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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237화 (237/741)

236화

웅성웅성-

일요일 저녁.

문월동의 한곳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으니 폭력 사건으로 인해 경찰들이 출동해 그것을 구경하고 있는 것이었다.

"쟤 상미 아니야?"

"상미가 무림중학교 애들을 때려 눕혔나 봐."

"뭐?! 정말이야?"

이 동네에서 꽤 오래 살았기에 상미와 바닥에 널부러진 학생들을 알아본 사람들이 자랑하듯 수군거렸다.

그리고 그 무리 지은 사람들의 가운데서 경찰들이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흠. 그러니까 네 말은 이 아이들이 저 여직원을 다치게 해 놓고 그냥 가려 해서 막았는데 먼저 폭력을 휘둘렀다는 거네?"

"네. 근데 사정 청취 이전에 환자에 대한 처치가 먼저 아닌가요?"

"임시로 처치는 했으니 가능한 현장을 보존하고 이 자리에서 바로 사정 청취를 하는 게 더 좋지. 우리가 판단할 일이니 더 이상 말하지 마라."

"……."

"한쪽의 말만 일방적으로 들을 순 없는 노릇이지. 하지만 얘들은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안 되겠고, CCTV 좀 봅시다."

그러면서 경찰이 이복자에게 말해 CCTV를 확인하려 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그 경찰에게 다가와 말하는 건 다름 아닌 도진은 물론이고 상미와도 인연이 있는 임 경사였다.

그 임 경사의 말에 경찰, 강 경위는 얼굴을 찌푸렸다.

"됐으니까 현장이나 보존하고 있어."

"같이 가서 원본 확보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아, 됐다고. 자리나 지키라고."

"……."

그 모습을 지켜보는 상미의 눈에 시린 기운이 내려앉았다.

학생들과 한통속이라는 게 뻔히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쯤 되니, 이 정도 규모의 사주를 할 수 있는 인물 하나가 떠올랐고 그 기척을 바로 잡아낼 수 있었다.

킬킬킬.

눈으로 뱀처럼 웃으며 상미를 지켜보는 사람이 인파 속에 있다.

장영준.

그가 그때의 망신을 갚아 주기 위해 일을 벌인 것이었다.

꾸욱.

주먹이 쥐어졌다.

분해서가 아니다.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무력하게 당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나름의 준비를 했으니까.

그 수작을 깨 부숴 줄 생각이었고 행동에 나서기 위해 그녀가 생각을 정리할 때였다.

"와! 이게 무슨 일이야, 상미야?"

웅성거림 속에 확연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있었다.

훅-!

술냄새를 풍기며 사건 현장에 발을 들인 그 인물은.

"오빠."

회식이 끝나고 우서진과 함께 상미를 찾아온 도진이었다.

* * * *

장영준은 생각했다.

어찌되었든 상미를 직접 건드리는 건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직접' 건드리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에겐 마침 부릴 수 있는 일진들이 아주 많았고 개중에 몇 명에게 지갑에서 현찰을 두둑이 꺼내 쥐어주며 말했다.

"내가 말하는 애 기술 좋게 손 좀 봐 줘라. 여기다 걔한테 '합의금' 좀 뜯어 내면 술값 정도는 되지 않겠냐. 그렇지?"

백만 원이 넘는 현금을 쥐게 된 그들은 기합을 넣어 '예!'라고 대답하며 바로 행동에 착수했다.

따로 조사를 했었다.

혹시 상미가 김도진이나 이제는 정체를 알게 된 우서진과 깊은 사이가 아닌가 싶어서.

그렇다면 대처를 해야 했으니 진지하게 조사에 임했고 그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상미는 학교를 자퇴하고 보호소에서 살며 기술이나 배우고 있는,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쓰레기 인생이었다.

만약 도진이나 우서진과 친밀한 사이라면 이렇게 지낼 리가 만무했다.

그러니까 그는 상미가 도진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그때의 인연으로 안면이나 익히고 있는 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만약의 경우라는 게 있고 저번의 일이 있으니 직접 나설 순 없다.

