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지존까지-339화 (339/741)

338화

-와, 어로스 잘 나가네. 모델로 잠룡을 다 쓰네;;

-ㄹㅇㅋㅋ

화려하게 공개되는 풀다이브 시스템에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러나 우선 잠룡과 비봉, 그리고 빙봉과 미룡이 함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젊은 세대에 있어 잠룡의 명성은 그만큼이나 영향력이 있었던 것이다.

-근데 저게 뭐냐?

-저거 무슨 우주인들이 무중력 훈련하는 그런 거 아님?

그리고 그들은 곧 무대의 주인공인 풀다이브 시스템에 관심을 보였는데, 그만큼 풀다이브 시스템이라며 공개된 장치 또한 시선을 끌 만큼 특별한 형태였기 때문이다.

헬스장 등에 가면 볼 수 있는, 흔히 '거꾸리'라 부르는 기구에 최첨단의 장비를 곁들이면 그럴까 싶은 생김새다.

생중계를 지켜보던 이들 중 한 명이 말한 무중력 훈련을 위한 장치를 연상케 한다.

"기존의 VR 게임은 장비를 장착하여 현실에 가까운 것을 눈으로 볼 수 있게는 해 주었으나 조작의 문제로 인해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 말대로였다.

VR 업계는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발전이 있었으나 그 비주얼을 무대로 하는 조작의 문제로 인해 '가상현실'의 영역에 전혀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저희는 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고 그리하여 나온 것이 바로 이것, 풀다이브 시스템입니다!"

'혁신 그 자체였지.'

도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풀다이브 시스템은 가상현실 게임에서 흔히 등장하던 '캡슐'을 연상케하는 장비였다.

시트에 몸을 결착하고 움직임을 신호로 전달하는 여러 패치를 부착한다.

그러니까 '몸'이 컨트롤러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진행자의 설명에 참석한 사람들은 아리송한 얼굴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진행자가 기대를 가득 담은 얼굴로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말로는 체감이 어려우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모두 즐기실 수 있도록 체험을 위한 기기들을 준비했습니다!"

파앗-!

무대 뒤의 스크린이 밝혀지며 풀다이브 시스템이 무려 백여 개나 준비되어 있는 아랫층의 모습이 비춰졌다.

오오오-!

장관이라 할 만한 모습에 참가자들이 감탄했다.

"그럼, 지금 바로 체험의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 * * *

참가자들은 바로 아랫층으로 이동하여 풀다이브 시스템을 무림열전3로 체험하게 되었다.

'김도진이 하는 걸 먼저 볼 줄 알았는데.'

풀다이브 시스템을 직원의 도움으로 세팅하며 이번 행사에 참석한 사람 중 한 명인 구재성은 생각했다.

그는 20대 중반의 너튜버로 생활비를 벌 정도의 수입은 얻고 있으나 아는 사람만 아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너튜버였다.

조금만 더 구독자를 모으고 수입이 증가하면 전업으로 전향할 생각이 있는 그는 '종겜비', 그러니까 여러 게임을 콘텐츠로 삼는 너튜버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무림열전3의 행사에 참석한 것이었다.

미리 너튜버로서 촬영에 관한 협의는 마쳤는데 잠룡 패밀리가 참석한다는 소식에 내심 쾌재를 불렀다.

일단 잠룡이란 단어를 넣기만 하면 조회수 버프를 받을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와 잠룡!

-잠룡 컨트롤 보나요!

얼마 안 되는 채팅에서도 연신 잠룡을 찾아댔다.

한데 그런 잠룡의 플레이에 앞서 자신의 플레이를 먼저 보여주게 되었다.

'나쁘지 않지!'

구재성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잠룡의 플레이를 함께 보며 리액션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 경우 뒤에 있을 자신의 플레이를 아무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었으니까.

그 역시 일반인의 기준에선 조금 과장을 더해 신컨이라 불릴 만큼 컨트롤 면에서는 인정을 받는 너튜버였다.

이렇게 된 거 우선 자신의 멋진 플레이를 먼저 보여주고 뒤의 김도진의 플레이와 비교해서 썰을 푸는 게 더 좋은 그림이 나올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오케이! 보여준다!'

잘만 하면 구독자 떡상을 노려볼 수도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이 영상은 단순히 그의 방송만이 아니라 무림열전3의 언팩 행사를 지켜 보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었으니까.

