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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314화 (314/741)

313화

중년인의 얼굴이 무섭게 날뛰는 천마기의 기세로 인해 괴물처럼 보인다.

그 얼굴이 도진을 노려보았다.

"내가, 천마가 아니라고?"

설령 그것이 진리라 해도 긍정해서는 안 될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기세가 담긴 물음.

그럼에도 도진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네. 당신은 천마가 아닙니다."

처음에는.

그 외모와 경지를 넘어선 천마기로 인해 혹여 과거의 스승이 아닐까 도진은 생각했다.

많이 부족해 보이지만 그것은 '지금'의 위지혁을 알고 있기에 더 강하게 그런 느낌이 드는 게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모든 걸 떠나서 그의 언행이 도진에게 중년인은 결코 위지혁이, 천마가, 천마신교의 교주이자 지존이 아니라는 걸 확신하게 만들었다.

오오오오오오-!

두웅-!

마치 맹수가 덮치듯 자신을 찢어발기려 드는 중년인의 천마기를 도진은 자신의 천마기를 개방하여 맞서며 말했다.

"천마란 무심한 하늘을 대신하여 사람이 스스로 심판하기 위한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하기 위한 도(道)를 나타내는 지도자입니다."

"그 길을 걷고 또 따르는 자들을 이끌고 가르쳐야 하기에 누구보다 분명하고 올바른 길을 걸어야만 하는 지존입니다."

"그렇기에 천마는, 패(覇)와 도(道)를 동시에 갖추어야만 하는 사람입니다."

두웅-!

도진의 천마기가 더욱 강렬해진다.

"당신에게는 비할 데 없는 패(覇)가 있으나…… 천마로서 동시에 갖추어야만 하는 도(道)는 보이지 않는군요."

그렇기에 여자 또한 그의 말에 따르지 않은 것이었다.

알 수 있었다.

크나큰 불행과 불합리를 겪고 기연에 닿아 고수가 된 여자는 천마신교의 사상에 깊이 심취해 있었다.

때문에 처음 중년인이 천마기를 흘리며 모습을 드러내고 그녀를 긍정해 주었을 때 그토록 구원받은 듯한 기색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년인의 말이 이어질수록 그녀는 균열을 느꼈다.

그녀가 심취한, '천마신교의 이치'가 중년인의 말에는 담겨 있지 않았기에.

도진은 현대에 천마신교의 계승자로서 그 이름을 잇기 위해 위지혁에게 천마신교에 관한 많은 것을 들어왔고 그 안에는 교리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천마신교가 민초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거기에 또한 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억울한 것을 풀기 위해 무분별하게 폭력을 행사하라 말했다면 천마신교는 결코 황실이 경계하여 누명을 씌우고 배척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만큼 성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금방 토벌당하여 스러지거나 아예 그럴 것도 없이 스스로 자멸하는 흑도 무리가 한계였을 것이며 '교(敎)'라는 이름조차 성립하지 않았을 터.

교가 성립할 만큼 분명한 이치가 존재했기에 천마신교는 그토록 거대한 단체로서 기능할 수 있었다.

무시무시하게 세력이 불어남에도 분명한 중심과 이치가 있기에 자멸하지 않았고 오히려 성행했으며 그리하여 부패가 극에 달했던 정파가 마찬가지로 썩어 문드러져 있던 황실과 결탁하여 천마신교를 '마교'라 누명씌워 배척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던 것이다.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를 제물로 바치고 그 흐르는 피를 마신다느니, 결코 익혀선 안 될 마공(魔功)을 익혀 마기가 골수에 들어찬 마인(魔人)이 된다느니 하면서.

그들이 외치던 '혹세무민(惑世誣民)'을 그들 스스로 사력을 다해 시행하는 골계 그 자체였다.

오히려 그런 박해가 천마신교를 더욱 똘똘 뭉치게 만들었으며 그 세력을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한데 지금. 바로 당신이 그런 누명을 사실로 만드는 행동을 하고 있네요."

도진의 말에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진 중년인이 말했다.

"네놈, 그야말로 저주스런 지혁이놈의 제자로구나."

"위지혁의 제자……!"

"소천마(小天魔)!"

중년인의 말에 도진보다 주변의 사람들이 더욱 경악하여 소리친다.

그리고 모이는 시선을 받으며 도진은 많은 것을 또 유추할 수 있었다.

'천마이자 교주가 스승님인 시기구나.'