때문에 상월중의 양아치들을 동원하여 간접적으로 일을 벌린 것이다.

'백마 탄 왕자님이나 한 번 돼 볼까?'

놈들이 미용실에 들어가는 걸 지켜보며 장영준은 생각했다.

한창 곤란해 하고 있을 때 짠하고 나타나 일을 해결해 주면 어떨까.

사전에 협의가 된 건 아니었지만 빠르게 눈치를 채고 쿵짝을 맞춰 줄 것이다.

그걸로 김도진이나 우서진과도 인연을 만들면?

인생 한 번 제대로 피는 거 아닐까.

물론 그의 망상이었다.

심지어 그 망상처럼 되지도 않았다.

역으로 양아치 놈들이 흠씬 두들겨 맞고 미용실 바깥을 나뒹굴었다.

이때엔 흠칫 놀랐으나 곧 진정했다.

출동한 경찰들이 일을 잘 진행해 주었기 때문이다.

한심하게 빌어먹던 놈들을 삼선 의원인 아버지가 힘써서 경찰로 앉혀 주었다.

당연히 아버지에게 충성을 했고, 개중 몇 명은 오히려 아버지보다 그와 죽이 맞아 편하게 여러 뒤처리를 할 수 있었다.

'어디서 무공 한두 수 주워 익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은 실전이다.

상미는 가해자가 될 것이다.

설령 가해자가 되지 않더라도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야만 할 것이며 미용실에서도 잘리게 될 터.

김도진이나 우서진에겐 감히 복수할 수 없는 그는, 그렇기에 상미에게 모든 분노를 쏟아내려 했고 그것이 멍청하게도 얼굴로 흘러나왔다.

킬킬킬.

자신이 사주했다는 걸 알리지 않아야 좋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세상을 제멋대로 살아오고 어리며 심지어 관종인 그는 자신이 했다는 걸 상미에게 알리고 싶어 안달이 났고 때문에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내가 했소, 하고 적극적으로 티를 냈다.

그리고 그렇게 신나서 티를 내던 그는 돌연 느껴지는 한기에 시선을 돌렸고.

덜덜덜.

머리가 새하얘지며 몸이 통제를 벗어나 부들부들 떨었다.

마치 그날의 데자뷰였다.

시선의 끝에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김도진이 그를 조용히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김도진은 아무 말 없이 장영준에게서 시선을 떼고선 사건의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다.

"와! 이게 무슨 일이야, 상미야?"

"오빠."

술냄새를 풍기며 들어선 도진이 주위를 스윽 둘러보고선 말했다.

"뭐지. 혹시 쳐죽일 양아치 새끼들이 행패라도 부린 거야?"

움찔!

'쳐죽일 양아치 새끼'들이 도진의 말에 크게 몸을 떨었다.

해소되지 않은 한천검공의 내공에 벌벌 떨고 있었는데 그 이상으로 큰 떨림이었다.

세간에 알려지기로 도진은 폭룡 못지 않은 '양아치 킬러'였으니 그 공포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뭐 증거를 보존하니 어쩌니 하는 소리가 들린 거 같던데 증거 인멸하려는 쳐죽일 놈이라도 있었어?"

움찔!

이번엔 임 경사와 함께 서 있던 강 경위가 흠칫 놀랐다.

그렇게 현장의 주도권이 도진에게로 넘어가는 가운데 임 경사가 나섰다.

"도진 학생, 술 한 잔 하고 왔나 봐?"

"아, 임 경사님. 오랜만입니다."

아는 척을 하는 임 경사에게 도진이 웃으며 인사했다.

혹시 술기운에 실수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여 나섰다는 걸 알았기에, 그리고 공정하게 일을 진행하려는 모습을 보았기에 도진은 정말로 반기는 얼굴이었다.

"지금 사건 파악 중인 현장이라 조심할 필요가 있거든."

임 경사의 말에 도진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그럼 이래선 안 되겠죠."

그리고 다음 순간, 도진의 주위로 진한 술기운이 퍼지다 흩어졌다.

내공으로 술기운을 완전히 날린 것이었다.

"……!"

