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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275화 (275/741)
  • 274화

    43기 응시생들의 본 시험은 숭무고의 본 시험이 항상 그러했듯 이번에도 큰 화제가 되었다.

    티켓을 구매하여 현장, 크래들 오브 블루 웨일에서 관람하거나 유료 결제를 통해서만 본 시험을 볼 수 있었지만 그런 건 사소한 장벽이었기에 관심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 시험을 보았고 회자되었다.

    올해 그렇게 회자되는, 손꼽히는 후기지수는 넷이었는데 그중 약봉 약리지를 제외한 셋이 잠룡 김도진과 연관되어 있었던 게 특별한 부분이었다.

    -와..ㅋㅋㅋ 진짜 잠룡은 레벨이 다르네 ㅋㅋㅋ

    -와 쉬벌 ㅋㅋ 혼자서 20킬을 넘게 해 버리네 ㅋㅋ

    -아 핵쓰지 말라고 ㅋㅋㅋ

    1학년과 2학년이 격돌할 수 있도록 장치를 한 팀 데스매치.

    의도적으로 2학년들이 많이 불리하도록 여러 제약을 달았고 그에 따라 2학년들은 점수를 내어 주고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중반을 넘어가면 그래도 좀 할 만 했을 텐데 숭무고 관문 시험을 통과한 천재들답게 응시생들은 자신감과 빠른 판단, 그리고 계산으로 '초반 러쉬'를 감행하여 2학년들에게서 점수와 체력을 빼앗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2학년들이 못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이게 '당연한' 것이었고 당연한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잠룡은 이번에도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만들었다.

    -작년 본 시험 때도 여포 메타 하더니 이번 본 시험 때도 여포메타를 해버리네 ㅋㅋㅋ

    -공격도 아니고 방어마저 여포메타를 해 버리는 잠룡은 도덕책..

    -??? : 내가 약해졌다고 해서 응시생들이 강해진 건 아니잖아?

    -크으.. 내 안의 흑염룡뽕이 차오른다..

    -아니 니가 왜 뽕이 차오르는데 ㅋㅋㅋ 그리고 잠룡은 저런 말 한 적 없잖아 ㅋㅋ

    -흠, 좀 진지 빨고 말하자면 이건 좀 불합리한 시험이긴 했음. 잠룡이 문제임.

    -?

    -이건 또 뭔 억까냐?

    -아니 생각을 좀 해 봐라. 여러 제약을 달았다고는 하는데, 잠룡은 어차피 평상시에도 딱 저정도로만 힘을 썼잖아. 그러니까 힘을 1/10으로 줄여봐야 잠룡한텐 그게 노멀 모드잖아.

    -?..그..렇지?

    -그렇네?

    -그러니까 쟤들은 그냥 '평소의 잠룡'한테 갖다 박은 거라고.

    -엌ㅋㅋㅋㅋㅋ

    -듣고 보니.. 그렇네?

    -시밬ㅋㅋㅋㅋㅋ 않이 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

    -용감하게 평소의 잠룡한테 돌진ㅋㅋㅋㅋㅋ

    -알고 보니 억까가 아니라 분석 천재;;;

    -어.. 그러면 잠룡한테 당한 응시생들은 농담 아니라 좀 불쌍하게 됐네;; 유일하게 잠룡만 애들 다 보내 버렸자너..

    -아니 그건 아님. 그런 거까지 감안해서 본래 하나여야 할 목숨을 두 개로 설정했다고 뒤에 설명해 주더라. 실제로 김도진한테 처음 당했던 재수생 삼수생들 조는 합격했음.

    -오.

    여러 제약을 달고 있었음에도 '평소와 같은' 포스를 뽐내며 도전했던 응시생들을 모조리 보내 버렸던 잠룡 김도진.

    43기 응시생들보다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주객이 전도된 듯 본 시험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막강한 포스를 보여 주었던 김도진이었기에, 그 김도진과 마주했던 우서진과 윤상미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미룡이랑 빙봉이 43기 탑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걸 확신하게 해주는 장면이었음.

    -ㄹㅇ

    당당하게 도진에게 '도전하러 왔다'고 선언한 우서진과 윤상미.

    그리고 그런 둘을 라스트 보스의 포스를 뿜으며 맞이한 김도진.

    퍼져 나가는 천마기와 차갑게 내리는 삼음지체의 냉기, 한천검공의 냉기는 영상으로 느낄 수 없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마저 뚫고 느껴지는 기세라는 게 있었다.

