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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338화 (338/741)

337화

"발표회에서 공개할 예정으로 아직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부분인데, 이번 무림열전3에는 혁신적인 시스템이 채용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걸 티내지 않으며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풀다이브 시스템.'

무림열전3는 평범하게 잘 만든 VR 게임이라 평가받던 1과 2의 제작 경험을 토대로 하여 어로스의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 만들어낸 '역사에 남을 명작'이었다.

그 평가의 핵심은 비록 완벽한 가상현실은 아니었으나 최소한 그 느낌만큼은 플레이하며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낸 '풀다이브 시스템'이다.

"아무래도 최초로 도입되는 것인 데다 적응이 필요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저희는 이것보다 큰 장점이 있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도입했습니다."

명도환 팀장의 말에는 강한 확신이 깃들어 있었는데, 그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역시 전생을 통하여 알고 있는 도진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발표회에 참가하신 분들에게는 풀다이브 시스템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했고 그것을 메인으로 두었습니다만……."

여기서 명도환 홍보팀 팀장이 도진과 상미, 우서진에게로 시선을 두었다.

"일정을 조금 변경하여 저희 게임의 주 수요층으로 보고 있는 젊은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여러분들의 플레이를 송출하는 이벤트를 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랬군요."

아이디어 자체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공개 행사에서 유명 너튜버 등을 섭외하여 플레이하는 것을 보여주는 건 흔하지만 효과적인 마케팅이었으니까.

다만 그 제의가 자신에게 왔다는 것이 도진과 우서진에겐 특별한 부분이었다.

"기존의 일정은 그대로 유지하되 여러분들의 시연이 추가되는 형태입니다. 물론 이것은 가벼운 부탁이 아니라 정식으로 여러분들에게, 그리고 잠룡문에 의뢰를 드리는 형태로 저희는 진지하게 제안드리는 바입니다."

'오.'

정식으로 잠룡문에 의뢰를 하는 것이란 명도환 팀장의 말은 도진은 물론이요 우서진과 상미에게도 꽤 깊숙이 파고드는 말이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도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으론 매력적인 제안이라 생각합니다. 서진이랑 상미도…… 같은 의견인 거 같네요."

전생에서, 이 시기의 도진은 사고로 인해 정신적으로도 무너져 있었으며 외부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추후 랜선 친구로서 우서진을 만나고 함께 무림열전을 즐겼던 시기가 있었기에 꺼라 위키를 통하여 많은 걸 알고 있었다.

-어로스는 꽤나 즉흥적이고 아마추어적인 모습이 많았지만 그것들이 신의 한 수로 작용한다는 평이다.

위키에서 읽었던 그 평을 도진은 떠올렸다.

도진과 상미, 우서진의 신청에 일정을 즉흥적으로 바꾸고 심지어 그것을 추진하기까지 했다.

언뜻 즉흥적이고 아마추어적이긴 한데 그것이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뭐, 이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도진은 이 제안의 결과를 쪽박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명도환 팀장이 호의적인 반응에 기대의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시면……."

"저희는 괜찮은데, 계약서를 쓰려면 '안주인'과 말씀을 나누셔야 할 것 같아요."

"예? 안주인이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단어의 등장에 명도환 팀장이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다.

도진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잠룡문에는 실세가 따로 있거든요."

* * * *

"…그래서, 계약에 관해서는 나랑 협의를 하라고 했다고?"

"네, 눈나."

도진은 오늘 미팅에서 있었던 일을 안주인, 오성아에게 보고했다.

오성아는 도진의 말에 흐응, 하고선 고개를 끄덕였는데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우리 문주님이 나한테 계약을 맡기셨는데 대충 할 수는 없지. 알겠어. 준비할게."

씨익 웃으며 기다란 머리를 정리해 다시 묶는 모습이 멋있다.

머리를 묶고 우선 구두로 협의된 사항을 살핀 오성아가 물었다.

