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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334화 (334/741)

333화

웅성웅성-

세계 장인 박람회가 열리는 명성 크리에이티브 타운은 토요일인 오늘 유독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단순히 관람객만으로 북적이는 게 아니라 기자들도 진을 치고 있었으니 다름 아닌 오늘이 세계 장인 박람회가 이토록 관심을 끌게 된 이유, 후기지수들의 메인 무대가 진행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세계 장인 박람회와 함께 이름을 날린 명장들은 물론이요 후기지수들 또한 취재할 수 있는 날이었으니 기자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슈를 좇는 개인 방송 진행자들, 너튜버들 또한 상당수 이곳을 찾았는데 그 안에 도진과도 구면인 인물이 있었다.

"유하. 안녕하세요. 유애라입니다."

작은 체구에 동안. 그래서 열아홉임에도 꾸미기에 따라선 중학생으로까지 보이는 그녀는 다름 아닌 유애라였다.

도진이 방학 때 동생들과 함께 하기로 한 게임 '무림열전'을 계기로 소위 말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웬만한 연예인 이상의 영향력과 인기를 얻게 되는 너튜버.

또한 지금 도진의 집 별채에서 머물고 있는 미래의 대스타 이은지와 단짝이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 시기엔 아직 그만큼의 명성을 얻지 못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그녀는 전업 너튜버로서 제법 성과를 거두었으니 당당하게 카메라를 든 채 박람회를 걷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개인의 자유와 의무가 특히나 중요시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 일면으로 과거엔 '방송중입니다'라는 말로 당당히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개인 방송 진행자들은 더 이상 방송을 방패로 삼을 수 없었다.

'네가 뭔데 멋대로 날 찍어?'라는 말이 정말로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문에 세계 장인 박람회에서도 너튜버라는 이유만으로는 방송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방송을 막을 수는 없었으니 운영위원회는 기존에 널리 쓰이는 방법 하나를 채용했다.

'일정 자격'을 갖춘 기자와 너튜버 등에게는 스마트폰과 카메라에 부착할 수 있는 전용 장비와 앱을 지급한다.

이 장비와 앱은 개인적으로 촬영에 동의하여 정보가 등록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특정할 수 없도록 실시간으로 송출 전 블러 처리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방송을 통해 자신을 알리려 하거나 송출되어도 개의치 않는 사람들은 방송에 내보내고 그 외의 사람들은 초상권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기능만큼 나름 고가의 장비인 데다 제작 회사에 로열티를 줘야 하기에 아무나 줄 수는 없어 제법 높은 기준을 두었는데 그 기준을 통과했으니 유애라는 그래도 '중소 기업'이라 할 만큼은 되었다.

그 중소 기업으로 성장할 만큼의 끼와 짬이 있는 유애라였기에 제법 혼란한 야외 방송임에도 능숙한 진행을 보여 주고 있었다.

-와, 박람회 간 거임?

"네. 사람들 엄청 많네요. 이런 곳은 처음이라 신기해요."

-나 표 못 구해서 방에서 보고 있는데 여기저기 많이 찍어 주세요.

"네. 노력할게요!"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데라서 그런가 유명한 사람들 많이 보러 왔다던데 ㄹㅇ이네 ㅋㅋㅋ

-헐ㅋㅋㅋ 저 사람 어디 티비서 봤는데 높은 사람 아님?

-ㅁㅊㅋㅋㅋ 진짜네

이런 쪽의 방송은 처음이었기에 사실 유애라는 밤샘으로 이것저것 준비도 많이 하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까지 돌렸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고위 공무원은 물론이요 무림과 사회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속속 화면에 비치니 거기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도 방송이 꽉꽉 채워지고 시청자들이 들썩였기 때문이다.

웬만큼 유명하고 이름 있는 사람들은 블러 처리가 되지 않으니 오히려 블러 처리된 가운데 더욱 돋보인다.

그중 가장 반응이 컸던 게 무려 장관이 수행원들과 함께 등장한 순간이었다.

고급스런 차 몇 대가 동시에 등장하고 양복 입은 사람들이 무림인 경호원들과 함께 먼저 내려 장관을 수행하는 장면은 과연 실제로 보니 대단했던 것이다.

-장관이 이 정돈데 대통령 등장하면 진짜 난리나겠네 ㅋㅋㅋ

-ㄹㅇㅋㅋㅋ

-근데 아쉽게도 대통령은 일정 안 맞아서 안 온다고 함;; 그래서 장관이 대신 온 듯.

