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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257화 (257/741)

256화

2월 어느날부터 그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잠룡이 문파를 세운다는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칠 만한 이야기였고 이내 진실로 드러나며 기사까지 났다.

-잠룡 김도진, 문파 등록!

-김도진이 세운 문파는 '잠룡문'

잠룡 김도진이 이슈메이커인 만큼 기사화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허나 거기에 더욱 관심을 끌게 만들 요소가 있었으니 그 구성원이 비봉 서소담을 포함한, 암산서가의 구속을 피한 제자들이라는 것이었다.

-뭐지? 암산서가 제자들이 김도진 문파로 이적하는 거임?

-이적이라니까 축구같네.

-ㄴㄴ 그게 아니라 식객으로 받는다고 함.

-그게 무슨 차이랑 의미가 있음?

인원이 도진뿐인데 거기에 식객으로 암산서가의 제자들을 받는다는 특이한 구성에 사람들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궁금해 했고 저마다의 의견을 내놓았다.

-김도진이 암산서가 사람들 도와주려는 의도인듯.

-?

-암산서가 제자들이 전통을 유지하느라, 그리고 신풍회 때문에 외부랑 접촉도 없이 살았다면서. 당연히 바깥 세상에 관해서 아는 게 없을 거잖아. 이런 상황에서 가문 어른들마저 없으니 적응하기가 힘들겠지.

-그렇네.

-여기서 서소담이랑 친한 사이인 김도진이 나서서 문파를 만들고 식객으로 받아주면 이래저래 한솥밥 먹는 관계에서 도와줄 수가 있잖아. 갑자기 문파를 만든 거 보면 나는 이런 의도라고 생각함.

가장 그럴싸한 의견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룡문이 가져올 여파에 주목했다.

-숭무고 입학 시험 비무 우승. 1학년 1학기, 2학기 전교 1등. 랭킹전 통합 1등. 관현 게이트의 주역. 개미굴 토벌에서 활약. 답청문 사건에서 활약. 신풍회의 카자카미 히로토 세력 토벌의 주역.

-더하기 화화공룡.

-?? 뭐죠? 베테랑 무림인인가요?

-아뇨. 무림학교 1학년생입니다.

-허미쉽헐.

문주 김도진은 '겨우' 무림학교 1학년이면서 벌써부터 웬만한 현역 이상의 명성을 쌓은 상황이었다.

-명성공방과 파트너 관계. 답청문의 문주와 친구. 정의검가, 그리고 검봉과 친밀한 관계. 금봉 한유아와도 친분 있음. 오성과도 평범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음. 웨일스 후작가와 친분 있음. 폭룡 류대현의 백호와도 협업했음. 또 뭐 있지?

-소림 속가 제자와 친분 있음. 무림 전담 타격대에도 연줄 있음. 또..

-화화공룡임.

-뭐죠? 어디 대문파인가요?

-아니요, 신생 문파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아니 시벌 뭐냐고 ㅋㅋㅋ

여기에 벌써부터 엄청난 인맥이다.

어디든 다 그렇지만 무림 역시 인맥이다.

특히 육식계라 불리는 '진짜 무림'은 더더욱 인맥과 명성이 중요한 세계인데 잠룡은 이미 거기서도 특별하다 할 만큼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당장 1학년과 2학년 사이의 후기지수 대부분과 인맥을 쌓은 것만 봐도 그 특별함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은 요즘 고인물이 되어 버린 업계에 오랜만에 커다란 돌멩이가 던져져 파문이 일 거라 생각하며 그 활약을 벌써부터 기대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도진은 오성아가 또 한 번 정말 귀한 보석처럼 보였다.

사람들의 관심, 그리고 그 관심에 기반한 여러 언론의 보도는 까딱 잘못하면 역풍이 될 만큼 위험한 것이었다.

때문에 그 대처가 중요한 것이었는데 암산서가는 물론이요 도진 또한 이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경험도 지식도 부족했으니 말이다.

