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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294화 (294/741)

293화

한국의 서울에서 일어난 두 마리 마물의 사건은 세계에 대서특필되었다.

대서특필될 수밖에 없을 만큼 엄청난 사건이었다.

한 마리만 나타나도 전 세계의 뉴스 거리가 될 마물이 무려 두 마리나, 그것도 다른 곳도 아닌 '한국'에서 나타났다.

본래 한국은 영물이 나타날 수 있을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영물이 나타날 수 있을 만큼의 '규모'가 되는 자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중국, 멀게는 미국이나 호주 정도는 되어야 '자연의 규모'가 영물이 나타날 정도로 충족이 된다고 연구가들은 말하곤 했다.

안 그래도 희박한 영물의 자연 발생 확률.

그렇다면 최소한 그 자연 발생을 촉진할 정도로 강력하고도 거대한 자연 환경이 갖추어져야 했는데 한국에는 그럴 만한 곳이 없다고 연구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것을 증명하듯 한국에서는 무림 르네상스 이후, 그러니까 '현대화 되었다'고 할 만한 시대에 접어든 이후 공식적으로 영물이 등장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한데 그런 한국에서 한 마리도 아니고 동일 개체가 두 마리나 모습을 드러냈으니 이것을 헤드라인으로 쓰지 않으면 무얼 헤드라인으로 쓰겠냐는 말이다.

심지어 이 사건은 단순히 두 마리의 마물이 나타나 포획, 혹은 사살되는 결과로 끝나지 않았다.

한 마리는 그렇게 산에서 사살되었으나 다른 한 마리가 도심 안까지 진입하는, 대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일이 일어나 버렸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마물이, 그것도 두 마리나 등장한 일이었으니 당연히 얼마간은 그 일로 도배가 될 수밖에 없었고 모든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될 일이었다.

그러나 두 마리가 포위대에 의해 사살되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제한되고 걸러진, '배포된 자료'를 기반으로 했을 피상적인 화제였을 것이다.

-어떡해…….

-쉿! 숨죽이고 있어!

-그르르르…….

그러나 도심으로 스며든 다른 한 마리를, 그 와중에도 개인이 촬영한 생생한 자료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커뮤니티는 더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와 시발..ㅈ ㅓ게 마물이구나..

-영상으로만 봐도 지리겠다;;

-아씨발 눈마주침;;

-화장실 같이 가주실분 구합니다;; 씨발 꿈에 나오겠네;;

-아니 근데 저게 돌아다닐 동안 정부에선 뭐함? 잤음?

-그러게. 참사 일어났으면 한두 명 모가지 날아가는 걸론 안 끝났을 거다.

사실 사안만 놓고 보자면 가볍게 이슈가 되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사건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칫 잘못했으면 세자릿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을지도 모를 치명적이고도 심각한 사건이었으니까.

허나 그렇게 되지 않았던 건 단 한 명도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하늘이 도왔다고 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기적이었으며, 그 덕분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납득이 가능해졌다.

-미국 같은 곳 아니고서야 사실 이걸 어케 막겠냐.

-ㄹㅇ. 게다가 한국에선 영물이란 걸 볼 일이 없었으니까.

한국은 단 한 번도 영물이 나타난 사례가 공식적으로 없었다.

한국만이 아니라 사실 대부분의 나라 사람들이 평생 영물을 볼 일이 없을 만큼 그것은 희귀한 사례다.

그런 만큼 일상적으로 대비하기엔, 영물은 차라리 지극히 드물게 마주하는 천재지변이었다.

말도 안 되는 예산을 집행하는 미국에서나 영물을 탐지하고 방비하는 시스템을 광범위하게 구축, 연구를 위해 상시 운용했고 그 미국과 경쟁하려는 중국 정도가 마찬가지로 국가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그냥 물도 아니고 황금을 들이붓는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기적적으로 사망한 사람이 나오지 않은 이번 사건에서 정부를 비난하는 여론은 희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기적을 만들어낸 후기지수들이 더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도 잠룡이 다른 한 마리 있다는 거 알렸다면서;;

-아닠ㅋㅋ 또 잠룡이야?ㅋㅋㅋㅋ

-형, 왜 빠지는데가 없어요?

가장 처음 또 다른 한 마리의 존재를 알아챈 것이 잠룡이라는 게 이미 파다하게 퍼졌다.

잠룡이 아니었으면 정말로 마물에 의한 대참사가 일어났을 수 있었기에 잠룡에 대한 찬양은 뜨거웠다.

여기에.

-헤라클레스갓이 마물이랑 다이다이 떠서 시간 벌었음;;

-허미쉬펄..ㅋㅋㅋㅋ 곤충이 거대하니까 마물까지 막네 ㅋㅋㅋㅋ

-곤충펀치! 곤충펀치!!

