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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247화 (247/741)

246화

본래는 흔하디 흔한 행사 중 하나로 넘어갔을 한일 무림학교 교류 행사는 '답청문 사건'으로 인해 학생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사건은 신풍회의 가신 가문인 스미하라의, 그것도 스미하라의 '극히 일부'가 꾸미고 저지른 일로 결론 내려졌으며 신풍회의 명의로 '도의적인 사과'까지 받았기에 그렇게 마무리 되는 중이었으나 당연히 여론은 그런 식으로 마무리 될 수가 없었고 그 여론에는 숭무고와 숭무영재고의 학생들 또한 포함되었다.

국가나 일반 국민에 대해서까지 싸잡아 적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신풍회, 그리고 신풍회와 관련된 자들에 관해서만큼은 강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 적대감은 교류 행사 중 있을 비무에 대한 커다란 관심을 이끌어냈다.

-내일이 비무라매. 개쳐바르겠지?

-다른 건 몰라도 검봉에 잠룡이 있는데 이미 결론은 나 있고 우린 줘패는 것만 보면 됨

-ㄹㅇㅋㅋㅋ

-글쎄.. 솔직히 욕먹을 각오하고 소신발언하자면 그렇게 쉽게 될 지는 의문임.

-???

-무림인이라면 좀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하니까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자면, 솔직히 그새끼들 처음 왔을 때 생각 이상으로 살벌했잖아.

-쪽팔리긴 한데 그렇긴 했지.

-무공이야 길고 짧은지 대 봐야 아는 거지만 이게 진짜 싸움이 되면 글쎄.. 그새끼들은 어릴 적부터 사람 죽이는 연습까지 한다며. 그런 실전에서의 차이를 생각하면 비무가 쉽지는 않을 거 같음.

-일리는 있네.

당연히 숭무고 후기지수들의 승리를 점치던 여론은 그렇게 조금 미묘해졌다.

그들은 감정적이 되어서는 안 될 무림인이기에, 그리고 다른 곳도 아닌 숭무고에 합격할 만큼의 오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반대 의견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무공'만'이 승리를 위한 요건은 아니다.

기세, 그리고 경험이 오히려 실전에서는 더욱 큰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 기세와 경험에 있어 보편적으로 무림학생의 경우 한국은 일본에 비해 열세인 면이 있었다.

어디가 더 낫다 못하다가 아니라, 그저 현실이 그렇다는 말이다.

한국과 비교를 거부한다는 혹독하고도 살벌한 환경에서 어릴 적부터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야만 하는 일본.

거기서 엘리트로 대접받는 후쿠오카 사관학교에서도 손꼽히는 학생들이 방문단으로 왔다.

당연히 그들은 그런 경험 또한 풍부할 것이니 이것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이건 실전이 아닌 비무니까 불안 요소가 덜하긴 함. 어쩌면 변수없이 우리가 이길 수도 있겠지.

-ㅇㅇ 검봉은 이미 현역이라 해도 좋을 만큼 경험도 많고 잠룡도 저번 개미굴에서 활약했다면서.

-최악의 경우라도 잠룡이랑 검봉이 다 해결해 줄 거임.

* * * *

많은 관심을 반영하듯 수많은 학생들이 참관한 가운데 숭무고와 후쿠오카 사관학교의 비무회가 열렸다.

정식 비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교류 행사의 일환이었기에 정해진 대진표를 따르는 대신 비무를 원하는 학생이 상대를 지목하고 그 상대가 수락하면 비무를 진행하는 형태가 되었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후쿠오카 사관학교의 생도 중 한 명이었다.

스윽-

몸을 일으키는 그는 드러난 근육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근육이 돌덩이처럼 단단해 보였다.

"오오후미 이시이치라고 합니다."

덩치는 크지만 단단한 근육으로 꽉 조인 듯 날렵한 인상을 받게 하는 1학년 남학생이었다.

그는 포권으로 인사를 하고 상대로 오대용을 지목하고선.

"기본공을 특히 숙련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유를 그렇게 말했다.

어디까지나 담담하게 팩트를 말한 것이긴 한데 어쩐지 좋게 들리지 않는 건 아마도 끼어든 카자카미 히로토 때문일 거라고 오대용은 생각했다.

"이시이치군은 저희 학교에서는 '만련권(萬練拳)'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하루에 만 번의 정권 단련을 거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그래서 마찬가지로 기본공을 꾸준히 단련해 온 오대용 학생에게 관심을 가진 것 같습니다."

