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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281화 (281/741)

280화

입학식이 끝나고 집행부의 멤버들은 부실로 돌아왔는데, 그 안에 새내기 윤상미와 우서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자, 이번에 새롭게 부원이 된 풋풋한 새내기 우서진이랑 윤상미야. 박수!"

짝짝짝짝!

"어서 와!"

주정아가 열성적으로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띄워 주었고 우서진과 상미는 정식으로 인사하며 신입 부원이 되었음을 알렸다.

43기의 수석과 차석인 두 사람의 도진이 있는 집행부 가입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수석과 차석이 되자마자 한유아가 스카우트를 제의했고 바로 응한 두 사람이었기에 입학식도 전에 이미 정식으로 부원이 되어 있었다.

"음, 그리고 세 사람이 더 있어."

그리고 한유아는 새로운 부원이 세 명 더 있다고 말했다.

그중 한 명이 곧 부실에 들어섰으니 어디에 있든 그 존재감을 분명하게 드러낼 벽태웅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벽태웅입니다."

"오! 어서 와!"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응응! 잘 부탁해."

벽태웅은 흉악한 몸과 달리 동글동글한 인상과 싹싹한 태도로 주정아의 호감을 샀다.

흔히 말하는 곰 같은, 느릿느릿하면서도 둥글고 순한 인상과 매치되는 모습인데 여기에 사실은 똑똑한 데다 여우처럼 영악한 면모도 있다는 걸 도진은 꿰뚫어 보았다.

정말로 곰 같은 후배였다.

나쁜 뜻이 아니다.

그러니까 순박하고 착하지만 결코 호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 무공 실력도 그렇고 성격까지 크게 될 녀석처럼 보이는데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니 강거혁 님도 이번에 외래 교수가 되셨지?"

한유아의 말에 벽태웅이 동글동글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소거인 강거혁은 본래 야인으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던 무인이었다.

한데 이번에 갑자기 숭무고의 외래 교수가 되어 또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

자세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분명히 제자와 관계가 있을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벽태웅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마지막 두 명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인싸 성분이 넘쳐나는 목소리와 조금은 차가운 목소리의 두 사람은 다름 아닌 남사현과 약리지였다.

두 사람 또한 집행부에 소속되길 희망했고 한유아가 받아들인 것이었다.

"우리 집행부 새내기들이 이제 다 모였네!"

다섯 명의 새내기가 다 모이자 한유아가 박수를 짝, 치며 일어났다.

"정식으로 인사 나누는 건 맛있는 거 먹으면서 하자."

입학식이 끝나고 집행부는 새내기들을 맞이하기 위한 회식을 잡아 두었다.

예약해 둔 고깃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그 고깃집으로 향하는 우서진의 눈이 입학식에 이어 약리지를 담고 있었다.

* * * *

집행부의 새내기 맞이 회식은 근처의 소고깃집에서 진행되었다.

본래 서태주네 가게에서 할까 했는데 근처에 있는 숭무고 지점을 숭무영재고의 집행부가 마침 전세를 내서 다른 곳으로 잡았다.

도진이 서태주에게 듣기로 2학년이 되면서 슬슬 실세가 되어 가고 있다는데 회식 장소에서 신빙성이 더해진다.

뭐 그런 배경으로 예약한 소고깃집의 룸에 들어서자 한유아가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그럼 섞여서 앉아 보자!"

룸 안에는 세 개의 테이블이 품(品) 자 형태로 놓여 있었는데 무작위로 멤버들이 섞여 앉았다.

가능하면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섞일 수 있도록 했는데 결과 도진과 유지은, 윤상미와 남사현이 한 테이블에 앉게 됐다.

다른 곳은 한유아와 소담, 우서진, 약리지, 그리고 민지서와 나지윤, 오대용, 주정아, 벽태웅이었다.

"자, 그럼 헌내기님들. 고기 구워 주세요."

"내가, 내가 헌내기라니이."

이어지는 한유아의 진행에 주정아가 귀엽게 한탄했다.

비싼 곳은 상상도 못할 서비스와 시스템을 갖추곤 한다.

도진은 집행부원이 되고 여러 인연을 만나며 그런 '비싼 곳'들을 알게 되었지만 오늘 온 고깃집은 조금 클래식한 곳이었다.

그러니까 손님이 직접 고기를 구워야 하는 곳이었는데, 한유아가 일부러 그런 클래식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이 집을 선택했다.

바로 옆 테이블에선 말을 꺼낸 한유아가 집게를 들었고 다른 테이블에선 주정아가 집게를 잡았다.

