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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331화 (331/741)
  • 330화

    "불사마(不死魔) 이종도. 그가 천마신교의 역사에 영원히 기록되는 위인으로 추대된 건 교를 떠받치는 기둥 중 한 명이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거기에 자신의 무공 또한 공헌했기 때문이다."

    도진의 스승이자 천마 위지혁은 이종도에 관해 그렇게 이야기해 주었다.

    여기서 무공을 공헌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었으니.

    "네가 익히고 있는 연신극기공이 바로 이종도 장로의 불사마공을 토대로 만들어진 무공이다."

    그 말에는 도진 또한 꽤 놀랐다.

    설마 천마를 위해 만들어진 연신공(鍊身功)의 토대가 불사마 이종도의 불사마공이라니.

    그야말로 예상외였다.

    그러나 이어지는 위지혁의 설명을 들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이 있었다.

    "불사마공은 체외만이 아닌 체내마저 의도한,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를 의도한 무공이다. 연신극기공이 체외와 체내를 동시에 단련하여 의도한 방향으로 단련하는 연신공이니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지 않느냐."

    그 말대로였다.

    "본래 천마신공이란 지극히 치사율이 높은 무공이었다."

    천마신공은 무림 최고의 신공을 논할 때 단 한 번도, 정파라 하여도 외면은 할 지언정 언급해야 한다면 결코 제외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 신공이었으나 익히는 데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천마기(天魔氣)다.

    몸속에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폭발해 버리는 무시무시한 맹수를 깃들이는 것과 같은 천마심공을, 웬만한 심지와 육체로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데 그 천마심공의 수련에 조금이나마 안정성을 더하고 육체를 극한까지 단련해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연신극기공이 탄생했으니 이종도 장로가 내놓은 불사마공을 그 시대의 천마가 참고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불사마공은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 이후로 익힌 교도가 탄생하지 못했다.

    허나 그 마공은 교주이자 지존의 육체를 단련하는 무공으로서 역할을 해 준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네가 익히는 것이 바로 나와 장 제가 고심하여 더욱 발전시킨 연신극기공이니 제자야, 너는 좀 더 스승들을 존경해도 된단다."

    "예, 스승님. 두 분 스승님을 저는 언제나 존경하고 있습니다."

    "에잉. 이놈은 항상 돌직구를 던지니까 재미가 없단 말이야."

    그러면서도 위지혁과 장호는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으니 제자에 한해서는 팔불출이 되고마는 천마와 사신이 되어 있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도진은 손바닥을 채 아물지 않은 상처로 가득한, 새하얀 등이어서 그 상처가 더욱 부각되는 등에 손을 댄 채 내공을 일으켰다.

    맞닿은 살을 통해 느껴지는 미미한 긴장을 느끼며 도진은 천마기가 아닌 순수하게 정제된 내공을 클로에의 혈도로 보냈다.

    일반적으로 '내공심법'이라고 하면 그 심법에 담긴 이치에 따라 내공이 정해진 혈도, 정해진 길을 순서에 맞춰 달리겠지만 불사마공은 달랐다.

    존재하는 모든 혈도를 놓치지 않고 거쳐갔다.

    그러면서 이질적인 특수한 작용을 하니 이것이 바로 불사마공의 요체였다.

    도진이 내공을 불사마공의 이치에 따라 움직이며 전음으로 말했다.

    -불사마공은 내공심법이면서 동시에 연신공이야. 내공을 불사마공의 요결에 따라 움직임으로써 육체를 '변화'시키는 거지.

    연신극기공이 육체의 내외를 동시에 단련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면 그 원본이 되는 불사마공은 내공 거부 체질이라는 천형을 벗어나는 데 목적을 둔 무공이다.

    그러니까 특정한 혈도만 도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혈도'를 돌며 내공을 거부하는 체질을 개선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육체를 자극하며 불사마기(不死磨氣)가 된 내공은 단전과 육체에 스며든다.

    그리하여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 '불사'다.

    퍼퍽-

    퍼퍼퍽-

    불사마기의 작용에 클로에의 육체가 내부에서부터 갈라지고 터진다.

    뚝.

    뚜둑.

    가운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기에 쩌억 벌어진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바닥으로 떨어져 이내 고여간다.

    클로에의 온몸을 빠짐없이 내공이 도는 만큼 상처는 광범위하게 새겨지고 피가 웅덩이를 이룰 만큼이 되었으나 그녀의 가부좌를 튼 자세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 아이도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특수한 시술을 하여 통각을 완전히 제거한 살수는 있었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분명히 통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흐트러짐이 없는 아이는 드물었지요.

    본래는.

