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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299화 (299/741)
  • 298화

    주말이 지나고 좋아한다는 노래까지 있는 월요일이 찾아왔다.

    그 월요일 저녁.

    도진은 어제에 이어 너튜브 라이브 방송을 켰고 켜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어왔다.

    마치 막고 있던 둑이 터진 듯한 기세였다.

    솜이에 관한 중대 발표.

    방송 제목이 그러했으니 더더욱 어그로가 끌릴 수밖에 없었고 시청자들이 아우성쳤다.

    -중대발표!!!

    -어제 저녁부터 숨참고 있었다!!!

    -중대발표 떳냐!!

    그 아우성에 솜이를 안은 도진이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네, 안녕하세요그런데중대발표가 뭔가요

    -발표 빨리;; 급함;;

    "아하하. 사실 그런 건 없어요."

    -.................???;;;

    -???;

    -머임?;;; 진짜 머임?;;

    충격적인 선언에 시청자들이 굳어 있는 가운데 도진이 솜이를 들어 화면에 비췄다.

    "그냥 귀여운 솜이를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아니.. 이게 뭔..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응이 좋은 것이 다들 솜이를 좋아하시는 게 분명하네요!"

    -아 ㅋㅋㅋ 뭐라고 해야 되냐 이걸 ㅋㅋㅋ

    -아니 좋아하는건 맞는데요 선생님 이게 ㅋㅋㅋㅋㅋ

    "넵, 농담이었구요. 중대 발표는 솜이가 무사히 우리집 반려동물로 지낼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 ㅋㅋㅋㅋ

    -낚임;;ㅋㅋㅋ

    -솜이 크게 비춰줬으니 한 번은 봐드림;; 다음은 업음;;

    "네, 감사합니다. 솜이 더 자세히 보여드릴까요?"

    -네. 보여주세요.

    "냐아아앙."

    솜이가 도진에 의해 솜사탕처럼 흔들리고 그렇게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가운데 누군가 물었다.

    -근데 어떻게 영물이 반려동물로 인정받았어요? 그게 되나?

    -그러게. 관련 법 같은 게 있지 않나요?

    "그런 법은 없어요."

    -엥?

    -없다고?

    "네. 영물을 개인이 반려동물로 데리고 있으면 안 된다, 같은 법은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대다수의 나라에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한국도 없구요."

    -헐. ㅁㅊ

    -지금 검색하고 온다.

    시청자들이 웅성거렸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영물'이다.

    생명에 가치를 매겨서는 안 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과도 비교할 수 없는 관심과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 영물이거늘.

    그 영물에 관한 법이 없다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고, 이 부분은 심지어 도진을 찾아왔던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었다.

    * * * *

    "그…… 잠룡문주님. 영물을 개인적으로 데리고 있겠다는 말씀이신가요?"

    생각지도 못했던, 당연하다는 표정에서 나온 거절에 최 과장이 당황했다.

    그 당황한 얼굴을 마주하며 도진은 당연하다는 표정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애써 표정을 수습하며, 그러나 다 감추지 못한 불편한 심기를 비추며 이용표가 물었다.

    도진이 거기에 시선을 향하며 즉답했다.

    "네."

    "아니 무슨……."

    어린애 땡깡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이용표였으나 도진이 더 빨랐다.

    "모르셨나 보네요?"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워낙 당당한 태도라 최 과장이 우리가 뭘 빠뜨렸나 싶은 생각을 하며 물었고 도진이 답했다.

    "한국에는 영물을 개인이 반려동물로 데리고 있어선 안 된다, 같은 법은 없어요."

    '어…….'

    그랬던가?

    은연중 호랑이 같은 것에 대입을 하고 있었다는 걸 최 과장과 이용표가 깨달았다.

    하지만 영물은 당연하게도 그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더 나아가 영물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실제로 관련된 사건도 지금껏 일어난 적이 없었던 탓에, 대한민국엔 영물에 관한 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끼워맞출 수 있는 법안이야 있겠지만 말 그대로 아전인수 격이다.