송출 동의를 한 사람에 한해 언팩 행사를 지켜 보는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그는 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오.

-와, 개쩐다.

무림열전이란 이름에 어울리는 배경과 함께 까마득하게 솟은 산, 그리고 산 아래 깔린 구름을 배경으로 하는 웅장한 규모의 구조물들이 자리잡은 풍경이 펼쳐졌다.

다름 아닌 무림열전3의 시작 무대가 되는 '천검문(天劍門)'의 전경을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본 것이었다.

"와……. 대단하네요. 이거 심지어 촉감까지 사실 같은데요."

-촉감도 있음?

"네. 그 신호를 전달하는 패치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었네요. 이 정도면 진짜 풀다이브라 할 만한데요?"

-와씨 궁금해지네.

감탄하는 구재성.

그 구재성의 곁으로 '뾰롱'하는 소리와 함께 선녀옷을 입은 유애라의 SD 캐릭터가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협객님! 협객님의 튜토리얼 안내를 맡은 설명 선녀 유애라라고 해요!"

-와! 마스코트 떴다!

"아, 유애라님이네요. 무림열전 1부터 플레이어의 안내를 해 오신 분이죠."

구재성은 미리 조사해 알고 있던 내용을 읊으며 안내에 따라 게임을 시작했다.

화아아악-!

"오오오!"

천검문을 내려다 보던 시야가 수직낙하하며 자이로드롭을 탄 듯한 느낌을 준다.

-와우. 내 오금이 다 저리네.

지켜보던 이들 또한 간접적으로 그것을 체감했고 다음 순간 구재성은 낯선 천장을 보게 되었다.

"튜토리얼 그 첫 번째!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세요!"

-?

-이게.. 튜토리얼?

구재성 또한 약간 당황했다.

아니, 뭐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다 튜토리얼이야?

그러나 곧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으니 이것은 컨트롤러로 조작하는 게임이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직접 캐릭터를 움직이는 게임이었다.

그 차이를 알게 해 주려는 것이라고, 구재성은 제법 돌아가는 머리로 이해할 수 있었다.

'오케이.'

잘은 모르겠지만 손을 쓰지 않고 멋있게 몸을 일으켜 보기로 했다.

그리고.

쾅-!

그는 머리로 지붕을 뚫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

-뭐지? 스페이스x인가?

-화성 갈끄니까아아?

-아니 왜 일어나라니까 하늘로 날아가냐 ㅋㅋㅋㅋㅋ

쐐애애애애액!!

구재성은 물로켓이 되어 버린 듯한 느낌으로 바람을 맞으며 도대체 이게 뭔 일인가 싶었고.

[개꿈을 꾸었습니다]

…라는 멘트와 함께 다시 침대 위에서 눈을 뜨게 되었다.

-갴ㅋㅋ꿈ㅋㅋㅋㅋㅋㅋ을 꾸었습니닼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

"어……."

그는 상황 파악이 안 돼 잠시 멍하니 있었고, 그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검을 휘둘러 보세요!"

패애애애애앵-!!

"으아아악!"

-뭐지? 탑블레이드신공인가?

-탑블레이드 도랏낰ㅋㅋㅋㅋㅋ

검을 휘두르란 말에 검을 휘둘렀다가 검은 어디론가 날아가고 몸은 땅이 패일 정도로 고속 회전하는 사람도 있었고.

"경공을 사용해 보세요!"

꽝!

"으아아아악!!"

-스페이스x 2호 발싸!!

-화성 가즈아!!!

경공을 사용하겠다고 땅을 박찼다가 대낮의 별이 되는 사람도 속출했다.

"아니, 이게 왜 내 몸인데 내 몸 같지가 않죠?"

팔다리가 삐걱거려 아예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마저 적지 않았다.

-몸을 가동합니다. 어? 가동이 안 되잖아?

-ㅁㅊㅋㅋㅋㅋ

-아닠ㅋㅋㅋ 이게 머선 일이곸ㅋㅋㅋ

의도치 않은 개그에 지켜보던 이들이 자지러지고 파트너 너튜버로서 온라인 생중계의 진행을 맡은, 설명 선녀가 아닌 진짜 유애라가 말했다.

"무림열전3는 일반인만이 아니라 무림인 여러분들도 즐기실 수 있도록 어로스 여러분들이 정말로 열심히, 신경써서 만든 난이도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어요."