장호를 통해 들었다.

스승 위지혁은 역대 최고이자 최강의 천마였으며 동시에 천하제일인이자 고금제일인이라고까지 불렸다고.

중년인은 지금 도진을 그런 고금제일인이자 고금제일천마의 제자라고 말한 것이었다.

그 발언은 정말로 어마어마한 무게와 그로 인한 충격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으니 '무림에 나온 천마의 제자'란 곧 소천마의 자격을 획득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천마가 무림에서 가지는 위상은 황제 이상이다.

그렇기에 천마의 후계자 또한 그 위상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때문에 천마의 후계자는 스스로 그 이름을 담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을 갖춰야만 하고 그것이 바로 일정 이상의 천마기를 다룰 수 있는 경지, 천마심공의 5성이었다.

바로 이 5성을 달성하기 전에는 무림에 출도조차 할 수 없었으니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소천마는 모두 5성 이상의 천마심공을 익히고 있었고 손에 꼽히는 강자였다.

하물며 그 강자가 고금제일천마 위지혁에게 사사받았으니 이 소천마의 역량이 어느 정도일지 감히 추측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 소천마라 불린 도진은.

'음……. 여기서 아니라고 해도 되려나?'

상황이 상황임에도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자신은 아직 소천마라 스스로를 칭할 수 없는, 천마심공의 4성에 머물러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상황은 도진이 그런 고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다.

스으으으…….

객잔 내에 미쳐 날뛰던 중년인의 천마기가 잦아들었다.

아니, 모든 기세가 고스란히 중년인에게서 도진에게로 집중되었다.

"잘 되었구나."

그를 목표로 설정한 것이었다.

"그래, 나는 스승의 결정을 결코 인정할 수 없었다. 내가 아닌 정파의 흉내를 내는 지혁이놈이 후계자가 된 것을."

중년인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중얼거리듯 말한다.

"그놈과 똑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네놈이 정말로 옳은지, 내 직접 확인해 보겠다."

그리고 한껏 몸을 웅크리고 있던 중년인의 천마기가 덮쳐들었다.

꽈아아아앙-!

"……!"

마치 쏘아진 대포를 맨몸으로 막아선 듯한 충격에 도진이 이를 악물었다.

폭탄이 터진 듯 객잔이 터져 나가고 사람들이 구분없이 나뒹굴었다.

만약 도진이 그 힘의 대부분을 해소하지 않았다면 잔해와 함께 피보라가 몰아쳤을 것이었다.

'…반쯤은 미쳐 버린 사람이구나.'

꽈앙! 꽈앙! 꽈앙-!

직접 손을 쓰지 않고 천마기만을 유형화하여 초식을 구사하는 그에게 힘겹게 대항하며 도진은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생각했다.

'이게 올바르게 경지를 돌파하지 못한, 천마가 되는 데에 실패한 사람의 모습.'

도진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중년인이 이 수련의 '최종 보스'라는 것을.

그리고 중년인을 왜 스승들이 최종 보스로 설정했는지도 미루어 알 수 있었다.

지금 도진은 천마심공의 4성 끝자락에서 5성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만약 여기서 '잘못된 길'을 통하여 5성에 진입한다면, 도진이 도달할 수 있는 미래 중 하나가 바로 중년인이었다.

"크오오오오오!!"

마치 짐승처럼 소리치는 중년인은, 천마기의 흉포한 부분과 일체화 되어 있었다.

천마심공의 5성에 이르기 위한 '키워드' 중 하나는 제어를 벗어나려 드는 천마기를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하는 것이다.

그 길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위지혁은 말해 주었는데 중년인의 경우 그것이 '일체화'였다.

그러니까 천마기와 자신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가 되는 것인데 그 방법이 잘못되어 있었으니 일체화 된 형태가 흉포함이었기 때문이다.

천마기는 무시무시한 '괴물'과 같다.

그 천마기를 '사람'으로서 온전히 구사하기 위해 도진은 궁구하고 있었는데 반대로 중년인은 마찬가지로 괴물이 됨으로써 5성에 도달해 버린 것이다.

그것이, 남자가 도(道) 없이 패(覇)만을 추구하게 된 이유이자 천마가 될 수 없었던 이유였다.

꽈아앙-!

반면교사(反面敎師).