    "아, 그……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영물이지 않습니까. 괜찮으시겠습니까?"

    최 과장의 발언은 예의 영물이 '거대한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런 것이다.

    철없는 아이라면 호랑이를 키울 수 있다는 말에 기뻐하며 거기에 관한 '장밋빛 환상'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세상 물정에 밝으면 밝을수록 그것이 결코 장밋빛이 아님을, 오히려 감당할 수 없는 온갖 것들을 짊어지다 이내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걸 더 생생하게 알게 된다.

    최 과장은 그것을 더없이 생생하게 알 수 있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었고, 그런 관점에서 도진에게 '괜찮겠느냐'고 물은 것이었다.

    도진을 애송이라 얕보는 이용표와 달리 최 과장은 '일반인'으로서 잠룡 김도진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길게 말할 것 없이 도진 또한 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 여겼고 만나기도 전부터 도진이 영물을 인도할 거라고 단정지은 이유였다.

    그런 최 과장의 질문과 걱정에, 도진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로 네, 하고 답했다.

    "책임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면, 애초에 솜이를 데려오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도진은 최 과장이 평가하는 것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었다.

    치기로 결정한 일이 아니었다.

    영물을 떠나 '하나의 생명'에 관한 일이다.

    당연히 깊이 고민하였고 그 고민에서 파생되는 모든 것들을 그 무엇이 되었든, 감당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때문에 도진은 일말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는 답을 했고, 최 과장과 이용표는 그 결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본능의 영역에서 이해해야 했다.

    * * * *

    -와, 이게 되네?

    -ㄹㅇㅋㅋㅋ

    -영물을 반려동물로 들이는 게 되는구나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들떠서 채팅창을 채워나갔다.

    영물을 반려동물로 들이는 게 된다니.

    정말로 상상도 못한 일이었고 그걸 실행한 '대한민국 최초'가 진행하는 방송에 참여하고 있다는 게 그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마냥 들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뒤늦게라도 법 제정해서 소급 적용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누군가가 그런 걱정을 하여 물었고 시청자들도 관심을 가졌다.

    -어? 그렇네?

    -마음만 먹으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님?;;

    동요하는 여론에 도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렇진 않을 거예요."

    -어? 왜요?

    "일단은 영물에 대한 다른 나라의 태도라는 게 있거든요."

    인권을 넘어 동물권.

    그리고 거기서마저 더 나아가 '생명의 자유'에 대한 담론이 활발한 나라들이 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 등이 그러한데, 이런 나라에서 근래 들어 특히 거세게 논의되던 것이 '영물의 권리'였다.

    -아,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음.

    -나 유럽에서 대학 나왔는데, 이거 존나 토론 많이 했음;;

    "영물이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영성이 트인, 사람 못지 않은 지능을 가졌다고 하죠. 그렇다면 이 영물들은 어떤 권리를 가져야 할까. 나아가서, 어떤 '의무'를 져야 할까 같은 논의가 거셌죠."

    -ㅇㅇ 맞음요.

    한국이야 '영물 불모지'이지만 유럽, 미국, 호주 등 세계로 범위를 넓이면 영물은 그래도 몇 번이고 등장한 적이 있다.

    대부분은 마물이었지만 소수는 영물이었고 이렇게 영성이 트인 동물들에 관한 논의는 사회적인 관심 속에서 거세게, 그리고 심도 있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일단 대세가 되는 건 누구도, 어떤 나라도 영물의 거취를 강제로 정할 수 없다는 거였어요. 만약 한국에서 새롭게 법이 제정되더라도 그런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거죠."

    객관적으로 봐도 한국은 선진국이며 국제 정세와 여론, 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나라이기도 했다.

    그런 나라에서 막가파 독재 정권에서나 할 수 있을 만한 '영물의 거취를 강제하는' 법안을, 그것도 솜이에 맞춰 내놓을 수는 없다는 소리다.