-ㄹㅇ 곤충 펀치로 마물막음ㅋㅋㅋㅋㅋ

-개미친ㅋㅋㅋㅋㅋㅋㅋ

황룡의 이름이 하늘을 뚫고 치솟았다.

-그날, 자신을 거두어 주고 길러 주었던 보육원을 지키기 위해 일어선 한 마리 곤충이 있었다..

-아씹ㅋㅋㅋ 눈물나고 있었는데 왜 끝에 곤충인데 ㅋㅋㅋㅋㅋ

갓난아이를 거두어 길러 주었던 보육원.

그 보육원을 지키기 위해 장성한 아이가 목숨을 걸고 마물을 막아섰던 이야기는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밖에 없었으니 황룡의 명성이 폭발적으로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일 분여간.

60초를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채 여물지 않은, 숭무고생이라 해도 아직은 학생에 불과한 열일곱의 소년이 목숨을 걸고 보육원을 지키기 위해 마물을 막아선 것이다.

그리고 그 목숨을 건 일 분여가, 기적적으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만들지 않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잠룡이 늦지 않게 도착했고 단번에 마물의 목을 갈랐다.

그 뒤 마물의 사체를 뒤로 하고 벽태웅의 거체를 받치는, 어깨에 손을 올린 도진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은 전 세계 헤드라인에 함께 실리는 한 컷이 되었다.

-혀, 형아..

-아... 바지 벗었읍니다.. 형아...

-바지를 왜 벗는데 미친놈앜ㅋㅋㅋㅋ

-아 근데 진짜 진지하게 존나 멋있다;;

-분명히 벽태웅이 더 큰데 잠룡이 존나 형님처럼 멋있게 보임;;;

-잠룡이라 그럼.

-※잠룡이 아니면 따라하지 마시오. 니가 하면 그냥 기둥 받치는 짝대기입니다.

-아야 시발. 왜 때려;;

여담이지만 그 사진은 함께 도착한 유지은이 찍은 것이었고, 그 사진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

그리고 사건이 마무리 된 뒤, 도진은 정의검가의 식객이자 잠룡문주의 이름으로 감사패와 상금을 받았다.

"이번 기회에 명성 좀 높여 둬야지. 실적도 쌓고."

"예, 그렇네요."

오성아의 말에 따라 깔끔하게 차려입고 함께 가 사무실에 장식할 감사패를 받고 사진도 찍었다.

-헤으응.. 눈나.. 정장 차림 나죽어..

-감사패보다 눈나와 함께 사진 찍는 게 더 부럽다!

오성아의 SNS를 팔로우한 사람들은 그런 부러움에 몸을 떨었지만 그 외 평범한 사람들에겐 이런 것들이 명성으로 기억에 남는다.

혹여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도진을 떠올리고 신뢰할 수 있는 그런 명성이자 실적으로 말이다.

그리고 도진과 함께 감사패와 상금을 받은 벽태웅에겐 관심과 함께 후원이 쏟아졌다.

보육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황룡의 이야기는 그가 나고 자란 보육원에 대한 후원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문제가 되었던 야생 동물들을 산 깊숙이 돌려 보내도록 결정이 나면서 재개발 구역도 본래의 구역으로 다시 변경되었다.

여기에 보육원이 후원금과 나성보 변호사의 도움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새단장을 함으로써 벽태웅이 목숨을 걸고 지켰던 보금자리는 계속 그 자리에 남게 되었다.

여담으로, 들고일어났던 환경 보호 단체이자 동물 보호 단체는 완전히 박살이 났다.

앞서 연행된 동료들의 처우에 시위하겠답시고 사패산을 다시 점거하려 했던 계획이 들통났는데, 만약 그랬다면 포위망의 형성에 지장이 생길 뻔 했고 아예 그들이 도시로 진입하려던 마물을 만나 대참사가 벌어질 뻔 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저 미친 새끼들 미리 안 막았으면 다 죽었을 거 아녀 ㅋㅋㅋ

-저 새끼들만 죽으면 괜찮은데 죄없는 사람들까지 죽을 뻔 했음;;

-현수막 봤냐. '비로소, 생명' ㅇㅈㄹ ㅋㅋㅋ

-그 전엔 생명도 아니었다는 소리자넠ㅋㅋㅋㅋㅋ

-지들이 인정안하면 생명도 아니라는 소리ㅋㅋㅋ

-ㄲㅂ 저런 것들은 퇴장해 주는 게 차라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건데.

마물이 연관되어 있어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기에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던 참사였는데 그것도 모르고 괜히 언플을 하려다 집중포화를 맞고 산화했다.