사람을 대하는 법에 통달한 장호가 있다지만 아무래도 당시와 현대의 환경이 다르다 보니 대처에 고심해야만 했을 텐데 여기서 오성아가 나서 주어 무난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문파 창설과 관련한 교육이나 자격증 등을 따기 위해 방문한 장소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거기에 도진이 오성아, 소담과 함께 방문하곤 했으니 알려지는 게 당연했고 오성아는 미리미리 준비하여 억측을 포함한 이상한 소문이나 여론이 생성되지 않도록 손을 써 준 것이다.

덕분에 도진은 온전히 문파와 관련한 일에만 매진할 수 있었고 2월 말이 되었을 즈음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

장원과 꼬마빌딩의 리모델링은 3월 중순 이전엔 끝날 것 같았고 빠른 시일 내에 딸 수 있는 수료증과 자격증은 다 땄다.

암산서가의 제자들 역시 무림에서 활동하기 위한 수료증과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이었으니 아마 4월 즈음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고생 많으셨어요, 오빠."

"아니 뭐 고생이라기보단 좀 바빴지."

정신없이 보낸 2월의 끄트머리에서 도진은 오랜만에 생긴 여유 시간에 상미와 우서진을 만났다.

도진도 바빴지만 상미와 우서진 역시 숭무고 입학을 대비한 막판 스퍼트를 올려야 할 중요한 시기였기에 그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었다.

"나보단 너희가 고생일 거 같은데, 준비는 잘 돼 가고 있어?"

도진의 물음에 우서진이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좀 적당히 하고 싶은데 얘가 워낙 열심이라 저까지 고생하고 있네요."

어디까지나 엄살 섞인, 그렇기에 여유가 느껴지는 푸념이었다.

삼음지체의 저주를 이겨내고 그것이 축복으로 바뀐 우서진의 재능은 범상치 않은 것이다.

여기에 맹호추라 불리며 무림 르네상스 시절에서부터 고수였던 우벽진 명장에게 사사받고 있으니 이번년도의 후기지수로 꼽히기에 부족하지 않은 실력을 쌓았다.

그런 만큼 부담감을 느끼기보단 스스로 더 잘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는 것이 우서진이었다.

한데 그런 것들을 감안해도 그 성장 속도는 놀라운 것이었으니 다름 아닌 상미 덕분이었다.

위지혁마저 인정한, 궤를 달리하는 유지은 정도를 제외하면 비할 데 없는 재능을 지닌 상미는 이미 숭무고 입학 같은 건 문제가 아닐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허허. 벌써 3성의 문을 두드리고 있구나.

한천검공.

위지혁의 시대에서, 그것도 천마신교에서도 손꼽히는 무공이었던 한천검공을 상미는 이미 2성 완숙의 경지까지 익히고 있었다.

언뜻 '2성'이라고 하면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다른 것도 아닌 그 시대 천마신교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한천검공의 2성이다.

하물며 상미는 도진과 다르게 '정석적인 단계'를 거쳐 무공을 익히고 있었으니 이미 또래 중에선 독보적인 실력을 지녔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더욱 심상세계 같은 것도 없이 그저 몽련의 술에 의한 가르침만으로, 1년도 되지 않아 이 정도로 성장했으니 과연 위지혁이 칭찬할 만한 재능을 노력으로 갈고닦아 빛냈다고 찬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상미는 그야말로 유일신인 도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서우리만치 노력했고 그런 상미의 성장에 우서진 또한 덩달아 페이스를 올리게 된 것이었다.

함께 뛰던 사람이 속도를 높여 나갈 때의 반응 중 셋을 꼽자면 하나는 애초에 안 될 거라 생각해 포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우서진 같은 경우엔 오히려 자극을 받아 자신도 페이스를 높이는 타입이었다.

숨이 차올라도 힘들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으며 속도를 높인다.

그리고 삼음지체의 축복이 깃든 육체는 그런 우서진의 감정에 호응해 주었다.

도진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관계네.'

우서진과 상미는 서로가 서로의 페이스 메이커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상미는 이미 도진이라는 목표가 있지만 여기에 자신의 속도를 따라오는 우서진을 보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고 우서진 또한 긍정적인 의미로 자신을 채찍질하여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오늘 이렇게 직접 보니 두 사람 다 아무런 걱정없이 지켜보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상미가 말했다.