    심지어 지금 한국의 영물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이니 더더욱.

    엘리트 최 과장과 무림맹의 간부인 이용표는 머리가 굴러가는 사람들이었기에 같은 결론에 도달했고, 결국 도진의 의도대로 솜이의 거취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 * * *

    "으음……. 말씀하신 바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괜찮을까요? 어찌되었든 야생의 맹수였지 않습니까."

    "최 과장님 말씀대롭니다. 그 영물을 개인의 영역에서 아무런 사고없이 지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솜이의 거취에 대해서 당장 어떻게 강제할 수 없다는 걸 그들은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 알겠습니다'하고 떠날 수도 없는 게 그들의 입장이었다.

    최 과장은 공무원으로서, 그리고 호검 이용표는 자신의 야망과 체면 때문에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그런 안전의 문제였다.

    솜이는 본래 '집채만 한 맹수'였다.

    그런 맹수가 무려 영물이 된 상황이다.

    과연 도진 개인이 그런 맹수를 반려동물로 들인 상황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겠냐는 물음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만약 누군가가 호랑이를 애완동물로 들였는데 '우리 애는 안 물어요'한다고 해서 이웃이 안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야성 때문에 아차하는 순간 사고가 터질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고 말이다.

    '애송이가 대답할 수 있을 만한 문제가 아니지.'

    이용표는 그렇게 생각했다.

    눈앞의 애송이는 분명히 애송이라고.

    뭐 나름 당차게 대답하는 것 같긴 한데, 이런 문제를 과연 얼마나 고려했을까.

    결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고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해지는 문제다.

    그러니까 고집부리지 말고 얌전히 영물을 우리에게 인도해라.

    그렇게 생각했는데…….

    "중동의 '금황호(金皇虎)'를 아시나요?"

    "예?"

    "금황호요."

    "아, 음. 예."

    갑작스레 나온 금황호란 이름은, 다름 아닌 중동의 왕가에 머물고 있는 영물 호랑이의 이름이었다.

    그래.

    무려 호랑이 영물이 중동의 왕가, 사람의 사회에 머물고 있는 지극히 희소한 사례이다.

    영물이 인간의 사회에 스며들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되는 사례 중 하나이기도 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여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를 도진이 간략히 풀어냈다.

    "금황호는 호랑이 영물로 중동의 왕가와 인연을 맺고 거기에 머물게 됐죠."

    사실 중동의 왕가가 아니었다면 성사되기 힘든 일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호랑이다. 그냥 호랑이도 아니고 두 배 이상의 덩치를 가진 영물 호랑이.

    중동의 왕가가 아니었다면 결코 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엔 왕가에서만 머물고 드물게 행사에 얼굴을 비추는 게 전부였던 금황호는, 이십 년이 넘는 시간을 들임으로써 일반 시민들의 믿음과 신뢰마저 얻는 데 성공했죠."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야성'이 있는 맹수는 그렇기에 제아무리 오래 사귀어도 위험하다고.

    고양잇과 맹수가 사육사가 등을 보이면 그 뒤를 본능처럼 노리는 것이 한 예다.

    실제로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 맹수'이기에 적용되는 이야기였다.

    "금황호는 그냥 호랑이가 아니라 '영물'이죠. 영성이 트이고 지능이 높아졌습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본능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

    "솜이도 마찬가지예요. 솜이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인간에 의해 안 좋은 일을 겪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여러분들을 불편해할지언정 해치려 하진 않잖아요? 분명히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단 말이죠."

    "이런 솜이를 단순히 맹수의 범주에서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다만, 그래요. 모두가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겠죠. 금황호 때와 마찬가지로 신뢰를 얻어야만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래도 솜이는 금황호보다는 그것이 수월할 거예요."

    스윽-

    도진이 품에 안고 있던 솜이를 들어 보이며 씨익 웃었다.

    "솜이는 귀여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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