마물이 연관되어 있어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기에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던 참사였는데 그것도 모르고 괜히 언플을 하려다 집중포화를 맞고 산화했다.

-해피 엔딩이네요.

-그렇구나.

도진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얼마 뒤 벽태웅의 스승인 소거인 강거혁과 만났다.

"내 제자를 구해 주어서 고맙네."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며 그가 먼저 연락을 했기 때문이다.

깊이 고개를 숙이는 그는 빛이 바랜, 그러나 결코 깨지지 않을 단단한 암석 같은 사람이었다.

고련하고 또 고련하여 깎여 나가고 색마저 바래 버렸지만 그렇기에 켜켜이 스며든, 결코 부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세가 단단한 근육에 묻어난다.

소거인(小巨人)이라고 했던가.

도진은 그 별호가 이처럼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다.

체구는 작지만, 이렇게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이 작은 체구의 사람을 얕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 기세를 품고 있는 사람이기에 사례를 위하여 고개를 숙이는 데에도 인색함이 없다.

"내 힘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불러주게. 은혜를 갚기 위해 내 최선을 다할 것이니."

야인(野人)으로서 할 수 있는 보은이라며 그는 도진이 자신의 힘을 필요로 할 때 그것이 무엇이든, 그리고 그것이 언제이든 망설이지 않고 달려올 것이라 약속해 주었다.

도진은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예. 필요할 때, 감사히 그 도움을 받기로 하겠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피상적인 예의라는 명목으로 거절하는 건 도진의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도진의 태도에 강거혁도 선이 굵은 미소를 띠었다.

"좋아. 자네 같은 무인이 제자의 곁에 있다니, 이보다 기쁠 수가 없군."

-호쾌한 인물이로구나.

-예. 다음 학기에 수업을 개설하시면 신청해 봐야겠습니다.

외래 교수가 된 강거혁은 이번 학기부터 작게 강의를 개설하긴 했는데 권법가만 받았다.

아직 처음이니 일단은 그렇게 소소하게 강의를 해 보고 다음 학기부터 본격적으로 해보려는 듯했는데 직접 마주하니 어떤 무론(武論)을 펼칠지 기대가 됐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나며 사건도 어느 정도 잠잠해져 갔다.

* * * *

-가볍게 몸을 풀기 위해 올랐던 만년설이 내린 정상에서 녀석을 처음 만났지.

토요일 밤.

도진은 어김없이 연신극기공을 통한 단련을 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가볍게 달리면서 단순한 초식의 운용을 병행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연신극기공을 이용하여 내부는 물론 외부의 육체에까지 상상도 못할 부하를 걸고 있는 상태다.

그러니까 굳이 비유하자면 중형차 한 대를 몸에 단 채 달리면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필요한 동작을 수행하는 느낌이다.

감히 상상도 못할 강도의 수련이었으나 도진은 그것을 일상적인 표정으로 산책이라도 하는 듯 수행하고 있었으니 이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물리 엔진이 고장난 듯한' 모습을 도진이 보일 수 있는 비결이었다.

그리고 도진에 앞서 그런 수련을 하던 위지혁이 무려 천산의 만년설이 내린 어느 산 꼭대기에서 설표를 만났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많은 민초들이 천산설표라고 불렀지만 사실 설표는 환경만 갖추어진다면 장소에 그리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는 편이야. 북해빙궁은 물론이고 천년빙로(千年氷露)가 고인 곳이라도 좋지.

개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천산에 사는 설표였고 그래서 천산설표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여하간 놈은 300년을 묵어서인지 꽤 대단한 내단을 가지고 있었지. 물론 나에겐 안 됐지만 말이야.

급박했던 사건이 해피 엔딩으로 끝난 뒤였기에 위지혁은 그렇게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해 나갔다.

소위 말하는 'TMI'였지만 도진으로서도 흥미가 가는 내용이었기에 연신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위지혁이 그렇게 설표를 만난 적이 있었기에 해피 엔딩으로 이번 사건이 끝날 수도 있었고 말이다.

-만약 사람 말을 가르쳤다면 글자를 쓰는 것으로 의사소통도 가능했을 만큼 놈은 영성이 트여 있었지. 설표 자체가 꽤나 똑똑한 놈이어서 말을 못했을 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얼추 몸짓으로 의사 소통은 가능했어.

-그랬군요.

이야기를 듣는 사이 도진은 동적산에 들어섰다.

어쩌다 보니 사람의 시선이 미치지 않고 인적이 없는 이곳이 외부에 보이기 민감한 수련을 하는 장소가 되었다.

"……."

한데, 오늘은 아무래도 그 수련을 할 날이 아닌 듯했다.

멈춰선 도진이 후우,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어둠이 내린 너머로 시선을 향한 곳에서.

서벅.

'세 번째' 설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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