    클로에에게 그것은 그저 인내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인내하지 않으면 삶을, 원하는 것을 지킬 수조차 없었으니까.

    그래서 온몸을 조이는 이너 슈트가 흐르는 피를 흡수하고, 감추고, 조이는 것처럼 그저 이를 악물고 불쑥이는 감정을 억누르며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삶을 '저당잡은 구세주'에 의해 모든 것이 근본에서부터 바뀌고 있음을.

    불사마공에 의해 생긴 상처는 그냥 아물지 않는다.

    배운 무공 덕분에 회복력이 높은 그녀는 내공 거부 체질에 의한 상처를 빠르게 낫게 만들었지만 그것은 확률이 높다 해도 분명한 도박이었다.

    정상적으로 나으면 다행이지만 자칫 어긋나 변이를 일으키면 그것은 그 이름만으로도 불길한 암세포처럼 돌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불사마공은 그것을 확정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로 이끄니까.

    완전히 낫기 위해 수술을 받는 것처럼, 지금은 지극히 고통스럽고 아프지만 인내하기만 하면 이 천형에서 벗어날 수 있다.

    허우적거리지 않으면 잠겨 버리고 마는, 그러나 제아무리 허우적거려도 빠져나갈 수 없는 늪에서.

    스승이 된 구세주는 그녀를 건져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흔들리지 않는다.

    고통에 매몰되지도 않으며 오히려 두 눈은 아래가 아닌 위를 본다.

    그녀의 삶은 늪에서 벗어나 이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팔다리를 움직이는 만큼, 제자리가 아닌 앞으로 나아간다.

    클로에는 스승이 직접 내공을 움직여 알려주는 불사마공을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뇌리에, 영혼에 새겼다.

    스윽-

    "…고생했어."

    불사마공을 전수한 클로에의 스승은 짧게 그 말만을 했다.

    그러나 클로에는 섭섭해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을 잡고 가운으로 상처를 감싼 채 품에 안아 직접 대기중이던 의료팀에 데려다주는 그 짧은 순간, 손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로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감사합니다, 스승님."

    * * * *

    불사마공의 전수와 수련은 긴 시간을 잡고, 인내심을 가지고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단 하루의 전수만으로 클로에는 다음날 움직이기도 힘들 만큼의 상처와 출혈로 인해 회복에 전념해야만 했다.

    기존에 배우고 있는, 회복에 특화된 무공이 있음에도 그랬다는 말이다.

    이제 입문 단계인 불사마공은 아직 그 이름에 걸맞는 회복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내공 거부 체질의 본격적인 치료 또한 첫걸음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배경으로 불사마공의 전수와 수련은 월, 수, 금 격일로 하고 주말은 회복에 전념하는 식의 집중 수련을 세 달은 해야 했으니 억지로 1학기 수업을 등록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6월. 그리고 방학까지 집중적으로 수련을 하면 온몸에 상처를 흘리고 웅덩이를 이룰 만큼의 피는 흘리지 않을 수 있으니 그때까지는 감수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도진은 혹시 몰라 클로에는 물론이요 클로에의 동기가 되었으며 도진의 후배인 약리지에게도 따로 만나 이야기를 했다.

    "전문 의료팀이 대기하고 있기는 한데, 혹시 모를 일이잖아. 그러니까 너한테도 따로 부탁을 할게. 무슨 일이 생기면 부탁해."

    "네! 맡겨 두세요."

    일이 일인 만큼 클로에의 옆집에는 덴젤 공방에서 아예 전담으로 고용한 전문 의료진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완전히 안심할 수 없으니 도진이 따로 의선약가의 후계자인 약리지에게도 부탁을 한 것이다.

    약리지는 도진의 부탁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주고선 흐응, 하고 웃었다.

    "벌써부터 제자를 극진히 챙기시네요."

    "아하하. 그런가."

    "저한테도 뭐 하나 해주시면 안 돼요?"

    은근한 눈빛으로 예쁜 곡선을 그리는 약리지를 마주하며 도진은 피식 웃고서 말했다.

    "내공 거부 체질에 관한 자료, 너한테는 내가 직접 줄게."

    "어? 정말요?"

    예상치 못했던 듯 약리지의 곡선을 그리던 눈동자가 동그래진다.

    도진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좀 더 진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잖아. 사실 가장 먼저 떠올린 것도 너였어."

    "에에……."

    약리지가 새하얀 볼을 긁적였다.

    "예전에 우 명장님을 통해서 받았던 약을 만들어 준 것도 의선약가였고 나랑 인연이 있는 너도 의선약가잖아. 그러니까 의선약가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당연했지."