"그런데 이거 네 명이서 플레이한다고 되어 있는데 서진이랑 상미, 너까지 해도 세 명이잖아. 한 명은 저쪽에서 나오는 거야?"

"아뇨. 그렇게 해도 되긴 하는데 이쪽에서 네 명이 다 나오는 게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생각해 둔 사람 있어?"

"네."

도진의 고개가 돌아갔고.

'데려가 줘. 데려가 줘. 데려가 줘. 데려가 줘. 데려가 줘. 데려가 줘. 데려가 줘.'

눈으로 주술이라도 외듯 강렬하게 도진을 응시하던 소담에게 멈췄다.

"…소담이요."

오성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곳은 잠룡문의 꼬마 빌딩 사무실이었고 당연히 소담이 함께 있었다.

소담은 자초지종을 듣고 난 그 순간부터 사슴 같은 눈망울로 끊임없이 도진을 쿡쿡 찔렀으니 외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애초에 소담이로 하려고 했지만.'

말이란 무게를 가지고 도진은 그 무게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명도환 팀장은 '잠룡문에 의뢰를 한다'고 했으니 부족한 한 명은 당연히 잠룡문 내에서 고르는 게 맞았다.

언뜻 도진의 제자가 된 클로에가 떠오르긴 했고 나쁘지 않았으나 클로에는 훈련과 치료, 그리고 안토니오와의 일이 다 끝나지 않았으니 자연스레 소담으로 낙점된 것이다.

"알았어. 그럼 준비할게."

"잘 부탁해요, 눈나."

"눈나한테 맡겨!"

오성아는 바로 의뢰의 계약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흐흥."

콧노래를 부를 정도로 오성아는 기분이 좋았는데, 문주인 도진이 그 자리에서 계약을 수락하지 않고 오성아에게 결정권을 넘긴 것이 그만큼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간단히 생각하고 바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도진은 그렇게 하는 대신 '결정권자'라 칭하며 오성아에게 도장을 넘겨준 것이다.

잠룡문의 문주가 도진이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오성아 또한 마음 속 깊이 인정하지만, 동시에 그녀 또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잠룡문에 헌신하고 있는 입장이다.

하물며 '황제'의 명령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고 거기에 맞춰 일을 하던 오성에서의 시스템이 싫어 잠룡문에 왔던 오성아에게 있어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정말로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성아는 평소에도 완벽하지만 이번에는 더 완벽하게 준비하고 대단한 기세로 명도환 팀장과 마주했고.

"사, 사인하겠습니다."

"아뇨. 좀 더 협의해 보죠."

명도환 팀장의 영혼까지 털어 먹으며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마쳤다.

"와, 역시 우리 눈나."

* * * *

계약을 마치고 시간이 지나 어로스의 무림열전3 발표회가 열렸다.

발표회장엔 꽤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했는데, 1과 2를 통하여 생긴 마니아층이 적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잠룡이랑 참석한다면서."

"어. 우린 계 탔지.

그러나 어로스에서 잠룡과 비봉, 거기에 빙봉과 미룡까지 참석한다는 홍보를 한 것을 고려한다면 그리 많지 않은 인원이었는데 이는 어로스가 해당 내용을 발표했을 땐 이미 접수가 마감된 뒤였기 때문이다.

-속보! 김도진이랑 우서진이랑 윤상미랑 무림열전3 발표회에 참석한다고 함;;

-? 그건 또 뭐냐?

-무림열전이면 그 VR 게임인데 뜬금없이 거기에 참석한다고?

-우서진이 그 겜임 팬인데 김도진이랑 윤상미랑 같이 하기로 했다는데?

-다른 건 모르겠고 김도진이 참석하면 뭐가 있어도 있겠지. 나도 가 봐야지.

-이미 접수 마감됐음 ㅅㄱ

-?

-접수 마감됐다고 ㅋㅋ 추가로 열어주지도 않음.