-난이도 시스템?

"네. 일단 풀다이브 시스템이란 간단히 말해서 몸의 움직임을 '컨트롤'로 전환하여 VR 게임 내에 작용하도록 하는 거예요."

-잘 모르겠지만 알겠음. 그러니까 몸의 움직임=캐릭터 움직임이란 거죠?

"네! 맞아요! 똑똑하시네요! 그런데 무림열전은 막막 날아다니고 절벽도 뛰어다니고 그러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걸 실제로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 움직임을 의도하고 쬐금만 몸을 움직이면 그걸 더 큰 스케일로 캐릭터가 움직이도록 했어요."

-아, 그렇구나.

이쯤 되니 감이 오는 사람들이 많은지 채팅창이 바빠진다.

"여기서! 이 움직임의 반영 정도를 민감도로 설정하고 시스템의 보조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를 세세하게 나눠 놓은 게 난이도 시스템이에요."

"튜토리얼에서 사용하게 되는 캐릭터는 무림열전3 세계관에서 천하제일을 다투는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어요. 말 그대로 초인이죠. 그런데 그 초인을 엄~~~청 민감하게 세팅한 상태로 평소 감각으로 움직이면 여러분들의 말씀대로 스페이스x가 되거나 탑블레이드가 되어 버리는 거예요."

-ㅁㅊㅋㅋㅋㅋㅋㅋ

유애라의 설명으로 제대로 걷는 것조차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답답해 가슴을 치던 사람들이 이내 이해하고 웃기 시작했다.

컨트롤이 불친절한 게임을 이번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이들은 생각 이상으로 잘 알고 있었기에 답답한 모습들 또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튜토리얼을 진행하던 이들 중 대부분은 난이도를 최하로 맞추고서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었고, 그들 중 극소수만이 어느 정도 난이도를 높이고 볼 만한 장면을 연출하며 초장(初章), 프롤로그를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

박수와 함께 그들의 체험이 끝났다.

"자, 그럼 여러분! 이제 여러분들이 기대하시던 잠룡 김도진님의 플레이를 보도록 할까요?"

-오오!

-마참내!

-토크도 괜찮긴 했는데 역시 게임하는 것도 봐야지 ㅋㅋ

참가자들이 플레이를 진행하는 동안 도진 일행은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었다.

어로스 측에서는 도진의 플레이를 먼저 보여주는 것보다 참가자들의 플레이를 먼저 보여 주고 그들의 플레이와 도진의 플레이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이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하여 참가자들이 플레이하는 사이 도진 일행이 붕뜨지 않도록 급히 넣은 게 보이는 라디오 콘텐츠였던 것이다.

"참가 계기요? 서진이가 좋아하는 게임이거든요. 그리고 저도 관심이 있었구요."

"오, 김도진 님도 게임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네요."

"네, 좀 있어요."

-와, 김도진도 게임 좋아하는구나.

-근데 김도진이 게임 할 시간이 있나?

급조한 콘텐츠긴 했으나 제법 반응이 괜찮았고 덕분에 좋은 분위기에서 참가자들의 뒤를 이어 시연을 시작할 수 있었다.

"튜토리얼 그 첫 번째!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세요!"

예의 인트로가 끝나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ㅋㅋㅋㅋ ㄱㄴㅇ?

-두구두구두구!

-발사 준비!

참가자들을 포함해 지켜보는 이들 모두가 어떤 장면을 기대했다.

그 장면을.

쾅!

"꺄아아아아아악!"

소담이 연출해 주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스페이스 소담 대기권에 진입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억!"

"꺅!"

쿠쾅!!

스쿼드였기에 같은 게임 내에 있던 우서진과 상미가 소란에 놀라 급히 일어나다 2호기, 3호기가 되었다.

-장관이넼ㅋㅋㅋㅋㅋㅋ

기대하던 장면을 연이어, 그것도 소담과 상미, 우서진을 통해 보게 되자 사람들은 박수치며 즐거워 했다.

-잠룡호는 어케 됐냐!

-잠룡호 발사하나요!

그리고 메인 메뉴(?)인 김도진이 어떻게 될 것이냐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그 기대를 한몸에 받게 된 도진은.

"오. 이거 재밌네요."

아무렇지 않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구재성이 의도했던, 팔을 쓰지 않고 멋있게 허공에서 한 바퀴 돌며 일어났다.

-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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