    근래에 자연스럽게 들은 이야기로, 도진이 과거 랭킹전 우승의 부상으로 받았던 영약을 좋은 보약으로 만들어 준 우벽진의 '잘 아는 용한 사람'이 다름 아닌 의선약가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과거 의선약가에서의 일을 화해하는 과정에서 만나 좋은 인연을 계속하고 있다는데, 의선약가의 인물인 만큼 바쁘다 보니 아직까지 직접 만나 인사를 전하지는 못했다.

    "나중에 너한테는 자료 직접 줄 테니까, 혹시 마음에 안드는 사람 있으면 그걸로 갑질 좀 하고 그래."

    "에이, 선배. 요즘 갑질 그런 거 함부로 하면 큰일난다구요."

    "그렇긴 한데 너는 그래도 괜찮아."

    "아잇, 왜 저는 괜찮은데요? 제 이미지가 그래요?"

    약리지는 아니지만 만만좌는 그래도 됐다.

    토닥토닥.

    귀여운 후배의 항의에 도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 * * *

    기말고사가 한 달 가량 남은 시기.

    숭무고의 학생들은 당연히 바쁠 수밖에 없었다.

    필연적으로 도진은 더 바빴다.

    기말 고사는 당연히 준비해야 했고 집행부 활동, 여기에 클로에의 수련도 봐주어야 했으며 심지어 세계 장인 박람회의 준비까지 하고 있다.

    심상세계에서의 수련에 현실에서의 솜이를 포함한 개인 수련 또한 결코 빼먹을 수 없다.

    과연 사람이 할 수 있을까 싶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만 했는데, 도진은 덤덤한 얼굴이었다.

    "후배! 괜찮아?"

    유지은이 다가와 물으니 도진은 솜이를 어깨에 앉힌 채 언제나와 같은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하루하루를 충실히 사는 거 같아서 나쁘지 않네요."

    "…그건 충실이 아니라 충격을 받은 거 같은데."

    "오, 선배 농담한 거예요? 귀엽네요."

    "…머리 다친 거 아니지?"

    "에이, 정말 괜찮아요. 그냥 하루에 두어 시간만 자면 되는데요 뭐."

    "음……."

    도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잠을 조금 줄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모든 일을 소화할 수 있었다.

    아직 경계를 넘지 못했기에 아무리 도진이라 해도 하루 두 시간은 조금 빡빡한 수면 시간이었으나 수련 강도를 아주 조금 낮추고 낮잠을 10분 정도 푹 자는 것으로 보충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피로를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었지만 평생 이럴 것도 아니고 방학이 되면 쉴 시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니 그때까지만 조금 타이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그게 '조금 타이트'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저기, 김도진은 도대체 언제 잠?

    -? 왜 따라하려고?

    -아니, 내가 어제 새벽 3시에 잤는데 그때 수련하고 있더라고.

    -김도진 정도 되면 그럴 수도 있지.

    -근데 내가 7시에 일어나서 보니까 또 수련하고 있더라고.

    -밤샘 수련 했나?

    -근데 다음날은 더하더라고.

    -내가 3시에 자기 전에 수련하고 있었는데 내 친구가 5시에 일어나서 보니까 수련하고 있다고 하더라.

    -이게 벌써 일주일째임;;

    -뭐요시발?;;

    -요즘 기말고사잖아. 거기에 그 박람회 준비하느라 좀 빡세게 하는 거 같던데.

    -아니 근데 김도진이라고 해도 일주일 내내 안 자고 저럸 ㅜ가 있나?;;

    -무리임. 검기 뽑아내는 고수라면 또 몰라 그렇다고 김도진이 매일 설렁설렁 사는 것도 아니고.

    -내 친구 사촌형이 박람회 준비 스태프인데 아주 날아다닌다더라. 잠 안 자고 그게 될 리가 없지.

    -혹시 김도진은 몸이 두 개라서 갈아끼우면서 사나?;;

    -미친놈아 잠을 안 자면 머리가 안 돌아가는데 몸만 갈아끼운다고 되냐;;

    -그럼 영혼이라도 갈아끼우는갑지.

    -않이미친놈아;;ㅋㅋㅋ

    도진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이어서 잘 수 있는 시간에 맞춰 수면 시간을 바꾸는 것이었지만 그 덕분에 출몰시간이 달라져 이런 식의 괴담(?)이 돌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수면 시간에 대한 떡밥이 돌던 중이었다.

    -아니 시벌 사촌형이 준비 스태프인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의심들 하냐 ㅅㅂ

    -우리는 말을 믿지 않아. 증거를 내놔.

    -조까. 이미 빈정 상했음. 지금 김도진이랑 존앤집스 애들 사이 존나 분위기 살얼음판인 썰 풀려고 했는데 빈정 상해서 안 할 거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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