임 경사를 포함한, 무공을 아는 사람들 모두가 크게 놀랐다.

내공을 이용하여 단번에 술기운을 증발시키는 건 학생 수준에선 보기 힘든 수준 높은 기예였기에.

그렇게 술기운을 완전히 날린 도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맨정신으로 한 번 끼어 볼까요?"

장영준을 포함한 뒤가 켕기는 자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 * * *

'일부러 그런 거야.'

임 경사는 확신했다.

도진이 했던, 자칫 위험한 발언은 모두 일부러 한 것이었다.

대번에 내막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다 알고 있다고 위협을 했다.

다만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었기에 위험한 발언이었는데 그것을 일부러 술에 취한 모습으로 해 '술 취해 하는 헛소리'처럼 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위협은 제대로 먹혀서, 누가 보아도 안절부절못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그 뒤로 일처리는 속전속결이었다.

"CCTV 원본, 제가 가지고 있어요."

상미가 따로 usb에 복사한 CCTV 원본을 제출했고 소식을 듣고 이런 일에 있어선 사신이나 다름없는 나성보 변호사까지 온 이상 선고는 이미 내려진 것에 다름이 없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일진들은 대번에 뒤에서 장영준이 사주했다는 걸 실토했고 장영준이 불려 나왔다.

심지어 삼선 의원인 아버지가 함께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들을 잘못 가르쳤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장영준은 무릎을 꿇었고 그 아비인 장하직은 상미 앞에서 이마가 땅에 닿을 듯 머리를 숙였다.

어찌 보면 신분에 기대지 않고 진솔하게 사과하는 모습이었지만 상미도 도진도 전혀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그 모든 게 위선임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처신 잘하는 간신배로구나.

-예.

겉으로는 허리를 숙이지만 악어의 눈물이다.

그 모습이 진실된 것이라면 애초에 장영준이 몇 번이고 사고를 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물며 상미가 장하직과 닿기 싫어 손을 빼자 순간 얼굴이 무섭게 굳었던 것도 놓치지 않았다.

"그냥은 못 넘어갈 겁니다."

"예, 예. 물론입니다. 큰 벌을 내려 주십시오."

나성보의 말에 장하직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뒷수작을 부리지 못할 테니, 장영준은 이번엔 정말로 그냥 넘어가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 * * *

다음날. 도진과 우서진, 상미는 근처 카페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회식이 끝났는데 마침 근처기도 해서 너 얼굴이나 볼 겸 온 거였는데 이렇게 됐네."

'우연히 근처에 있었던' 우서진과 만난 김에 상미가 퇴근할 시간도 되었겠다 온 것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

"그 사람 성격상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거 같긴 했는데 행동이 빨랐네요."

우서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잠시 조용한 가운데 나온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선 도진이 돌연 사과했다.

"미안, 상미야."

"……오빠?"

갑작스런 사과에 상미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유일신이 그녀에게 사과를 하다니,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도진은 놀라는 상미를 보며 말했다.

"네가 해결해야 할 일이었는데 내가 끼어들어 버렸잖아. 그러니까 사과해야지."

저번은 동생들이 관련되어 있었으니 도진이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좀 경우가 달랐다.

상미의 일이었다.

온전히 상미의 일이었고, 심지어 상미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미 양아치들이 수작을 건 순간부터 대비를 하고 있었고 실제로 CCTV 영상까지 usb에 복사하는 침착한 대응까지 마쳐 두었으니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었어도 상미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말이다.

때문에 도진은 그것을 기다리지 않고 나선 것을 사과해야만 했다.

위지혁이 인정한 천재인 상미는 도진의 그런 생각을 바로 이해했다.

그리고 실제로 상미에게 있어선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도움만 받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도진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이고 싶었다.

자신의 일로 도진이 수고를 끼치지 않기를 바랐는데 이번에도 도진이 나서게 만들었으니 오히려 자신이 도진에게 사과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그런 그녀에게 도진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사과하고 나서 하는 변명이지만, 그랬어. 나는 네가 그딴 녀석들 따위한테 여러 소리 듣는 게 싫었거든."

두근-

상미의 심장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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