"오빠."

"응?"

"저, 오빠의 문파에 들고 싶어요."

진지한 상미의 말에 도진은 놀라지 않았다.

상미라면 당연히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했고 도진 또한 가장 처음 떠올린 문도가 상미였으니까.

그러니까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응. 너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야."

도진의 수락에 상미가 그야말로 봄에 꽃이 피는 것처럼 웃었다.

도진의 문파에 이름을 올린다.

상미에게 있어 그것은 그만큼 의미가 깊은 것이었기에.

도진에게 범상치 않은 무공을 건네받았고 함께 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

그것을 위해 매진해 온 상미에게 있어 도진의 문파에 이름을 올리는 건 그동안의 노력이 하나의 결실을 맺는 것과 같았던 것이다.

그렇게 미소짓는 상미의 옆에서 우서진도 손을 들었다.

"형. 저도 입문할 수 있을까요?"

"너도?"

"네."

우서진은 이미 우벽진에게 무공을 사사받고 있었다.

그러나 따져보면 우서진 또한 우벽진만 허락한다면 얼마든지 도진의 문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으니 그것이 '무가(武家)'와 '상가(商家)'의 차이 중 하나였다.

무가의 제자는 문파에 이름을 올린, 기본적으로 타문파로 옮기거나 타문파의 무공을 배울 수 없는 입장에 있다.

허나 상가는 다르다.

오히려 그런 무가의 제자가 되는 게 일반적인 교류의 방식일 정도로 당연한 일이었다.

일례로 사자군 오군성이라는 걸출한 무인이 주인으로 있는 오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가'이기에 오군성에게 사사받지 못한 직계와 방계는 관계를 맺은 여러 무가의 제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음……. 일단 따로 무공을 가르칠 체계는 갖춰지지 않아서 수련에 도움을 주는 정도밖에는 안 될 거 같은데."

도진의 상황도 그렇고 갑자기 문파를 세우게 된 목적도 그렇다 보니 지금의 문파는 무공을 가르치거나 제자를 기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상미야 아직 모든 걸 알려주지 않았다지만 이미 '천마신교의 교도'라 할 수 있는 입장이지만 우서진은 그렇지 않았다.

때문에 도진은 그렇게 말했지만 오히려 우서진에겐 그것이 더 좋았다.

"이름만 올려주시고 같이 활동할 수 있으면 충분해요. 저는 이미 할아버지한테 배우고 있으니까요."

우서진의 말에 도진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상가란 본래 이런 식으로 무가와 인연을 맺는 법이지.

위지혁의 말도 그렇고 실제 현대의 무림 또한 그런 형태였다.

하던 일은 변하지 않는다.

그저 관계가 좀 더 돈독해지는 것이며 이미 명성공방은 도진의 울타리 안에 있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우서진의 입문 또한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고마워요, 형!"

"아니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데 말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상미야. 서진아."

"네!"

그렇게, 도진은 상미와 우서진을 첫 문도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 * * *

그날 늦은 밤.

도진은 가볍게 달리기(연신극기공을 첨가한)로 몸을 풀다 한숨 돌릴 겸 문월동 근처를 거닐게 되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또 한 번의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고 마침 문월동 근처의 시내를 지나치게 되었기에 아주 약간 감상에 젖었던 것이다.

'새로 건물을 올리는구나.'

그리고 도진은 어느 공사 현장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시내 한곳에서 진행되는 그 공사는 새로 건물을 올리는 공사였는데, 다름 아닌 작년 여름에 있었던 방화 사건으로 인해 불탔던 곳이었다.

당시 사건을 떠올리며 천천히 걷던 도진은 그러나 우뚝 멈춰서고 말았으니 공사 현장을 가리는 가림막 너머에서의 기척과 소리 때문이었다.

떵그렁!

"아이 씨벌, 이게 장난하나."

심상치 않은 분위기와 욕설.

그리고 그 안에서 핍박받는 사람의 기척이 아는 사람의 것이었기에, 도진은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왜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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