"대단하시네요."

오대용은 순수하게 그렇게 감탄했다.

하루에 만 번의 정권 단련.

한 번에 1초라 해도 한 시간이 3600초이니 세 시간 가까이나 걸리는 일이다.

물론 실제로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의 경우 정권 단련만으로 수련이 끝나지 않으니 오오후미 이시이치는 하루 대부분의 여유 시간을 무공 수련으로 채우고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비무대 위에서 오대용을 마주한 이시이치의 기세는 숭무고의 후기지수들 못지 않게 강렬했다.

"시작!"

꽝!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오대용과 이시이치의 주먹이 부딪치며 굉음이 울렸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사람은 기교를 배제하고 순수한 주먹의 숙련도를 겨루기 시작했다.

꽝! 꽈광!!

물러서면 지는 것으로 합의를 한 건지 어느 쪽도,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연신 주먹을 내뻗는다.

물론 무식하게 주먹을 맞부딪치는 대결은 아니었다.

부딪치는 주먹은 약점을 노리는 공격을 서로가 막아내기에 발생하는 충돌이다.

즉, 이 싸움은 팽팽하게 줄이 당겨진 상태에서 '평소의 수련'이 부족한 쪽이 지게 되는 양상이 되었다.

"헤에, 완전 마초들이네."

"그러네요."

한유아의 말에 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가지 예상한 그림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전혀 다른 그림이 나왔다.

그 어떤 변수 없이, 순수하게 그동안 쌓아온 수련을 증명하는 정면 승부의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승부의 승자는.

꾸웅-!

"승자! 오대용!"

와아아아아아아-!!

"잘한다 오대용!!"

바로 오대용이었다.

'사자천권.'

무림에 둔 뜻을 버리지 못하고 단련을 계속했던 오대용의 기초에 상승의 무리가 깃들 수 있도록 해 준, 그리고 사자군 오군성을 상징하는 '사자패권(獅子覇拳)'의 기초이자 정수.

그 사자천권은 정면 승부에 특화되어 있었으며 정면 승부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공이다.

그것을 비무에서, 정면에서 맞상대한 것이 오오후미 이시이치의 '패인 중 하나'였다.

"잘 했어, 대용아. 멋지게 이겼네?"

"아, 응. 고마워."

함박웃음을 지으며 칭찬하는 주정아의 말에 오대용이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좀 고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금방 끝냈네?"

이어지는 칭찬에 오대용은 쑥쓰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뭐…… 하루에 만 번이란 거, 다들 기본으로 하는 거잖아?"

"와, 이거 뭐야. 여친 앞이라고 폼 잡네 이놈."

"그러게. 어우, 재수없어."

"야!!"

죽이 맞아 놀리는 도진과 나지윤에게 오대용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집행부의 멤버들이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끌끌. 틀린 말은 아니로구나.

그리고 심상세계에서 위지혁은 그렇게 말했고 도진 또한 동의했다.

-뭐, 그렇긴 하죠.

-만 번은 칭찬할 만하지만 누구는 쉬지 않고 10만 번도 하니까 말이다.

그 누구는 멀리 있는 게 아니었으니 위지혁의 제자였다.

* * * *

섭음술로 대화했기에 그 대화 내용은 흘러 나가지 않았으나 분위기만큼은 숨길 수 없었으니 후쿠오카 사관학교의 생도들은 숭무고 집행부 쪽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참관인들도 노골적인 반응이다.

허나 그들은 외부에서 보기에 전혀 분해하거나 위축된 기색이 아니었는데, 그 대화 내용은 더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어땠지, 이시이치군."

똑같은 나이였으나 가문에서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오오후미 카이토의 물음에 이시이치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실전이라면, 오초식 안에 죽일 자신이 있습니다."

…놀라운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 놀라운 발언을 그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게 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후미 카이토 또한 다르지 않았다.

"무르기 짝이 없더군."

비무에서 이시이치는 일부러 치명적인 틈을 보여 주었다.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드러낸 함정이었다.

중요한 건 그 치명적인 틈이 목숨과 연관될 정도로 위험했다는 거다.

그 틈을, 오대용은 결코 찌르지 않았다.