그리고 도진의 테이블에서는 바로 도진이 집게를 들었다.

"제가 구울게요."

"와! 후배가 구워주는 거 먹을 수 있는 거야?"

"감사합니다, 선배님."

유지은이 눈을 반짝였고 남사현도 특유의 인싸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반응이 격렬했던 건 '소리없는 아우성'을 파도처럼 일렁이는 눈동자로 표현하고 있는 윤상미였다.

'오빠가 고기를 구워 준다고?'

'오빠가 구워주는 고기를 먹을 수 있어?'

가장 먼저 드는 충동은 이 순간을 8k 360도 촬영으로 남기는 것이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유일신이 구워주시는 은총을 액체 질소로 냉동 보존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허나 이 자리에서는 어느 쪽도 이룰 수 없는 일이었기에 상심했던 상미는 곧 유일신님의 격언 하나를 인터넷에서의 어떤 이미지와 함께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순간에만 즐길 수 있는 것도 있는 거잖아?

모두가 중요한 순간을 휴대폰 카메라 너머로만 보고 있는 가운데 오롯이 실물을 응시하는 할머니의 사진.

상미는 곧 욕심 대신 지금 이 순간의 은총에 충실하기로 하며 깨달은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상미가 갈등과 깨달음을 얻는 사이 소고기가 구워지며 서로의 앞접시에 채워졌다.

"자, 술 마실 사람은 술잔 채우시고 음료수 마실 사람은 음료수로 잔 채워 주세요!"

주정아의 말에 가장 먼저 도진이 콜라를 들었다.

"나는 콜라."

"저, 저도 콜라로 할게요."

"그래. 잔 줘 봐."

"네, 네!"

두 손으로 내민 상미의 잔에 도진이 콜라를 따라 주었다.

혹시나 싫은데도 술을 선택하는 새내기가 없도록 도진이 먼저 나선 것이었다.

물론 도진은 실제로 술보다는 콜라를 선호했다.

상미는 도진이 따라 준 콜라잔을 소중하게 들었고 약리지도 사이다를 선택했다.

"사실은 스승님의 대작을 해드리느라 어릴 적부터 술을 마셨습니다."

"술은 기본 소양이지 않겠습니까."

"이 기회에 한 번 마셔보려구요."

벽태웅과 남사현, 우서진은 그런 이유를 대며 소주를 택했다.

"자, 그럼 우리 집행부의 한유아 부장님의 건배사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컵에 숟가락을 넣어 마이크로 사용하며 주정아가 말했고 한유아는 능숙하게 분위기를 띄우는 건배사를 해 주었다.

한유아에 주정아는 물론이요 새내기들 중에도 분위기를 능숙하게 띄우고 이끌어 갈 줄 아는 멤버들이 있었기에 회식은 꽤 즐겁게 흘러갔다.

"우선 정식으로 자기소개부터 할까?"

3학년부터 자기소개를 했다.

"민지서입니다."

"서소담이라고 해."

민지서나 소담이 조금은 딱딱하게 자기소개를 했지만 한유아와 주정아가 있었기에 분위기는 처지지 않았다.

"호협남가의 남사현입니다! 여기 리지와는 소꿉친구로 자랐습니다. 진짜 유명한 사이인데 선배님들께서도 아실런지 모르겠습니다."

"아. 나 아는데 이거 말해도 되는 거야?"

"하하하! 제 명성의 대부분의 지분을 차지하는 이야기지 않습니까. 부담없이 하셔도 됩니다."

여기에 '인싸' 남사현.

"벽태웅입니다. 강거혁 스승님께 무공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얼핏 투박하게 느껴지는 자기소개를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도록 만드는 벽태웅까지.

벽태웅은 싹싹하고 친화력이 높은 타입이었는데 정말 여러모로 '곰 같은' 성격이었다.

인성이 선한데 단순히 선하기만 한 게 아니라 좋은 의미로 영악해 타인에게 맞춰줄 줄 알았다.

"그게 뭐 자랑이라고 자랑하고 있어?"

여기에 약리지 또한 우서진을 째릿 노려보던 것 때문에 찬바람 쌩쌩 부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갑분싸'를 부르지 않고 자리에 어울릴 줄 알았으며 도도하지도 않았다.

다가가기 힘든 냉미녀 스타일이지만 사실은 털털한 면도 있었던 것이다.

상미도 보호소와 미용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성을 길렀고 우서진 또한 천성이 내성적이진 않았기에 회식이 진행되며 집행부에 잘 녹아들었다.