    이어지는 굉음, 퍼져 나가는 서리의 임팩트가 그 불분명한 기세에 현실감을 입혀 주기까지 했다.

    겨우 한 번씩의 격돌이었지만 우서진과 윤상미가 후기지수 미룡이자 빙봉으로 불리는 데에 누구도 시비를 걸 수 없을 만큼의 증명이 되었다.

    약봉 약리지는 '의선약가의 돌연변이'로서 의술 이상의 무공 실력을 자랑하는 후기지수로 인정 받았지만 이번 본 시험에서는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관문 시험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냈고 본 시험에서도 그녀의 조를 습격했던 다른 응시생 조를 무난하게 제압하긴 했다.

    그 무난하게 제압했다는 부분이 사실은 아주 대단한 것이긴 했지만 '숭무고의 후기지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지극히 높을 수밖에 없었고 당연한 것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가장 먼저 합격한 약봉 약리지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미룡과 빙봉을 더 언급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 근데 역시 이번 본 시험 주인공은 '그 풍뎅이'지.

    -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

    그런 미룡과 빙봉마저 압도한 이번 본 시험 최고의 화제가 있었으니 바로 벽태웅이었다.

    전통에 따라 황룡(蟥龍)이란 별호가 붙은 그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업적을 본 시험에서 이룩했기 때문이다.

    우서진과 윤상미에 이어 도진과 격돌한 벽태웅은, 놀랍게도 '그 김도진'을 날려 버렸던 것이다.

    -허미 쉬벌... 진짜 살다보니까 별 걸 다 보게 되는구나.

    -김도진이 힘에서 밀린 건 처음ㅇ ㅏ니냐?

    -ㅇㅇ 이게 CG가 아니라는 게 진짜 믿겨지지 않는다 ㅋㅋㅋ

    -저건 진짜 사람이 아니다. 곤충이지.

    -ㅋㅋㅋㅋㅋ 곤충이란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가 않자넠ㅋㅋㅋㅋㅋ

    -ㅇㅇ 불곰이라도 저건 안 되니까 곤충 맞음.

    지금껏 김도진은 '무림인치고는 여리여리한 몸'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가해한 힘을 보여 주었다.

    당연한 걸 오히려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어 왔다.

    2미터에 육박하는 키, 웬만큼 날씬한 여성의 허리와 비교해야 할 법한 팔뚝 등의 우월한 신체 스펙을 가지고 외공에 올인한 학생들마저 도진에게 힘으로 밀리지 않았던가.

    비록 벽태웅은 그런 외공수련자들 사이에 있어도 특별해 보일 만큼 엄청난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김도진에게는 안 될 거라 사람들은 생각했다.

    김도진에 한해서는 그게 당연한 '상식'이 되어 버렸으니까.

    -음. 숭무고 최강이 이로서 바뀌는 건가..

    -곤충! 곤충! 곤충!

    -마! 이게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다!

    그 상식이 깨진 상황을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아니 시발;; 오바좀 싸지마라;; 저거 김도진이 봐준건데 뭘 최강이 바뀌니 뭐니;;

    -Aㅏ;;;

    -저저 넌씨눈;;

    -?? 뭐?

    -다 장난치는 거잖아.. 그걸 누가 모르냐;;

    그리고 장난임을 읽지 못한 누군가를 사람들은 안타까워하거나 비난했다.

    -김도진이 내공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그나마도 제자리서 풀파워로 달려와서 들이받는 벽태웅을 상대해서 심지어 일부러 후속타 대비해서 몸을 날렸는데 데미지 겨우 1 들어온 거 누구나가 다 알고 있단다..

    -...;;; ㅈㅅ;; 제가 좀 눈치없단 소리 많이 들음;;

    -그래, 알면 다행이다..

    -이게 다 벽태웅이 호감이라서 장난치는 거임 ㅋㅋ

    어찌되었든 도진의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습을 한정적으로나마 볼 수 있었다.

    만약 이 뒤에 벽태웅이 거들먹거리거나 했다면 이렇게 장난을 칠 정도로 여론이 좋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도진이 예상치 못했던 후배의 역량에 미소지으며, 눈을 뜬 맹수처럼 호기심을 보였을 때.

    -아. 저희 합격입니다.

    -엌ㅋㅋㅋㅋㅋ

    -저저저 ㅋㅋㅋㅋ

    -점수 따고 튀기 미친ㅋㅋㅋㅋㅋ

    벽태웅이 그 흉악한 몸에 어울리지 않게 호다닥 달려가 미리 준비해 두었던 구슬을 보이며 한 말에 사람들은 뒤집어진 것이다.