-ㄲㅂ

시청자들은 그런 장면을 더 못 본다는 정보에 아쉬워 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어어? 저거 뭐임?

-리무진? 멍미? 대통령 안 온다고 하지 않았음?

입구에 아까 장관이 등장할 때 이상으로 큰 규모로 차량들이 진입하고 있었다.

이름을 안 대도 아는 개성적이면서도 고급스런 디자인의 외제차들에 심지어 가운데엔 리무진까지 있으니 눈에 안 띌 수가 없었다.

이런 규모에 가운데 호위하듯 리무진까지 있으니 시청자들은 저기에 도대체 누가 타고 있는지, 혹시 비밀로 하고 대통령이 방문한 건 아닌지 하는 채팅으로 불타올랐다.

"어어? 저거 뭐야?"

"체크 안한 VVIP가 있었나?"

당연히 대기하던 기자들 또한 웅성였으며.

"와, 개쩐다."

"누가 탔냐, 저거?"

표를 사서 들어온 사람들 또한 또 어떤 대단한 사람이 온 건지 주목했다.

그 주목 속에서 가장 먼저 내린 건.

"와, 정의검가다."

대한민국 명문 무림가 중 한곳인 정의검가의 무인들이었다.

"유지은이다!"

그 무인들의 가운데 유독 돋보이는, 아름다운 명검과도 같은 기세가 절로 시선을 잡아끄는 유지은이 있었다.

"한유아다!"

"뭐?!"

그리고 유지은에 빨려들던 시선을 분산시킨 인물이 뒤이어 내렸으니 다름 아닌 한유아였다.

금화의 영애.

그 이름만으로도 이 자리의 모든 주목을 모을 수밖에 없는, 그 자신도 마력이라 불러야 할 차원의 매력을 지닌 그녀는 정장 무복을 입고 있었다.

"금화는 이미 들어갔는데 따로 왔나 보네?"

"그런가 봅니다. 근데 복장을 보니 금화가 아니라 자기가 운영하는 회사 대표 자격으로 온 모양인데요."

"그러게."

정장 무복이란 말 그대로 정장 형태로 개량한 무복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무림 문파의 대표가 예를 갖춰야 할 자리에 입곤 하는데 한유아는 금화의 영애로서의 '드레스' 대신 정장 무복을 입음으로써 자신이 운영하는 민간 무력 기업의 대표 자격으로 참여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기자들은 왜 굳이 그런 방식을 택했나 궁금해 했으나 이어서 내린 답청문의 나지윤 일행, 그리고 잠룡문의 식구인 오성아와 서소담을 포함한 암산서가의 등장에 거기로 관심이 쏠렸다.

"어어? 이거……."

이쯤 되니 리무진에 탑승한 게 누구일지 슬슬 윤곽이 잡혔다.

우서연과 웨일스 후작네 가족이 등장한 순간 그것은 확정되었다.

지켜보던 유애라 또한 확신하고 중얼거렸다.

"와……. 대단하네요."

-아니 나는 장관이 VVIP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자너 ㅋㅋㅋㅋ

-아 ㅋㅋㅋ 잠룡 부모님이면 어쩔 수 없지 ㅋㅋㅋ

-회장님과 사모님 납신다 ㅋㅋ

짐작대로, 리무진에서는 김서우와 서정원, 그리고 유진이와 호진이가 내렸다.

우서연의 안내로 안에 들어서는 도진네 가족은 앞서 내린 인물들과 함께 안에 들어섰는데 그 면면이 과연 압도적이다.

더욱 압도적인 건, 그 면면이 모두 도진의 인맥이라는 것이다.

-저건 VVIP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주인 아님? ㅋㅋㅋㅋ

-김도진이 주인공이니 사실상 주인 맞지 ㅋㅋㅋ

-명성 크리에이티브 타운 -> 명성공방 소유 -> 명성공방 후계자 우서진은 김도진 소유 -> 명성 크리에이티브 타운 = 김도진 소유 -> 명성 크리에이티브 타운 = 김도진 부모님 소유. 반박시 논리 알못.

-ㅅㅂ ㅁㅊㅋㅋㅋㅋㅋ

* * * *

등장만으로 화제의 중심이 된 가족들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도진은 정말로 주인공이 되었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내린 무대에서부터 자신의 존재감으로 일대를 가득 채웠으며 모습을 드러내 백설을 쥐는 그 순간부터는 모든 시선의 중심이었다.