"그런데 도진이는 진짜 콜라만 먹는구나?"

"응? 그렇진 않은데. 다른 것도 마셔."

주정아의 말에 도진이 답했다.

"정말? 나는 네가 다른 사람들한테 맞춰주는 거 아니면 콜라말곤 다른 거 마시는 걸 못 본 거 같은데."

"아, 나도 그랬어."

유지은까지 동의하자 도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초딩 입맛이잖아요. 그래서 그냥 단 걸 먹는 거죠. 콜라가 아니라 단 거면 그냥 웬만큼 마셔요."

"그래?"

"네. 맥콜도 마시고."

"으엑."

갑자기 나온 맥콜에 주정아가 몸을 뒤로 물렸다.

마치 민트초코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은 리액션이었다.

"왜? 맥콜 그거 달달하게 괜찮은데."

"너…… 그런 거 마시니?"

오대용의 반응이 여자친구인 주정아를 따라간다.

"왜들 그러세요. 맥콜 괜찮은데."

그런 선배들의 반응에 맥콜을 마셔본 적도 없으면서 상미가 유일신을 변호했다.

"도진이 말대로면 단맛 나는 거 아냐? 왜들 그래?"

"선배, 그건 이단입니다. 치킨계의 신호등 같은 거라구요."

"에이. 다들 모함이 심하네. 선배, 그러지 말고 안 마셔봤으면 한 번 마셔보세요. 인생 모든 건 다 경험이잖아요."

"응, 그렇네. 알았어. 한 번 마셔볼게."

유지은이 도진의 말에 설득당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메뉴판에 맥콜이 있었으면 당장이라도 시켰을 듯한 모습이었다.

"아……. 선배가 악의 구렁텅이에……."

그것을 계기로 음식의 호불호에 관해 잠시 이야기했다.

"전 데자와도 괜찮던데."

"헐."

"도진이는 완벽한 줄 알았는데 역시 완벽한 사람은 없구나."

"난 이해해. 사람 취향이란 건 다양하잖아."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주정아와 옹호하는 소담.

"넌 그냥 달면 다 괜찮은 거구나?"

"네. 너무 달지만 않으면 다 좋더라구요."

한유아의 말에 도진은 자신의 취향을 그렇게 말했고 소담과 유지은은 그것을 머릿속에 저장했으며 상미는 마음 속에 메모했다.

"잠깐만. 어쩐지 우리 부장님의 말투가 데자와를 마셔봤던 것 같은데?"

명탐정에 빙의한 주정아의 말에 한유아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지서가 자주 마시길래 나도 한 번 마셔봤지. 뭐 그렇게 악명을 떨칠 정도는 아닌 거 같던데?"

"…지서 선배 몰랐는데 무서운 사람이었구나."

"…아닙니다."

주정아의 음해에 결국 민지서도 입을 열곤 했다.

"아, 그리고 저는 빵에 과일 들어가는 거 정말 싫어해요. 생크림 케이크에서도 과일은 다 빼고 먹어요."

"아니 왜?"

"식감이 별로고 안 어울리잖아요."

"선배는 의외로 까다로운 타입이시네요."

"응, 내가 좀 그런 면이 있어."

대화에 참여한 약리지의 말에 도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상미는 도진이 골라낸 과일을 자신이 먹는 상상을 했으며 비슷한 상상을 했던 소담의 볼이 붉어졌다.

그렇게 여러 이야기를 하며 친분을 쌓은 회식이 끝나고 모두 헤어지게 되었다.

"조심해서 들어가, 새내기들."

"네. 선배님들도 들어가십시오."

소고깃집을 나와 각자의 방향으로 떠난다.

한데 그중 우서진이 조금 다른 움직임을 보였으니 바로 옆에 앉아 있었음에도 회식 내내 찬바람을 날리던 약리지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왜."

분위기를 깰까봐 대놓고 밀어내지만 않았을 뿐 싫어하는 티는 계속 냈는데 바로 그 우서진이 다가왔다.

우서진은 약리지의 쌀쌀맞은 태도에도 웃는 얼굴을 유지하며 말했다.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없을까?"

"…나는 별로 할 이야기 없는데."

"나는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10분만이라도 시간 내 줄 수 없을까?"

약리지는 우서진의 말에 입술을 우물거리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잠시만이야."

"응. 고마워."

"너 먼저 가도 돼."

"아니야. 기다릴게. 다녀와."

그렇게 약리지는 남사현을 두고 우서진과 함께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도진이 알려준 방법을 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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