    -ㅋㅋㅋ 관상값하네 ㅋㅋㅋ

    -곰이 사실은 영악하다더니 사실이었습니닼ㅋㅋㅋㅋ

    벽태웅의 그 행동이 미룡과 빙봉마저 넘어서 황룡이 회자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회자되는 벽태웅의 이야기를 도진 또한 접했고 피식 웃었다.

    -재밌는 녀석이지 않느냐.

    -예.

    위지혁의 말에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삐딱하게 보면 벽태웅에게 도진이 밀린 그림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으나 도진은 그렇게 왜곡해서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그저 웃으며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도진은 여유가 있었으며 그 어떤 것에도 명성이 훼손되지 않을 만큼 스스로를 증명했고 또 증명할 수 있는 무인이었으니까.

    오히려 사람들이 더 그런 도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커뮤니티에서도 서슴없이 농담을 주고 받는 것이다.

    또한 그렇기에 벽태웅이 대단한 것이기도 했다.

    -총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 그랬지.

    격돌 이전 도진은 벽태웅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그 힘, 그리고 운용되는 내공의 크기까지.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수가 생긴 건 격돌의 순간 공이가 총알을 때린 것처럼 힘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독특한 무공을 익힌 듯했고 그것은 벽태웅이 타고난 육체를 지극히 효율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본 시험이 끝나고 도진은 벽태웅에 관해 조금 더 알아 보았다.

    '소거인(小巨人) 강거혁의 제자.'

    소거인 강거혁은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거인 같은 신력(神力)을 자랑했던 무림 르네상스 시절 이름을 떨친 고수였다.

    그 강거혁이 고아원 출신으로 압도적인 피지컬 덕분에 장학생으로 무난한 무림중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벽태웅을 보고선 후계자로 삼으면서 벽태웅의 이름이 알려졌다.

    -강거혁이 육체적으로 많이 아쉬워서 더 이름을 떨치지 못했던 게 사실이지.

    -그런데 그 단점을 완벽하게 메꿔줄 제자를 찾았네.

    -레알 곤충의 시대가 열릴지도 ㅋㅋㅋ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며 벽태웅을 43기 응시생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후기지수로 기대하는 것이다.

    -음…….

    -왜 그러느냐?

    도진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습이자 위지혁이 물었다.

    -저는 벽태웅이란 이름을 전생에서 듣지 못했었거든요. 스승님들은요?

    -흠.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도진의 물음에 위지혁은 물론이고 장호 또한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 시기야 저나 스승님들이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이 정도나 되는 애가 미래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이상한 일이잖아요.

    -그렇구나.

    전생에서 이 시기 도진은 사고 이후 불행의 구렁텅이에 매몰되어 있을 때였고 위지혁과 장호는 영혼을 추스르느라 외부를 볼 수 없었다.

    이 시기 유명했던 후기지수는 모르는 게 당연하다.

    허나 미래에도 이름조차 듣지 못한 건 이상한 일이었다.

    '흔한 후기지수'가 아니다.

    약리지와 같은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벽태웅 정도 되면 어쨌든 이름 정도는 들었을 법한 고수가 되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또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던 거 같아요.

    -그렇구나.

    또 한 번 느꼈다.

    전생의 김도진은 철저하게 '일반인'이었음을.

    무림과 격리되어 있었고 무림을 알지 못했다.

    허나 이번 삶은 다르다.

    김도진은 잠룡이었으며 천마가 될 것이었다.

    무림을 종횡무진할 것이고 군림할 것이다.

    그리고 전생에서는 알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알게 될 것이고, 원한다면 바꿀 것이다.

    사실은 이미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미룡과 빙봉 또한 그렇게 도진이 바꾼 무림의 모습이지 않은가.

    벽태웅.

    이 재미있는 후배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럴 수 있다면 알아볼 것이고 또 그럴 수 있는 일이라면 전생과 다른 이야기가 되도록 개입할 용의도 있었다.

    벽태웅만이 아니다.

    도진의 머릿속엔 스승들의 기억까지 포함하여 올해 일어날 여러 사건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들 중 일부는, 어쩌면 많은 부분이 도진에 의해 변할지도 모른다.

    -재밌을 거 같아요.

    올해도, 작년 못지않은 밀도 높은 한 해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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