-뭔 개소리야 문열어시발

-쾅쾅쾅쾅쾅!!

-안 돼. 돌아가. 안 열어줘.

…그런 배경으로 화제와 불만으로 인한 화재가 있었는데 어로스는 이것을 온라인 생중계로 진화했다.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무려 VR까지 지원하는 형태로 말이다.

그리하여 현장엔 현장을 단순히 영상으로 송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온 듯 생생한 VR 영상을 송출할 수 있도록 수백 대의 카메라가 세팅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어로스가 의도한 그림이었다.

"이번 무림열전3 풀다이브 언팩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말끔한 인상의 진행자가 무대에 나서며 행사가 시작되었다.

첫 시작은 축하 무대였는데, 초대 가수는 다름 아닌 레드슈였다.

-헐ㅋㅋㅋ 잠룡 왔다고 레드슈도 왔네.

가벼운 농담조의 말이었지만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본래 이 축하 무대는 없던 것이었는데 일정을 조율하며 새로 생겼고, 여기서 오성아가 초대 가수로 레드슈와 안티체리를 추천한 것이었다.

"우리 아빠 매니저님 덕분에 이런 무대에도 서 보네?"

아빠 매니저는 웹 예능에서 도진을 부르는 호칭이다.

"항상 감사하십시오, 주교은."

"야, 너 은근히 반말한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다, 주 리더."

레드슈에 이어 무대에 나가야 하는 풀메이크업 상태의 안티체리는 모두 밝은 얼굴이었다.

속에 구름이 끼어 있었다면, 자격지심이 있었다면 '이런 게 아니면 무대에도 못 오르나'하고 스스로를 괴롭혔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DS의 방해와 부정적인 이슈 때문에 방송 출연 금지 처분을 받지 않았음에도 아직 지상파에 얼굴을 비추지 못하는 그녀들은 그렇게 어두운 부분이 일절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하고 있죠?"

"그러엄. 평생 이렇게 성실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인 걸."

과장되게 말하는 주교은이었으나 그 말은 사실이었다.

지상파에는 얼굴을 비추지 못하지만 케이블은 물론이요 군대의 위문 공연에도 '개근'을 할 만큼 열심히 무대 위에 오르고 있는 안티체리다.

불러주는 곳이 어디든 마다하지 않았고 단 한 번도 허투루 공연하지 않았다.

여기에 웹 예능도 꾸준히 진행하며 안티체리는 숭무고의 엘리트들 못지 않게 열심히 하루하루를 채워 나갔다.

스스로를 믿고 믿을 수 있는 나날들을 보냈으니 어두운 모습이 보일 수가 없다.

도진은 만족스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소한 몇몇 문제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게 있긴 했지만 안티체리라면 괜찮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좋아요. 그럼 오늘 무대도 화이팅이요."

"응, 화이팅!"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해 주고 도진은 그녀들의 무대를 지켜 보았다.

한 번의 진심은 통하지 않을 때가 더 많겠지만 꾸준한 진심은 결국 통하게 된다.

제아무리 부정해도 상대가 먼저 인정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안티체리는 무대의 관객들에게, 그리고 웹 예능의 관객들에게 그런 진심을 꾸준히 전하고 있었으니 머지 않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도진은 생각했다.

만약 당연히 와야 할 결과가 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있다면 나서서 치울 용의 또한 얼마든지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레드슈와 안티체리의 무대까지 끝나고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번 무림열전3의 주제는 '풀다이브'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여러분들에게 기존의 VR 게임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보여드리기 위해 회사의 모든 것을 동원했고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을 만한 결과물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그 결과물을 여러분들에게 공개애애애애애 하겠습니다!!"

퍼퍼퍼퍼펑-!

불꽃, 그리고 화려한 조명과 함께 무대의 커튼이 열리며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풀다이브 시스템'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풀다이브 시스템 옆에.

"김도진이다!"

도진과 소담, 그리고 상미와 우서진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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