무대의 모든 동선, 모든 시선이 도진에게서부터 시작되었고 그 시선이 머물러야 비로소 무대의 다른 공간이 존재할 수 있었다.

비중은 철저한 계산 하에 모두에게 고루 분배되었고 모든 후기지수와 무기에는 스포트라이트가 머물렀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일대를 존재감으로 가득 채운 '도진의 시선'의 영역 내에 있었으니 김도진이 바로 이번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와아아아아아-!!

그렇게 도진이 주인공이었던 무대는 기립 박수와 커다란 함성을 받으며 성공리에 마무리되었고 일정에 따라 기자 회견을 가졌다.

"세계 장인 박람회가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서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는 평이 많은데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 참으로 기쁜 평가라 생각합니다. 이번 한국에서의 박람회는 우리에게 있어 크나큰 전환점으로……."

미리 협의가 되어 있던 질문부터 시작한 기자 회견은 지켜보던 한국인들을 기쁘게 해 주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번 한국에서 개최된 박람회는 세계 장인 박람회 역사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ㅎㄷㄷ

"한국의 후기지수가 보여준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있어 놀람의 연속이었으며……."

-세계 원탑 먹은 한국 후기지수!

-시발 주모 샷다 내려! 아니 부셔!

-끼에에에엑!!

-멀쩡한 주모네 샷다는 왜 부수는데 미친놈들아ㅋㅋㅋ

한국에서 열린 세계 장인 박람회는 가장 성공한 세계 장인 박람회가 되었으며 가장 중요한 세계 장인 박람회가 될 것이라는 말.

그리고 누가 보아도 명확했던 무대의 주인공이었던 도진에 대한 극찬으로 가득한 평가.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했던, 협의되었던 인터뷰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자유 인터뷰 구간으로 넘어가자 당연하게도 도진에게로 질문이 날아들었다.

"예. 우연처럼 서게 된 무대였지만 필연 이상으로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좋은 인연 또한 맺게 되었으니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예상된 질문들은 준비된 답안을 참고하여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러다 조금 짓궂은 질문들이 날아들었다.

"이번에 덴젤 공방의 클로에 덴젤 양을 제자로 들이게 되었습니다. 잠룡문이 야욕을 드러내는 첫 발이라 받아들여도 될까요?"

와하하-

질문에 도진이 웃었다.

협의된 질문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가벼운 분위기의 인터뷰가 될 거란 이야기는 들었기에 그에 맞춰 대답했다.

"예. 괜찮습니다."

오오-!

"잠룡문은 앞으로 글로벌한 문파가 될 테니 미리 긴장해 주세요."

-글로~~~~벌ㅋㅋㅋㅋ

-여윽시 김도진의 패왕색 패기 ㅋㅋ

"클로에 덴젤 양을 제자로 받아들이면서 명성공방에 이어 덴젤 공방마저 손에 넣으셨습니다. 장인계의 황제가 될 거라는 소문이 자자한데요. 이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진은 고개를 느리게 저었다.

"아뇨. 그런 쪽으로는 결코 될 생각이 없습니다."

"어? 무슨 이유가 있으신 건가요?"

"네. 황제가 되면 격무에 시달려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아끼는 동생 서진이와 기념할 만한 제자 1호가 된 클로에가 그 자리에 앉도록 하고 저는 배후자가 되는 게 꿈입니다."

"어……. 과연, 천재시군요."

와하하하-!

의무는 버리고 권리만 누리겠다는 대답에 다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다음 질문입니다만, 김도진 학생의 지인들로 구성된 방문단이 실시간으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금화, 오성, 정의검가, 답청문 등 어느 한 곳 유명하지 않은 곳이 없었는데요. 세계 장인 박람회를 정복하기 위해 작심하고 구성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 그런가요. 그건 의도치 않은 오해네요."

도진이 하하 웃었다.

"제가 좀 교우 관계도 좁고 아는 사람도 적거든요. 그래서 초대장을 아는 사람들한테 다 줄 수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이렇게 된 거 같습니다."

"……예? 인맥이 좁다구요?"

되묻는 기자의 손가락이 움직여 기사를 업로드했다.

타닥타닥.

-잠룡 김도진 "내 인맥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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