스승들은 천마심공 5성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도진이 중년인과 생사결을 치르며 많은 것을 배우고 반면교사로 삼기를 바라며 그를 최종 보스로 삼은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스승들의 의도를 이해한 도진이 천마기를 최대로 활성화했다.

두웅-!

억눌려 있던 천마기가 깨어나며 천마군림으로 연결되어 있던 일대를 둔중하게 울린다.

온전하게 전력을 다하면 아직 5성에 이르지 못한 도진의 천마기는 폭주하여 자멸한다.

다만 현실과 달리 천마군림을 사용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그 한계가 꽤 느슨해지니 도진은 이곳에서 현실과는 비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다.

우우웅-!

구현하여 쥔 백설에 새하얀 기운이 불타듯 어린다.

아슬아슬하게 검강(劍罡)에 이르지 못한 넘실거리는 검기를 머금은 백설이 몰아치는 천마기의 와류를 때렸다.

꽈아아아앙-!!

이곳이 만약 현실이었다면.

지금 도진의 한 수는 세계 역사에 남을 한 수가 되었을 것이다.

환상이 현실이 된 대표적인 사례, 검기.

바로 그 검기가 넘실거릴 만큼 막대한 기운을 유형화하여 휘둘렀으니까.

"크읍!"

하지만 이곳이 심상세계이며 그가 상대하는 것이 비록 뒤틀렸다고는 하나 천마심공 5성의 경지를 돌파하여 그 이상에까지 이른 '마인(魔人)'이었기에.

도진은 부족함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번'은 승리할 수 없다.

중년인과 도진 사이엔 절대적인 격차가 있었다.

만약 이 상태 이대로 싸운다면 천 번을 싸워 천 번을 질 수밖에 없을 만큼의 격차.

비록 잘못된 길에 들어 온전한 경지에 들지는 못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년인은 기공(氣功)만으로, 그러니까 직접 손을 쓰지 않고 무수한 검기를 원거리에서 폭격하듯 쏟아낼 수 있는 고수였다.

하지만 도진은 그럼에도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으니 도진에게 기회는 한 번이 아니었으며 그 격차 또한 결국은 따라잡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경지를 올릴 수는 없다.

그러나 반복되는 기회 속에서 그에 관해 배우고 또 파악함으로써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초식은 물론이요 심지어 호흡의 순간을 수없이 나누어서까지 완벽하게.

그럼으로써 한 걸음씩 다가가 결정적인 한 수를 이윽고 꽂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말로는 쉽지만 상상도 못할 만큼의 '노력'이 소요될 일.

'아, 이거 주말 안에 끝낼 수 있으려나?'

그러나 도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다.

노력은.

그리고 그 노력으로 하나 하나 계단을 쌓아 이윽고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오히려 도진에게 있어 즐거움이었다.

결과는 물론이요 그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까지가.

그러니까 망설임이란 있을 수 없다.

그리하여 도진이 입가에 날카로운 미소를 띠며 승리할 때까지 이어질 결투를 시작할 때였다.

"……네년!"

갑작스레 중년인의 기세가 흐트러지며 도진에게 가해지던 압력이 줄었다.

"…소녀가 손을 보태어도 괜찮겠나이까."

선 조치 후 보고.

그것이 송구하다는 얼굴로 말하는 건 다름 아닌 독공의 고수인 여자였다.

도진은 갑작스레 자신의 '전력'을 깎고 있던, 몸 안에 뭉쳐 주었던 독이 사라진 것을 통해 그녀의 개입을 알았다.

그녀는 중년인이 아닌 도진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도진은 그녀의 까만 눈동자를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꺼이 받아들일게요."

"감사합니다, 소천마시여."

"연놈들이 감히! 감히 천마에게……!!"

꽈아아앙!

그리고 분기탱천하여 소리치는 중년인에게 거대한 황금용의 형상을 한 검기가 달려들어 폭발했다.

그것을 날린 장본인, 공주 주려취가 도진의 시선에 기품있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한 손 거들고 싶은데……. 아! 공주로서 명하는데 거절은 허락지 않겠어요."

본래 도진은 권위로 무언가를 강요하는 걸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피식-

하지만 이번만큼은, 공주의 귀여운 권위를 내세운 개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삶을 오래 살았기 때문일까.

예상치 못한, 그것도 강력한 조력을 두 개나 받게 된 도진이 든든함을 느끼며 백설을 강하게 쥐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수많은 리트라이가 예상되었던 최종 보스 레이드가, 생각보다 빨리 끝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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