 수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간격이지만 간부들은 그것을 쪽수로 커버하고 있었다.

    여기에 플레이어는 아직 조작이 완벽하지 않아 캐릭터의 포텐셜을 최대한 끌어내지 못하고 있었으니 앞서 체험한 사람들은 간부 하나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만큼 무림열전3는 어려운 게임이었으나 과연 후기지수는 달랐던지, 도진 파티는 간부를 잡는 데 성공했다.

    "커흑!"

    "워, 원통하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무려 셋이나.

    간부가 다섯이었으니 과반수를 잡아낸 것이었고 이는 실제로 업적이었다.

    띠링-!

    [혈교의 간부를 반 이상 척살했습니다!]

    [업적으로 등록됩니다!]

    [메인 스토리가 일부 변경됩니다!]

    -오 ㅁㅊ

    -뭐야. 단순 튜토리얼이 아니었자나

    그냥 도전 과제도 아니고 스토리까지 변경된다는 알림에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흥분했다.

    그러나 그 사이, 결국 힘이 다한 도진 파티도 쓰러지기 시작했다.

    "윽!"

    우서진이 근육질 거한 간부의 정권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아으응!"

    소담 또한 다른 간부의 날카로운 손톱에 심장이 뚫리고 말았다.

    -아! 귀엽다..

    -고어한 장면에 그렇지 못한 귀여움..

    시청자들은 억울하다는 듯 아으응, 하고 얼굴을 찌푸리는 소담의 모습에 귀엽다는 단어를 연발했지만 상황은 좋지 못했다.

    캐릭터의 체력과 내공에도 한계가 있으며 상처를 입으면 그 소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다.

    제아무리 신컨이라도 불가능을 가능으로는 만들 수 없는 법.

    앞서 체험한 이들과 시청자들은 이 튜토리얼에서 사주가 죽고 패배하여 천검문이 불타는 걸 보았고 그 뒤 사주의 희생으로 탈출에 성공한 주인공이 성장하는 것으로 초장(初章), 프롤로그가 끝나고 본편이 시작되는 컷신을 보았다.

    그러니까 이 프롤로그에서 패배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허나 이 자리에서 단 한 명, 그리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컥!"

    도진이었다.

    우서진과 소담에 이어 결국 상미까지 게임 오버 당한 가운데 도진만은 여전히 적들을 베고 있었다.

    "컥."

    단 한 번의 상처도 입지 않고.

    "컥."

    한 번의 검격에 반드시 한 명의 적을 지우면서.

    그것은 마치 사람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몰아치는 파도를 검 한 자루로 영원히 깎아내는 것만 같은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어... 어어?

    -뭐냐 이건;;

    "……."

    시청자들이 숨을 죽였고 유애라 또한 설명조차 잊고 몰두했다.

    챙-!

    허섬.

    당연하다는 듯 대성공으로 적을 경직시킨다.

    스각-!

    이어지는 분광.

    그러나 그 검격은 경직시킨 적 대신 가장 가까웠던 다른 적을 베었으니 시스템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빈틈을 찾아내 찔러 넣은 검격이었다.

    허섬은 적의 경직을 통하여 운신의 틈을, 포위 속에서 활로를 만드는 데 쓰고 공격을 위한 틈은 스스로 찾아내 검을 쏘아낸다.

    그것은 차라리 게임이 아니라 실제 무림의 절대고수가 존재하지 않는 길을 직접 열고 나아가며 적들을 추풍낙엽처럼 베어 넘기는 듯 했으니 그저 숨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도진은, 이윽고 간부들마저 베고 혈마의 앞에 서고 만 것이었다.

    "…과연. 이것이 천검문의 저력이란 말인가."

    데려온 모든 이들이 죽을 때까지도 가마 위에 앉아 있던 혈마가 기어코 일어서고 말았다.

    앞서 튜토리얼에선 볼 수 없던 장면이었다.

    "그래, 내 직접 너를 쳐죽여 천검문의 맥을 끊겠다."

    쿠웅-!

    그리고 처음으로 일어선 혈마가 발산하는 줄기줄기 치솟는 핏빛 기세는, 명백하게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앞서고 있었다.

    -아;;

    -독하네..;; 이 정도면 감동해서라도 깰 수 있게 해 주겠다;;

    게임이기에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혈마'는 천검문의 '사주'보다 고수다.

    숨마저 죽인 채 설마했던 이들이 모두 결과를 짐작하게 할 정도로.

    이미 결정되어 있는 스토리를 결코 뒤집을 수 없게 만들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강함이다.

    허나 도진은 포기하는 대신 검을 휘둘렀다.

    꽝-!

    혈마에게서 뻗어 나온 시뻘건 강기, 혈마기(血魔氣)를 허섬으로 쳐냈다.

    바늘 같은 빈틈이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위치를 바꿔댔지만 그걸 정확하게 쳐낸 것이다.

    허나 그것은 단 한 번의 공격이 아닌, 시야를 완벽히 뒤덮을 정도로 무수한 공격의 연속이었다.

    꽈과과과과과광!!

    도진은 그것들마저 모조리 허섬으로, 분명하게 쳐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마는 경직되지 않았으니 유애라가 이미 설명한 '정교한 시스템'이었다.

    "패링이랑 카운터가 무조건 대성공의 결과를 낼 수 있으면 사기잖아요. 게임의 난이도와 재미도 급락할 거구요. 그러니까 빈틈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수준 차이가 나면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거고 성공한다 해도 경직이 생기지 않는 공격법을 가진 보스 캐릭터도 있는 거예요."

    -아;;

    -에반데;;

    유애라의 설명에 시청자들이 안타까워 했다.

    마치 천재지변처럼 줄기줄기 치솟아 폭풍처럼 몰아치는 혈마의 혈마기를, 도진은 초월적인 실력으로 맞받아치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저것은 결코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어떤 영역을 완전히 넘어선 신의 영역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결과는 바꿀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이미 수많은 적과 간부들마저 베어낸 도진의 체력과 내공은 고갈을 향해 가고 있었고 단 한 번의 실수조차 없이 대성공을 이어가는 허섬은 몸을 겨우 지킬 뿐 혈마로 향하는 길조차 열지 못하고 있었다.

    부족하다.

    '불가능'을 성립시키고 마는 혈마와 사주 사이의 '스펙'이 거기에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만약 그것이 사람 대 사람의 대결이라면.

    변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혈마는 프로그래밍 된 적이었고 또한 정해진 스토리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여기까지 한 것만 해도 김도진 클라스 입증하는 데엔 넘치지 ㅋㅋ

    -솔직히 신컨 누굴 데려와도 저렇게는 못할 거임ㅋㅋ

    "개인적으론 이런 걸 직접 본 것만으로도 티겟값이 안 아깝네요."

    -ㄹㅇㅋㅋ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며 시연이 끝나고 박수를 칠 준비를 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혈마기에 갇혀 있던 도진이 말했다.

    "흠, 될 거 같네요."

    -??

    -...??

    무슨 소리인가.

    시청자들이 의아해 하는 순간, 도진이 입꼬리를 날카롭게 올리며 설정창의 막대 하나를 최대로 움직였다.

    [조작 난이도 : 절대고수(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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