단순히 비무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오대용은 심지어 실전이라도 그 틈을 찌르지 않을 것임을, 찌를 의지조차 쉽사리 가지지 못할 것임을 비무를 통해 그들은 파악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시이치는 단정할 수 있었다.

실전이라면 막상막하의 실력을 가진 오대용을 다섯 번의 격돌 안으로 죽일 수 있을 거라고.

"껍데기뿐인 승리를 주는 건 어렵지 않지."

첫 비무부터 승리를 거둔 숭무고에 참관인들은 환호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후쿠오카 사관학교의 생도들은 오히려 비웃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1학년 대표 오오후미 카이토가 나섰다.

그는 바로 도진을 지목했다.

"잠룡의 명성은 저희 일본에도 전해질 만큼 대단합니다. 그런 무인의 실력을 한 번 견식해 보고 싶습니다."

카이토의 신청을 도진은 거절하지 않았다.

스르릉-

백설을 뽑아 늘어뜨리며 도진이 카이토의 앞에 섰고, 바로 비무가 시작되었다.

쿵!

시작과 동시에 카이토가 강렬한 진각을 밟으며 도진에게 덮쳐들었다.

오오후미 카이토는 마치 성씨에 대(大)가 들어간 게 폼이 아니라는 듯 큰 키에 덩치마저 도진의 두 배가 될 정도로 컸는데, 그들 가문의 육체적 특징이었다.

오오후미는 신풍회 내에서 '전위가문(前衛家門)'이라 불렸으니 그 이름대로 전장에서 전위를 도맡는 전사들이었다.

특별한 기교 대신 강력한 힘으로 방패를 자처하며 더 나아가 그 방패로 상대를 후려쳐 무력화시키기 위한 무공을 단련했고 또한 그 무공에 어울리는 육체를 가지고자 했으니 그 역사에 따라 오오후미가의 무인들은 모두 큰 키와 덩치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비무에서 육체적 이점은 철저하게 오오후미 카이토에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

키가 크고 팔도 더 길다.

여기에 '체급이 깡패'란 말은 무림에서도 완전히 의미를 잃지 않는다.

때문에 오오후미 카이토는 자신 있게 주먹을 내뻗은 것이었으나.

꽈앙!

"……!!"

도진은 그것을 정면에서 받아쳐 버려 그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게 무슨!'

호각이었다면 차라리 감탄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호각이 아니라 명백하게 그가 '밀렸다'.

그러니까 믿을 수 없게도 체격에서 두 배 차이가 나는 '내공 고수'인 카이토가, 힘에서 도진에게 상대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카이토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사실 숭무고에서는 당연한 그림이었다.

그 어떤 외공의 고수도 힘으로 도진에게 이기지 못했으니까.

꽝! 꽝!

그것을 부정할 수 없게 해 주겠다는 듯 도진은 연신 카이토를 몰아붙였고 그것이 본래 냉정해야 할 카이토의 머리를 달궜다.

까득-

'나를 모욕할 셈인가!'

봐주고 있다는 걸 싫어도 알 수밖에 없었다.

힘에서만 밀리는 게 아니라 기교에서도 밀리고 있었고 이럴 경우 본래는 패배를 인정하고 비무를 끝내야만 했다.

이번 비무에서 후쿠오카 사관학교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염탐이었으니까.

하지만 머리에 열이 오른 카이토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고 말았다.

'이대로 모욕을 받은 채 끝낼 순 없다!'

이시이치가 그랬듯 카이토 또한 노골적으로 틈을 드러냈다.

노린다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틈.

그 틈으로 인해 오히려 도진의 손발을 어지럽게 만들고자 했다.

혹시라도 틈을 노린다면 더 좋다.

도진이 틈을 노리는 순간 카이토는 '뼈를 내주고 살을 취하는 한 수'를 쓰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설령 사고가 난다고 해도 이쪽이 더 크게 다치는 것이니 오히려 숭무고의 잘못으로 분위기를 몰아갈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판을 만든다면 다음은 '도련님'께서 능숙하게 일을 이끌어 갈 것이다.

그렇게 마음 먹고 주먹을 불끈 쥐었던 카이토는.

푸욱-

"……어?"

다음 순간 거짓말처럼 자신의 사혈(死穴)을 찌르는, 망설임없이 숨통을 끊기 위해 목을 파고든 칼날의 이물감을 느끼고 굳어 버렸다.

도진이 주저없이 카이토의 드러난 빈틈.

목을 찌른 것이었다.

"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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